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관측자들의 꿈은 새로운 천체를 발견해 자기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슈메이커-레비혜성,햐쿠다케혜성 등 많은 혜성들에 발견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혜성 사냥꾼들은 과연 어떻게 남보다 먼저 혜성을 찾아내는 것일까.
매년 50개 이상의 새로운 혜성이 발견되고 밤하늘에는 항상 약 70여개의 혜성이 떠 있다. 이중 몇 개는 아마추어 관측자들이 자신의 망원경으로 찾을 수 있는 밝기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너무 어두워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없다. 보통 10년에 1번 정도로 상당히 밝은 혜성들이 나타나는데, 지난 90년대에는 햐쿠다케혜성과 헤일-밥혜성 등 대혜성이 1996년과 97년에 연속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6월 리니어 혜성 방문
이번 6월과 7월 밤하늘에 3년 만에 다시 혜성 하나가 나타나 밤하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999년 9월 하순에 4번째로 발견된 혜성이라는 뜻인 ‘1999 S4’(S:9월 15-30일사이 기간) 리니어(LINEAR)혜성이 그 주인공이다. 이 혜성은 지구 접근 소행성의 조기 발견 탐색 연구로 많은 소행성을 발견하는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링컨 관측소에서 지난해 9월 27일 발견된 것이다. 발견 당시 17등급으로 지구에서 5억2천5백만km(지구-태양거리의 약 3.5배)나 멀리 떨어진 목성 궤도 근처에 있었지만 이번 7월 20일 경에는 지구에서 0.37AU(지구-태양 거리의 약 1/3배)까지 접근하고, 5등급까지 밝아져서 작은 쌍안경에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혜성은 새벽 동쪽 하늘에서 고도가 20도 이상으로 높아지는 6월 중순부터 관측 가능하지만, 7월초부터는 작은 쌍안경으로 보일 정도로 밝아질 것이다. 특히 가장 밝아지는 7월 15일부터 20일 사이에는 초저녁 북서쪽 지평선 위나 새벽 북동쪽 하늘에서 망원경 없이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혜성은 그 후 저녁 하늘에서 빠르게 서쪽으로 이동해 가면서 고도가 낮아져 8월 중순 이후 서서히 사라진다.
아마추어들의 경쟁 무대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딥 임팩트’를 보면 어린 소년이 작은 망원경으로 지구로 접근하는 혜성을 발견하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없다. 지금 혜성과 소행성을 찾는 일들은 전문 천문대에서 대형 망원경과 전자카메라, 컴퓨터를 이용해 대규모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거나 몇십년 동안 쉬지 않고 하늘을 뒤지는 전문 사냥꾼들의 전유물이다. 우연히 초보자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할 가능성은 원천봉쇄돼 있는 셈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행성이나 혜성의 탐색은 천문학자의 주요 연구 영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허블망원경으로 상징되는 먼 외계은하의 관측과 우주론 연구가 대형 천문대의 주요한 관심사였다. 그래서 혜성 찾기는 상대적으로 아마추어 관측자들이 큰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아마추어 혜성 사냥꾼들이 혜성을 찾는 고전적인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50mm 대형 쌍안경이나 10-16인치 구경의 큰 반사망원경을 사용해 직접 눈으로 하늘을 살피거나, 아스트로 카메라로 불리는 밝고 시야가 넓은 망원경으로 사진을 찍어 찾는 것이다. 햐쿠다케를 포함해 150mm 쌍안경을 사용하는 일본의 안시 탐색자들은, 일몰 후와 일출 전 약 2시간 동안 해가 지나는 길인 황도를 중심으로 좌우 45도, 수직 방향으로 30도 영역인 약 5천4백평방도의 하늘을 집중 조사한다. 이들은 탐색을 시작해서 평균 4백시간 이상을 보낸 뒤 첫 혜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중 미노루 혼다는 12개, 윌리엄 브레드필드는 17개의 혜성을 안시관측으로 발견했다. 안시관측에서 중요한 도구가운데 하나는 일본 후지논사에서 생산되는 150mm 쌍안경이다.
이것은 원래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해군의 전함용으로 개발된 제품인데, 넓은 시야와 선명한 상 때문에 햐쿠다케혜성, 기우치혜성, 야나카혜성을 발견하는데 사용됐다. 이 쌍안경으로 볼 수 있는 별의 극한등급은 13.0이지만 혜성은 별과 같은 점광원이 아니기 때문에 2등급 이상 더 밝은 약 10.5등급 정도가 한계등급이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탐색가들은 대형 반사망원경을 더 선호한다. 대표적인 것이 16인치 반사 망원경으로 헤일-밥혜성을 발견한 헤일, 슈메이커-레비혜성의 공동발견자 데이빗 레비 등 주로 미국이나 호주처럼 관측지의 하늘상태가 좋은 지역에서 많이 사용한다. 발견 가능한 한계등급은 12.5등급.
