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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의 제 3세대 방사광 가속기 설치를 계기로 가속기의 원리와 이용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과 관련해 가속기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제3세대형의 방사광 가속기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포항공대에 건설될 예정이어서 관련산업기술의 발달도 주목되고 있다. 가속기란 무엇이며 어떤 원리에 의한 것인가. 그리고 이를 이용한 연구분야는 어떠한지를 살펴보자.

 

포항공대에 설치될 방사광가속기의 모형


가속기의 등장배경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나 물건을 발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왜 저런 현상이 발생할까" 혹은 "저것이 무엇일까" 하고 묻게 된다. 이러한 호기심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의문 즉 "물질이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하는 질문은 인류역사를 따라 계속 추구되어 왔으며 현대에서도 과학이 대답하지 못한 채 계속 그 답을 추구하고 있는 미해결된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생각하기 위해 주위에 있던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었다고 하자. 이 돌멩이가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되어 있나 알기 위해 그 돌멩이보다 단단한 망치로 두들겨 더 작은 여러 조각으로 부수어 볼 때 이 큰 돌멩이는 여러 작은 돌멩이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돌멩이의 궁극적인 성분을 알기 위해 부서진 작은 돌멩이를 더 잘게 부수어 나가다 보면 그 돌멩이의 크기가 점점 작아질수록 드디어 우리의 눈으로 그 작은 파편을 볼 수 없게 된다. 우리의 눈으로 크기를 식별할 수 있는 최소크기보다 작은 돌멩이 덩치를 보기 위하여는 현미경 등이 이용된다. 계속해서 이 돌멩이를 작게 부술수록 우리는 돌멩이가 더 단단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물질을 부수기 위해 더욱 단단한 다른 것으로 충돌시켜야 함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작은 돌멩이를 구성하는 더 작은 덩치들끼리의 결속에너지보다도 더 큰 운동에너지를 가지는 물질을 충돌시켜야 돌멩이를 구성하는 작은 덩치들끼리의 결속을 끊고 더 작은 덩치들로 분리할 수 있게 된다. 가속기의 필요성은 시초에 이러한 충돌실험에서 물질의 구성입자를 더 작은 구성입자로의 분리를 위해 입사하는 입자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개발된 것이다.

 

선형가속기에서 제3세대 방사광 가속기까지
 

1911년 영국의 '라더포드'(Rutherford) 경이 토륨(Th)원자가 라듐(Ra)원자로의 방사성 천이시에 발생하는 약 6백만전자볼트(eV)(1전자볼트는 1.6×${10}^{-19}$Joule의 에너지)의 에너지를 가지는 알파 입자${He}^{+2}$)를 얇은 금막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한 결과 물질의 구성요소로 알려진 원자는 아주 조그만 핵이 중앙에 위치하며 그 주위에 전자가 널리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핵을 더 작게 나누기 위해선 이젠 자연 방사성 천이에 의한 고에너지의 입자대신 인위적으로 더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발생시킬 필요가 있게 되었는데 본격적인 가속기 개발이 시작되면서 등장한 것이 선형 가속기(Linear Accelerator)이다.
 

이 가속기에서는 하전입자를 고전압이 걸린 전장속에 주입하여 높은 운동에너지로 직선운동을 하게 하는데 에너지가 높아질수록 직선 가속기의 길이가 수백m에 달하게 길어지고 또한 이 방법에 의한 가속에너지가 한계값 즉, 수억 전자볼트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성질들을 개량하여 하전입자가 원운동을 하면서 적당히 한정된 공간내에서 가속에너지가 계속 증가할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Cyclotron), 베타트론(Betatron), 싱크로트론(Synchrotron) 등의 원형 가속기들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이들 가속기들의 발전과정이나 종류 등은 '과학동아' 1986년 11월호에 잘 나와 있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이러한 가속기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물질의 궁극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입자 충돌실험을 위한 입자물리학, 핵물리학용이었지만 원형가속기에서 입자의 에너지가 점점 커질수록 상대론적 효과에 의하여 강력한 전자파가 발생하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방사광으로 알려진 소위 제1세대의 방사광 가혹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입자물리용 가속기에서는 방사광 자체는 불필요한 부산물이고 또 강력한 방사광이어서 인체에 방사광의 노출에 의한 손상을 막기 위하여 방사광 차단에 매우 노력해야만 했다.
 

