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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시대의 기술인력 기른다

새로 문 연 미림전산여고

미림전산여고는 졸업생들이 현장재교육 없이도 정보처리 전문인으로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대학엘 가라는 부모님을제가 설득했습니다. 고등학교 아니라 대학을 졸업해도 능력이 없으면 무슨 소용 있나요. 현대는 '자격증'시대잖아요."

국내최초의 전산계인력 양성 고교인 서울 미림여자전산고등학교(교장 유해덕) 1학년 이주선 양(17)의 야무진 포부다. '대졸 미취업자를 정보처리요원으로 재교육 한다'느니 '첨단산업 기술인력이 부족하다'느니 등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개교이전부터 관련산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미림전산여자고등학교가 지난 2월28일 첫 입학생 4백 18명을 맞아들였다.

지난 89년부터 착수된 이 학교의 설립사업 배경에 대해 김진원 초대교감(52)은 '정부의 실업계 교육 강화 정책과 전산인력에 대한 폭발적 수요증대'를 든다.

"90년 가을 문교당국은 당시 73대27이던 인문계와 실업계 고교비율을 95년까지 50대50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좁은 대학문만을 목표로 해 결국 많은 고교졸업생들이 뚜렷한 전문기술 하나 없이 사회에 배출되는 모순을 바로 잡아보자는 듯으로 해석된다. 또 당시 한국산업정보원이 국내 2백84개 컴퓨터사용기업(마이크로급 이상)을 조사한 결과 전산관련인원부족률이 평균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분야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배출되면 사회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 설립계획이 보도되자마자 '우리에게 졸업생을 보내줄 수 없느냐'는 문의전화가 여기저기서 걸려왔다는 에피소드로도 산업계의 전산인력수요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제1회 입학식 광경


수업단위 만으론 대학수준
 

실습시간. 칠판대식 모니터를 직접 비추는 오버헤드 프로젝트(overhead project)를 이용해 강의한다.


사실 고등학교에서의 전산실무교육은 미림전산연고의 경우가 최초는 아니다. 이미 기존의 상업계고등학교 정보처리과에서 전산일반 전산실무 자료처리 등을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림전산여고의 경우 전체 전산교육이 22~28단위(1단위는 1주 1시간 수업)에 그치는 상업계고등학교보다 약 4배 정도 많은 80~1백20단위에이른다.양으로만 비교하면 전문대학 전산·정보관련학과의 60단위나 4년제 대학의 80단위 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수업시간이 많아진 만큼 교과구성도 다양하다. 전자계산일반을 가르치는 이 학교의 조도호 교사(38)는 "졸업생들이 현장재교육 없이 바로 실무에 임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춰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다. 따라서 단순히 주어진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역할 뿐 아니라 새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거나 컴퓨터고장 등 위급한 경우에는 하드웨어(H/W)도 일부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교과목을 구성했다. 경영통계나 전산기구조, 통신과 컴퓨터 응용기술을 배우는 데이터 통신 등이 그 예다.

학교측은 "실습을 강조하는 만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재도 넉넉히 구비했다"고 자랑한다. 국가지원금 2억을 포함해 총10억을 들여 마련한 주요 시설로는 컴퓨터망을 조종하는 마이크로컴퓨터가 2대, 286AT급 1백 72대 등 퍼스널 컴퓨터가 약 2백30대다. 프린터와 워드프로세서도 각각 59대와 33대를 설치해 올해 신입생 수를 기준으로 보면 퍼스널 컴퓨터는 2인당 1대, 프린터는 5인당 1대씩을 쓸 수 있다. 또 현재 서울시내에 짓고 있는 재단(삼문학원, 이사장 김기병)소유의 빌딩이 완성되면 그곳에서 대형컴퓨터운용을 실습해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간단한 하드웨어 수리는 할 수 있도록 전산기 구조도 배운다.


졸업 후 대우 인정 문제 남아

한편 미림전산여고의 교사진은 현재 전자계산학과(8학급)로만 편성된 신입생들이 2학년이 되는 92년까지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취미에 따라 다양한 직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특별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CAD(Computer Aided Design) 프로그램개발 등이 고려되고 있는 내용이다.

전산여고 3년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 학교측은 일단 최근의 전산인력 수요증가로 보아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3년이후부터 상당기간은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만큼 전망은 밝다는 것. 구체적인 직종에 대해 이 학교 김도문교사는 "일단 퍼스널 컴퓨터 1대만 구비한 소규모회사라도 오퍼레이터(operator)겸 정보처리실무요원으로 일할 수 있다. 전산실을 따로 갖춘 대기업이라면 프로그래머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해 '순풍에 돛 단듯이'개교까지는 마쳤지만 애로사항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교과목 개설의 문제다.

작년 말 미림전산여고의 교사진이 작성한 교과과정에는 '그래픽''포트란'(FORTRAN), 최근 프로그램 제작도구로 각광받는 'C언어'강의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 실제로 개설된 교과목에서는 이 강의를 찾아볼 수 없다. 교육부가 정하는 교육과정 법령에 원래 만들었던 교과과정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문교부(현 교육부)가 정한 제5차 교육과정안에는 전산고등학교에 관한 조항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상업계 고등학교 정보처리과를 기준으로 삼다보니 원래 계획이 변경된 것. 이에 대해 교사들은 '수업시간수가 다르고 보다 구체적인 목적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만큼 교과과정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전산고등학교 졸업생의 대우문제다. 현재의 정보처리기능사자격시험 기준으로는 고교졸업의 경우 2급응시까지가 가능하며 1급에 응시하려면 전문대를 졸업하거나 2급을 취득한 뒤 실무경력 3년을 갖춰야 한다. 김진원 교감은 "시간상으로는 전문대보다도 더 많은 수업을 받는만큼 직업관리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3년간의 교육 중 일부라도 실무경력으로 인정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존의 상업계나 공업계 고등학교 졸업생과의 차등대우시비 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날 소지가 있어 행정당국의 적절한 판단이 요구된다.

미림전산여고는 올해 입학생을 전원 추천제로 뽑았다. 자격기준은 중학교 3학년 성적순위가 전교석차 상위 1/4 이내인 서울시내 중학교 여학생으로 색맹 색약 사지(四肢)부자유자 10지중 결손자는 응시할 수없다.경쟁율은 1.45대1. 학교측은 당분간 추천제 입학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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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정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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