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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개방」시험대에 오른 국내 DB산업

항로 캄캄, 아직은 순항중

DB이용자와 국내제작 DB가 꾸준히 늘고 있으나 통신개방이후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해외 DB업체들의 태도에 따라 국내 DB산업의 향방은 크게 달라질 듯 하다.

일본 종합상사들이 빠르고 정확한 정보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요 정치인의 동정, 대규모 공사의 입찰정보, 시장정보, 각종 루머 등이 쉴새없이 도쿄 본사로 날아든다. 이 가운데는 시시콜콜한 뒷얘기도 많지만 간혹 유명 통신사들도 놓쳐버린 특종뉴스도 심심치않게 접수된다. 최근 북한 김일성주석이 비밀리에 북경을 방문했을때 이 사실을 가장 먼저 도쿄로 타전한 사람은 어느 종합상사의 북경주재원이었다고 한다. 일본 종합상사의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단순히 장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온갖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원의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일본 종합상사의 신속한 정보망에는 또하나의 빠뜨릴 수 없는 비결이 숨어 있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오는 정보들을 비중과 종류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알아보기 쉽도록 빠른 시간내에 정리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이에따라 수집된 정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정보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컴퓨터망을 통해 즉시 전달된다. 국내 종합상사들의 경우 수집되는 정보도 보잘것없지만 그나마 간부들의 책상서랍속에서 묵혀버리는 일이 다반사인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가 있다고 정보분석가 M씨는 지적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비싼 돈을 들여 해외데이터베이스(DB)에 망을 연결해 정보를 사서 보고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국내시장정보도 해외 DB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료기지」에서 유래

정보화사회를 지향하는 요즘 '정보가 돈이다'라는 말을 한번쯤 실감나게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신문 방송에서 날마다 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모든 사람에게 '입에 맞는' 정보를 공급하기란 불가능한 노릇이다. 기업가는 자신이 만든 상품에 대한 시장정보와 제품제조기술에 대한 최신정보를 얻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학자는 매달 세계적으로 수천편씩 발표되는 논문들 중에서 자신이 참고할만한 논문이 얼마나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일반인들이 놀러갈 때도 관광지의 숙박시설 교통편 여행비용 등 사전에 자세한 정보를 파악해두어야 도중에 낭패보는 일이 없다.

이와같이 정보의 홍수속에서 실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찾아내는 일은 차라리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에 속한다.

정보의 가치가 높아지자 이를 돈벌이에 활용한 신종산업이 등장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알아보기 쉽게 분류 가공하여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데이터베이스(DB, Data Base)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란 1950년대에 미국 국방부에서 정보를 집중적으로 모아 보관했던 컴퓨터자료실을 '자료기지'(data base)라고 부른데서 연유한다. 흔히 정보를 한군데 모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집어낸다는 의미에서 데이터뱅크(data bank)라고 부르기도 한다.

DB가 산업의 영역으로까지 발전한 데는 현대사회가 복잡다단하고 정보의 중요성이 커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컴퓨터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컴퓨터가 가진 무한한 정보기억능력과 세계를 거미줄처럼 엮는 통신망의 덕택으로 DB이용자는 지구 반대편에서 수집된 정보를 순식간에 받아볼 수 있게된 것이다.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DB서비스를 온라인(online)DB라고 하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DB산업은 온라인DB서비스를 지칭한다. 이와 반대로 마그네틱테이프(MT)나 다른 보조기억장치를 이용하는 DB를 오프라인(offline)DB라고 부른다.

 