그러나 적외선에서 시작하여 강X-선(파장이 1억분의 1cm 부근의 단파장 X선)에 이르는 넓은 파장을 가지는 빛들이 물질내에서의 원자들의 배치상태라든지 전기적인 성질들을 밝히는데 훌륭한 공급원이 된다는 사실의 발견에 따라 방사광 자체의 이용만을 위한 원형 방사광 가속기의 개발 및 건설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건설된 방사광 가속기가 소위 제2세대 방사광 가속기이며 이의 출현으로 인하여 방사광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해짐에 따라 더욱 강력한 세기의 방사광을 발생시키는 장치들(삽입장치라 불리는 언듈레이터〈undulator〉나 위글러〈wiggler〉등)이 개발되었고 이들 장치에 의한 방사광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제3세대 방사광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속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의 특징
 

방사광이란 전하를 가진 입자(대개의 경우 전자나 양전자)들이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곡선운동을 할 때 입자들로부터 방출되는 전자기파이다. (그림1)에서 보듯이 전자(혹은 양전자)가 원운동을 할 때 그 속력이 광속(3×${10}^{10}$cm/s)보다 매우 작을 경우에 소위 Larmor 형태로서 대체로 그 원운동의 회전진동수와 같은 전자파들을 발생한다(그림1-a). 그러나 전자의 속력이 점점 빨라져서 광속과 거의 같을 때(불과 수십 m/s의 차이로 접근할 때)에는 상대론적인 효과에 의하여 (그림1-b)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채꼴 형태로 전자파를 방출하게 된다.
 

(그림1)곡선운동중인 하전입자로부터의 전자파 발생도


이때 방출되는 전자파에는 진동수가 회전진동수 뿐만 아니라 그보다 큰 여러가지 값의 진동수를 가진 여러 전자파가 복합적으로 섞여 방출된다. 따라서 이 전자파들을 파장별로 분류해보면 전자의 에너지나 걸어준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의 경우 수십억분의 1cm에서 1cm까지의 넓은 영역에 거의 연속적으로 존재한다.
 

방사광 가속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의 중요한 특색중의 하나는 이러한 파장의 연속성 뿐만 아니라 다른 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세기가 공간적으로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밀집의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값으로는 휨자석에 의한 방사광의 경우 수직방향으로의 퍼지는 각은 대략 0.02도 수평방향으로는 2~5도 정도가 된다. 이 전자파의 세기는 우리가 보통 병원에서 흉부촬영시 사용하는 X-선 기계에서 나오는 세기를 1이라 할 때 방사광에서는 전자파의 방출장치에 따라 수백만에서 수천억에 해당하게 된다. (그림 2) 참조.
 

(그림2)X-선 광원의 발달과정

 

이러한 고강도 고밀도의 전자파 (광선)의 출현은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 실험들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현재에도 그 무궁한 응용가능성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이 방사광의 과학기술적인 응용에 관해서는 뒤에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고 먼저 이 방사광을 발생시키는 장치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방사광시설의 구조
 

(그림3)포항공대 방사광가속장치의 개략도^푸른색은 휨자석으로부터 발생하는 방사광이며 붉은색은 삽입장치로부터 발생한다.


(그림3)은 앞으로 포항공대에 세워질 방사광 가속기의 구조인데 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주요부분으로 되어 있다. 먼저 전자발생장치에서 일정 간격으로 일정량의 전자들을 발생시켜 2억 전자볼트의 에너지까지 선형 전자가속기에 의해 가속하고 이 가속된 전자를 양전자 가속기의 입구에 위치한 중금속 시편과 충돌시켜 일정량의 양전자를 발생시킨다.
 

이 양전자는 또한 양전자 선형가속기에서 4억5천만 전자볼트까지 가속되어 편형판(deflection plate)에 의해 소위 부스터 싱크로트론(booster synchrotron)이라고 라는 원형가속장치에 들어가서 다시 10억 전자볼트의 에너지로 가속되면서 원운동을 하게 된다. 여기서의 양전자의 운동을 좀더 엄밀히 살펴보면 일정한 거리 만큼은 직선운동을 하다가 모퉁이에 위치한 휨자석(Bending magnet)에 의하여 궤도가 휘어지는 곡선운동을 하며 이때 앞에서 언급한 고밀도 고강도의 방사광을 방출한다.
 

