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푸스의 유희'나 우연치고는 매우 정교한 '숫자들의 대칭미' 등은 수학의 세계가 결코 딱딱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숫자 기하 논리 확률 통계 등이 인도하는 신비의 세계를 찾아가보자.
파울러(R.Fowler)에 따르면 "아이디어의 생산율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의 숫자와 이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아이디어의 숫자에 공히 비례한다"고 한다. 즉 많은 사람이 보다 많은 것을 아는 상태에서 한 문제에 접근하면, 보다 좋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도 관련이 있다. 브레인스토밍이란 일정한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자유발언을 해 새로운 발상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한 사람의 것보다 나으며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질적으로 우수한 아이디어가 생기고 △비판을 가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많아지는 등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파울러의 얘기와 브레인스토밍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전반적인 과학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이 과학에 대해 생각을 하고, 또 과학적 지식을 풍부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들어 많은 교양과학서적들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양적팽창이 곧 질적 상승은 아니라는 우려와 "전공 분야와 관련된 깊이 있는 연구를 하시요"라는 질책이 들리는 듯 하여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많은 사람이 과학, 이 중에도 수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조그만 도움이 될까 하여, 몇가지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π, 소수점 2억자리까지 계산
인도의 한 부인이 1980년에 13자리 숫자2개의 곱, 즉 7,686,369,774,870×2,465,099,745,779를 28초 만에 18,947,668,177,995,426,462,773,730으로 정확히 계산해냈다든지, 프로야구에서 해태의 한대화가 0.3348의 타율을 갖고 있는 빙그레의 이강돈에 도전해 태평양과의 마지막 시합에서 3타수 2안타 1사사구로 0.3349를 기록해 1모 차로 90년 타격왕을 차지했다든지, 동경대학의 야스마사 가나타가 1987년에 NEC(일본전기)의 SX-2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원주율 π의 값을 소숫점이하 1억3천4백21만7천 자리까지 계산해 내는 기록을 세우고 다시 1988년에 2억자리 까지 계산했다든지 하는 사실은 레크리에이션 수학의 대표적인 예다. 이는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게 느껴질지 몰라도 순전히 수학적인, 숫자적인 의미로서는 흥미있는 일이다.
레크리에이션 수학에 대해서 많은 저작들이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잡지(Journal of recreational mathematics)도 계속 발행돼 이 분야의 새로운 발견을 소개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수학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자주 등장하는 마방진(magic square)같은 것은 고대 중국에서 기원됐으며, 유명한 역사가인 요세푸스(A.D. 37~100)에 관련된 얘기도 레크리에이션 수학의 일종.
요타파타가 로마에 포위됐을 때 요세푸스는 40명과 같이 동굴에 숨었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살아 남았다.
기독교가 주 종교인 서구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흥미를 끌었다고 한다. 15명의 그리스도교인과 15명의 터키인들이 한 배에 타고 있었는데, 해상에서 큰 풍랑을 만났다. 선장은 승객의 절반을 바다에 던지고 나머지 반을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선언했다. 승객들은 동의하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즉 30명을 둥글게 앉히고 첫번째 승객부터 세기 시작하여 매 9번째 승객을 바다에 던진다. 15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하는데, 모두 그리스도교인만 남으려면 어떻게 배열하면 되는가? 답은 (그림1)에 표시되었는데, ★로부터 시작하여 ●를 그리스도교인, ●를 터키인으로 배열하면 된다. 요세푸스는 포로가 되기보다는 모두 자결하자는 사람들을 설득해 위와 맥락을 같이 하는 아이디어로 자신과 또 한사람이 살아남도록 했다는 것이다. 후일 이는 '요세푸스의 유희'라고 불려지게 된다.
기독교에서 666은 악마를 상징하는 수다. 그래서 숫자 666과 히틀러(Hitler)를 연관시키려는 시도가 있다. 알파벳을 순서에 따라 A부터 Z까지 100부터 125까지 순으로 매긴다. 그러면 H는 107, I는 108, T는 119, L은 111, E는 104, R은 117이 되어 H+I+T+L+E+R=666이 돼 히틀러는 악마가 된다.
이런 오랜 역사를 갖는 레크리에이션 수학은 수 자체에 관한 것, 기하 논리 확률 통계 등의 영역으로 대별될 수 있다. 이는 각각 예술 아름다움 자연 컴퓨터 스포츠 마술 등에 연관지어질 수 있다. 무한히 펼쳐지는 진리의 바다 앞에서 보다 예쁜 조개껍질과 매끄러운 조약돌을 찾는 소년으로 스스로를 비유한 뉴턴처럼 도저히 다 감당할 수 없는 많은 결과들 중에서 일부를 우선 소개하기로 한다.
