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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브레인롯의 현실 우리 뇌는 왜, 피로해지는가

“내 뇌가 썩고 있어요!” 영어권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자기 자신을 두고 ‘브레인롯(brain rot)’이라 표현했다. 같은 시간, 한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자기 자신을 ‘도파민 중독’이라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표현은 자조적이며, 또 비판적이다. 동시에 두 단어 모두 가리키는 것은 ‘뇌의 피로’다. 과학동아가 직접 전 세계 전문가들을 찾아가 브레인롯이 왜, 어떻게 체감으로 이어지는지 물었다.

 

▲박영주

 

▲김태희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매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의 의생명 특화 국립 연구대학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아동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를 이곳에서 만났다.

 

스웨덴 스톡홀름
“브레인롯은 뇌에 걸린 과부하”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5년부터 미국 전역 21개 연구센터에서 모집된 9~10세 아동의 뇌 발달 과정을 추적하는 대규모 표본 조사를 하고 있다. 어떻게 어린이가 어른의 뇌로 성장하는지에 관해 추적하기 위함이다. 조사는 매년 진행되는 설문과 검사, 2년마다 진행되는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으로 이루어진다. 주의력과 기억력, 학업 성취와 같은 인지적 측면과 함께 수면, 식습관, 미디어 사용 시간에 대한 생활 습관까지 조사 대상이다. 미디어 사용엔 TV, 게임과 함께 소셜미디어 사용까지 포함된다. 이를 ABCD(Adolescent Brain and Cognitive Development) 연구 코호트라 부른다.


ABCD 연구 데이터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 샘슨 니빈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신경과학부 연구원은 ABCD 데이터에 축적된 약 1만 1000명의 9~11세 아동의 MRI 데이터를 분석해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아동 뇌 발달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는 논문을 2024년 6월 발표했다. doi: 10.1038/s41598-024-63566-y 니빈스 연구원을 9월 2일 스웨덴 스톡홀름 도심 북쪽 솔나시에 있는 카롤린스카연구소 생물의학 연구동에서 만났다.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매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의 의생명 특화 국립 연구대학이다. 


“반가워요!” 생물의학 연구동 안내데스크에서 만난 니빈스 연구원을 따라 2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아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그에게 “브레인롯이라는 대중적인 용어에 관해 신경과학자로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뇌에 걸린 과부하를, 사람들이 ‘브레인롯’이라 부르고 있다”고 대답했다. 뇌는 작업 기억과 주의에 기울일 수 있는 용량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극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면, 부하가 증가해 인지적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소셜미디어를 오래 사용함에 따라 뇌가 피로해지는 현상을 두고 이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를 ‘뇌가 썩었다’고 인식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걸까. 그는 “뇌가 망가진다는 증거는 아직 약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근거는 2024년 6월 발표한 논문이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가 실제 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대뇌 피질, 선조체, 소뇌 총 3개의 뇌 부위를 살펴봤다. 대뇌 피질은 전반적인 인지 발달과 고차원 기능을 담당한다. 니빈스 연구원은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장기적인 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면 대뇌 피질이 가장 핵심일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말했다. 선조체는 보상 처리와 습관 형성의 중심회로다. 도파민이 합성되는 곳으로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는 ADHD 환자일수록 기능이 저하되는 부위다. 니빈스 연구원은 “반복적인 소셜미디어 사용이나 게임이 아동의 과잉행동을 증가시키는지,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키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소뇌는 전통적으로 운동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주의, 보상 처리, 감정 조절에도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는 미디어 사용에 따라 발달 과정의 차이가 발생하는지도 살폈다.


그렇게 얻은 연구 결과는 연구팀의 가설과 달랐다. 미디어 사용이 인지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대뇌 피질의 발달 궤적은 디지털 미디어 사용과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다. 선조체 역시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약물 중독처럼 보상 시스템이 손상되거나 구조적으로 바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소뇌에서는 부분적으로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은 아동의 경우 소뇌 발달이 다소 늦었다. 다만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에는 효과 크기가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아직 신경과학자들도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니빈스 연구원은 “현재 규명된 (소셜미디어 사용이 소뇌 지연 발달에 미치는 영향) 크기가 통계적으로는 적은 편이지만 실제로 아동 발달 차원에서도 미미한 수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보건기구는 수축기 혈압을 140mmHg, 이완기 혈압을 90mmHg을 기준으로 ‘고혈압’ 판정을 내리지만 140, 90이라는 숫자는 수많은 고혈압 연구가 쌓이고서야 합의된 숫자라며, 수축기 혈압이 139라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고혈압이 아니다’ ‘건강하다’고 부를 수 없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의 영향에 관한 연구가 더 많아지고, 무엇보다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GIB
미국 ABCD 코호트 데이터는 수천 편의 논문에서 인용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아동의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데 사용된다.

