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대학의 동물행동학자인 데이비드 클라크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깡충거미가 텔레비전 영상에 나온 유연한 움직임을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람이 텔레비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연속된 장면들을 볼 수 있고 착시를 통해 그것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음새없이 지각하려면 보통사람은 초당 16~55개의 영상이 필요한데, 이는 초당 60개의 영상을 내보내는 텔레비전의 비율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인간의 눈이 아닌 경우 착시는 더 어렵다. 두뇌전극을 이용해 연구자들은 비둘기나 꿀벌같은 동물이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을 지각하는데 수백개의 영상이 필요하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닭이나 원숭이 고양이 몇종의 도마뱀류는 거의 인간 수준으로 초당 60개의 영상만 필요하다. 결국 이들은 동물왕국의 잠재 시청자층인 셈이다.
그런데 2차원 스크린에 나타난 움직임을 지각하는 동물들이 과연 그들이 본 영상을 이해하는 지가 의문이었다. 클라크박사는 구하기도 쉽고 시력이 좋으며 시각적 표현으로 의사를 나누는 거미를 연구 대상으로 택했다. 우선 작은 방을 만들고 거기에 조그만 텔레비전 두 대를 설치했다. 그리고는 거미를 그 안에 집어넣고 먹이감이나 적, 짝이 될만한 상대들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경우 반응은 아주 격렬했다. 귀뚜라미를 보여 주자 특유의 '추적과 공격'의 태세를 취했고, 덩치가 큰 다른 깡충거미를 보여주자 기어오르거나 물러서기도 했다. 또 수컷을 보여 주니 발을 휘젓거나 몸을 움직이는 고전적인 구혼동작을 하기도 했다.
이 조사는 절지동물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비디오 조작을 통해 영상화된 동물의 각 부위를 과장하고, 그들의 색깔이나 행동주기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면 그 동물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들이 짝이나 먹이를 어떻게 구분하는가를 아는 것은, 이 동물들이 자신의 세계를 어떤 눈으로 보고있느냐를 아는데 대단한 도움이 됩니다." 클라크 박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