가장 아름다운 공식
수학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은 공식'은 ${e}^{πi}$+1=0으로 표시되는 오일러(Euler)의 공식이다. 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들인 0, 1, π, e, i가 한 공식에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이 숫자 각각은 한권의 책으로 펴내도 될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π에 대해서는 현재도 새로운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숫자들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름다운 대칭미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함수를 표시하는 그래프들은 또다른 아름다운 세계를 펼친다. 먼저 2차원 상의 그래프를 보자(그림 2).
3차원 상에서 면으로 된 그래프들은 최근 기호계산(symbolic computation)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방법들에 의해 쉽게 구해질 수 있다. 이는 컴퓨터를 이용해 수치적인 답만 찾는 것이 아니라 식으로 주어진 문제의 연산 및 해를 찾아낸다. 여러 곳에서 개발된 프로그램들이 나와 있는데, 스탠퍼드대의 REDUCE, MIT의 MACSYMA, 칼텍(Cal Tech)의 SMP, 최근에 나온 MATHEMATICA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수치해석뿐 아니라, 기호로 주어진 식을 기호로서 계산한다. 이를테면 log(x)-1/${log}^{2}$(x)-${x}^{2}$을 적분하라 하면 컴퓨터 화면에 답이 $\frac{1}{2}$[log(log(x)-x)]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계산은 단순히 이미 나와있는 결과를 기억했다가 비교해서 같은 식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기호의 계산을 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MIT의 MACSYMA 같은 프로그램은 1969년부터 개발이 시작돼 한 사람이 1백년동안 만들어야 할 30만 줄 이상의, LISP이라는 컴퓨터 언어로 이루어진 방대한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되면 정보이론의 유명한 대가인 해밍(R.W.Hamming)의 "전자계산의 목적은 숫자가 아니라, 통찰(insight)이다"라는 말이 실감나게 된다.
사람은 계산을 수행해 나가는데 시간과 정력을 쏟을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수학적 계산과정은 컴퓨터에 맡기고 그 의미와 배후에 숨겨져 있는 궁극적 원리를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계산은 컴퓨터에게, 노동은 로봇에게 맡길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 교육의 목표 및 내용은 기능적인 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고력을 키워가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다른 프로그램은 모두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급 이상의 컴퓨터에 사용되고 있고, 필자가 사용하는 매킨토시(Macintosh)에는 MATHEMATICA만이 가능해, 이에 의한 그림을 소개하기로 한다(그림 3).
자연을 모방한다
이외에도 수학의 아름다움은 많은 자연속에서 찾아진다. 이를테면 유체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운 모습들은 반 다이크(M. Van Dyke)에 의해 집대성돼 있다. 필자는 기계공학중 고체역학, 그 중에 판각이론(theory of plates and shells)을 공부했는데, 각(shell)이란 것도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조개)에서 찾아낸 효율적인 구조물이다. 이 형상은 각종 압력용기 및 잠수함 비행기 우주선 자동차에 사용되고 있다.
요즘 자연의 아름다운 형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프랙탈(Fractal)이란 것이 등장하여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하학적인 형상과 관련해서는 재미교포인 스코트김(Scott Kim)이 유명하다. 그는 전산학계의 대가인 스탠퍼드 대학 크누스(D.E.Knuth)교수 밑에서 과학적 인쇄(computational typesetting)를 공부했는데, 영어 글자체를 연구해 '글자꼴의 전도'(inversions)라는 책을 썼다. 퓰리처 상을 받은 호프스타터(D. Hofstadter)가 극찬한 바 있는 이 글자꼴은 영어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이 이론은 프로그램화돼 매킨토시에 사용되고 있다. (그림 4)에서 mozart란 글자는 상하로 대칭이 되어 있다.
또 (그림 5)에서는 figure라는 글자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그림으로서는 연속된 변형으로 유명한 에셰르(Escher)의 작품과도 통한다. (그림 6)은 새에서 물고기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하늘과 물 1'이란 작품이다.
이 응용으로는 자동차바퀴를 생각할 수 있겠다. 즉 바퀴의 알루미늄 뚜껑에 HYUNDAI 등의 회사명을 새기게 되는데 전도 이론을 사용해 상하 어느 쪽에서든지 같은 모양의 글자를 새길 수 있다면 바퀴의 위치에 관계없이 단어가 이루어져 보다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에 있어서 아름다움의 바다는 끝이 없다.
상식을 벗어나는 결과들
다음으로 '수의 이상함'을 살펴본다. 유명한 '생일의 문제'를 보자. 필자의 강의에 50명의 학생들이 모인다. 이 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대부분이 없을 것 같다고 하고, '좁은 문으로 가라'는 명령을 따라 몇 학생만이 있다고 할 뿐이었다. 실제로 1월부터 시작하여 조사했더니, 당장 2월에 두 학생이 생일이 같았다. 학생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이는 엄연히 확률계산에 의해서 입증되는 바 거의 반드시(97%) 같은 생일을 갖게 마련이다.
