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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현장 취재] 리무버블 스티커로 다이어리 꾸미기! 

최근 휴대전화 꾸미기, 가방 꾸미기, 신발 꾸미기까지 자신만의 멋을 더하는 ‘N꾸’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기자는 N꾸의 시초인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미적 감각과 손재주가 조금 부족한 편이지만 걱정은 없습니다. 실수해도 다시 떼서 붙일 수 있는 리무버블 스티커가 있으니까요! 

 

 

 

포스트잇,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순간접착제다이어리에 무언가를 붙일 방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다만 순간접착제로 붙인 메모지는 다시 떼려면 다이어리를 버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반면,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띠부띠부씰은 마음 바뀔 때마다 깔끔하게 위치를 옮길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왜 나타나는 걸까요?

 

자료: BUHNEN
같은 물질끼리 결합하는 것을 응집,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것을 접착이라고 해요.

 

 

응집력과 접착력 

결합력을 결정짓는 결정적 이유!

 

 

순간접착제와 스티커, 둘의 결합력(편집자 주: 앞으로 나올 접착력(adhesion)과의 용어 구분을 위해 두 물체가 붙는 힘을 ‘결합력’이라고 표현합니다)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두 물체가 결합할 때 필요한 두 힘, ‘응집력(cohesion)’과 ‘접착력(adhesion)’을 알아야 합니다. 

 

응집력은 같은 물질끼리 결합하는 힘, 다시 말해 접착제 내부 분자들 사이의 인력을 의미합니다. 분자들 사이에 강한 인력이 작용할수록 응집력이 높아지고, 응집력이 높은 접착제는 굳으면서 구조가 견고해져 다른 물질과 강하게 붙습니다.

 

접착력은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힘, 즉 접착제와 물체를 붙이고자 하는 물건(피착재) 사이의 인력을 뜻합니다. 접착력은 피착재 표면이 거칠수록 높아지는데, 이는 접착제와 피착재가 만나는 표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표면 에너지가 높은 피착재일수록 접착제가 표면의 요철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접착제와 물체 표면의 분자 상호작용도 활발히 일어나 접착력이 높아집니다. 표면 에너지가 높은 물질로는 유리나 금속 등이 있고 낮은 물질로는 플라스틱이나 고무가 있습니다.

 

 

순간접착제 

극강의 결합력을 자랑하는 이유

 

 

순간접착제의 결합력에는 응집력과 접착력이 모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순간접착제의 경우 바르는 순간에는 그 물성이 액체 상태인데요. 공기 중 수분과 만나며 딱딱한 고체로 변합니다. 이는 순간접착제의 주요 성분인 시아노아크릴레이트가 수분과 만나 옆에 있던 다른 시아노아크릴레이트와 결합하며 응집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순간접착제의 결합력을 크게 좌우하는 건 이 응집력입니다. 

 

7월 1일 울산 UNIST 본원에서 만난 이동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이 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속 카르보닐기는 공기 중 수분과 접촉하기 전까지 두 탄소가 두 손으로 맞잡고 있는 이중 결합 상태를 포함한 단량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수분을 만나면 맞잡고 있던 두 손 중 한 손을 풀고 옆에 있는 다른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잡으며 긴 폴리머 사슬이 만들어집니다.” 

 

순간접착제를 한 번이라도 써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렇게 접착제가 굳으면 웬만해선 절대 안 떨어지는다는 사실을요. 순간접착제는 그 외에도 다양한 물리화학 작용으로 높은 결합력을 보입니다. 다이어리와 같은 종이에 플라스틱 포토카드를 붙일 때를 예로 들어 봅시다. 종이는 겉으로 보기엔 매끄러워 보여도 크게 확대하면 표면이 울퉁불퉁 거칩니다. 액체로 된 순간접착제가 종이에 닿으면 접착제는 표면에 넓게 퍼진 다음 거친 표면 틈새로 스며듭니다. 접착제와 종이 표면의 접착 면적이 물리적으로 증가하죠. 

