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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6세대 컴퓨터를 향한 첫발

뉴로컴퓨터

초창기 컴퓨터연구는 뇌연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60년대이후 양자는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해왔는데 최근 이를 재결합하려는 시도가 매우 활발하다.

이 세상에는 두가지 생각하는 장치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두뇌이며 또 하나는 컴퓨터다. 컴퓨터가 탄생했을 때 컴퓨터는 '인공두뇌'라고 불렸으며 장차 두뇌와 같이 지적 정보 처리를 할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컴퓨터가 발전함에 따라서 두뇌와 컴퓨터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 두가지 사고 장치는 너무나도 다른 역사적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다. 두뇌는 생물의 몇억년에 걸친 시행착오가 만든 일대걸작이다. 한편 컴퓨터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에 기반을 둔 사람의 논리적 사고력이 만들어 낸 것이다. 컴퓨터는 탄생한지 불과 4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능력은 눈부신 향상을 거듭해 왔다.

컴퓨터는 수치계산은 말할 것도 없고 논리연산도 해낼 수가 있다. 사람과 체스(chess) 대국을 시키면, 컴퓨터 체스챔피언은 '세계 베스트 10'에 들어 간다고 한다. 인공지능기술로 개발된 전문가시스템에는 그 분야의 유명한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의 지식이 모두 들어 있다. 따라서 실제 보통 의사에 비하면 이 전문가 시스템은 지식의 양이 보다 많고, 지식의 질이 보다 좋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명의의 진단은 컴퓨터의 진단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체스에 있어서도 컴퓨터가 다음수를 결정하는 추론의 방식은 사람의 방식과 상당히 다르다.

두뇌와 컴퓨터, 이 두가지 사고 장치에는 뭔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들 두가지 사고장치를 살펴보고 양자의 장점을 융합한 새로운 사고장치를 만들 수는 없을까. 뇌와 컴퓨터의 비교를(표 1)에 요약해 본다.
 

(표 1) 뇌와 컴퓨터의 비교


계산방식이 뭔가 달라

현재의 컴퓨터가 한계를 보임에 따라서 그것을 돌파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하나는 새로운 소자의 개발이다. 현재의 반도체 기술이 아니라 광(光)소자나 생체 고분자의 원리에 착안한 생물소자(bio chip) 등을 개발하는 노력이다. 또 하나는 두뇌의 구조를 모방함으로써 컴퓨터를 병렬화할 때 도움이 될 기본원리를 찾아 내는 방향이다. 더 나아가서 두뇌 소프트웨어의 비밀을 알아내는 노력이다.

현재 컴퓨터는 각 소자가 정확한 계산을 초고속으로 실행하고 있다. 두뇌의 뉴런(neuron, 신경세포) 하나를 보면 도저히 그만한 속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는 필요한 정보를 종합하여 순식간에 답을 낸다. 이 사실은 계산 방식이 컴퓨터와는 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생체의 비밀, 두뇌의 비밀에서 새로운 컴퓨터의 모색이 시작되었다. 바로 그것이 뉴로 컴퓨터(neuro computer)다.

두뇌 연구도 최근 30년 동안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뇌의 비밀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멀지않아 해명되지 않을까' '바로 지금이 해명 전야가 아닐까'하는 열기로 차있다. 생리학이나 해부학 뿐만아니라 분자생물학, 새로운 뇌 측정기술, 뇌의 이론모델, 사람의 인식원리를 연구하는 인지과학, 그리고 인공지능 등이 협력하여 뇌의 비밀을 해명하려고 하고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뇌와 컴퓨터는 지적 정보처리를 위해서 같은 산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오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뇌는 생물진화의 긴 시간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올라 왔다. 한편 컴퓨터는 반도체 기술에 의해 인간 이성의 산물로서 논리 및 계산의 제일 효과적인 형태를 좇아서 급속히 올라왔다. 이제 산의 정상을 정복하려면 이 두가지 접근 방법을 통합하는 일이 필요해졌다.

컴퓨터=인공두뇌(?)

컴퓨터는 뇌가 갖는 정보처리 능력을 인공적으로 실현하려고 하는 욕구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뇌 연구와 컴퓨터 연구는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참고로 뇌연구와 컴퓨터 연구의 중요한 연구성과를 (표 2)에 열거한다.

초기 컴퓨터가 인공 두뇌라고 일컬어진 것도 뇌연구와 컴퓨터 연구의 관계를 나타내는 한 예이며, 이 시기에는 뇌와 컴퓨터를 연구하여 지적 정보처리의 기본원리를 밝히려고 하는 열기가 크게 높았다.