전자파의 방출로 얼마 만큼의 에너지를 상실한 양전자는 다시 고주파 공진기(RF Cavity)라 불리는 전원으로부터 에너지를 보충받아 일정한 직선운동을 하다가 또다시 휘어지게 되는 형태로 정해진 궤도를 따라 돌게 되는데 현재 설계된 것은 그림에서와 같이 4개의 직선부분과 4구석마다 곡선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스터 싱크로트론의 구조를 좀더 자세히 보면 양전자를 저장하는 저장링(storage ring)은 스테인리스 철강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금속 파이프로 되어 있으며 양전자가 운동시 다른 원자나 분자들과의 충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라든지 궤도변경 등에 의한 양전자들의 수명단축 등의 불필요한 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이 금속파이프 내에는 초고진공 상태(${10}^{-10}$~${10}^{-11}$torr)가 유지된다. 이 정도의 초고진공은 우리가 지내는 대기압에서의 가스입자간의 평균 충돌거리를 1cm라고 할 때 이 진공에서는 가스입자가 1억 내지 10억km 진행 후 다른 가스입자와 만날 수 있을 정도의 적은 수의 입자가 있다는 것이 된다.
 

이 내부를 원운동하는 양전자군은 대체로 길이가 수 mm이고 높이가 1mm 내의 조그만 덩치(bunch)로서 되어 있으며 대개의 경우 여러개의 이런 덩치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계속 원운동을 하게 된다. 이런 양전자 덩치의 위치가 0.01mm내의 오차를 가지며 정밀한 궤도운동을 하게 하기 위하여 휨자석(주로 2극자석) 뿐만 아니라 덩치의 크기나 위치를 정밀조정하는 4극자석과 6극자석 등이 설치된다.

 

방사광을 이용하는 실험
 

실제로 방사광을 이용하는 실험은 대체로 양전자의 궤도로부터 10~30m정도 떨어진 곳에 시편을 위치하게 하여 시행되는데 이는 발생하는 전자파를 제어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특정 파장의 선택장치, 전자파 방향전환장치, 전자파 개폐장치 그리고 진공조절장치 등) 이 양전자 궤도와 실험시편 사이에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양전자의 궤도로부터 시편까지의 모든 장치들을 이은 것을 빔 라인(beam line)이라고 부르며 양전자가 휠 때마다 발생하는 전자파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채꼴이기 때문에 한 구석에서 대체로 2개 내지 3개 정도의 빔라인을 동시에 설치하여 각각의 빔 라인에서 다른 종류의 실험들이 동시에 시행될 수 있다.
 

이곳 부스터 싱크로트론에서 운동중인 양전자를 또한 편향장치에 의해 직경 70m가 되는 주저장링(main storage ring)으로 주사하게 되면 이 양자군들은 부스터 싱크로트론에서와 같은 원리로 주저장링에서도 20억 전자볼트까지 가속되어 원운동을 계속하게 된다. 이 주저장링은 12개의 직선부분과 12개의 휘는 부분(휨자석에 의해)이 있으며 제2세대 방사광 가속기에서와 같이 휨자석에 의해 방사광이 발생한다.
 

(그림4) 언듈레이터 삽입장치의 개략도


그러나 (그림4)와 같이 여러개의 자석을 순서대로 극을 달리 하면서 배치할 경우 양전자는 이들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상하로 빠른 주기로 진동하면서 운동하게 되어 매 진동마다 전자파를 방출하여 하나의 자석에 의해 휠 때에 비해 자석수를 N개라 하면 2N에서 N²까지 그 세기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자석배치를 한 장치를 삽입장치(insertion device)라고 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주저장링의 직선부분에 위치하게 되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방사광은 그 장치에 따라 방사광의 발산정도도 많이 다르다.
 

삽입장치 중의 하나인 위글러(wiggler)는 수직방향의 발산정도가 휨자석의 그것에 비해 거의 수십배 정도 크며 수평방향의 발산은 휨자석에 비해 수십 내지는 수백분의 1만큼 좁다. 방사광의 세기밀도는 휨자석의 경우에 비해 대체로 수십 내지 수백배 높다. 또한 위글러에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여 5~6만 가우스의 높은 자기장을 이용할 때 방사광의 스펙트럼은 거의 2억분의 1cm 정도의 짧은 파장을 가지는 강X-선의 영역으로 확대된다.
 

