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 2호는 천왕성에 81만km까지 접근해 위성수가 15개, 고리수가 10개임을 밝혔다.
"3월 13일 화요일 밤 10시에서 11시사이, 나는 쌍둥이 자리에 있는 작은 별 H 제미노룸(Geminorum)근처를 관측하던 중, 유난히 밝게 보이는 천체가 있어 이를 주목하게 됐다. 이 별은 내가 관심을 가질만큼 크기가 유별났고, 그래서 나는 이 천체의 밝기를 H 제미노룸과 마차부자리와 쌍둥이자리 사이 90º 떨어진 위치에 있는 작은 별의 밝기와 비교했다. 이 미지의 천체는 비교대상의 별들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이 천체가 혜성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태양계의 일곱번째 행성인 천왕성을 발견한 영국의 위대한 천문학자 월리엄 허셀(William Herschel)이 1781년 4월에 천왕성의 발견사실을 발표한 논문의 서두다. 이 천체는 망원경에 별과 같은 점으로 나타나지 않고 청록색의 작은 원반의 모습으로 보인다. 허셀은 이 천체를 처음에는 혜성이라 생각하고 수주일동안 그운동을 추적했다. 수개월 후에는 궤도가 계산됐고 궤도가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주 어둡고 맑게 갠 밤에는 천왕성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 불 수 있는 별들 중에서 가장 흐리게 보이므로 다른 별들과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천왕성은 망원경으로 그 운동이 추적될 때까지 행성으로 알려지지 못했다. 이 천체는 1690년 이후 적어도 20번이나 성도(星圖)에 보통별로 기록됐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처럼 여러번 기록됐음에도 불구하고 천왕성이 행성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은 흐릴뿐만 아니라 태양에서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하늘에서 위치 변화가 작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태양주위를 한번 공전하는데 걸리는 공전주기가 84년이나 돼 다른 별들에 대한 상대이동이 아주 작다. 결국 천왕성은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이후에 발견된 첫번째 행성이 되었다.
주피터의 할아버지
허셀은 이 천체의 이름을 당시 영국을 통치하던 조지(George)Ⅲ세의 이름을 따서 Georgium Sidus로 할 것을 제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허셀이라 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행성의 이름은 희랍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을 붙인다는 전통에 따라 우라누스(Uranus), 즉 타이탄(Titan)의 아버지이며 주피터(Jupiter)의 할아버지 이름을 따서 명명하게 됐다.
허셀은 탐사작업을 계속해 1787년에는 천왕성의 큰 위성들인 타이타니아(Titania)와 오베론(Oberon)을 발견하기도 했다.
천왕성은 망원경으로 보아도 아주 작고 흐리게 나타나므로 그 크기를 직접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1977년에 이 행성이 어떤 별의 표면을 통과하는 소위 별의 엄폐(掩蔽)현상이 일어났다. 이 때에 천왕성이 움직이는 속도와 별을 가리는 시간을 측정해 이 행성의 직경을 구할 수 있었다. 천왕성의 적도지름은 5만1천2백km로서 이는 토성 지름의 반보다 조금 작고 목성지름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구 지름보다는 4.01배나 크다.
천왕성은 5개의 비교적 큰 위성을 포함해서 모두 15개의 위성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 위성들의 공전궤도와 주기를 측정한 후 이를 케플러(Kepler)의 제3법칙에 적용하면 질량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한 천왕성의 질량은 8.67×${10}^{25}$kg으로 이는 지구 질량의 14.5배에 해당한다. 크기와 질량으로부터 계산된 천왕성의 밀도는 1㎤당 1.2g으로 이 값은 목성의 밀도와 유사하다.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는 19.218 천문 단위(AU)인 28억 7천 1백만 km다. 궤도 주기, 즉 천왕성의 1년은 84.01년이고 궤도는 지구궤도인 황도에 0.77º기울어져 있다.
천왕성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특이한 자전이다. 이 행성의 자전축은 다른 행성들과는 달리 공전면과 거의 평행하게 놓여있다. 즉 공전면에 누워서 자선하는 셈이다. 자전축이 공전축에 정확히 97º55'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북극이 황도면의 조금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천왕성의 공전주기가 84년이니까 남극이 태양쪽을 향한 시점에서 42년이 지나면 태양 반대쪽을 향하게 된다. 즉 양극 영역에 가장 뚜렷한 여름과 겨울이 생기고 그 바뀌는 기간은 42년이다.