 

이때 화학적 반응도 나타나는데요. 시아노아크릴레이트가 수분과 만나며 형성된 폴리머 사슬은 종이(셀룰로오스 섬유)의 수산화기(-OH)와도 수소 결합을 형성합니다. 또 순간접착제와 종이 표면 분자 사이에는 반데르발스 힘도 생깁니다. 강한 응집력에 접착력까지. 이 모든 걸 고려한다면 다꾸에 순간접착제는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리무버블 스티커 

여러 번 재사용 가능한 비결

 

 

끈적끈적한 스티커를 다이어리에 붙이는 과정은 엄밀히 말하면 접착이 아니라 ‘점착’입니다. 점착은 화학적 반응 없이 약한 압력만으로 두 물체를 결합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스티커에 발라져 있는 점착제의 경우 그 응집력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합력을 좌우하는 건 결국 피착재와의 접착력입니다. 

 

접착력은 스티커를 어떤 표면(표면 종류 및 거칠기)에 얼마만큼의 압력으로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거친 표면일수록, 넓게 붙일수록 접착력이 높아지는 건 순간접착제와 동일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순간접착제의 경우, 액체 상태의 접착제가 피착재 표면의 요철 사이에 쉽게 스며듭니다. 반면 스티커 점착제는 액체가 아니고 ‘점탄성’을 가져 피착재와의 접촉 면적을 일부러 극대화 해야 합니다. 

 

점탄성은 꿀처럼 흐르는 점성과 고무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탄성을 동시에 지니는 특성을 말합니다. 점탄성을 지닌 접착제는 외부 압력에 의해 모양이 쉽게 변형됩니다. 스티커를 꾹 눌러서 붙이면 스티커의 점착제가 표면 틈새에 더 깊게 들어가죠. 힘을 세게 주지 않아도 흐르는 특성 덕분에 스티커를 붙이고 한참 두면 점착제가 표면 틈새에 촘촘하게 퍼져 결합력이 높아집니다.

 

한편 스티커를 흔적 없이 떼어내는 데에는 응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티커에 발라져 있는 점착제는 순간접착제처럼 공기와 접촉한다고 물성이 변하지 않습니다. 응집력이 적당한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되죠. 

 

이 교수는 “점착제의 응집력이 접착력보다 높으면 탈착 시 피착재에 흔적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반면, 접착력이 더 높은 경우는 탈착 시 분리되며 피착재에 점착제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품질이 좋지 않은 불량 스티커를 예로 들어 볼까요? 응집력이 너무 낮은 스티커는 뗄 때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일부가 종이에 덕지덕지 남게 됩니다. 종이와 스티커 점착제 사이의 접착력이 점착제 자체의 응집력보다 크기 때문이죠.

 

▲Shutterstock
주차 위반 경고 스티커는 떼어낼 때 접착제 흔적이 남습니다. 이는 접착제의 응집력이 너무 강해 접착제끼리 뜯어지지 않고 종이만 찢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이어리(종이)에 스티커를 붙였다 뗄 때 종이가 스티커에 붙어 나오는 현상은 왜 일어날까요? 이는 피착재의 응집력, 즉 종이의 응집력보다 스티커 점착제의 응집력과 접착력이 강해 발생합니다. 응집력은 같은 분자끼리의 결합력이라고 했으니 종이끼리도 응집력을 가지거든요. 점착제의 응집력과 접착력이 높다고 해서 마냥 좋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 교수는 “점착제의 성능은 응집력과 접착력이 균형 있게 작용할 때 높아진다”며 “두 힘의 비율을 조절하면 용도에 맞는 접착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순간접착제와 스티커의 차이
 
액체 상태의 순간접착제 속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공기 중 수분과 만나 고분자 물질로 변하며 응집력을 높힙니다. 동시에 거친 표면에 빈틈없이 스며들죠. 시간이 흐르면 순간접착체의 상태는 고체로 완전히 변해 나사와 볼트가 결합하듯 단단한 종이와 결합을 형성합니다.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습니다.
 