또다른 삽입장치인 언듈레이터(undulator)의 경우 수직방향의 발산은 휨자석의 것에 비해 같거나 대체로 적으며 수평방향의 발산은 거의 수백 내지 수천분의 1에 해당한다. 따라서 언듈레이터의 경우 그 광밀도는 휨자석에 비해 수백만배에 이를 수 있으며 수평방향으로 극히 좁게 발산되므로 한 삽입장치로부터 휨자석때처럼 여러개의 빔 라인에서 동시에 실험할 수가 없다. 즉, 언듈레이터에 의한 방사광은 지극히 밀접된 초고밀도의 방사광이다.
 

이러한 공간적인 고밀도의 방사광의 특성은 곧 공간적 분해능이 그만큼 높으며 잘 정의된 진동수와 그의 배수들로 구성된 방사광 스펙트럼은 곧 높은 에너지의 분해능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독특한 방사광의 성질은 기체, 액체, 고체,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막론하고 그들의 원자규모의 구조분석이나 전기적 성질 분석 등에 거의 혁명적이라 할만한 실험의 길을 열어주고 있으며 이들 연구가 산업적인 수요에 힘입어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방사광 관련 연구분야
 

(그림5) 철과 니켈의 합금에서의 X-선 흡수 스펙트럼


그러면 현재 이 방사광을 사용하여 연구되고 있는 분야 및 실험들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대개 자외선 영역에 해당하는 방사광에 의한 광전자 방출(photoemission)현상을 이용한 시편의 전기적 성질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는 학문적인 연구가치뿐 아니라 산업적 응용면에도 중요하여 이 방면의 연구가 활발하다. 방사광 자외선 영역에서의 거의 연속적인 파장의 존재와 높은 세기로 하여 다른 자외선 공급원에서 할 수 없었던 고체나 유기체 내부에서의 전기적 성질뿐 아니라 표면 및 두 물질의 접촉면(interface)에서의 전기적 성질들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방사광에 의해 새로이 개발된 실험기법의 하나로서 소위 EXAFS(Extended X-ray Absorption Fine Structure)가 있다. 여기서는 시편내의 특정원소의 X선 흡수 스펙트럼선〔전자에너지 주위의 K각이나 L각의 X-선 흡수선(absorption edge)〕 주위에서 X-선의 흡수계수를 입사광의 에너지의 함수로 측정한다. 이때 에너지가 흡수선 이상일 때는 그 원소의 주위환경에 따라 변하는 세부구조(그림5)가 보이는데 이를 분석함으로써 그 특정 원소 주위에 있는 원소들의 규명과 그 인접원소들의 수, 그들 원소까지의 평균거리 등의 필요한 구조환경을 결정할 수 있다.
 

이 실험기법은 일반 결정고체뿐 아니라 비결정질(armorphous) 물질 그리고 금속함유 단백질(metalloprotein)이나 금속함유효소(metalloenzyme), DNA 등에 적용되어 그들의 원자규모의 구조성질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이 EXAFS는 촉매화학에 있어서 촉매제의 구조나 촉매작용의 원리파악에 중심적인 실험기법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 기법은 또한 X-선흡수계수의 측정 대신에 이 X-선의 흡수로 인해 발생하는 오제전자(Auger electron)의 양이 광에너지가 변함에 따라 보여주는 세부구조(fine structure)를 분석할 때 시편의 표면 부근에서 방출된 광전자들만이 실제 측정될 수 있다는 특이한 성질을 이용하여 시편 표면에서만의 독특한 원자배치구조를 연구할 수가 있으며 이 기법을 SEXAFS(Surface Extended X-ray Absorption Fine Strucrure)라고 부른다.
 

