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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간여행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태양(태양계)은 우리 은하의 중심에서 3만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 은하의 반지름은 5만광년이다.


신혼여행 때 생겼던 일이다. 서울에서 오전 11시에 결혼식을 치르고 오후 7시에 신부와함께 비행기를 탔다. 하와이 호놀룰루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짐을 꾸려 공항 밖으로나갔더니, 마중나온 사람이 몇시에 결혼했냐고 물었다. 그리고 "결혼식 시간까지는 아직 두시간이 남았군요"하며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이곳은 '과거의 세계'라나. 날짜변경선 때문에 졸지에 과거로 뛰어든 것이다.

날짜변경선과 같이 인간의 약속 때문에 생기는 과거여행말고, 실제로 과거로 여행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것은 몽상가들에게 영원한 화두였다.
 

(그림) 태양계에서 가까운 별들


1905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이론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뒷받침해주는 이론인 줄 알았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광속)는 관측자의 속도와 상관없이 항상 같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다음과 같은 4가지 결론이 나온다.

①한 관측자가 볼 때 동시에 일어난 두 개의 서로 다른 사건이, 이 관측자에 대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다른 관측자에게는 '동시'가 아닐 수 있다. 과거와 미래는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사건에 대해 상대적인 개념인데, 이는 과거와 미래가 뒤바뀔 수도 있다.
②나에 대해 운동하고 있는 우주선 내부의 시계는 내 시계보다 늦게 간다.
③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짧아진 것처럼 보인다.
④운동하는 물체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질량이 커진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질량을 가진 우주선은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질량이 없는 빛만이 광속으로 움직일 수 있다.
 

스타트렉의 시간여행


미래의 우주로켓

과거로의 시간여행과 비슷한 또 하나의 화두는 별까지의 우주여행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 밖의 별은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로 4.3광년 떨어져 있다. 1초에 30만km를 날아가는 빛으로 4.3년을 가야 하는 거리다. 그러나 태양계를 탈출해 별을 향해 여행하고 있는 바이킹호(시속 6만km)가 그곳까지 가려면 8만년이 걸린다. 그런 우주선을 타고 인간이 우주를 여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풀지 못하고 있는 두가지 화두, 즉 과거로의 시간여행과 별까지의 우주여행은 빛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지 못한다는 한계 속에서 늘 맴돌았다. 그래서 일찍부터 과학자들은 여기에 도전해 왔는지 모른다.

1950-1960년대에 미국은 오리온(Orion) 계획을 수립했다. 고체연료나 액체연료를 산화시켜 추진력을 얻는 화학추진제 로켓으로는 2천t에 달하는 화성 유인탐사선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원자력을 이용해보자는 것이었다.

원자폭탄을 터뜨려(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해) 그 반발력으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인데, 원자폭탄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거대한 충격흡수장치도 고안됐다. 그러나 1960년대에 국제적으로 체결된 원자폭탄 실험금지 조약 때문에 이 계획은 취소됐다.

1970년대 말 영국행성학회는 좀더 규모가 큰 우주여행 계획을 수립했다. 다이달로스(Daedalus)라고 불리는 이 계획은 지구로부터 6광년 떨어진 버나드별(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태양계 밖의 별)로 우주선을 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 계획이 오리온계획과 크게 다른 점은 로켓추진력을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에서 얻는다는 점이었다. 그 원료(헬륨3) 또한 지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목성에서 구한다고 했다.

오리온과 다이달로스와 같은 황당한 안들이 나오기 전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했던 과학자도 있었다. 1960년 미국의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로버트 버사드는 우주 램제트를 고안해냈다.

램제트는 고속 비행 중 유입 공기압으로 공기를 압축하는 제트엔진으로, 버사드가 고안한우주 램제트에서는 공기 대신 양성자를 이용한다. 이 역시 "얼마나 양성자를 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양성자를 우주로켓 연료로 도입한 점은 큰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자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기존 로켓의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안도 나왔다. 로버트 포워드의 생각은 빛을 이용하자는데 이르고 있다. 빛(photon)이물체를 때리면 물체는 그 힘 때문에 조금 움직인다. 만약 엄청난 빛을 쏘인다면 그 힘을 주목할 만큼 커진다.

