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 해상공항 발전소 오피스텔 박물관 해양농장 등이 군데군데 떠있다. 별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해양, 무한한 가능성과 낭만을 간직한 인류 최후의 미개척지(frontier)다. 육지는 이제 만원이다. 현재 52 억의 가족을 거느린 지구는 벌써부터 식량과 에너지 등 주요자원난에 공해와 핵공포까지 겹쳐 비틀거리고 있다.
육지에서 여러가지 한계를 느낀 인간은 해양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지구의 3분의 2인 바다에서 인류의 보다 풍부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없을까 하고 시선을 돌린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주로 항해의 공간으로 이용했던 바다는 이제 해저에서 잠자고 있는 막대한 석유나 광물자원을 서로 차지하려는 개발경쟁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속에는 60여종의 미이용원소의 용존물질이 용해되어 있고 또 총량으로 20억t이 넘는 어류가 살고 있다. 광활한 해상공간에는 무한정하며 무공해 청정(clean)에너지인 조력, 파력, 해양온도차 발전소 등이 건설되고 있으며 새로운 생활이나 생산활동의 장소로서 개발되고 있다.
고베항의 포트아일랜드
이와같이 해양은 식량 에너지 광물 공간자원 등이 막대하게 부존된 자원의 보고로, 국토면적이 협소하고 육상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개발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국토가 협소한데다 평지가 비교적 적은 우리나라지만 국토의 3배가 넘는 대륙붕, 총 연장 1만7천㎞에 달하는 긴 해안선과 3천개가 넘는 크고 작은 도서가 있으며 무한한 바다가 있는 것이다.
해양에 거주시설을 만들거나 공항 항만 발전소 등을 건설하는 것은 해양공간이용의 한 방편이다. 주거장소의 건설위치에 따라 해상도시 해중도시 해저도시로 구분되지만 그 어느 것이나 아직 구상중이거나 개발단계에 있다. 인간의 거주지를 해상에 건설하려는 해양도시의 구상과 함께 인간은 지상에서 살고 공장 발전소 등의 산업시설을 해상에 건설하려는 콤비나트(combinat)구상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공장의 과밀화와 공해방지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업단지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으로 이전시키고 수로나 터널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거대한 콤비나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1975년 오키나와 해양박람회에서 전시됐던 해양도시 '애쿼폴리스'(Aquapolis)는 용지난과 공해문제 등으로 해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공장(plant)을 해상기지에 건설하려는 첫 시도로서 높이 평가됐다. 또한 일본 고베항의 '포트아일랜드'(Port Island)는 1981년 완공된 매립식 인공섬(규모는 5백 38ha)으로서 국제회의장 호텔 상업시설 등의 업무용 시설과 주거 학교 휴식공간 문화시설 등의 거주시설이 자리잡은 광대한 연안해양 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신해양 기술도시의 네가지 조건
최근 일본에서는 지금까지의 기술개발의 성과를 대단위 규모로 실증할 수 있는 신해양기술도시(Marine Technopolis)의 건설계획을 발표, 지금 한창 준비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 도시는 외해역에 인공섬을 축조하고 그 주위의 해상에 호텔 문화회관 해양기술관 등의 시설을 건설하여 각각을 해상터널 등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양도시의 건설에는 해결되어야 할 불가결한 여러 조건이 따르지만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제일 먼저 도시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에너지의 확보가 필요하다. 해양도시는 당연히 바다에서 에너지를 추출하여 이를 이용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조류나 온도차 발전, 간만의 차나 파도의 힘을 이용한 장치, 이와 더불어 태양열이나 풍력에너지와 같은 자연에너지를 다양한 형태로 복합시켜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두번째로서는 용수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를 위시한 극동아시아권에서는 1천~2천㎜ 범위의 풍부한 강우량이 얻어지므로 재순환시스템과 해수의 담수화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해양도시의 용수문제는 경제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세번째로 육상과의 교통연결문제다. 해저터널이나 연육교가 건설되고 최신첨단기술의 발달로 고속 대형선이 개발되어 날씨와 관계없이 육지와 연결될 수 있다.
넷째로 통신의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이크로웨이브(전자파)로 통신을 확보하는 방안과 함께 우주통신위성을 이용하여 육상도시 혹은 세계 곳곳의 도시와 교신 네트워크(통신망)를 구축하고, 또 도시내의 통신문제에 대해서는 광케이블을 사용하여 완전한 통신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있다.
매립식에서 유각식으로
지금까지 해양도시의 건설은 주로 매립에 의해 바다를 메워 육지를 만들고 그곳에 임해도시를 건설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매립이라는 원시적인 방법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해중에 띄워놓는 공항이나 항만시설이 거의 실용화되고 있으며 수중에다 그대로 관광호텔을 짓는 새로운 공법도 개발되었다.
최근에 구상되는 해양도시 건설안은 매립식이 아닌 파일(file)을 해저에 박는 유각식 공법이 많이 제안되고 있다. 바다를 흙으로 매립할 때 공사 기간동안 바닷물이 더러워지고 해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 공법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이용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뿐 아니라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널리 채택되고 있다.