한국경제신문의 KETEL 서비스


발아(發牙)단계의 국내DB산업

세계 최초의 상업용 DB는 1972년 뉴욕타임즈가 미국 10개 유력신문과 타임 뉴스위크 등 권위있는 잡지의 기사들을 요약해 설립한 뉴욕타임스인포메이션서비스(NYTIS). NYTIS는 87년에 정기적으로 정보를 받는 회원수가 24만명을 넘었다. 미국에는 NYTIS외에도 세계 최대의 DB로 알려진 다이얼로그와 DRI오르비트(ORBIT) 다우존스(DJNR) 컴퓨서브 등 방대한 정보량과 신속한 서비스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DB들이 많다. 일본도 70년대 중반부터 DB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지원하에 DB들을 구축해 닛케이(日經) JOIS 등 널리 알려진 DB들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는 1976년 과학기술정보센터(현재 산업연구원 부설 산업기술정보센터)가 미국 케미컬앱스트랙트사(Chemical Abstract)의 일부 DB를 도입해 출판물형태로 학교 및 기업에 서비스한 것이 효시가 됐다. 이후 80년 한국증권전산이 각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증권정보서비스를 실시했으며, 82년 한국데이타통신(데이콤, DACOM)이 데이콤네트워크(DNS)를 통한 온라인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본격 온라인DB시대를 열었다.
현재 국내 DB제작기관은 1백40여군데지만 대부분 자체이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상용DB를 제작하는 곳은 47개소다. 이용가능한 DB수는 국내제작 DB가 68개, 해외DB가 51개로 파악되며 DB이용자의 수는 개인과 기관을 합쳐 3만~5만 정도로 추산된다. 1988년 국내 DB서비스관련 매출액은 2백28억원에 달했다.

국내 DB산업 현황을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전체 DB수는 미국의 2.9% 일본의 4.1% 수준이고, 매출액도 미국의 47억달러 일본의 10억달러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따라서 한국의 DB산업은 아직 발아(發牙)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DB사업자는 세분하면 DB제작자 DB분배업자 DB전송업자 DB판매대리점 DB검색대행업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DB제작자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류가공하여 상품화하는 작업을 맡는데 흔히 IP(Imformation Producer)라고도 부른다. DB분배업자는 대형컴퓨터를 보유하고 DB제작자로부터 DB를 받아 이용자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산업기술정보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 등을 꼽을 수 있다. DB전송업자는 데이터통신회선을 가진 VAN(부가가치통신망)사업자를 말하는데 데이콤이나 삼성데이타시스템 등이 여기에 속한다. DB판매대리점은 주로 해외DB를 들여와 국내에 서비스하는 데이콤 매일경제신문사 삼성물산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DB검색대행업자는 이용자들을 대신해서 각종 DB를 뒤져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예가 드물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는 DB산업이 아직 미분화된 우리나라에서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가령 데이콤의 경우 DB제작에서 DB분배 DB전송 DB판매대리점 DB검색대행 등을 한꺼번에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DB 유통과정


국내 최대의 DB로 성장한 KETEL

국내에서 제작된 DB는 대부분 데이콤의 '천리안Ⅱ', 산업기술정보센터의 'KIET라인', 한국경제신문사의 '케텔'(KETEL)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천리안Ⅱ는 85년에 개통된 국내 최초의 종합정보은행서비스다. 데이콤의 컴퓨터통신망인 DNS를 근간으로 하는 이 서비스에는 현재 8천여명이 가입해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이용가능한 DB가 20여가지에 불과했으나 최근 DB종류가 크게 늘어 66종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 추가된 DB로는 열림정보(주)가 제공하는 세무·노무정보, 컴퓨터를 통해 가정에서 학습하고 진학상담까지 할 수 있는 학습정보, 서울 및 근교의 주요 음식점에 관한 음식점안내, 대한무역진흥공사에서 제공하는 해외시장정보 등이 있다. 천리안Ⅱ에는 백화점의 상품이나 서점의 신간을 컴퓨터로 검색한후 안방에서 구입할 수 있는 홈쇼핑기능도 갖춰져있다.

KETEL은 원래 천리안Ⅱ의 DB 가운데 하나로 출발했으나 89년부터 독자적인 정보은행서비스로 독립했다. 천리안Ⅱ와는 달리 아직 무료서비스이기 때문에 컴퓨터보급확대와 더불어 이용자가 급증, 가입자가 2만명을 넘는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제공되는 DB로는 각종 신문의 뉴스와 증권정보 기업/경제통계 물가정보 부동산정보 문화행사정보 등 43종류가 있다.

KIET라인은 천리안Ⅱ나 KETEL과는 달리 생활정보 중심이 아니라 과학기술 무역 산업 등에 관한 전문정보가 주축이다. 즉 DB를 검색함으로써 곧바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DB를 통해 자신이 필요한 자료나 문헌을 파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KIET라인에서 제공하는 DB는 국내 정기간행물 기사색인, 석박사 학위논문, 국내발명특허, 외국과학기술잡지목록, 재외 한인과학기술자인명 등 국내제작 DB와 CAS PATN 등 해외 DB들이다. 현재 KIET라인은 1천명 가량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상용 DB서비스를 시작했던 산업기술정보센터는 올해 산업연구원으로부터 독립해 명실상부한 DB전문기관으로 발전해갈 계획이다.