이 SEXAFS를 통하여 금속표면에 외부원자나 분자를 흡착(chemisorption)시킬 때 이 흡착된 원자와 금속원자 사이의 거리와 흡착된 지점을 정확히 결정할 수가 있다. 이러한 기법들은 정지된 구조물 조사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방사광 가속기의 저장링에서 원운동하는 양전자는 일정한 간격, 대개 수천만분의 1초 간격을 가진 여러개의 덩치로 되어 있으므로 이 시간의 고분해능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생체계의 구조변화나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시편의 구조상변이, 화학반응 등의 동력학적 성질들을 또한 연구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새로운 실험기법으로는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X-선 회절 및 산란기법이 방사광의 고분해능과 고강도의 성질로 하여 더 넓은 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한 예로서 2차원적인 원자배치를 가지는 계에서의 X-선 회절에 의한 회절점의 세기는 3차원적인 그것에 비하여 대체로 수백만분의 1에 해당하기 때문에 X-선 튜브와 같은 전통적인 X-선 공급원에 의한 회절에서는 측정되지 않았으나 방사광에 의한 고강도 X-선에 의해 소위 X-선 전반사 회절법(X-ray Total External Reflection Bragg Diffraction)이란 새로운 기법에 의해 2차원적인 원자배치구조의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2차원의 세계는 단결정금속의 표면구조나 혹은 평면에 일정량의 원자 및 분자들을 고의로 흡착(absorption)시킬 때 발견될 수 있으며 이러한 2차원계의 연구에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저에너지 전자회절법(LEED)에 비해 X-선을 이용한 것은 훨씬 높은 고분해기능과 X-선 자체의 물질과의 약작용의 성질로 해서 훨씬 정밀하고 확고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절이나 산란실험 역시 앞서 언습한 바와 같이 방사광의 시간 함수로 인하여 금속의 용해(melting) 과정이나 재결정화 과정 등의 동력학적 구조변화의 연구도 가능하다.
 

고체에서의 원자간의 거리가 대개 수천만분의 1cm인데 비해 생체의 근육구조나 액체 결정을 이루는 분자들, 폴리머(polymer) 등은 대개 수백만분의 1cm로서 그들의 구조는 변화주기가 고체의 그것보다 5배 내지 10배 정도 길기 때문에 소위 미세각 X-선 산란(Small Angle X-ray Scattering)에 의하여 연구한다. 이 경우의 재미있는 실험의 한 예로서 생체 (개구리 다리) 근육의 수축 이완의 주기운동에 따른 X-선 회절 실험에 의한 근육간의 거리변화의 동력학적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방사광 가속기의 출현에 따른 여러가지 새로운 실험기법이라든가 적용범위를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지만 앞에서 언급한 몇가지 예들 이외에도 방사광의 특성중에 에너지와 운동량의 고분해능등을 이용하여 금속에서의 대체로 수백분의 1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지는 격자양자(phonon)를 위시한 여러 종류의 기본 여기양자(excitatios)들의 연구가 가능하다.
 

또한 X-선을 흡수한 후 시편에서 방출되는 광전자나 오제(Auger)전자, X-선 형광 등을 시편 바로 뒤에서 평면판(감광판이나 전자 측정장치 배열판 등)으로 감지하여 영상을 만드는 기법으로 X-선 현미경, X-선 접촉상(contact imaging)촬영법, 고분해능의 단층촬영법(Tomography), X-선 홀로그래피(holography)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방사광을 이용한 여러 실험기법들은 방사광의 고강도 세기로 인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극미세량의 시편을 측정할만한 시그널을 얻을 수 있고 또한 X-선 현미경의 경우 전자현미경에 비해 공간 분해능은 좋지 않으나 대조(contrast)는 훨씬 좋으며 분석이 용이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대로 관찰할 수 있어 관상동맥의 X-선 현미경 사진에 의해 혈액속의 특정원소의 파악 및 동력학적연구 등 세포생물학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6)방사광을 이용한 X-선 석판화기법에 의한 고집적회로의 패턴


미래의 고밀도 집적회로
 

특히 이들 제반 기술들을 종합 이용하는 X-선 석판화(lithograph)는 미래의 초대규모집적회로(VLSI)의 제작에 있어 방사광 X-선의 공간 고분해성과 고강도 성질로 인해 초고밀도의 집적회로 양산의 유일한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1M DRAM에서의 공간분해능이 1백만분의 1m(㎛)에 해당되지만 64M DRAM에서는 이 분해능이 0.25㎛에 해당하게 된다. 이러한 미래산업적인 요구로 인하여 이 기술의 개발 및 확립을 위하여 일본 서독 미국 등지에서는 몇년 전부터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연구를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X-선 석판화 전용의 방사광 가속기 등을 다투어 설계, 제작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경우 1995년 64M의 DRAM의 생산을 목표로 국가연구소와 반도체 산업회사들이 X-선 석판화에 대한 공동연구를 계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일본, 서독은 사실상 미국보다 몇년 앞선 상태에 있다. (그림 6)은 IBM 회사에서 X-선 석판화로 제작한 집적회로의 견본이다.

