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왜 생기는 것일까? 뇌의 어느 부분이 손상돼 일어나는가를 알아보자.
인간의 뇌(腦)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인 대사(代謝) 및 생활을 조절하고 모든 정보를 수용해 행동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반면 행동이란 외부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기 위한 행위로서 개체의 사고 감정 및 활동등의 종합체다. 따라서 인간의 이상행동과 이로인한 왜곡된 인격을 다루는 정신의학의 이해에 뇌 연구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최근 신경심리학과 신경해부학을 토대로 한 대뇌비대칭성 이론은 정신병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새롭고 적극적인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대뇌비대칭성(hemispheric asymmetry)이란 양측대뇌반구가 해부학적이나 기능적으로 똑같지 않고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즉 각 반구는 발달과정 중 자연적으로 분화해 각기 다른 특정기능을 상대적으로 우세하게 나타낸다. 뇌기능의 비대칭성에 대한 연구는 실어증(失語症)연구로부터 시작됐으며 간질환자의 치료방법인 분할뇌(split-brain)수술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좌측대뇌반구는 언어적 산술적 논리적 분석같은 정보처리에 지배적 역할을 하며 우측대뇌반구는 시각 공간적 직관적 정서적 능력 및 주위환경의 지각에 우세한 기능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현재까지 보고된 정신질환과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정신분열증은 좌반구기능장애라는 가설이 우세하게 제시되고 있으며, 정동(情動)장애 특히 우울증은 대체로 우반구장애라는 가설이 우세하게 제시되고 있다. 또한 신경증적 장애에 있어서도 연구된 바는 적으나 불안과 같은 감정 및 히스테리 신경증은 우반구장애임이 시사됐다.
한편 고도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사고의 급증, 인구의 노령화, 약물의 남용 등으로 각종 대뇌손상환자들이 늘고 있어 신경정신의학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먼저 대뇌손상으로 인한 정신장애를 살펴보고, 기존의 정신분열증 우울증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을 살펴보자.
실어증은 두정엽 손상
기질성(器質性)정신장애란 뇌의 영구적 손상이나 임시적 기능장애에 의해 야기되는 정신기능이나 행동장애의 일종이다. 그 원인으로는 뇌질환에서 기원하는 1차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 질환에 의한 2차적인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지난 세기의 신경매독(神經梅毒)으로부터 현재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이 포함돼 있다.
현재 기질성정신장애의 분류는 원인이 뚜렷한 것과 뇌손상은 뚜렷하게 보이나 원인이 명확치 않은 증후군으로 대별된다. 원인이 뚜렷한 것은 노년기 또는 초로기에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이나 뇌혈관장애로 오는 다발경색성치매(multi-infarct dementia) 및 알코올과 같은 물질의 과다섭취로 인해 뇌의 변성이 초래되는 물질유도(substance-induced)가 대표적이다.
반면 원인이 불분명해 흔히 뇌증후군(腦症候群)으로 불리는 것이 있다. 이는 전반적인 인지(認知)장애가 특징인 섬망(護妄)및 치매(癡呆), 부분적인 인지장애가 오는 건망증후군 및 환각증, 기능성 정신병과 비슷한 기분장애 및 인격증후군 그리고 어떤 물질의 섭취 또는 감량으로 인한 중독(intoxication) 및 금단(withdrawal)이 포함된다.
기질성 정신장애의 증상은 의식의 변화를 비롯해 주의 지능 기억 집중력 언어의식 등의 기능감소로 인한 전반적 인지장애가 나타나고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자아기능(ego function)이 손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뇌손상 부위에 따라 증상은 조금씩 다르며 전두엽의 경우는 인격장애가 특징이다. 두정엽은 언어의 이해 및 표현에 지장을 주는 실어증, 운동장애가 아니면서 자기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실행증(失行症), 대상 사물에 대한 인지장애인 실인증(失認症)이 특징이다. 측두엽은 망상 환각 불안 공포 등의 감정상태와 관련이 많고, 후두엽은 시각중추이기 때문에 착시, 환시, 연상의 왜곡 등을 일으킨다. 그러나 기질적 정신장애는 반드시 병을 일으키는 부위가 일정한 것만은 아니다.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인으로는 병소의 위치나 정도 외에도 나이, 성별, 발병 이전의 문화적 배경 등도 아울러 고려돼야 한다.
한편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정신분열증 우울증 및 알츠하이머병과 뇌기능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정신분열증/뇌세포의 감소?
대표적인 정신질환으로 전세계적으로 전 인구의 1%가 앓고 있으며 주로 청년기에서 발병해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다.
뇌의 기질적 장애없이 사고(思考)의 장애가 동반되며 지각 행동 등 인격의 다양한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적응상태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사회적적응에 문제를 일으킨다. 아직까지 그 원인, 경과 및 치료방법 등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일종의 증후군으로 생각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신분열증을 생물학적인 질병으로 보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1980년 크로우(Crow)는 정신분열증의 증상을 양성 및 음성증상으로 나누어 구분했다. 양성증상은 환각, 망상, 괴이한 행동 및 사고형태의 장애가 특징이고 음성증상은 정서의 둔화, 언어의 빈곤, 무의지, 무감동, 주의력 장애 등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러한 양성증상의 원인으로는 뇌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 수용체의 전달장애 때문에 일어나는 중추기능의 억제이며, 음성증상은 뇌세포의 감소에 따른 구조적변화라고 했다.
한편 플로헨리(Flor henry)는 신경심리학적 검사를 통해 정신분열증이 좌반구장애임을 입증했다. 또한 그는 뇌전산화단층촬영 결과 뇌실(腦室)이 커져 있음을 발견했는데 그 이유는 대뇌 피질의 위축때문이라고 설명 했다. 이는 인지 기능의 손상을 일으킨다고 했다.
치료는 전반적으로 약물치료 및 정신치료가 병행되며 양성증상의 경우 치료에 따라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나 음성증상의 경우는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에 따른 치료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우울증/이유없이 슬퍼진다
대표적인 기분장애로서 주된 증상은 우울, 흥미상실, 이로인한 정신생리기능의 감퇴가 특징이다. 옛날에는 조울정신병이라고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가끔씩 슬프며 비관적이며 또는 맥없이 울적할 때가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슬프거나 우울해질 때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신병적 우울증은 분명한 이유없이 일어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증상은 정상적인 사람의 우울과 비슷하지만 정도는 심하다. 정신분열증과는 달리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고작용이 정상이다.
현재 우울증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내인성 우울증과 외부적환경변화에 의한 신경증적인 외인성우울증으로 구별된다.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아민가설 또는 수용체가설 등의 생물학적 접근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기억력 감퇴부터
1907년 알츠하이머에 의해 처음 기술됐다. 노년기 및 초로기에 일어나는 대표적인 퇴행성치매다. 이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65세 인구의 약6,7%를 차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기억 언어 지각 능력이 현저하게 결함을 보인다. 증상의 발전속도가 빠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천천히 진전되는 사람이 있다.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뚜렷한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비정상적인 세포돌기의 집합체인 노인반(senile plaques)의 생성, 뉴런내 신경섬유들의 뒤엄킴 등으로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억과 복잡한 인지작용과 관련된 뇌 부위인 해마(hippocampus)와 대뇌피질 등에서 자주 관찰된다. 최근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연구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