한국증권전산은 전용망을 통해 각 증권사에 주식거래 및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것 말고도 천리안Ⅱ를 통해 일반가입자들에게 증권정보를 서비스한다. 최근 각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증권에 관한 투자정보시스템을 개발해 천리안Ⅱ나 KETEL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DB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의 DB서비스망으로는 중앙일보의 JOINS, 금성정보통신의 GINS, 코리아네트의 인포서브, 삼성데이타시스템의 SNS 등이 있다. 최근 한국통신으로 명칭을 변경한 전기통신공사도 올해부터 KTAIS란 DB서비스망을 구축할 계획으로 있다.

해외DB는 국내에 세가지 경로로 들어오고 있다. 온라인망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접속하는 방법, 국내에 도입된 마그네틱테이프를 이용하는 방법, 국내대리점을 통해 접속하는 방법 등이다. 직접 연결가능한 해외DB는 (표)와 같이 다이얼로그 ORBIT 닛케이텔레콤 등 20여종이다.
 

(표) 온라인 해외DB 국내진출현황


"갑자기 덩치가 커졌다"

90년은 DB산업자들의 말을 빌리면 '국내 DB산업이 갑자기 덩치가 커진 한 해'였다.

교육용 PC붐이 폭발적으로 일어 'PC보급 1백만대'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DB이용자수도 급증했다. 무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KETEL은 가입자수가 2만명을 돌파, 한해동안 3배이상 늘었고 산업기술정보센터의 KIET라인 가입자수도 30% 가량 증가했다.

DB전문업체들이 출현한 것도 특기할만한 일이다. 세무와 노무에 관한 25만건의 정보를 DB화한 열림정보(주)를 비롯,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정보DB로 인기를 모은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각종 물가에 관한 DB를 만든 한국물가협회, 음식점안내DB의 정보마켓차림, 어린이용품 생활용품에 관한 DB를 모아 통신판매에 뛰어든 리빙통판(주) 등이 이들이다. 이들은 국내 DB산업의 낙후성을 극복하고 공동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지난 10월 '한국DB산업협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언론사들의 DB산업참여도 매우 활발하다. KETEL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색인어를 통한 기사검색시스템을 개발, 지난 5년간의 기사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매일경제신문도 닛케이텔레콤의 국내대리점을 맡고있는 것외에 '미트'(MEET)라는 DB를 구축, 천리안Ⅱ를 통해 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으며 중앙일보도 89년말부터 독자적인 JOINS망을 통해 자체 제작한 뉴스와 다우존스(DJNR)를 가입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도 자체 서비스망은 없지만 DB를 천리안Ⅱ나 KETEL에 올려 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천리안Ⅱ로 서비스되는 신문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스포츠서울 무등일보 강원일보 중도일보 광주일보 매일신문 국제신문 부산일보 등 10개지이며 KETEL에는 한국경제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전남일보 부산일보 영남일보 등 6개지가 올라있다. 한국언론연구원도 서울지역 9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입력해 'KPI뉴스베이스'라는 DB를 구축하고 지난 9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언론의 속성상 정보수집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외국에서도 유명 DB들은 거의 언론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다우존스 나이트리더 AP텔러레이트 로이터텍스트라인 닛케이텔레컴 등이 이러한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앞으로 각 신문사들의 CTS(전산제작시스템)가 완성되면 DB구축과 전자신문에의 참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DB, 수면하의 움직임

미국의 통신시장개방압력에 밀려 시작한 한미통신회담에서 양국은 지난해 2월 'DB DP(Data Processing, 정보처리)시장의 전면 개방'에 합의했다. 미국의 통신개방압력은 첨단정보통신서비스와 무선통신 등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이중 첨단통신서비스란 결국 VAN(부가가치통신망)시장개방을 의미한다. DB DP부문의 개방은 VAN 시장개방의 전초단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그러나 국내 DB시장이 개방된 이후 '물밀듯이' 해외DB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러한 움직임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이콤 VAN사업본부 황기태과장은 "국내 DB시장개방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 이전부터 들어올만한 해외DB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모두 국내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DB개방이후 달라진 점이라고는 대리점을 통해 국내 진출해있던 외국업체들이 지사나 현지법인 형태로 언제든지 들어와 국내에서 DB장사를 할 수 있도록 된 것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해외DB업체들의 지사설립은 활발한가. 가트너그룹 로이터통신 등이 한때 지사 설립을 검토했을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제네럴일렉트릭(GE)의 정보통신부문 자회사인 지스코(GEISCO)의 국내대리점을 맡고있는 DMI의 민경수상무는 이렇게 풀이한다. "해외DB업체 관계자들이 간혹 한국을 찾아와 국내 정보통신시장을 조사하곤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DB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것에 실망하면서도 그들은 국내파트너가 제대로 영업을 못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들이 귀국한 얼마후 국내대리점권이 다른 곳을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88년 해외 DB업체들에게 DB검색료로 지불한 돈은 1백9억원이나 된다. 반면 같은해 국내제작 DB매출액은 증권사를 주된 고객으로 하는 한국증권전산의 1백2억원을 빼면 17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액수는 외국DB업체들에게 '기대이하'라는 것이다.

