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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Ⅳ 국내외의 엔진산업

생산기술은 합격점, 설계기술은 낙제점

80년대 중반부터 국산 가솔린엔진이 선진국에 수출되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나···

엔진은 현대의 수송기계 및 산업기계의 주 동력원으로 자동차 선박 항공기 발전기 등 그 활용범위가 광범위하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의 증가와 산업화에 따라 매년 2천만대 이상의 피스톤엔진이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고, 기계공업을 비롯해 전자 화공 소재 등 여러 분야의 기술이 엔진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그 나라의 공업기술 수준을 엔진기술 및 생산능력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엔진의 역사는 연료의 열에너지를 일로 바꿀 수 있다는 열역학 사이클이론에 따라 1830년경 독일의 다이믈러(Daimler)가 가솔린연료를 사용하는 가솔린엔진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그 후 독일의 디젤(Diesel)이 디젤연료를 쓰는 디젤엔진을 발명한 이래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 및 기술 발전이 확대되고 있다.

엔진의 작동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자동차를 움직이거나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내려면 1분에 수백번에서 수천번까지의 흡입 압축 연소 배기 사이클이 반복돼야 한다는 점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고속운전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강도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연소과정은 엔진의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약 0.001초 사이에 완료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내에 연소가 잘 일어나도록 연료와 공기가 충분히 잘 혼합돼야 한다.

연소과정 후에는 연소가스가 1천5백℃ 이상의 고온과 50기압이상의 고압상태로 변한다. 따라서 이 고온·고압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엔진구조물이 튼튼해야 한다.

이처럼 엔진은 고온·고속조건에서 일정 기간 이상의 수명을 유지해야 하고 우수한 성능을 내는 여러 기술이 복합돼야 하는 까다로운 기계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쉽게 덤벼들기가 어렵다. 현재 세계적으로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 뿐이고, 이들 나라가 엔진기술개발과 엔진의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6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기술에 의존한 엔진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성능의 첨단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수준까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반면 방대한 자동차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은 엔진기술 종주국의 위치에서 차츰 밀려나 경쟁국에 기술우위를 빼앗기고 있다.

엔진의 출력은 엔진내의 실린더의 용적에 비례하는데, 단위시간당 일 단위인 마력으로 표시된다. 자동차는 대개 1백마력에서 2백마력 전후다. 현재 작게는 소형 분무기에 쓰이는 단기통 1마력 엔진부터 크게는 대형 선박용인 수만마력의 엔진까지 제조되고 있다.

이들 엔진의 생산방법은 엔진마다 차이가 있다. 70년대까지는 숙련기술자의 기술에 주로 의존했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인 고임금 추세와 품질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공장자동화(FA, Factory Automation)에 따른 대량생산시설로 전환되고 있다.

스모크 규제를 강화한다

최근의 엔진을 초기의 엔진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외관상으로 크기와 중량이 크게 작아진 것 외에 기능적인 면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의 급격한 보급에 따라 엔진 배기가스와 소음으로 인한 공해의 심각성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이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가솔린엔진의 배기가스는 연소시에 발생한다. 여기에는 유독성 일산화탄소와 미연소 연료인 탄화수소물 그리고 화염의 고온부분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들 배기가스는 연소조건에 따라 그 발생량이 결정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연소조건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요즘에는 컴퓨터를 사용해 엔진 작동상태에 따라 연료분사량 분사시기 점화시기 등을 조절, 배기가스 발생을 되도록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 이 배기가스를 대기에 방출하기 전에 촉매를 이용, 무공해가스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디젤엔진에서는 특히 불완전연소된 탄소가 주성분인 검은색의 스모크(smoke)가 다량 발생,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 스모크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암에 걸릴 수도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93년부터 스모크규제를 더욱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규제가 시행된다면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기존의 디젤엔진의 사용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각 자동차회사와 엔진제조회사에서는 디젤엔진을 알코올엔진이나 그밖의 다른 엔진으로 바꿀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알코올엔진은 배기가스 문제가 터지기 전에 이미 세인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1970년대 초에 세계적인 유류파동을 겪으면서 수립한 대체연료 개발계획에 따라 계속적으로 연구돼 온 것이다. 그 결과로 현재 알코올엔진은 일부국가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누렸던 기름값의 안정 덕분에 자동차용 중·대형엔진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연구도 연료소비 보다는 출력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디젤 엔진에서도 흡입압력을 높인 터보차저(turbocharger) 엔진이 실용화되었다. 최근에는 1기통에 두 개의 흡기밸브와 두 개의 배기밸브를 장착한(4기통인경우 16밸브를 장착) DOHC(Double Overhead Cam) 엔진이 보편화되고 있다. 터보차저엔진이나 DOHC엔진의 경우 기존 엔진보다 20% 정도 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부품의 장착성과 가격 면에서도 DOHC엔진이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줄일 목적으로 시작된 전자식 연료분사엔진도 이제는 보편화돼 기존의 기화기엔진을 거의 대체했다. 현재는 배기가스의 발생을 가급적 줄이고 엔진의 작동조건을 조절해 주행성능을 좋게 하고, 연료소비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금속재료 분야에서는 엔진의 경량화 및 소형화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피스톤식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을 대체할 새로운 엔진, 즉 엔진내의 로터(rotor)가 회전하는 로터리엔진(rotary engine)을 개발해 실용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실린더의 기밀성과 내구성에 따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 상품화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또 기존의 압축연소방식 대신 열교환에 따른 피스톤운동을 이용하는 스티어링엔진(steering engine)도 실험중이다. 하지만 열교환기의 효율 및 부품의 내구성 문제로 아직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약 1백년의 개발역사를 갖고 있는 현재의 피스톤엔진은 아직도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인 엔진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대체연료를 적절히 활용하고 신소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만 한다면 피스톤엔진은 엔진의 왕자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도.