 

교육용이나 의료용이 대부분 한국의 가속기는 어떤 수준인가
 

세계에 현존하는 기초과학연구용 입자가속기는 이미 5백여대를 훨씬 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현재 D.C 머신이 5대, 베타트론 1대, 선형가속기 4대, 사이클로트론이 1대 설치돼 있으나 대부분이 의료용으로 기초과학연구에는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방사광 가속기는 물론 없다.

 

●대학에 주로 설치돼 있어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에 있는 반데그라프는 4백KeV로서 연구용이라기 보다는 학부생교육용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또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에 있는 SNU 1.5MeV tarden VDG가속기는 국내기술진에 의해 제작됐으나 저에너지 핵반응연구에 등에 이용되며, 연세대의 4백KeV C-W형 가속기도 국내기술진에 의해 설계, 제작됐으나 표면물리 등의 연구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속기는 에너지가 비교적 낮아서 이용범위가 그만큼 제한된다. 원자력병원에 설치된 사이클로트론은 최대에너지가 50MeV, 전류의 세기가 최대 70㎂로서 암환자를 위한 중성자 치료용이다. 따라서 기초과학연구에 이용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런 시점에서 포항공대는 국내최초로 방사광 가속기의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학계·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6년간 약 5백30억원을 투자, 포항공대 캠퍼스내에 건설될 제3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기본적인 구조성분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부스터 싱크로트론가속기와 주저장링은 미국 알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에서 설계, 건설을 계획중인 70억 전자볼트 에너지의 제3세대 방사광 가속기에서의 장치를 축소 변경한 것이다. 부스터 싱크로트론 가속기는 주로 양전자의 에너지가 10억 전자볼트가 되게 하여 진공자외선(VUV, Vacuum Ultraviolet)이나 연 X-선(주로 1천만분의 1에서 1천만분의 3cm의 파장을 가지는)을 사용하게 되며 X-선 석판화용으로 주로 사용될 계획이다.
 

한편 주저장링은 6m 길이의 직선부분이 12개가 있으며 전체 원주는 2백16m가 되고 휨자석으로부터 나오는 방사광을 이용하는 빔 라인이 20개와 삽입장치로부터 나오는 10개의 빔라인을 설치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현재 건설예산에는 4개의 빔 라인의 건설비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휨자석으로부터 2개, 위글러 삽입장치로부터 1개 그리고 언듈레이터로부터 1개이며 위글러 빔 라인에서는 1억분의 1cm 정도의 파장을 가지는 강 X-선도 얻을 수 있으며 언듈레이터에서는 대체로 1mm에서 1천만분의 1cm 정도의 파장을 갖는 방사광을 얻을 수 있다.

 

●전망은 매우 밝아
 

현재 국내에는 방사광을 이용한 실험경험이 있는 과학기술자가 약 10여명이 있으며 포항공대의 방사광이 완성될 즈음에는 국내에도 상당수의 방사광 연구자들이 모일 것으로 믿어진다. 1983년만 해도 미국내 방사광 사용 신청자의 거의 80%가 사용경험이 없던 연구자들이란 자료에 비추어 국내에서도 방사광 가속기 시설이 가동할 시에는 학문적인, 산업적인 요청에 따라 방사광 관련연구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많은 경우에 사용자들이 사용목적에 따라 독특한 빔 라인을 건설하여 현재 외국에서 볼 수 있는 추세와 같이 물리 화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생명공학 의학 농학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며 건설될 가속기가 제3세대의 최신 설비임에 비추어 국제적으로 앞서가는 높은 수준의 연구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자산업계에서는 미래의 고집적회로의 대량생산은 X-선 석판화가 가장 유력한 방법이고 현재 연구가 초기단계이므로 이 방면의 연구의 조기착수와 과감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제반사항을 고려할 때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건설은 소요되는 여러가지 고도의 산업기술, 가속기 과학이나 고주파기술, 진공기술, 정밀계측 및 제어기술, 광학기술 등의 발달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큰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미래의 첨단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연구개발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 틀림없다.

198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정진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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