액체형 고체 또는 고체형 젤 상태인 스티커는 붙이는 과정에서 응집력이 높아지진 않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는 힘 즉, 누르는 힘에 의해 거친 표면에 끼워지듯 들어갑니다. 점착제의 점탄성은 점착제가 거친 표면에 더 잘 들어가게 하죠. 그럼에도 스티커와 표면 사이에는 틈이 존재합니다. 순간접착제보다 약하게 결합됩니다.
 

 

 

스카치 테이프 

붙이는 것보다 떼는 게 어려운 이유

 

 

같은 스티커라도 어느 정도의 힘으로 떼어내느냐에 따라 다이어리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관련해서 최근 다꾸 덕후들에게 반가운 연구가 발표됐는데요, 잘못 붙인 스티커를 종이에서 떼어낼 때 종이가 찢어지지 않는 적절한 힘의 세기를 구하는 방정식이 개발됐습니다. doi: 10.1126/sciadv.adl1277

 

앞서 스티커 접착제의 성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고 했습니다. 이는 스티커를 붙인 직후, 5초 후, 5분 후, 1시간 후에 각각 떼어보면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붙일 때 필요한 힘과 뗄 때 필요한 힘의 차이를 ‘접착력 히스테리시스(이력 현상)’라고 합니다. 기존에는 접착력 히스테리시스가 발생하는 이유가 접촉 노화와 접착제의 점탄성 때문이라고 여겼습니다.

 

스티커의 접착제가 미세하게 울퉁불퉁한 표면에 붙을 때, 접착제는 그 표면에 맞춰 변형되며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며 저장했던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때의 에너지 차이가 접착력 히스테리시스의 이유라는 거죠. 그런데 라르스 파스테브카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마이크로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이 완전히 탄성적인 접착제와 표면에서도 접착력 히스테리시스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표면의 거친 정도가 다양한 나노 다이아몬드에 완전 탄성을 지닌 폴리디메틸실록산(PDMS) 반구형 렌즈를 붙였다 떼어내기를 반복하며 표면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접착제가 피착재 표면에서 떨어질 때 핀처럼 고정되는 현상이 발생해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죠. 연구팀은 이를 통해 표면의 거칠기에 따른 접착력 히스테리시스 예측 모델을 만들고 실제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는 거의 일치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스티커를 붙일 때보다 뗄 때 더 큰 힘이 드는 이유가 점탄성 에너지는 물론 표면의 거칠기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표면 거칠기에 따라 스티커를 떼는 최적의 힘을 구하는 방정식을 만들었죠. 만약 0.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의 거칠기를 가진 표면에 0.7MPa(메가파스칼・1MPa는 100만 Pa)의 탄성 계수를 가진 접착제를 30mJ/m2의 에너지로 붙였다면, 떼어낼 때 필요한 에너지는 100mJ/m2이 됩니다. 탄성 계수는 재료가 변형에 저항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결국 스티커를 거친 표면에 붙일수록 뗄 때 더 많은 힘이 필요한 거죠.

 

스티커를 좀 붙여봤다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을 방정식까지 구해 계산해야 할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정식은 접착, 점착, 결합이 이뤄지는 모든 표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파스테브카 교수는 “이 연구가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접착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접착제와 표면의 상호작용을 더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종이의 거칠기, 탄성 계수, 붙이는 힘을 정확하게 파악할 방도는 없지만, 다꾸를 막 시작한 기자에게도 유익한 방정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거친 종이에 스티커를 붙일 땐 신중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 말이죠. 다이어리 꾸미기 유튜버 ‘record_kaki’ 님도 “리무버블 스티커가 아닌 이상 잘못 붙인 스티커는 다른 메모지로 가리는 것이 답”이라고 꿀팁을 전했답니다. 여러분도 이 점을 기억하며 나만의 과학동아 페이지를 꾸며보시길 바랍니다. 

 

 

@record_kaki_
다이어리 꾸미기 유튜버 ‘record_kaki’의 다꾸. 다꾸 전문가인 그도 리무버블 스티커가 아닌 스티커는 깔끔하게 떼어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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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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