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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쿼크 좇는 슈퍼 컴퓨터

연산속도의 한계 넘는다


페르미연구소의 4단계 충돌시험 측정설비


원자의 구조를 찾는 입자충돌실험 등의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스스로 알맞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립 페르미 연구소의 물리학자들은 최근 자신들이 만드는 새로운 컴퓨터에 들어갈 부품을 마지막으로 시험하고 있다. 이 부품은 세계에서 계산속도가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의 기본 구성단위가 될 것이다.

MAPS 즉 '다중연산장치를 이용한 응용 컴퓨터 프로그램' (Advanced Computer Program Multiple Array Processor System)이라고 불리는 이 기계는 엄지손톱 크기의 마이크로프로세서 6백개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 마이크로프로세서 각각의 성능은 일반 개인용 컴퓨터의 수백배에 달한다.

이런 컴퓨터의 출현을 가장 고대하고 있는 사람은 이론물리학자들이다. 쿼크(quark)의 특성을 예측하는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최고수준의 컴퓨터보다 우수한 컴퓨터가 필요하다.

현재 미국에서 최소한 다섯 그룹 그리고 일본과 이탈리아가 이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흔히 병렬컴퓨터(parallel computer)라 불리는 이 기계들이 답을 내놓기 시작하면 그로부터 1년내에 현대물리학의 기본 가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과제는 이제 계산속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페르미연구소의 책임자인 존 피플즈 박사의 말이다.

각 부분 별도 프로세서 에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그리 비싸지 않은 기성품들을 서로 연결해서 강력한 병렬처리컴퓨터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 컴퓨터는 분석대상의 독립적인 부분을 각각 별도의 프로세서에 할당함으로써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즉 병렬형 컴퓨터들은 풀 문제를 수백개의 작은 부분으로 쪼개 계산함으로써 속도를 높인다. 이는 현재의 사무용이나 과학용 컴퓨터들이 단계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과 비교된다.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컴퓨터의 연산능력은 어마어마한 정도다. 실제로 이론물리학자들은 지금까지의 이론들을 증명, 아니면 반박하는 데 얼마만한 연산능력의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지를 정확히는 계산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대략 가늠해 보면 일정수준의 정확도를 갖고서 쿼크와 관련된 이론을 검증하는 데는 1만크레이(cray)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세계에서 제일 빠른 크레이컴퓨터로 1년이 넘게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이론물리학의 기본문제 해결용의 특수 슈퍼컴퓨터를 제작하고 있는 페르미연구소는 처음 개발한 1세대 기계보다 10배이상 빠른 시스템 개발작업을 거의 끝내가고 있다. 이 기계가 만들어지면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영광은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 15개 대학 연합팀이 싱킹 머신즈(Thinking Machines) 사(社)와 공동으로 세계최초의 테라플롭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있기 때문.

테라(tera-)라는 접두어는 10의 12제곱, 즉 1조(兆)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테라플롭 컴퓨터는 1초에 1조개의 수학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현재의 슈퍼컴퓨터는 1초에 30억~50억개의 계산을 할 수 있다. 이 테라플롭 컴퓨터는 1993년에 완성될 전망이다.

새로운 슈퍼컴퓨터의 출현은 실험물리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페르미 연구소에서는 데바트론 가속기에서 양자와 반양자가 충돌할 때 나오는 수테라바이트(byte)에 달하는 결과를 연구하고 있다. 1테라바이트는 1조개의 글자나 숫자에 해당되고 대략 백과사전 2천권 분량이 된다.

현재 페르미연구소의 실험물리학자들이 입자충돌을 통해 심혈을 기울여 찾고 있는 것은 톱 쿼크(top quark)다. 쿼크 중에서 가장 무거운 입자인 이 톱 쿼크를 찾기 위해 페르미 연구소 측은 거대한 가속기 외에 4단계로 이루어진 충돌시험 측정설비(collider detector facility)를 설치했다. 이 측정기는 2~3조바이트에 이르는 충돌을 기록해낸다.

측정기에 기록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페르미 연구소에서는 '팜즈'(farms)라고 불리는 명령어 단축형 컴퓨터(RISC, Reduced Institution Set Computer)를 이용해 측정장치에서 나오는 출력을 한데 모으고 있다. 팜즈를 이용해 데이터를 추려내도 원래 데이터의 10분의 1이상, 즉 2천3백억 바이트 정도의 데이터가 남는다. 이를 처리하려면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페르미연구소나 각국의 고(高)에너지 분야 연구소에서는 특수컴퓨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상관관계 연구를 위한 3차원 모형(matrix)^이론에 따르면 쿼크는 글루온이라는 점착제로 여결된 대리석조각으로 볼 수 있다. 이 모델의 작은 부분들은 페르미 연구소에서 개발중인 슈퍼컴퓨터의 각 프로세서에서 맡아 계산한다.


양자색역학 증명도

한편 병렬형 컴퓨터는 양자색역학(Quantam Chromo Dynamics, QCD)이론을 검증하는 데도 사용된다. QCD이론은 쿼크들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이 상호작용에 의해 양자(proton) 중성자(neutros) 또는 다른 관련입자들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입자들은 서로 묶여있는 것이다.

색역학(chromodynamics)이란 말은 물리학자들이 쿼크의 다른 상태 즉 전하량이 다른 점에 착안해 여러가지 색깔로 분류한 데서 비롯됐다. 즉 쿼크는 전하량에 따라 붉은색 보라색 초록색으로 분류되고 각각의 반(反)입자는 남색 노랑 자홍색(magenta)로 표시된다.

1974년 코넬대학의 물리학자인 케네스 윌슨 박사는 QCD이론을 3차원 격자구조로 설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몬테카를로기법이라는 수학적인 테크닉을 응용하면, 이 격자구조의 눈을 세밀하게 만들 수 있고, 그에 따라 상당히 정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 격자배열에 의해 위치와 시간은 각각 다른 점으로 나타내는데 몬테카를로법이란 일련의 난수(random number)를 이용해 다른 방법으로는 풀 수 없는 수학적인 난제를 푸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몬테카를로 기법은 병렬처리컴퓨터(parallel computer)에 응용하기에 알맞으며 입자물리학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특수컴퓨터의 경우에는 아주 이상적이다.

한편 새로운 컴퓨터의 개발은 기존의 컴퓨터 시장에도 변화를 몰아오고 있다. 최근까지의 초고속 컴퓨터들은 '병렬처리'라는 개념에 익숙치 않았다. 크레이사에서 만든 슈퍼컴퓨터들은 많아야 서너개 정도의 초고속 프로세서들을 병렬로 늘어놓고 빠른 속도를 이용, 최대한 빨리 하나씩 처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비행기 날개 위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 같은 유체역학의 문제나 기본입자의 격자구조 같은 문제들의 경우 수백개의 프로세서를 연결해 병렬처리하는 방법이 더 낫다는 게 판명되고 있다.

최근의 MAPS 슈퍼컴퓨터는 2세대컴퓨터라고 하며 3년간에 걸친 페르미 연구소의 노력의 성과다. 가격이 1백만달러 정도인 이 MAPS는 인텔사의 i860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사용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중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MAPS는 모두 3백개의 노드를 갖는 병렬처리 컴퓨터가 되며 최대 50기가(giga)플롭의 연산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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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존 마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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