로버트는 이러한 생각을 기초로 1천만 기가와트(GW) 레이저를 고안해냈다. 그 정도의 에너지를 내려면 사실 수천km의 프레넬 렌즈가 필요하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로켓 추진력의 1만배에 가까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로켓은 이온로켓과 광자로켓이다. 기존의 화학로켓보다 한수 위인 이온로켓은 열과 전기장에 의해 이온화된 세슘원자나 수은원자를 고속으로 배출함으로써 추진력을 얻는다. 또 광자로켓은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하면서 나오는 광자를 배출함으로써 추진력을 얻는데, 그 효율은 100%에 가깝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한 램제트 엔진 모델


웜홀과 타키온

로켓 과학자들이 좀더 빠른 우주로켓을 고안하는 동안 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다른차원에서 시간여행과 우주여행을 시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으며,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계의 진리이다.

그런데 1988년 모리스와 손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기초로 빛보다 빠른 시간여행이 가능한 '웜홀'(wormhole)이란 개념을 창안해냈다. 1985년 미국의 천문학자 세이건이 '접촉'(Contact)이란 소설을 쓸 때 칼텍(Caltech)에 근무하는 물리학자 킵 손은 시간여행이 가능한 웜홀이란 개념을 만들어 도운 적이 있다. 손은 이때의 생각을 정리해 1988년 학계에 보고한 것이다. 같은 해에 허버트는 빛보다 빨리 여행할 수 있는 루프홀(loophole)을 발표했다.

웜홀이란 아이디어는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준 일대 혁명이었다. 그러나 워낙 불안정해서 짧은 순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손은 웜홀의 두 입구가 열리고 안정된 터널을 이룰 수 있는 반중력 물질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992년 포드크레트노프와 니미넨은 초전도체 실험 보고에서 이러한 반중력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 이후 빛보다 빠른 물질, 반중력 문제, 음(-)질량, 진공에너지(두개의 금속판을 충분히 가까이 하면, 전하를 띠고 있지 않아도 양자효과에 의해 두 개의 금속판은 서로 밀쳐낸다. 이를 캐시미르(Casimir) 효과라고 부르는데, 진공에너지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하는 과학자도 있다)를 이용하려는 연구보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현찰'을 좋아한다. 즉 이론적으로 다양하게 상상해볼 수 있어도, 그 증거를 현상적으로 확인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1994년 5월 미항공우주국(NASA) 본부에 근무했던 바 있던 개리 베니트는 빛보다 빠른 것과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을 모으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 워크숍은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열렸는데, 당시 과학자들은 웜홀, 타키온(빛보다 빠르다는 가설적인 소립자), 캐시미르 효과, 공간의 차원 등에 관한 여러 이론들을 검토했다.

물론 이 워크숍에서 새롭게 확인한 사실은 없었다. 여전히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으며, 웜홀에 대한 증거를 발견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빛보다 빠른 여행이 현대과학으로 볼 때 황당하지만 계속 연구를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과학자들로부터현재 황당하다고 대접받고 있는 것들은 웜홀에 대한 증거를 천체관측을 통해 찾아내는 일, 음질량을 가진 웜홀(현재 연구가 진행 중)의 존재 확인, 캐시미르 공동(cavity)에서 빛의 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뉴트리노(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 등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뉴트리노다.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는 현대 입자물리의 최대 이슈다. 만약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면, 뉴트리노는 그동안 목메어 찾아왔던 타키온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상대성이론, 통일장이론 등 제반 물리이론의 파괴를 가져온다.

현재 뉴트리노의 질량을 재보려는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를 중간점검한다면 뉴트리노의 질량은 베타붕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영'(0)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해도 뉴트리노의 질량(질량의 제곱)은 음(-)이라고 알려져 있어 뉴트리노가 타키온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봐 왔다. 올 6월 일본에서 열리는 뉴트리노 국제학회는 '미스터리 입자'로 불리는 뉴트리노에 대한 모든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로켓, 그리고 광속을 뛰어넘는 새로운 물리학은 현대과학으로 풀지 못한 과제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마치 어린아이나 SF작가처럼 그러한 가능성을 찾아 연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한 과학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199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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