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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텅스텐 필라멘트선 개발

과학외길/보람의 순간

 


KIST 특수강연구실 책임연구원 최 주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내놓을 수 있는 지하자원이라곤 텅스텐과 몰리브덴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를 재료로 하는 전구 필라멘트조차 수입을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국산 분말을 써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었다. 이를 위해 77년부터 8개월간 일본에 머물면서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공장을 견학한 뒤 83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연구에 들어갔다.

위 사진은 85년 3월, 그토록 고대했던 텅스텐 필라멘트선과 몰리브덴선을 우리 손으로 뽑아낸 감격을 기념하고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특수강연구실에서 기념촬영한 것이다. 이 가운데 두 사람은 직장을 옮겼고, 한 사람은 고인이 됐으니 인생무상을 되씹게 한다.

맨 왼쪽의 김종엽군은 현재 분말공장 차장으로 금속사출성형법을 개발 중이며, 필자 다음에 서 있는 정찬훈군은 현재 KIST 노조위원장으로 활약중이다. 그 옆의 김재수 박사는 당시 선임연구원으로 이 프로젝트의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현재 책임연구원으로 초내열합금의 피복기술에 골몰하고 있다. 그 옆의 이종근군은 세계 최강 내열합금인 KM1557의 공동발명자로, 박사학위 취득을 바로 눈앞에 둔 88년 2월 21일 병으로 영겁의 나라로 떠나버렸다. 맨끝의 이재훈군은 요즘 독일 에르랑겐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중이다.

이종근군은 연구기간중 신선기에 손이 빨려들어가 왼쪽손목이 거의 절단 상태에 이른 변을 당했던 터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병원으로 달려가는 길, 이군은 빙긋이 웃으며 누를 끼쳐 미안하다고 했다. 밤새 8시간에 걸친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3개월 뒤 이군이 퇴원을 할 무렵, 이번에는 김종엽군이 화학약품의 폭발로 얼굴에 큰 화상을 입어 일주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텅스텐선과 몰리브덴선이 탄생한 것이다.


왼쪽으로 부터 김종엽, 필자, 정찬훈 KIST 노조위원장, 김재수, KIST 책임연구원, 고 이종근,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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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최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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