가령 맥컬록과 피츠는 1943년 뇌의 기본 구성소자인 뉴런의 단순한 모델을 만들어 그것이 논리 연산계로서 완벽함을 증명했다. 그리고 위너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로젠 블라트의 퍼셉트론(perceptron)에 의해 학습하는 인공 두뇌의 구체적인 설계지침이 주어졌다. 즉 1940~1960년에 걸친 이 시기는 뇌를 모방하려는 컴퓨터 연구의 제1차 융성기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 연구와 뇌연구는 점차 분리되어 갔다. 민스키와 파페트에 의해 1969년 퍼셉트론 능력의 한계가 밝혀지자 학습기계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던 연구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한편 반도체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전자소자의 고집적화, 고속화 및 저가격화가 이루어졌고 이에따라 컴퓨터 연구는 폰노이만이나 튜링이 제시한 알고리즘 원리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내장 순차정보처리 방식을 써서 뇌연구와 상관없이 발전해 갔다. 여기에 통신기술의 혁신이 겹쳐서 오늘날 고도 정도화 사회를 이루게 되었다.

또한 강력한 컴퓨터의 발전을 배경으로 하여, 뇌의 정보처리 원리와 전혀 다른 형태로 인공지능(AI)기술이 발전하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컴퓨터의 순차성과 고속논리연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모든 정보를 기호와 숫자로 표현하여 미리 결정된 알고리즘에 따라서 고속계산하여 결론짓고 답을 낸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접근 방법을 '기호주의'라고 한다. 모든 것은 기호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사람이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컴퓨터는 내부적으로 정확한 수치계산과 논리 연산을 고속으로 수행하여 모든 경우를 따져보고 결론짓거나 답을 낸다. 이것은 사람의 지능 방식과 다른 것이다. 이것은 기존 컴퓨터의 필연적인 숙명이자 장점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폰노이만형 컴퓨터는 급속한 발전에 따라 그 문제점도 동시에 나타났다. 즉 컴퓨터의 능력이 CPU(중앙처리장치)의 순차처리 속도로 상한점이 결정된다는 점, 컴퓨터의 보급 및 활용증대에 따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폭발적인 요구의 발생, 그리고 순차 정보처리가 패턴인식 등의 지식정보처리에 본질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문 등이 제기된 것이다. 더 나아가 반도체 소자의 고집적화나 고속화의 기술적 한계가 밝혀짐으로써 정보처리의 고속화가 점차 어려워졌다.

폰노이만 컴퓨터의 문제점들이 나타남에 따라 종래의 하드웨어 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개발방식을 재평가하고 이와 다른 방향인 병렬 정보처리 컴퓨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물론 기존의 순차적 컴퓨터를 여러개 병렬로 결합시켜서 병렬처리를 추구하는 방식도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뇌라는 전형적인 고도의 병렬처리시스템에 다시 관심을 갖는 부류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표 2) 뇌 연구와 컴퓨터 연구의 역사


재등장한 뉴로컴퓨터 열기

한편 생리학 해부학 분자생물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원래 컴퓨터와 상관없이 연구를 추진했으며 1960~1970년대에 뇌신경계의 정보처리 원리에 관한 연구 성과가 산더미 같이 축적되었다. 그 증거로 1963년에 하지킨과 헉슬리, 그리고 에클스가, 1981년에는 휴베와 위젤 및 스페리가 뇌와 관련한 의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바 있다.

그리고 컴퓨터 기술 발전은 뉴런이나 신경회로망(neural network)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전용시뮬레이터(simulator)나 에뮬레이터(emulator), 더 나아가 초병렬 컴퓨터와 같은 풍부한 도구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연구를 배경으로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수리적으로 알아보려는 뉴로컴퓨터 연구는 △공학분야에서 병렬분산형 아키텍처에 의한 정보처리 연구 △인지과학 분야에서 연결주의(Connectionist) 모델이나 병렬분산처리(PDP, 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모델 연구 △이론물리학에 있어서 신경회로망연구 등과 결합하여 계산론적 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이라는 제2차 융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970년대는 겉으로 보기에는 뇌에 기반을 둔 컴퓨터에 관한 연구의 암흑시대 같이 보이지만 그 동안에 신경회로망의 기초이론에 관한 연구가 세계 여러곳에서 꾸준히 계속되었다. 이러한 이론적 축적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뉴로컴퓨터 연구의 개화도 없었을 것이다.