천왕성의 하루, 즉 자전주기는 이 행성의 자기장과 태양풍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생기는 전파의 변화를 측정해 결정됐다. 적도에서 자전주기는 17.24시간으로 밝혀졌다.
보이저 2호의 성과들
보이저2호 우주선은 소총 총알의 10배 속도에 상당하는 시속 67만 4천km 속도로 천왕성의 고리와 위성들 사이를 마치 헤엄치듯 빠져나가면서 1985년 11월부터 탐사를 시작했다. 보이저2호는 1986년 1월24일에 천왕성에 가장 가까운 81만 km까지 접근했다. 이 우주선은 열번째의 고리와 열개의 작은 위성들을 발견했으며 수천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이것은 천왕성이 발견된 후 보이저 탐사까지의 2백5년간 인간이 알아낸 정보보다도 훨씬 많은 것이었다.
천왕성을 망원경으로 보면 열은 녹색의 원반일뿐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띠는 보이지 않는다. 천왕성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은 태양빛이 이 행성의 대기를 깊숙이 침투한 후, 붉은 색의 대기중에서 흡수되고 녹색의 대부분이 우주공간으로 반사돼 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기가 붉은 색을 흡수하고 녹색을 반사시키는 것은 대기중에 있는 메탄(${CH}_{4}$)가스 때문이다. 천왕성의 대기는 주로 수소 분자(${H}_{2}$)로 이루어져 있으나 헬륨(He)이 10~1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천왕성 대기 중의 메탄 가스 함량은 목성이나 토성 대기 중의 양보다 10배나 더 많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천왕성 대기의 스펙트럼중에는 다른 목성형 행성들과는 달리 암모니아(${NH}_{3}$)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암모니아가 대기중에 없는 것은 아니고, 태양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대기 상층부의 온도가 58K(-2백15℃)로 낮으므로, 암모니아가 얼어서 결정체를 이루어 대기의 밑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보이저 관측에 따르면 천왕성에서는 목성이나 토성에서와 같은 태풍은 관측되지 않았으나, 강한 바람은 불고 있었다. 위도 60º 부근에서는 자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초속 2백m의 바람이 불고 있었으며, 적도 부근에서는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초속 1백m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또한 이 행성은 북극 근처가 적갈색으로 조금 어듭게 보이는데, 이는 상층 대기의 조직적인 운동으로 극 부근에 메탄과 아세틸렌 등의 탄화수소 분자가 집중돼 있어 생기는 안개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는 마치 대도시 상공에 생기는 검은 스모그(smog)와 같은 것이다.
천왕성의 내부 구조에 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천왕성의 내부 압력이 액체의 금속성 수소를 형성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천왕성의 내부는 금속성 수소층을 뺀 목성이나 토성의 구조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행성의 중심핵은 암석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바깥쪽에 얼음층과 수소분자층이 놓여있을 것이다. 천왕성은 대략 15%가 수소와 헬륨, 60%가 물 메탄 암모니아의 얼음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 25%가 규산염과 철 등의 토양 물질로 이루어져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보이저2호는 천왕성에서 또 다른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천왕성에는 지구 자기장 세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기장이 존재하는데 그 자기축이 회전축에 58.6º나 기울어져 있고, 자기의 북극이 지리학적인 남극에 가깝게 놓여있다. 이 특이한 현상은 아마도 천왕성의 자극(磁極)이 현재 뒤집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생긴게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 실은 지구에서도 이러한 자극의 전환이 약 70만년 전에 일어났던 것으로 믿어진다. 이 자기장 때문에 천왕성 주변에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로 이루어진 자기권(磁氣圈)이 형성돼 있다. 자기권의 존재를 나타내는 오로라가 천왕성의 어두운 쪽에서 실제로 관측됐다.
고리가 어두운 이유
천왕성에도 고리가 있다는 사실은 1977년 세팀의 천문학자들에 의해서 우연히 발견됐다. 그들은 천왕성이 흐린 별의 전면을 통과하는 현상을 관측하고 있던 중, 천왕성이 이 별을 완전히 가리기 전에 별이 몇번 순간적으로 어두워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것은 고리가 이 별빛을 가려서 흐리게 만든 것이다. 천왕성에는 아홉개의 고리가 적도면에 거의 평행하게 놓여 있음이 1987년에 발견됐고, 그 후에 보이저2호가 하나를 더 발견해 고리의 총수는 10개로 알려졌다.