산업기술정보센터 권충환실장은 "당장 DB개방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다. 국제제작DB들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아예 해외DB들과 견줄만한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DB업체들은 아직 국내시장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DB시장개방뿐 아니라 통신회선 검색시스템 홍보마케팅 등 관련기술이 갖추어져야 국내 DB수요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해외DB업체들은 표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국내 DB기술수준이나 시장정보 등에 관해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해가고 있다. 권실장은 "이러한 '수면아래' 활동을 바탕으로 해외DB업체들이 'VAN시장이 개방될 시점'에 본격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정보공개법 제정 시급

최근 DB이용자가 크게 늘고 전문업체들도 출현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DB산업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기술수준도 초보적이다.

본격DB업체로는 최초라고 할만한 열림정보(주)의 사정을 살펴보면 국내 DB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세무사 박래춘씨는 10여년간의 세무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83년부터 세무정보 컴퓨터수록을 위한 자료수집을 시작했다. 87년부터 수집된 자료를 전산화하기 시작했고 6년간의 준비를 거쳐 89년 11월 천리안Ⅱ를 통해 열림세무정보DB를 개통했다. 현재 세무·노무에 관한 25만건의 정보를 갖고있고 부동산 법률에 관한 DB를 계속 추가하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직원수는 75명. 열림정보 회원수 6백명, 월 DB판매수입 1천5백만원으로는 매월 5천만원씩 적자가 불가피하다. 박래춘사장은 '적자'가 아니라 '투자'라고 강변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91년말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열림정보의 DB수준은 미국최대의 법률DB인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데이콤이 대리점)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는 박사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비교적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언론사 이외에 DB산업에 선뜻 뛰어드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지난해말 설립된 DB산업협회의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김철운한국물가협회장은 "DB산업이 산업분류상 정보처리업으로 분류돼 금융세제상의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많다. DB를 제조업에 해당하는 정보산업에 포함시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다른 산업들처럼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산업기술정보센터도 예산부족으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산업기술정보센터에서 제작한 국내DB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속적인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최근 정보들이 빠져있다. 이에 따라 해외DB이용률은 증가하는 한편 국내제작DB의 이용률은 오히려 20%가량 줄었다.

DB전문가들은 낙후된 국내DB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경우 70년대 중반부터 DB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앞장섰다고 한다. 일본과학기술협회가 구축한 과학기술DB JOIS의 경우, 이러한 일본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DB산업육성을 위해서는 예산지원 못지 않게 정부의 정보공개가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국회도서관 전산자료 유출사건에서 문제가 된 자료는 국내 석박사학위논문색인 8만건과 국내 정기간행물색인 9만건이었다. 이들 자료는 학술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료인데도 그동안 국회에서는 자료공개를 꺼려왔다. 뿐만 아니라 산업 경제통계에 대한 정부기관의 독점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보화사회 진입에 발맞추어 정부가 입법을 추진했던 '정보공개법'도 거론된지 2년이 다되도록 아직 진전이 없는 형편이다.

DB산업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태도도 따가운 눈총을 받을만하다. DB개방이 발표된후 종합상사들은 해외DB의 대리점권을 따내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VAN사업에 참여한 국내 대기업들도 대부분 해외VAN업체들과 제휴해 국내 정보통신사업을 육성하기보다 외국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현재 해외 VAN업체들과 제휴한 국내VAN사업자들은 삼성데이타시스템(삼성-IBM) STM(금성-EDS) 효성데이타시스템(효성-히다치) 등이다.

199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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