도서지역의 생태계는 외부의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흔들릴만큼 취약하다.
울릉도에 까치가 방사됐다.
경상북도 도청에서는 지난 연말 34마리의 까치를 헬기에 태워 울릉도에 보내 수개월간의 적응기간을 거쳐 지난 봄 방사했다.
까마귀과에 속하는 까치는 몸길이가 까마귀만한데 꽁지가 길어서 조금 크게 보인다. 어깨 배 허리만 하얗고 몸전체는 광택이 나는 흑색이다. 까마귀와는 달리 '반가운 소식'의 상징이요, '길조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까치는 많은 사람들이 나라새(국조)라고 생각할만큼 우리 민족과 관계가 깊다. 때문에 까치 구경 한번 못해본 울릉도 주민들에게는 '까치 방사'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행사가 울릉도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조류학자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울릉도는 내륙과 오래전에 떨어진 섬지방으로 내륙지방과는 달리 뱀과 같은 파충류가 없고 길짐승이 별로 없는 특이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내륙지방에는 이미 전멸돼 화석으로밖에 남지 않은 너도밤나무와 같은 식물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중형 이상 조류로서는 괭이갈매기 흑비둘기가 있을 뿐 까치는 물론 까마귀도 찾아볼 수없다.
까치가 울릉도에서 자리잡는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태계의 변화는 단시간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번식력이 강하고 떼로 몰려다니는 까치는 잡식성으로 아무거나 잘먹는다. 나비를 포함한 곤충들이 1차 피해대상이 되겠고 나무열매 등도 까치 등쌀에 몸살을 앓을 것이다. 또 새알도 안전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돼 천연기념물 제215호로 지정돼 보호중인 흑비둘기의 서식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까치는 까마귀와 길항(拮抗)관계에 있어 같이 공존하지 못한다. 내륙지방에도 까마귀가 서식하는 지역에는 까치가 끼어들지 못하며, 까치 텃세 지역에도 까마귀가 접근하지 못한다. 인위적으로 방사된 까치가 울릉도 토착종 조류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모르지만 만약에 토착종에 타격을 입힌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없다.
물론 까치가 해로운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해충을 잡아먹을 수도 있고 '반가운 소식'을 전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적인 서식이 아니라 인위적인 방사로 원래의 먹이사슬을 끊어놓아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것이 문제다. 도서지역의 생태계는 내륙지방과는 달리 매우 취약하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격리돼 있어 외부의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것이 섬지방의 생태계다. 오늘날 사라져가는 조류 중 3분의2가 도서지방의 텃새라는 보고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도서조류의 절종은 인간에 의해 무심코 도입된 외래 천적포식동물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89년 모언론사에서는 제주도에 50여마리의 까치를 방사한바 있다. 같은 이유를 들어 관계학자들이 반대했지만 몇몇 사람의 공명심 덕택에 제주도에도 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경희대 환경학과팀의 조사에 따르면 세둥지에서 새끼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 중인 구태회교수는 "울릉도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 수 있는 수목(활엽수)은 존재하나, 대형조류와의 관계가 미지수이며, 습도가 많고 눈이 많이 오는 기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하면서 "만약 번식에 성공한다면 울릉도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전 북한에서 김일성주석이 "까치가 이로운 새인줄 알았는데 오히려 곡식을 갉아먹는 등 해를 미치더라"며 모든 까치를 잡아 죽이라는 교시를 내린 적이 있다는 얘기가 보도됐다. 인위적으로 생태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무지의 발로'라고 조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울릉도 까치 방사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죽이는 것이고 하나는 살리는 것이지만 둘다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