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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일기] ‘오피스 아워’에 자주 찾아가 교수와 친해지기

 

미국 대학이 한국 대학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바로 학과 생활일 것이다. 입학할 때 학과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의 경우에는 계열(문과, 이과)조차 정하지 않고 대부분 2학년, 이르면 1학년이 끝날 무렵 학과를 정한다. 


그러다 보니 입학할 때 학과에서 공식적으로 ‘너희들은 화학과 몇 학번이야’라며 진행하는 환영 행사도 전혀 없다. 수업을 같이 들어야만 같은 학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3학년 때 처음 본 동기도 있다. 


한국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니 단합대회나 MT(수련모임) 등 학과 활동이 정말 활발한 것 같다. 그에 비해 스탠퍼드대는 전공을 결정할 때 학과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머그잔을 나눠주는 것, 그리고 1년에 한두 차례 먹을 것을 마련해 모이는 자리 외에는 학과 활동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같은 학과에 누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스탠퍼드대는 한 해 약 1700명이 입학하는데, 화학과는 학년별로 20명뿐이어서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서로를 다 알지는 못한다. 컴퓨터공학과처럼 학년별로 수백 명씩 있는 학과는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더욱 낮다.


그렇다면 길게는 2년 동안 소속 학과가 없는데, 교수와는 어떻게 친해질까. 다행히 스탠퍼드대에는 ‘PMA(Pre-Major Advisor)’ 제도가 있다. PMA는 학생이 입학할 때 관심 분야의 교수를 배정해 전공이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대략 교수 한 명당 학생이 두 명에서 많게는 네 명이 배정된다. 


내 경우에는 같은 기숙사에 살던 매디와 함께 화학과의 시아 옌 교수에게 배정됐다. 운이 좋게도 시아 교수는 매우 친근하고 학부생에게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한 쿼터(스탠퍼드대는 1년을 네 개 학기로 나눈 쿼터제다)에 한 번 이상 시아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고, 식사도 한두 번 같이 했다. 


시아 교수는 새롭고 재미있는 고분자 합성에 관심이 많아서 유기화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많은 조언과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인연은 돌고 돌아 현재 나는 시아 교수의 연구실에서 고분자 합성 연구를 하고 있다.


전공을 결정한 이후에는 주로 수업과 연구를 통해 교수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전공 지도교수인 폴 웬더 교수 연구실에서 1학년 여름부터 2학년 여름까지 연구 지도를 받았다. 


연구실에 소속되면 연구 관련 미팅뿐만 아니라, 교수의 집에서 열리는 연말 파티나 여름에 바닷가 야유회 등을 통해 교수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 때 비로소 내가 화학과 소속임을 느끼게 됐다. 연구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보통 하루에 적게는 3시간, 많게는 5시간 이상 연구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연구실의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과는 훨씬 더 가까워진다.


수업은 보통 강의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수와 더 활발하게 교류하고 싶다면 ‘오피스 아워(Office Hour)’를 이용하면 좋다. 오피스 아워는 말 그대로 교수가 연구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 시간인데, 많은 미국 친구들이 이 기회를 활용해서 교수에게 수업 내용을 질문하거나 진로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가끔은 복습처럼 수업 내용을 정리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수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시간을 적극 활용하면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교수와도 친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제도가 흔치 않다.
그렇지만 교수와 친하다고 해서 성적을 더 잘 받는 것은 아니다(!). 오피스 아워에 자주 가면 교수의 출제 경향을 파악해서 시험을 잘 볼 확률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성적은 성적이다.


과학 과목의 경우 시험 점수, 퀴즈, 그리고 숙제 등을 종합해서 최종 성적이 매겨진다. 토의 중심의 세미나나 인문학 수업은 출석이나 참여도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교수와의 관계가 더 중요할 수 있지만, 화학과에 한해서는 내용 이해와 시험 점수가 성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다.


최고의 대학에 소속된 교수이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학부생에게 관심이 많다. 가까워진 뒤에는 성 대신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는 교수들도 굉장히 많다. 한국에서 자란 내게 교수를 이름으로 부르는 게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시아 교수는 자주 실험실에 들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실험 계획은 잘 세워져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면서 항상 “넌 정말 훌륭한 대학원생이 될 거야!”라고 격려해준다. 비록 한국처럼 소속감이 큰 학과 생활은 없지만, 교수들과 이렇게 친해질 수 있는 문화가 미국 대학의 장점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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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소영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 3학년
  • 에디터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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