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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만 뜨겁게 작열하는 수성(Mercury)

태양을 가장 가까운 데서 보필하는 수성은 대기도 없으며 낮과 밤의 기온차가 수백℃에 이른다. '죽음의 환경'이 지배하는 곳이다.

대기가 없어 생물이 살 수 없는 행성, 표면이 온통 크레이터(crater, 구덩이)로 뒤덮여 얼핏 보기에 달과 잘 구별이 되지 않는 행성, 태양에서 거리가 가까워서 낮에는 납이 녹을 정도로 뜨거운 용광로가 되고, 밤에는 온도가 영하 1백여℃의 동토인 행성, 낮과 밤이 88일만에 바뀌는 행성.
우리의 감각으로는 분명히 '죽음의 환경'을 가진 행성이 수성이다.

태양계 9개 행성들 중에서 태양에 가장 가까운 수성은 상당히 찌그러진 타원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그래서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도 가장 가까울때는 4천6백만㎞로 변한다. 평균 거리는 5천8백만㎞로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평균 거리의 3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수성이 궤도상에서 움직이는 평균 속도는 초속 47㎞로서 지구의 평균궤도 속도인 초속 30㎞보다도 훨씬 빠르게 운동한다. 수성은 모든 행성중에서 가장 빠른 궤도 속도로 공전한다.

수성의 궤도가 작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태양을 일주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88일. 역시 공전주기도 모든 행성중에서 가장 짧다.

수성은 항상 태양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에서 볼때 수성과 태양이 하늘에서 이루는 각도, 즉 이각(離角)은 18~28º 사이에 있다. 그러므로 수성은 해뜨기 전, 또는 해가 진 후에 태양 근처 지평선 상에서 잠시 볼 수 있을뿐이다. 그러나 이때 지구대기에 의한 빛의 굴절 때문에, 밝기가 -1.9등급이지만 수성의 상세한 모습은 관측이 쉽지 않다.

하루의 길이 1백76일

수성의 자전은 1965년 푸에르토 리코(Puerto Rico)의 아레시보(Arecibo)에 있는 직경 3백m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레이다 관측으로 정확히 측정됐다. 수성의 자전 주기는 공전 주기의 2/3에 해당하는 59일로 밝혀졌으며, 하루의 길이도 1백76일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수성의 크기는 각으로 6″(초)에 불과하다. 이 각은 수성의 거리에서 4천8백80㎞에 해당하는데, 이 값이 수성의 직경이다. 수성은 태양계의 행성중에서 명왕성 다음으로 작은 행성이다. 달보다 1.4배 정도 크지만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Ganymede)와 칼리스토(Callisto),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Titan)보다도 작다.

수성에는 위성이 없으므로 질량을 정확히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1974년과 75년에 걸쳐 수성 부근을 통과한 우주선 마리너(Mariner) 10호가 수성으로부터 받은 중력으로 측정한 수성의 질량은 지구 질량의 0.055배인 3.3×${10}^{23}$㎏이다. 이 질량으로부터 구한 수성의 밀도는 1㎤당 5.42g으로 이는 지구의 밀도와 거의 같은 값이다. 수성의 밀도가 이같이 높은 것은 수성엔 지구와 같이 철과 니켈로 이루어진 큰 중심핵과 규산염으로 이루어진 맨틀(mantle)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수성의 표면 온도가 높고 중력이 작으므로 가벼운 원소들은 모두 우주 공간으로 도망가버리고 무거운 원소만 남아 있을것으로 추측된다.

수성의 표면중력은 지구의 0.38배, 달의 2.4배이고, 중력권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속도는 초속 4.2㎞이다.

탈출이 가장 쉬운 행성

수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 즉 근일점(近日点)에 있을때 수성의 적도 부근에 사람이 서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가 느끼는 온도는 어떠할까. 태양이 그의 머리 위에 왔을 때, 즉 수성의 정오경의 온도는 약 4백30℃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 온도는 온실효과 때문에 4백70℃까지 올라가는 금성 다음으로 행성중에서 가장 높은 온도다. 그러나 해가 질 때쯤 되면 온도는 1백50℃로 내려가고 자정 때에는 영하 1백70℃가 돼 극단적인 대조를 보인다. 수성은 행성중에서 온도의 변화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행성이다.

수성은 이와같이 온도가 높고 탈출속도가 낮으므로 대기를 가질 수 없다. 아무리 무거운 가스 분자라도 쉽게 수성을 탈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너 10호 우주선이 자외선 분광기로 대기 탐색 작업을 벌인 결과, 극히 미량(지구 대기 밀도의 ${10}^{-15}$배)의 수소 헬륨 그리고 나트륨 분자를 대기중에서 발견했다. 이 분자들은 태양에서 불어오는 태양풍(太陽風) 입자들이거나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한 바위에서 방출된 가스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수성 표면의 모습이 처음 알려진 것은 마리어 10호에 실린 카메라를 통해서다. 수성은 지구의 달로 착각할 정도로 달과 너무도 흡사한 모습의 표면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는 수많은 크레이터 분지 절벽 등이 분포돼 있다.