 

▲김태희
샘슨 니빈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신경과학부 연구원(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하루 약 2시간씩 사용하는 아동과 하루 약 35분 씩 사용하는 아동간 뇌 발달 차이를 살폈다. 연구팀은 가설과 달리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브레인롯, 뇌가 피로해지는 현상


샘슨 니빈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신경과학부 연구원은 “브레인롯은 뇌에 과부하가 걸린 결과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뇌 기능은 작업기억과 주의, 두 가지다.  작업기억은 뇌가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유지하고 조작하는 인지 과정으로 일종의 ‘실시간 작업 수행 능력’이다. 주의는 뇌가 들어오는 정보 중 일부를 선택해 더 깊게 처리하는 과정이다. 니빈스 연구원은 “뇌는 작업기억과 주의에 기울일 수 있는 용량이 제한적인데 소셜미디어는 구조적으로 사용자가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뇌의 부하가 증가해 인지적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뇌가 왜, 그리고 어떻게 피로해지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뇌가 썩었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그는 말했다. 
 

▲GIB, 이한철

 

❶ 감각 입력의 습관화

뇌는 시각 및 청각 자극을 1차 감각 피질에서 처리한다. 시각 자극은 후두엽에서, 청각 자극은 측두엽에서 처리된다. 다만 같은 유형의 자극이 계속 들어오면 ‘습관화’로 인해 자극에 대한 신경 반응이 점점 줄어든다.

 

❷ 배외측 전전두엽의 과부하

배외측 전전두엽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제한적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유사한 자극이 계속 들어오면 이를 구별하고 선택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이때 주의력 발휘에 관여하는 전전두엽의 자원 소모가 커진다.

 

❸ 주의망의 피로

전측 대상피질과 두정엽은 ‘무엇에 집중할지, 무엇을 무시할지’를 선별해 외부 감각 자극에 대한 신경 반응 정도를 조절하는데, 유사한 자극이 반복해서 이어지면 신경 자원이 과도하게 소모돼 선별 및 억제 기능이 약화된다. 

 

❹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도파민, 아세틸콜린, 노르아드레날린 등 주의 및 기억 유지에 관여하는 시스템이 숏폼과 같은 저강도 반복 자극으로 인해 오래 활성화되면 일시적인 불균형이 만들어진다. 이는 전두엽-두정엽 네트워크 효율성을 떨어뜨려 인지적 피로로 이어진다.

 

▲GIB, 이한철

 

“반복적으로 하는 모든 일은 뇌를 변화시킵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연주를 오래 연습하면 섬세한 손가락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를 오래 소비하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뇌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과학적 증거를 살폈을 때, 소셜미디어가 사용자의 자기통제력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전측 대상피질을 ‘손상’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오펠 튜렐 호주 멜버른대 컴퓨터공학 및 정보시스템학 교수

 

▲Jan Kopankiewicz
오펠 튜렐 호주 멜버른대 컴퓨터공학 및 정보시스템학 교수(사진)는 이전에도 게임, 인터넷, TV 등이 사회 문제로 거론된 것은 맞지만, 소셜미디어 시대엔 기술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
“뇌가 쉬지 못하면 주의가 분절된다”

 

“브레인롯은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지만, 분명 실재하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콘텐츠 벗어나기 어려워하고 있으니까요.” 9월 30일 화상으로 만난 오펠 튜렐 호주 멜버른대 컴퓨터공학 및 정보시스템학 교수는 브레인롯이라는 용어는 은유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실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인간 행동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튜렐 교수는 MTF (Monitoring the Future) 데이터로 2012~2016년 사이 13~16세 미국 청소년이 응답한 설문 조사 내용을 분석했다. MTF 코호트는 미국 미시간대 사회연구소가 1975년부터 미국 전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표본 조사다.


튜렐 교수는 이 시기 동안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과 대면 사회 활동이 점점 줄어들 때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동반 추세에 주목했다. 상관은 적지만 우려 신호로 볼 여지가 있으며, 자기 추적이나 사용 제한 등 보호 설계를 통한 균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doi: 10.1145/3306615


그는 “역사는 반복되지만, 기술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중독 이전에는 인터넷 과몰입, 게임 과몰입, TV 과몰입 등이 우리 사회에서 거론됐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할 때 소셜미디어가 인터넷이나 게임, TV와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단지 새로운 기술에 관한 도덕적 패닉(공황)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튜렐 교수는 반복적으로 하는 모든 일이 뇌를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피아노 연습을 오래하면 섬세한 손가락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를 오래 사용하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뇌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극을 추구하거나 보상에 관여하는 뇌의 시스템이 변하기 때문이에요.” 그는 소셜미디어가 추천이 높은 자극을 몰아주며 짧은 주기의 보상 루프를 촘촘히 만든 결과, 이것이 브레인롯 체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영구적인지, 그리고 나쁜지에 관한 질문이 필요해요.” 튜렐 교수는 소셜미디어 과몰입이 야기할 수 있는 뇌의 변화가 약물 중독자나 도박 중독자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이 자기 통제력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 전전두엽, 전측 대상피질 등을 손상시킨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단 본래 자제력이 약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과 구조적인 디자인에 특히 취약할 겁니다.”

