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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나는 치사한 동물이 아니다」

초원의 청소부 하이에나는 억울하다. 사냥은 전혀 할줄 모르고 죽은 시체나 먹는 동물로 잘못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대초원. 한마리의 얼룩말이 혼신의 힘을 다해 질풍같이 도망가고 있다. 그 뒤를 몇마리의 얼룩 하이에나가 추격을 한다.

곧 하이에나는 성공적인 사냥을 자축하듯 요란한 웃음소리를 낸다. 그리고 군침을 삼키면서 먹이에 접근한다. 그러나 이 기쁨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어느 틈에 아프리카 초원의 왕인 사자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하이에나가 애써 잡은 먹이를 가로채 버리기 때문이다. 사자의 출현에 놀란 하이에나는 한쪽 옆으로 피신, 양보의 자세를 보인다. 그런 뒤 사자의 만찬을 인내력있게 기다린다.

하이에나는 2속(屬) 3종(種)으로 분류된다. 즉 얼룩 하이에나(spotted hyena, 학명은 Crocuta crocuta) 줄무늬 하이에나(striped hyena, 학명은 Hyaena hyaena) 갈색 하이에나(brown hyena, 학명은 Hyaena brunnea)로 나뉘는 것이다.

하이에나는 첫눈에 개처럼 보인다. 실제로 개과(科) 동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연관돼 있지 않다. 몸집에 비해 커다랗고 강력하게 생긴 머리는 하이에나의 '등록상표'다. 또 뒷다리보다 긴 앞다리는 하이에나 특유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발에는 네개의 발가락이 있는데 발가락에는 신축성 없는 발톱이 나 있다. 그리고 사향삵과(科)동물과 유사한 항문선(腺)을 갖고 있어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 또 짖을 때 머리를 땅에 가까이 대고 '아우 아우'하고 소리내는 것도 특이하다.

이들의 활동은 주로 밤에 이뤄진다. 철저한 야행성 동물로 일정한 영토 내에 굴을 파고 살아간다. 그래서 밤거리의 청소부로 통하기도 한다.
하이에나중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놈은 얼룩 하이에나다. 이 종(種)은 이디오피아를 포함한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전지역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초원은 물론이고 산간지역에서도 발견된다.

얼룩 하이에나의 몸통의 크기는 머리를 포함해 1백65㎝ 정도다. 꼬리는 33㎝, 어깨높이(키)는 80~90㎝, 몸무게는 59~82㎏, 털색깔은 암갈색 또는 진한 암적갈색이다. 또 황회색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난 놈도 있다. 귀는 줄무늬 하이에나보다 작지만 머리는 크다. 등쪽의 갈기 털은 없다.

하이에나는 오랫동안 힘이 센 동물이 남긴 찌꺼기만 먹는 동물로 간주돼 왔다. 실제로 사자가 먹이를 먹고 있는 동안 그 주변에서 재칼 독수리와 함께 끈기있게 기다리는 하이에나가 자주 목격됐다. 그러나 여러 동물학자의 반복된 실험은 뜻밖의 결과를 나타냈다.

동물학자 아란 루트는 얼룩 하이에나가 먹이를 잡았을 때 내는 괴상한 웃음소리 (이 유별난 소리 때문에 얼룩 하이에나를 '웃는 하이에나'라고도 한다)와 사자의 울부짖음을 따로 녹음했다. 그리고 각각 다른 장소에서 틀어서 두 동물의 반응을 조사했다.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간 사자의 울부짖음에 하이에나는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얼룩 하이에나의 시끄러운 웃음소리에는 사자가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사자는 하이에나의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는 것 같았다. 사자는 하이에나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찾아갔다. 만일 얼룩 하이에나가 찌꺼기만 먹는 동물이라면 틀림없이 사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먹이를 잡았을 때 얼룩 하이에나가 내는 괴상한 웃음소리는 언제나 사자를 유인했다. 그러나 실제로 얼룩 하이에나가 사자에게 먹이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야행성이므로 낮보다는 밤에 활동적이고 더 많은 사냥을 하기 때문이었다.

얼룩 하이에나는 그룹 또는 단독으로 사냥을 한다. 때로는 1백마리 이상이 떼가 되어 사냥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단독으로 사냥하면 그룹으로 사냥할 때 보다 성공률이 떨어졌다.