해상도시의 건설비는 토지의 이용목적, 규모, 건설지점의 해저지반, 파도 등의 해상조건에 의해 좌우되며 수심 30m 정도까지는 매립식이 경제적인 경우가 많다. 수심이 30m를 넘으면 수심이 깊어질수록 석유굴착용 재킷(jacket)이나 잭업(jack-up) 리그(rig) 등을 활용하는 유각식 방법이 경제적이다.
이같은 기술공법의 변천에 따라 차세대 해양도시는 먼 외해역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24시간 이용가능한 공항과 최첨단 해양산업시설을 비롯한 INS(Information Network Service)기능을 갖춘 해양정보도시가 될 것이다. 해양정보도시의 첨단산업 존(zone)에는 메카트로닉스 신소재 생물공학 초전도 등과 같은 그 시대의 기술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최신기술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설비를 배치한다. 에너지 존에서는 태양광이나 파력에 의한 클린에너지 발전을 행해, 인공섬 배후의 정온(定溫)해역에 설치된 해양목장에 온수를 공급한다. 인공섬 배후에 조성된 광대한 정온해역에는 해양목장이나 양식장을 설치하고 인공섬내에서 키운 치어나 종묘를 방류하여 신선한 수산자원을 얻을 수가 있다.
통근수단은 비행기
인공섬의 교통수단은 육로 해로 항공의 세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해저터널이나 연육교, 호화객선이나 페리호를 위한 안벽(岸壁)이나 여객터미널, 1천5백m 정도의 활주로를 건설하여 소형제트기도 발착할 수 있는 근거리통근(commuter)공항 등을 설치한다. 또한 도시존에는 인텔리전트(intelligent)기능을 갖춘 오피스존과 상업존, 점점 활발해지는 국제교류에 대응한 국제회의장 전시장 비즈니스센터와 도시의 재해발생시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관리 기능을 겸비한 시설 등이 자리잡는다. 복지문화존에는 박물관 미술관 다목적홀과 향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좀더 윤택한 도시기능을 갖춘 수상도시를 건설한다.
이와같이 21세기의 미래지향적인 해양도시는 해양의 표면과 그 위의 공간을 다목적으로 이용한 해상도시 해상비행장 해상농장 등으로 구상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생활공간은 해양으로 무한대로 확장되어 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개발 기술은 바다를 매립하여 국토를 넓히는 차원에 있다. 바다를 개발해 국토를 넓히려는 꾸준한 노력과 함께 진일보하는 현대과학, 그중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하는 전자기술 재료기술 생명공학기술 등을 주축으로 첨단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동경의 대상인 해양도시의 개발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부산인공섬 건설계획 사업확정됐으나 환경단체 반발 거세
일본 고베의 포트아일랜드를 본따 부산시가 추진해온 인공섬 건설계획은 지난해 10월 사업승인이 났으나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이 '인공섬문제 시민대책협의회'를 결성, 반대운동을 펴고 있어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교통난 용지난 재정난 등 이른바 '3난'을 겪고 있는 부산시는 이의 타개책으로 89년 3월 부산 남항 앞바다를 매립해 삼각형 모양의 인공섬을 만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그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마련한 건설 기본계획을 보면 96년까지 1백88만 평을 해발 2.8~5m 높이로 매립하고 2001년까지 모든 시설을 완성시켜 환상의 해상도시로 꾸며간다는 것이다. 인공섬에는 아시아 최대의 컨테이너항과 텔레포트(teleport, 국제 통신 중계기지) 그리고 증권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무역수산센터 등 상업문화시설, 주거관리와 공원녹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시는 이 사업으로 조성되는 1백10만평(시가 3조3천억원)을 민간 기업에 매각, 신도시 건설비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도로망구축과 영세민구호에 사용하는 한편 오는 98년 인공섬에 엑스포98(EXPO98)을 유치한다는 거창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그러나 부산시의 인공섬 건설계획은 먼저 정부차원에서 반론이 제기됐다. 해운항만청은 현재 추진중인 부산항 컨테이너 확장공사가 끝나는 95년이면 항만부족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인공섬 컨테이너항 건설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환경처는 지난해 9월 '매립후의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이 결여됐다'며 건설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즉 △해수교환율이 10%이상 떨어지고 유속이 감소돼 연안 수질오염이 가중될 위험이 있으며 △주변어장 및 양식장의 소멸과 생태계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고 △송도 영도지구의 토취장개발에 따른 자연훼손이 크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청와대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러한 부처간 이견은 세부계획 및 사업실시단계에서 반영하기로 하고 인공섬건설계획은 부산시 원안대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오건환(부산대·지질학) 박용섭(한양대·해운경영) 윤철현(동아대·도시공학) 등 일부 교수들과 환경·시민단체들은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부산공해추방 시민운동협의회, YMCA, 천주교 정의구현 부산연합 등 20개 단체들은 지난해 9월 '인공섬문제 시민대책협의회'를 결성, 이 공사가 강행될 경우 서명운동 공청회 등을 열어 인공섬건설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