한편, 사진으로 혜성을 찾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슈미트 카메라의 고유영역이었다. 팔로마산 천문대에서 슈메이커 부부와 레비는 18인치 슈미트 카메라를 사용해 20개 이상의 혜성을 골라냈고, 그중 하나가 지난 94년 목성 표면에 떨어졌던 슈메이커-레비 제9혜성이었다. 또 같은 천문대에 있는 1.2m 슈미트 카메라의 건판 조사 작업을 하는 여성 관측자 진 뮬러는 지금까지 역사상 가장 많은 30개 이상의 혜성을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혜성들의 대부분은 16-19등급으로 매우 어두워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아마추어들의 경우, 사진탐색에는 펜탁스사의 400mmF4 망원렌즈가 즐겨 사용된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루기 쉬워 작업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작업방법은 안시탐색과 비슷해서 새벽 동쪽 황도 부근을 흑백 필름인 Tmax400 으로 5분씩 노출, 두 시간 동안 20여 구역을 촬영하는 것이다. 이때 필름은 한번에 8도X10도 범위가 촬영되므로 두 시간 동안 약 1천6백평방도를 찍을 수 있는데, 주로 한꺼번에 두 대를 사용해 면적을 넓힌다. 찍은 필름은 바로 현상하여 이전에 같은 지역을 촬영한 필름과 함께 실체 현미경이나 점멸비교기로 비교하여 새로운 혜성 존재 유무를 확인한다.
이 방법은 눈으로 직접 살피는 경우보다 조사할 수 있는 면적이 1/2에도 못미치지만 훨씬 더 어두운 13.5등급의 혜성까지 찾을 수 있고 안시탐색보다 육체적으로 덜 피곤한 장점이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쿠시다나 다케미자와가 이 장비를 사용해 3개의 새로운 혜성을 찾아내면서 요즘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편이다.
대형 망원경이 싹쓸이
하지만 요즘은 위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한 아마추어관측자들의 탐색작업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 몇년 전부터 작은 천체들에 의한 지구 충돌가능성이 화제가 되면서 지구 접근 소행성의 발견과 통계적 연구를 위한 관측 프로그램인 LINEAR, LONEOS 등 이 대학과 주요 대형 천문대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부산물로 새로운 혜성의 대부분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에는 20-30인치급 슈미트 망원경이나 군사위성 추적·감시용으로 만들어진 GEODSS로 불리는 구경 1m(F/2) 반사망원경이 빛에 민감한 CCD 카메라와 함께 사용된다. 필름사용에 비해 1/3 넓이밖에 찍을 수 없지만, 아주 짧은 노출시간에도 18-20등급의 별까지 찍히기 때문에 맑은 날 밤이면 10시간 동안 전하늘의 60% 이상을 조사할 수 있다.
이런 망원경들을 동쪽하늘이나 서쪽하늘을 향해 고정해 놓으면 별들은 일주 운동으로 망원경 앞을 흘러가고, 이때 찍힌 별들은 이전에 찍혀진 하늘과 자동으로 겹쳐지면서 소행성과 혜성처럼 위치가 변하는 천체들과 밝기가 변한 별들을 자동으로 골라진다. 그 결과 1km 크기의 소행성이나 화성 궤도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어두운 혜성들이 2-3년 전에 비해 5배 이상이나 더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전처럼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혜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줄어들어 버렸다.
여자의 긴 머리털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리스어로 komet(머리털)로 이름지어진 혜성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중앙에는 얼음(H₂O)과 먼지로 구성된 평균 지름 10km 정도인 땅콩처럼 생긴 핵이 있고, 핵의 표면에서 태양의 열로 얼음과 먼지가 녹아 승화되면서 솜사탕처럼 핵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밝은 코마가 있다. 이 뒤로 태양 반대쪽으로 길게 뻗은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2종류의 꼬리가 있다.
혜성의 꼬리가 푸른 이유
혜성이 태양에서 멀리 있을 때는 코마나 꼬리가 없이 핵만 존재한다. 그러다 소행성 대에 가까운 거리인 2.5AU 부근에서 혜성의 주성분인 얼음이 증발하면서 코마가 커지기 시작한다. 혜성이 1.5-2AU(화성 거리부근)정도로 태양에 더 가까워지면 태양복사압과 태양풍으로 코마 물질이 태양 반대쪽으로 밀려나가 뒤로 2개의 꼬리가 만들어지는데 푸른색은 이온 꼬리, 밝고 누런 색은 먼지 꼬리이다. 이온 꼬리는 좁고 거의 직선 형태인데 일산화탄소(${CO}^{+}$)이온에서 나오는 빛으로 푸른색으로 보인다. 먼지 꼬리는 혜성에 포함된 먼지의 양에 따라 크기가 결정되는데, 먼지입자는 가스입자보다 크기와 질량이 크기 때문에 태양풍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혜성의 운동방향에 영향을 받아 뒤쪽으로 많이 휘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혜성의 이름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데, 서로 다른 사람들이 동시에 발견했을 경우 발견 순으로 3명까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아시아에선 일본과 중국, 필리핀에서만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적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천문대와 대학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전천탐색 연구를 시작했으므로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이 붙은 혜성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