독일의 과학자 한스 쿠르크의 관찰에 따르면 이렇다. 단독으로 사냥했을 때는 21회 공격해서 4회만 성공했다. 이때의 사냥감은 어린 동물이나 가젤 같은 작은 영양이었다. 그러나 그룹사냥을 통해서는 11회 중 8회가 성공했다. 이때는 얼룩말과 같은 커다란 동물도 사냥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밤에 습격을 받으면 얼룩말은 시속 40㎞ 정도로 밖에 도망가지 못한다. 하지만 얼룩 하이에나는 밤에도 시속 65㎞로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표적물은 하이에나의 야간추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얼룩 하이에나는 새끼 사자나 코뿔소 새끼를 공격하기도 한다. 어미 코뿔소는 이러한 맹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생후 2개월까지 새끼를 무성한 관목 숲속에 숨겨놓는다. 2개월이 지나면 코뿔소 새끼의 덩치는 하이에나가 공격하기에는 역부족일 정도로 커진다.

얼룩 하이에나는 먹이가 없어지면 종종 원주민을 공격, 사상자를 내기도 한다. 그들은 아주 배고프지 않으면 절대 동족을 잡아먹지 않는다. 그러나 암컷을 소유하기 위해 수컷끼리 다투거나 사냥감을 놓고 그룹끼리 싸울 때는 서로 죽이기도 한다.

어린 하이에나가 리카온(아프리카의 들개)에게 쫓기자 여러 마리의 하이에나가 달려가서 새끼를 구하고 리카온을 쫓아 버리는 광경이 가끔 목격되기도 한다.

암컷은 임신기간 99~1백11일이 지나면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눈을 뜨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끼의 몸에는 검은 색 반점이 나 있다. 9개월이 지나면 제법 성숙된 반점을 갖게 되고 2,3년이 지나면 완전히 성숙해진다.

발정기에 접어든 암컷은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내고 행동도 거칠어진다. 가족사냥에도 잘 참여하지 않고 고독을 즐긴다. 그런가하면 단독 행동이 잦아지고 다른 그룹의 수컷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한다.

얼룩 하이에나의 이빨은 대단히 강력하다. 사자나 호랑이도 씹지 못하는 동물의 뼈를 깨뜨려 그속의 골수를 먹기도 한다.
 

줄무늬 하이에나는 좀처럼 집단을 형성하지 않는다.


호랑이보다 강한 이빨

줄무늬 하이에나와 갈색 하이에나는 얼룩 하이에나보다 덩치가 작다. 줄무늬 하이에나는 인도 서부아시아 아라비아 지역 그리고 북부 아프리카와 나이지리아에 걸친 넓은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이 종의 머리를 포함한 몸통의 크기는 90~1백20㎝, 꼬리는 31㎝, 몸무게는 27~54㎏이다. 털은 아주 거칠고 조잡하다. 이빨도 강력하지 못하고 갈기털은 목에서 등쪽으로 내려가면서 나 있다. 몸에는 흑갈색 또는 검정색의 줄무늬가 나 있다.

이 종도 얼룩 하이에나와 마찬가지로 야행성이다. 주로 다른 동물들이 먹다 버린 썩은 고기를 먹고 살지만 조그만 동물이나 양 염소 같은 작은 가축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얼룩 하이에나처럼 집단을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두마리 이상의 줄무늬 하이에나가 같이 다니는 것을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개의 공격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먹이를 먹다가도 다른 동물이 접근하면 금방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 따라서 다른 육식동물에게 맛있는 부위를 모두 빼앗기고 뼈다귀에 붙은 고기만을 먹게 된다.

이들은 별명 그대로 초원의 청소부다. 심지어는 아프리카 시골마을 사람들이 버린 음식찌꺼기를 깨끗이 먹어 치우기도 한다. 식사는 밤새도록 계속되는데 새벽 동이 틀 무렵에야 은신처에 들어가 수면을 취한다.

갈색 하이에나의 머리는 회색이고 몸은 갈색이다. 몸의 일부에는 밝은 색의 갈기털이 덮여 있다. 이빨은 얼룩 하이에나 만큼이나 단단해 큰 뼈도 간단히 부숴 조각을 낸다.

이 갈색 청소부는 아프리카 남부,보츠와나 나미비아 북로데시아 모잠비크 등지에서 서식한다.

갈색 하이에나는 야행성으로 고독을 즐기는 동물인데 낮에는 주로 바위틈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죽은 물고기와 갑각류 등을 즐겨먹으며 작은 동물이나 알 메뚜기가 주 사냥감이다.

임신기간은 91~98일인데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17년간이나 생존한 기록이 있다. 이 종은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것의 하나다.
 

갈색 하이에나는 물고기와 갑각류를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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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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