천왕성의 고리 구조는 토성의 고리와는 전연 다르다. 아홉개의 고리들은 대략 세개의 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즉 고리 6, 5, 4는 천왕성 중심에서 약 4만2천5백km의 거리에 있고 고리 알파와 베타는 4만5천km에, 그리고 고리 감마(γ), 델타(δ), 에타(η)는 4만 8천km에 놓여있다. 홀로 있는 고리 엡실론(ε) 5만1천km에, 새로 발견된 고리는 델타(δ)와 엡실론(ε) 고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고리들의 대부분은 아주 가늘어서 폭이 수십m에서 수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엡실론 고리는 폭이 약 1백km로 상당히 넓은 편이다. 이 고리는 두개의 작은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천왕성 고리들이 최근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이유는 고리가 가는 탓도 있겠으나 그들이 아주 어둡기 때문이다. 천왕성의 고리를 이루는 물질은 목성이나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물질과는 달리 크기가 1m 이상인 검은색의 큰 덩어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토성고리 물질이 입사하는 빛의 80% 이상을 반사하는데 반해서 천왕성의 고리물질은 겨우 5% 정도 밖에는 반사시키지 못한다. 이 물질은 주로 검은 탄소물질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 물질들은 어쩌면 토성 주위를 돌던 작은 위성이 지구 크기의 천체와 충돌을 일으켜서 부서져 생긴 것으로 믿고 있다.
15개의 위성들
천왕성에는 다섯개의 위성이 있는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86년 보이저 2호가 10개의 작은 위성을 새로 발견해 위성 수는 모두 15개로 늘어났다.
다섯개 주요 위성들은 모두 행성의 적도면에서 궤도 운동을 하고 운동 방향은 행성 자전 방향과 같다. 이들이 행성의 적도면에 놓여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본 이들의 궤도는 21년마다 측면이 보였다, 전면이 보였다 한다. 즉 1966년에는 측면이 보였고 1987년에는 전면인 원궤도가 보였다.
다섯개 주요 위성중에서 미란다(Miranda)가 가장 작고, 또 행성에 가장 가깝다. 이 위성의 표면은 주름잡힌 모습이며 크레이터 협곡 절벽 등이 존재한다. 위성들 중에서 가장 먼곳에 있고 또 두번째로 질량이 큰 오베론(oberon)은 수많은 충돌크레이터로 덮여있고, 여기서 흘러나온 물질로 이루어진 밝은 줄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 큰 산이 있는데 높이가 5km나 된다.
타이타니아(Titania)는 가장 큰 위성인데 표면은 수없이 많은 충돌크레이터로 덮여 있다. 또한 이 위성에는 거대한 계곡들이 있다. 이 계곡들의 폭은 50〜1백km, 길이는 수백 km에 이른다.
아리엘(Ariel)에도 충돌 크테이터가 넓게 분포돼 있고 표면에는 갈라진 틈과 단층이 있다. 이 갈라진 틈으로는 액체가 흘러든 후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엄브리엘(Umbriel)도 충돌크레이터로 덮여 있으나 다른 특이한 모습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이 위성에서는 크레이터가 형성된 후 어떤 지질작용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오베론 타이타니아 엄브리엘 그리고 아리엘 등 네개의 위성들은 모두 토성에 있는 비숫한 크기의 위성들보다 밀도가 상당히 크다. 이들은 주로 얼음과 암석으로 구성됐으나 토성의 위성들에 비해 얼음의 양이 적은 것으로 추측된다. 즉 이들은 얼음이 60% 이하, 암석이 40%의 비율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믿어진다.
보이저2호가 발견한 10개의 위성들은 모두 앞에서 설명한 5개의 위성보다 안쪽에서 궤도를 돌고 있으며 크기도 훨씬 작아서 반경이 20~85km에 불과하다.
케풀러의 법칙
케플러의 법칙이라 하면 △행성은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그리면서 공전하며(1법칙) △같은 시간에 움직인 행성의 면적속도는 일정하며(2법칙) △행성 공전주기의 제곱은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3법칙)는 세가지 법칙을 말한다. 1, 2법칙은 화성 관측을 통해 얻은 것으로 1609년에 발견됐고, 3법칙은 1619년에 발표됐다. 케플러의 법칙은 후에 뉴턴의 만유인력법칙 발견에 중요한 수학적 기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