84년부터 독자개발 착수해

외국의 오랜 엔진개발 역사에 비교하면 국내의 엔진산업 및 연구개발은 무척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의 종류에 따라 엔진개발 과정이 다르지만 국내의 주요 엔진산업은 자동차산업과 연관해 추적할 수 있다. 국내의 자동차산업은 60년대초 조립생산으로부터 출발한다. 당시에는 자동차용 엔진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다가 70년대 초에 외국모델의 면허생산을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엔진생산시대가 열렸다. 외국모델의 면허생산 초기에는 엔진의 설계도면을 전량 수입했다. 아울러 일부 생산시설과 기술에 대한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후 국내 부품제조회사의 생산기술 발달과 엔진수요의 증가로, 엔진의 완전국산화를 추진해 나갔다. 70년대 초에는 필요한 다른 엔진도 같은 방법으로 면허생산, 국산 자동차와 트럭 등에 적용했다. 소형선박용 엔진이나 수요가 적은 특수엔진은 일부 중소기업에서 생산을 떠맡았다.

7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달로 엔진의 생산시설과 기술이 양산체제로 돌입하고 현대화되었다. 80년대 중반에는 국산 가솔린엔진이 선진국시장에 수출되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엔진기술은 크게 설계기술 시험기술 생산기술로 나눌 수 있다. 현재까지 약 20년의 개발기간 동안 국내에서는 생산기술이 특히 발달, 이 부문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까지도 엔진의 설계 기술은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자동차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84년부터 국내의 일부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독자적인 가솔린엔진개발을 착수했다. 현재는 완성단계로 장착성 시험과 양산설비를 준비하고 있고 곧 우리 고유모델의 엔진을 국산자동차에 장착할 예정이다.

이 엔진개발에 6년 이상의 기간과 5백억원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됐다. 이를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도 엔진에 관한한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수준급 단계에 이르게 됐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고성능 엔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보다 국내시장 규모가 작다. 때문에 국산 독자모델의 개발은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낭비형과 절약형^이 두차의 엔진소모율은 2대1이다. 1970년의 오일소크 이전에 만든 에너지낭비형차는 대개 훈륜구동식이고 그 이후에는 점차 전륜구동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동차 제작회사가 주도해

국내의 엔진관련연구는 엔진산업분야보다 뒤떨어져 있다. 그동안 대개 자동차 제작회사를 주축으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정부쪽에서는 80년대 초에 일부 부품을 대상으로 성능 및 내구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주관 부처인 과학기술처가 설립한 연구기관에서 20여명의 인원이 엔진부품에 대한 성능평가시험을 착수한 것이다.

초기에는 엔진제조회사에서 필요한 종합적인 기술보다는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부품의 설계 생산 시험기술 등에 연구의 중점을 두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입부품의 국산화, 시험장비의 공동활용, 시험장비의 국산화 등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 기관들은 절대적인 연구인력의 부족과 연구범위의 한계를 인식, 대학과 연구기관이 협동해서 엔진설계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는 전반적인 엔진기술 보다는 가장 핵심이 되는 연소실의 설계와 관련된 연구에 전력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연소실내의 유체유동, 연소현상, 연소실 벽면에서의 열전달 등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국내의 엔진산업 규모와 기술수요에 비해 범(汎)정부적인 엔진관련 연구인력 장비 시설 연구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엔진제조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연구시설을 갖추고 필요한 연구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따라서 각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중복투자하는 낭비와 부품제조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능력부족이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산업체가 공동투자하는 자동차전문연구기관이 설립되고 있어 앞으로 자동차 및 엔진기술 선진국으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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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성낙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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