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전쟁은 전자전(electronics warfare)으로 일컬어진다. 현지시간 1월 17일 새벽 2시 30분 F15와 스텔스는 이라크 영공으로 날아들어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에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전폭기들이 출격하기 전 일련의 전자전 항공기들이 활약을 시작했다. EF111 EA6B AWACS(조기경보기)들이 이라크 레이더망을 교란시켰다. 이름하여 전파교란. 이라크군이 사용하는 통신주파수와 똑같은 전파로 엉뚱한 내용을 발신시켜 통신체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레이더망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전에 여섯개의 미국 정찰위성 첩보위성 군사위성은 이라크 영공을 샅샅이 훑어 이라크군의 배치상황은 물론 통신전파내용을 감지, 전투기와 미사일 컴퓨터에 기록시켜놓았다. 이후 버튼 하나로 외형상 노출된 이라크군 군사시설이 초토화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자전. '버튼전쟁'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표현되는 전자전은 2차세계대전 이후 ME(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기술의 발달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전자전의 특징은 정교함에 있다. 가공할 파괴력을 더해가는 무기체계에 정확성을 부여한 것이다. 정확성은 목표물을 선별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으나 전쟁이 지속되면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부분적으로 적용된 전자전은 현재까지 수천수만번의 가상시나리오를 반복하면서 실전에 적용될 날만을 기다렸다. 걸프 전쟁은 가상 시나리오의 일부를 현실화시켰다. 수백 수천 ㎞ 지점에서 버튼 하나를 누름으로써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도시가 초토화되도 화면에는 점등표시만 잠시 깜빡일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그래서 살상의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전자전이 현실화된 것이다.
걸프전쟁, 전자전의 현장을 찾아가 보자.
전파교란의 주역을 맡은 것은 EF111기와 AWACS. 이들은 전투기가 아니다. 첨단 전자장비를 탑재한 전자항공기일 뿐이다. 이들이 이라크군의 통신과 레이더시스템을 교란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이라크군이 사용하는 통신주파수 30메가~3백메가헤르츠의 강력한 전자파를 쏘아 위성통신망과 지상통신망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다. 또하나의 통신교란방법은 체프라 불리는 특수 금속파편(알루미늄 계열로 추정)을 뿌려 레이더전파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미끼교란'이라 부른다. 미끼교란이 이루어지면 레이더는 적기의 공습에 무방비상태에 빠지게 된다.
전파교란은 미사일공격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미사일 추적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전파를 교란시키면 미사일은 예상치도 않은 엉뚱한 곳에 떨어진다. 걸프전쟁에서 다국적군이 이라크 미사일을 얼마만큼 전파교란 시켰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일련의 전파교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전자방어기술인 ECM(electronic counter measure)이 있으나 다국적군은 이에 대응하는 ECCM까지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라크군은 ECM기술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 결국 미국의 전자기술은 무방비상태에서 이라크 전역을 마음껏 유린한 셈이다.
한편 AWACS가 이라크 항공기 움직임을 탐지 분석한 반면, '조인트 스타스'라는 공중사령탑은 지상군의 움직임을 즉각 체크하는 최신예 항공기 보잉 707을 개조해 만든 전자정찰기 조인트 스타스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입돼(두대) 이라크 지상군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체크하고 있다. 고도 1만m 상공에 떠서 약 3백~5백㎞ 범위내의 전차와 군용차량 움직임은 물론 골프공 크기의 물체도 감지해낼 수 있다. 동체의 소재가 특수재료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모든 전투기와 미사일에는 고도의 전자장비가 부착돼 군사위성이나 조기경보기 또는 조인트 스타스가 제공하는 정보를 수신, 목표물을 하나의 버튼으로 산산조각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