뉴로 컴퓨터는 이미 언급한바와 같이 뇌의 기본소자인 뉴런이나 그것들을 결합한 신경회로망의 구조 또는 정보처리 원리를 이용하고 뇌의 우수한 정보처리 능력을 인공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컴퓨터다. 따라서 그것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제 생체속의 뉴런이나 신경회로망이 갖는 비선형 다이나믹스, 고도병렬분산 아키텍처, 그리고 학습 자기조직화 능력을 실험적으로 해명하는 단계 △그 본질적인 특징을 이론적으로 추출하는 단계 △그것을 공학적으로 실현하는 단계의 3단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뉴로 컴퓨터의 개발은 여러 분야에 걸친 공동연구가 되며, 종전 학문영역의 벽을 넘어서 다른 분야로 한발 들어서는 연구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 단계인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실험적으로 조사하는 단계에서는 지금까지의 임상학 해부학 그리고 뇌신경 생리학의 방대한 지식의 정리와 그에 근거한 새로운 실험해석, 분자 생물학이나 생화학에 의한 뇌신경의 미시적인 원리 규명 등이 중요하다. 또 최근 발전이 두드러진 뇌의 내부를 수술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컴퓨터 단층(CT, Computer Tomography)기술, 더 나아가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자기센서에 의한 뇌자기 계측 등도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두번째 뇌 정보처리 과정의 본질적 원리를 이론적으로 밝히는 단계에서는 신경회로망에 관한 이론적 연구가 중심적 역할을 담당 한다. 또 수리과학 분야의 비선형 비평형 역학이나 최근 활발한 인지과학분야의 연결주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번째 뉴로컴퓨터를 실현하는 단계는 공학이 담당하게 된다. 이 단계의 연구는 공학의 여러 기술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패턴인식이나 지식정보처리 등 뇌가 갖는 우수한 정보처리 능력의 실현은 인공지능이나 제5세대 컴퓨터 등 기존 컴퓨터 개발의 연장 선상에 있는 컴퓨터 연구의 목표와 같다.

또 신경회로망과 같은 초병렬 아키텍처는 기존 컴퓨터의 병렬 정보처리 아키텍처 연구와도 연관성이 깊고 더 나아가 병렬성을 앞세우는 광컴퓨터와도 관련이 된다.

뉴로 컴퓨터의 개발은 이들 여러 공학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 기술과 혼합되어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형태로 실현될 것이다.
이와같이 뉴로 컴퓨터의 개발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지만, 사실은 이들 3단계가 차례로 진행된다기 보다 서로의 성과를 참조하면서 병렬로 진행되어야할 것이다. 즉 각분야의 상호작용에 입각한 연구자체의 병렬화가 중요하다.

바이오컴퓨터를 향해서

뉴로 컴퓨터와 인공지능(AI) 연구는 뇌가 갖는 지적 정보처리 기능의 공학적 실현을 목표로 하는 점은 같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에 의한 순차 정보처리에 기반을 두는데 대해 뉴로 컴퓨터는 여러 정보처리 요소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에 의한 병렬 정보처리에 기반을 둔다. 물론 제5세대 컴퓨터 연구를 비롯하여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서도 병렬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뉴로컴퓨터는 보다 낮은 처리요소 수준(level)에서의 병렬화에 그 특징이 있다. 뉴로 컴퓨터를 일부에서는 제6세대 컴퓨터라고 말하는데 제5세대와 제6세대 컴퓨터를 비교하면 (표 3)과 같이 간단히 요약된다.

사람의 마음이나 지능에 관한 연구를 하는 인지과학은 인공지능이나 뉴로 컴퓨터의 양쪽 연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의 정보 처리는 의식적이고 거시적인 수준에서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무의식적이고 미시적인 수준에서는 신경회로망의 병렬분산처리에 의존하고 있다. 전자 입장의 인지과학은 지금까지 인공지능 연구의 강력한 추진력이 되었고, 후자 입장의 인지과학은 연결주의 모델이나 PDP 연구 등의 성과로 나타났으며 최근 뉴로컴퓨터 연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뉴로컴퓨터 연구는 똑같이 뇌기능의 공학적인 구현을 지향하지만 인공지능은 기호처리나 논리처리면에서, 뉴로컴퓨터는 고속패턴인식, 불완전한 데이터에 의한 지식처리, 적응 학습능력과 같은 면에서 우수하다. 따라서 양자는 서로 대립하고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뜻에서 각 응용 분야에서 이 두가지 정보처리 기술을 잘 조합하는 통합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다.

뉴로 컴퓨터와 아주 가까운 개념으로서 바이오 컴퓨터 (biocomputer)가 있다.

바이오 컴퓨터는 뉴로 컴퓨터를 포함하는 보다 넓은 범주의 컴퓨터를 가리킨다. 좁은 의미에서는 바이오칩이나 유기분자소자로 실현되는 컴퓨터를 말한다.

뉴로 컴퓨터의 개발과 관련하여 세번째 단계에서 설명한 뉴런이나 신경회로망의 비선형 특성 및 병렬 아키텍처를 실현할 때 반드시 바이오소자를 쓸 필요는 없다. 실리콘 반도체 소자, 화합물 반도체 소자, 초전도소자, 광소자, 광전자 소자, 바이오 소자 등 그 시점에서 기능 및 가격면에서 제일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전자 기술은 고집적화와 고속화 면에서 기존 컴퓨터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기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표 3) 제5세대 및 제6세대 컴퓨터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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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방승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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