 

마인드시프트(MindShift) 작동 방식
▲arXiv

 

영국 케임브리지
“증거를 쌓고 한발 앞서 안전을 설계해야”

 

“현재 영국 정부는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확한 증거’에 큰 관심이 있어요.”


8월 24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만난 에이미 오벤 MRC 인지 및 뇌과학 연구소 교수는 브레인롯을 둘러싼 논의에 과학적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험 심리학자인 오벤 교수는 현재 디지털 미디어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영국에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살피는 연구팀 중 최대 규모다. 그는 현재 영국 정부가 의뢰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아동 및 청소년에게 주는 영향을 규명하는 일이다.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브레인롯’을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기자의 질문에 오벤 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현재 기술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하고 있어요. 이런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현재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지난 4~5년 동안 기술을 사용할 때 통제력을 잃는다고 말하는 젊은 사람들이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벤 교수는 브레인롯이라는 사회적 용어가 더 많이 그리고 더 널리 사용되고 있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소셜미디어가 우리 뇌를 변하게 하는지, 특히 나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더 정확한 과학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소셜미디어를 오래 할수록 자율 조절 능력이 낮아진다거나, 주의력 결핍 행동 경향성이 증가한다거나, 시간을 인지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의 연구를 모두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doi: 10.3389/fnhum.2024.1383913, 10.1002/brb3.70656, 10.1016/j.chb.2023.108009  하지만 연구의 맥락을 살피고 장기 추적 근거를 쌓는 등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을 설명했다. 


오벤 교수는 2020년 “디지털 기술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용량-반응’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용량-반응 모델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술이나 담배 같은 화학물질처럼 접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소셜미디어가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무엇보다 상황과 맥락이 함께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똑같이 유튜브 영상을 60분가량 시청하더라도 어떤 영상을 어떤 목적에 의해 보는지에 따라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doi: 10.1080/1047840X.2020.1820221


그는 “정말로 소셜미디어 때문에 사람들의 통제력이 약해진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사용자들의 통제력을 일관적인 기준으로 추적하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며 “이때 소셜미디어의 디자인적 특성을 중심으로 연구할 플랫폼을 좀 더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만 있는 소셜미디어와, 숏폼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소셜미디어를 구분해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후자는 추천 알고리즘과 콘텐츠를 연속해서 소비하는 것이 쉽게끔 구조화된 공간이다. 사용자를 오래 잡아 두는 것이 의도된 공간과 이런 공간 설계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현재로선 불충분하다는 것이 오벤 교수의 생각이다. 공간적 특성과 사용자들의 몰입을 구분할 수 있어야 실제로 인지적인 차원에서, 혹은 신경과학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를 규명할 수 있다.


과학적 연구가 가야 하는 길이 멀고 험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 오벤 교수는 “기존의 연구 방식을 고수하면 ‘정말 연구가 필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를 통해 기술을 제한한다면 늘 뒤처질 거예요. 규제는 증거가 필요하고, 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렇다면 반대로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것을 이룰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과학적 증거 수집과 별개로 소셜미디어로부터 사용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거였다. IT 기업들이 점점 더 사용자들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상황에서 정반대 목적의 기술을 고안하는 움직임이다. 기술은 한 쪽에만 있지 않다.

 

▲김태희
에이미 오벤 영국 케임브리지대 MRC 인지 및 뇌과학 연구소 교수(왼쪽)는 소셜미디어 연구가 맥락과 상황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베이징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보호하는 기술

 

2024년 5월, 천유 중국 칭화대 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마인드시프트(MindShift)’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보호하는 기술의 사례다. 마인드시프트는 스마트폰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doi: 10.1145/3613904.3642790 연구팀은 지루함, 스트레스, 관성과 같은 심리 상태가 스마트폰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는 데 주목했다. 또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은 제한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이나 앱을 강제 종료하는 방식을 사용해 불편함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이에 연구팀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마인드시프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에서 앱 형태로 작동할 수 있다. 마인드시프트는 사용자가 특정 앱에 접속할 때 접속한 시간, 장소, 사용 패턴과 사용자의 자기 보고적 심리 상태를 종합해 맞춤형 메시지를 생성한다. 메시지는 총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감정을 공감하며 수용하는 ‘이해’, 불안과 지루함을 완화할 수 있는 ‘위로’, 개인의 목표를 떠올리게 하는 ‘환기’, 다른 활동을 제안하는 ‘습관 형성’이다.


연구팀은 기능을 개발한 뒤 총 25명을 대상으로 5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마인드시프트를 사용한 그룹의 스마트폰 중독 점수가 35.2±10.2로 다른 스마트폰 중독 억제 대조군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썩은 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용자를 돕는 기술은 이제 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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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영국 케임브리지, 스웨덴 스톡홀름=김태희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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