또한 이는 컴퓨터를 통해 많은 경우를 시행해서 결과를 유출해 낼 수도 있다. 이를 몬테 칼로(Monte Carlo) 방법이라 부르는데, 무작위로(random) 숫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즉 50명에게 무작위로 생일을 주고 같은 생일을 가진 사람이 있나 검토하는 것을 무한히 반복하면 이론상의 결과와 같아질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사람수에 따라 확률계산한 것과 몬테 칼로 방법에 의한 결과를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즉 23명이 모이면 그 확률이 반이 넘고 50명이 되면 97%가 돼 거의 반드시 생일 같은 사람이 있게 된다. 이렇게 우리의 직관과 반대되는 수학적 결과를 잘 사용할 수 있으면 수학 마술사(mathemagician, mathematics+ magician)가 될 수 있다. 즉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할 것을 모르고 직관에 의하여 판단하면 그 결과가 마술처럼 보이게 된다.
이를 카드에 응용한 예는 매우 많다. 독자중에 카드를 이용한 트릭을 하나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이는 레크리에이션 수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된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면서 레크리에이션 수학에 참여하는 예는 또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심심할 때 돈을 갹출하여 군음식을 사오기 위해 누가 얼마 낼 것이며, 안내는 이는 심부름하도록 시키기 위해 '사다리 타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현대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그룹이론으로 설명되는 훌륭한 예일 것이다. 즉 '사다리 타기'는 아벨의 그룹(Abelian group)으로 분류되는 수학적 행위인 것이다. 이의 응용은 노끈을 이용한 트릭 등 수없이 많다.
진짜 타격왕, 테드 윌리엄즈
맨 앞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스포츠에서도 수학을 사용하게 된다. 즉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작전을 짜야 하는가를 결정하기 위해 통계를 이용하게 된다. 아마도 통계를 제일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는 야구일 것이다. 타율 방어율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각 개인별 통계가 있어 누군 누구에게 강하고, 약하고를 판단하는 것 등이다.
또한 누가 진짜 타격왕인가를 가리기 위해 무슨 통계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도 연구 대상이 될 수가 있다. 공격득점평균(OERA, Offensive Earned Run Average, 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적으로 매우 여러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계산과정은 생략)이란 통계를 도입해서 미국 야구 역사상 누가 가장 좋은 타자인가를 가려보니, 타율이 0.367로 제일 높은 타이 콥(Ty Cobb)도 아니고, 행크 아론에게 홈런왕을 넘겨주기는 했지만 홈런의 대명사인 베이브 루드도 아닌 테드 윌리엄즈(Ted Williams)였다. 테드 윌리엄즈는 베이브 루드를 0.01차로 눌렀다. 1975년까지의 역대 타자중 10걸을 보면 (표 3)과 같다. 많은 사람이 애정을 갖고 야구를 관전하다 보니, 그 중에는 수학자도 있어서 좀 더 의미있는 통계가 무엇이 될까 연구하게도 되고 이런 제안도 나오게 된다.
이 제안자인 커버(Cover)는 스탠퍼드대의 통계학과 교수다. 도박으로 문제가 된 피트 로즈(Pete Rose)등의 최근 타자들까지 합쳐 보면 누가 타격왕이 될지, 한국에선 누가 될지 궁금하다.
이상으로 바다 같이 무한한 레크리에이션 수학에서 손 닿는대로 주은 조개과 조약돌을 몇 개 소개했다. 독자들이 어렵게 느끼는 수학이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으로 느껴져 보다 많은 분들이 수학 및 과학을 즐기고 그에 따라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되었으면 한다.
트리그(C.W. Trigg)는 1986년에 맞추어 1986이란 숫자에 대해 연구하여 수학적으로 의미있는 표현들을 무려 26가지나 찾아냈다. 이를 테면
1) 1-$\sqrt{9}$+8-6=0, 1-$\sqrt{9}$+8=6
2) 1=1×$\sqrt{9}$-8+6=1${(9-8)}^{6}$
9=1×$\sqrt{(9!)}/(8!)$+6=1×$\sqrt{\frac{9!}{8!}}$+6
8=1+9-8+6=(1+$\sqrt{9}$)(8-6)
6=1-9+8+6=1×$\sqrt{9}$(8-6)
등이다. 독자들도 1991년을 맞아 1991이란 숫자에 대하여 연구해 보면 어떨지. 필자가 찾아낸 1991=11×181(11도 소수, 181도 소수) 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