그러나 달과 다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성의 크레이터들은 대체로 작은 것들로서 달에서와 같이 직경이 수십㎞나 되는 큰 크레이터가 드물고, 큰 산이 없으며, 많은 수의 절벽(scarps)이 수백㎞씩 뻗어있다. 또한 수성에는 분지가 달보다 드문 편이고, 크레이터가 조밀하지 않은 평원도 여기저기 보인다.

수성의 고지대는 크레이터로 덮여있다. 크레이터에서는 밝은 선들이 방사상으로 뻗어나오고 있다. 이는 크레이터들이 소천체들과의 충돌로 형성됐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천체와의 충돌은 30억~40억년전에 일어났으며, 그동안 화산 폭발이나 대륙이동이 일어나지 않아서 아직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크레이터중에서 큰 것은 크기가 2백㎞ 이상으로 달의 가장 큰 것과 비교될만한 것들도 많다.

용암으로 덮인 바다 분지(물론 물은 없음)로서 가장 큰 것은 칼로리스분지(Caloris basin)이다. 이 분지는 직경이 1천3백㎞에 높이가 2㎞인 원형의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분지도 소천체와의 충돌로 생긴 용암이 흘러 생긴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분지의 바닥은 금이 가 있는데, 이 금은 용암이 빠르게 굳으면서 갈라진 틈으로 여겨진다. 크레이터 중에는 칼로리스 충돌로 흘러나온 용암으로 채워진 것들도 있다.

칼로리스 생성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 충격파가 수성의 반대쪽 면에까지 전달되어 그곳의 표면을 교란시켰던 것으로 믿어진다.

마리너 10호 우주선은 실제로 칼로리스의 반대쪽 면에서 지형의 대교란이 일어났던 흔적을 찾아냈다. 즉 그곳에는 칼로리스 충격으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언덕과 산맥들이 크레이터나 크레이터 사이의 평원을 가로질러 놓여있다.

수성의 절벽들은 길이가 5백m~20㎞로 길고, 깊이가 수백 m에서 1㎞에 이른다. 하나의 절벽이 여러 종류의 지형을 통과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수성의 반경이 그동안 수㎞ 줄어들어서 생긴 현상이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 이는 마치 사과가 말라서 줄어들면 껍질에 주름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성은 아마도 수십억년 전에 중심핵과 껍질 부분이 식으면서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마리너 10호가 찍은 「곰보딱지 」수성표면


수수께끼의 자기장

마리너 10호는 기대치도 않았던 약한 자기장을 수성에서 발견했다. 수성표면의 자기장은 지구의 1%로 약하지만 태양풍 입자를 묶어 자기권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림1)수성 자기장의 역할


수성의 자기장은 쌍극성이고 자축(磁軸)이 자전축과 거의 나란한 것이 지구 자기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구 자기장은 지구 중심부에 있는 뜨거운 액체 상태의 금속성 물질이 운동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다이나모 모델(dynamo model)이 수성에선 통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우선 수성의 중심부는 고체로 이루어져 있고 자전 속도가 느리므로 물질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수성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성의 자기장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에 관한 정확한 해답은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적인 가능성은 몇가지 있다. 수성의 생성 당시에 생긴 자기장으로서 아직 남아 있는 것이거나, 태양풍과의 상호 작용으로 생겨난 것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수성 중심부의 비교적 차가운 금속성 물질이 어떤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에 의해서 자기장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수성에서 우리는 수십억년 전 격렬했던 소천체와의 충돌 때문에 생긴 각종의 크레이터 분지 절벽 용암이 흐른 자국 등 수많은 표면 작용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성은 지질작용도 일어나지 않고, 충돌도 일어나지 않고, 대기도 없고, 용암도 흐르지 않는, 햇빛만 뜨겁게 내리쪼이는 조용하기 이를데 없는 죽은 세계이다. 이는 마치 옛날 흔적이 잘 보존돼 있으나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고도(古都)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성은 또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성의 근일점은 1백년마다 약 43″(초)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이 값은 뉴턴의 역학 이론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학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벌컨(Vulcan)이라는 가상적인 행성이 수성의 안쪽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15년 아인슈타인은 그의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수성의 근일점 이동을 설명했다. 즉 벌컨의 존재가 필요 없게 된것이다. 그 후에도 근일점 이동은 계속해서 관측됐고 그 결과는 모두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예측하는 값과 잘 맞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관측에 의해서 증명된 첫번째 결과가 수성으로 부터 나온 것이다.
 

(그림2)수성의 내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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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민영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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