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몸집의 공룡이 1백m 달리기 선수보다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1억5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거대한 몸을 이끌고 비틀비틀 걸어 다녔을까. 아니면 대지를 쿵쿵거리면서 뛰어다녔을까.
최신공학이론을 이용해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한 사람이 있어 고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 리드대학 동물학 교수인 맥네일 알렉산더. 그는 사람과 동물의 운동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특히 달리는 동작과 점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필름분석 압력측정 수리해석 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연구하고 있다.
그가 사이 티픽어메리컨지 최신호에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뿔을 가진 공룡 트리케라트라푸스의 속도는 9m/초 정도이며, 초식공룡 아파트사우르스는 코끼리와 비슷한 7m/초 정도라는 것. 생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거대한 몸을 이끌고 씩씩거리면서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물론 개중에는 사람의 걷는 속도(1m/초)와 비슷한 공룡도 있다.
공룡을 묘사한 어떤 그림을 보면 거대한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매우 빈약하다. 호수 속에서 물의 부력을 의지해 생활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반면에 어떤 그림에서는 무거운 몸을 충분히 지탱할만한 튼튼한 다리를 갖고 대지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이에 대한 의문에 그럴싸한 대답을 한 것이 알렉산더 교수다. 그는 조선공학 모형실험에서 사용하는 프루드(Froude)수와 건축물 구조와 골조의 강도를 산출하는데 이용되는 단면계수를 사용해 역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또한 현재 살아있는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하고 여기에 공룡의 뼈와 족적, 그리고 화석으로부터 얻어진 여러가지 증거들을 종합해 공룡이 달리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알렉산더 교수가 공룡의 몸무게를 계산한 방식은 매우 간단한 원리다. 박물관 등에 보관된 플라스틱 모형 공룡을 물속에 집어넣고 아르키메데스 원리에 의해 체적(물이 불어난 부피)을 계산한다. 여기에 악어나 포유류의 밀도(보통 1t/㎥)를 곱하면 몸무게가 나온다. 가장 큰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르스 체중은 7t, 가장 큰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10배인 50t에 이른다.
이와함께 프루드수(${ν}^{2}$/gl:ν는 공룡속도, g는 중력가속도, l은 공룡의 몸높이)를 이용하고 발견된 공룡발자국으로 보폭을 알아내 공룡의 속도를 계산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에따르면 가장 빠른 속도는 체중 5백㎏ 정도의 2족보행 공룡(텍사스에서 발자국 발견)의 12m/초. 이 수치는 가장 우수한 단거리 선수의 기록보다 약간 빠른 것이다. 대형공룡의 속도는 여기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대형인 사우로포드류는 약 1m/초로 사람이 걷는 속도에 불과하다.
대형 육상동물이 어떻게 자기 몸무게를 유지했을까에 대해 처음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은 17세기초의 갈릴레이다. 그는 크기가 몸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화한 최초의 사람이다. 그는 조그만 동물이 크기가 두배로 된다면 길이와 높이, 그리고 폭이 모두 두배로 되기 때문에 체적은 여덟배(2×2×2)가 된다고 했다. 반면 몸을 유지하는 다리가 땅을 디디는 면적은 폭과 길이만이 변하기 때문에 네배만 증가한다. 따라서 동물의 크기가 증가하면 점점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아무튼 알렉산더는 갈릴레이 이후 가장 공학적인 방법을 활용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룡의 살아움직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