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소련이 무모한 군비경쟁을 계속하고 있을 때 잘 알려지다시피 일본은 상품화 할 수 있는 하이테크에 돈과 인력을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일본은 이제 하이테크분야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나라가 되었다. 엔(¥)화가 오르기 이전의 숫자(지난86년)로 볼때 미국은 흑자가 80억달러였는데 일본은 무려 3백80억달러. 미국은 지난 82년에 1백60억달러의 흑자를 냈었지만 4년뒤에는 늘기는 커녕 오히려 반으로 줄어 버렸다.
또 투자규모를 보면 일본은 주력업종의 하나인 전자분야에서 80년대 평균 50%씩이나 액수를 매년 증가시켰다.
반면 미국은 20%, 유럽각국은 평균 10%정도.
일본이 오늘날 가장 외환보유고가 많은 나라이고 첨단산업에서 우위를 접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만하다.
최근 프랑스의 피가로신문사에서 간행하는 피가로잡지는 이런점을 지적하면서 "무기로 싸우는 세계 3차대전은 끝났다. 앞으로는 지식산업의 시대이며 인공지능을 포함한 전자·컴퓨터경쟁의 우승자가 세계 최강국"이라고 썼다. 피가로잡지는 또 이런 관점에서 현재에도 가장 앞서있고 21세기초에 확실하게 최강국으로 올라설 나라는 일본이라고 전망했다.
이 잡지는 고르바쵸프의 개방·개혁정책의 배경에는 일본을 의식, 미·소의 낭비적인 군비경쟁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깊게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측에서도 '열강의 흥망'을 써서 유명해진 '폴 케네디'교수가 "일본은 지금의 상승추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경제적 활력은 일본을 세계의 주요 강국으로 만들것이다"라는 말을 한 것에 주목해야 할것이라고 이 기사는 전했다.
주일대사였던 '맨스필드'가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한 태평양 공동체를 제창하고 이에대해 미국의 지식층이 관심을 갖는 것도 이것이 '미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재 일본에는 주요대학주변에 첨단과학의 연구와 응용을 담당할 16개의 연구·과학도시가 이미 건설되었거나 5년이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도시야말로 우주선을 띄워올리는 로킷 발사대로 비유할 수 있다. 일본을 세계 최선두로 쏘아올리는 역할을 할것이기 때문이다. 연구·과학도시는 일본 열도의 북쪽끝에서 남쪽끝까지 산재해 있다. 대학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연구·과학도시에 는 연구소, 실험실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지역의 산업체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것이 일본의 미래'라고 일본에 있는 서구인이나 미국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곧 군사대국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미래의 위협적 존재로 소련보다 일본을 더 무섭게 생각하는 미국인들도 상당수 있다. 과연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레이건대통령의 스타워즈계획에 찬동하고 군비증강을 강조한 '나카소네' 전수상보다 미소정책을 펴고 있는 현 '다케시타'수상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일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에서 그들이 매우 전쟁을 싫어한다는것 등은 일본이 미래에도 평화지향적일 것 이라는 추측을 어느 정도 가능케 하고 있다.
어쨌든 무기에서 지식(전자·컴퓨터 산업)으로 힘의 저울추가 옮겨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