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입자 중의 하나인 중성미자를 발견하는데 기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태양은 아직도 관측할 만한 여지가 남아있는 미지의 천체다. 태양의 비밀을 풀기 위해 이카루스처럼 날아간 탐사선들의 여정을 좇아가보자.
태양은 우주의 다른 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표본이다.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도 4.3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프록시마에서 지구에 도착한 정보는 4.3년의 시간차가 생긴다. 이에 비해 태양은 실시간으로 다양한 자료를 보내온다(정확하게는 8.5분의 시간차가 있다).
태양은 매초 1천억t의 TNT폭탄을 폭발시키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물론 폭탄의 폭발은 파괴의 에너지이지만, 태양에너지는 지구의 생명체와 기후에 변화를 불어넣는 생명의 에너지다. 고온과 고압이라는 태양 중심의 가혹한 환경 속에서 핵의 이합집산에 따라 만들어진 태양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우주공간에 방출된다. 이 중 일부분만 지구 표면에 도달하고, 자외선, X선, 감마선, 태양풍 등은 지구 대기에 막혀 지상에서 관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주시대의 개막과 함께 1960년 초부터 우주공간에서 인공위성을 이용한 태양관측이 시작됐다.
태양 표면에서는 여러가지 활동적인 현상이 일어난다. 수초만에 발생해 사라지는 것에서 수일에 걸쳐 일어나는 것까지 이들 현상의 수명 또한 다양하다. 특히 태양은 전체적으로 11년을 주기로 해 심한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 미항공우주국(NASA)은 최초의 태양관측 위성 ‘궤도태양관측선’(OSO)을 8대 발사해 1962년부터 1975년까지 13년 동안 태양의 큰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측한 바 있다. 1973년에는 유인 우주실험실 스카이랩에 태양망원경을 설치해 수개월 이상 태양을 관측하기도 했다. 그리고 1980년에는 태양의 활동극대기에 맞춰 솔라맥스 위성을 발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위성은 궤도에서 고장이 발생해 우주를 떠돌았고, 그러다가 1984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우주비행사들에 의해 우주수리를 받은 후에야 1989년까지 태양을 관측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러시아, 일본 등이 1980년대까지 20여대의 태양탐사선을 발사했다. 이들은 모두 지구궤도에 머문 탐사선이다.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태양에 근접한 최초의 탐사선은 독일에서 만들고 미국이 발사한 헬리오스다. 헬리오스는 1976년 태양에 수성보다 더 가까운 4천3백38만km까지 접근해 태양자기장, 태양풍, 플라스마, 미소물질, 태양 표면의 X선 등을 관측했다.
2004년 태양입자 가져올 계획
태양을 입체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태양의 극궤도를 도는 탐사선이 필요하다. 태양 극지 탐사의 기본개념은 1970년대 초 유럽에서 제기됐다. 1979년에는 미국이 참여해 ‘국제 태양 극지 임무’(ISPM) 계획으로 발전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각자 탐사선을 개발해 1983년 태양의 북극과 남극을 향해 동시에 발사하기로 했다. 태양 전체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입체적으로 얻으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1981년 NASA가 극심한 예산위기에 처하자 자국의 우주계획인 금성탐사선 마젤란과 목성탐사선 갈릴레오를 보호하기 위해 ISPM을 포기했다. 태양을 동시에 ‘검진’하고자 하는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은 독자적으로 태양 극지 탐사선을 개발, ‘율리시즈’로 명명했다. 율리시즈는 1986년 미국의 우주왕복선에 실려 발사될 계획이었지만,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하는 바람에 율리시즈의 출발은 무기 연기됐다. 율리시즈는 화물선에 실려 대서양을 3번씩이나 오고가는 고생을 한 후인 1990년에야 발사됐다. 율리시즈는 1994년 9월 태양의 남극으로부터 3억5천만km 떨어진 곳을, 1995년 7월에는 태양의 북극으로부터 1억4천만km 떨어진 곳을 지남으로써 최초로 태양 남·북극을 일주한 탐사선으로 기록됐다.
그 후 유럽은 더욱 발전된 태양관측위성 ‘소호’(SOHO)를 개발해 1995년 미국의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소호는 지구 상공 1백50만km 궤도에서 태양을 관측했다. 재미있는 점은 태양활동의 극소기간 동안에도 코로나가 갑자기 수백만km까지 직선으로 쭉 뻗어나가면서 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격렬한 모습을 여러 차례 관측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측사실은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1996년에는 태양에서 일어난 거대한 지진의 충격파를 관측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소호가 촬영한 사진에서는 연못에 돌을 던지고 난 후 생기는 파문과 같은 충격파가 동심원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선명히 볼 수 있다. 이 거대 지진은 태양 표면에서 일어난 대폭발(플레어)이 원인으로, 이 폭발 에너지가 태양 표면의 가스를 흔들어 지구의 대지진보다 수만배나 큰 규모에 미치는 충격파를 발생시켰던 것이다. 또 충격파는 태양 내부를 거쳐 반대측 표면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여, 향후 이 충격파가 전해지는 방법을 조사한다면 태양 내부 구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독자적인 태양탐사선 개발에 침묵하던 NASA는 마침내 1998년 코로나 관측위성 ‘트레스’를, 2001년에는 단순한 원거리 관측에 그치지 않고 태양풍의 샘플을 직접 수집해 지구로 돌아올 샘플회수선인 ‘제네시스’를 발사했다. 제네시스는 지구에서 1백50만km 떨어진 곳에서 소금알갱이 10개의 무게에 해당하는 10-20μg(마이크로그램, 1μg=${10}^{-6}$g)의 소량이지만 어떤 귀금속보다 귀한 태양입자를 채집해 2004년 9월경에 돌아올 계획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입수될 태양입자가 무사히 과학자들의 손에 전달된다면 태양의 구성에 대한 연구는 물론 이를 통해 우주의 다른 별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