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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미래를 말한다

웹블로그와 카메라폰으로 제2의 전성기 모색

올해는 1605년 독일에서 최초의 신문 ‘레라치온’이 발간된지 꼭 400년이 되는 해다. 그간 신문은 활자 매체의 꽃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로 자리잡아 왔다. 신문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동안 굳건히 정보의 전달자, 시대의 고발자로 활약해왔다. 그런 신문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는 세계를 하나로 잇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시작됐다. 새 기술과 결합한 뉴미디어는 지금까지 신문이 주도해온 언론의 지형을 서서히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자가 쓴 기사 대신 블로거들의 필력이 인터넷을 통해 날개돋힌 듯 퍼지고 카메라폰 사진이 인터넷 신문 곳곳을 장식한다. 모바일에 익숙한 신세대는 딱딱한 신문 대신 화려한 동영상과 소리에 훨씬 귀기울인다.

모바일 기술과 작고 보이지 않는 컴퓨터가 결합한 ‘유비쿼터스’(라틴어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는 ‘신문의 위기’를 더욱 더 부추긴다. 이 난국을 꿰뚫고 나갈 신문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활자 매체의 미래는 정말 어둡기만 할까. 이런 속사정을 반영한 듯 최근 열린 ‘세계신문협회’(WAN)총회는 디지털시대에 맞선 신문의 생존 전략과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신문은 변신 중, 위기를 혁신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각국 신문 관계자들은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가 신문의 위기를 초래하기보다 오히려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총회 보고자로 나선 티모시 볼딩 세계신문협회 사무총장은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매체기술과 결합한 신문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전통 신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뉴스가 지난 5년동안 350% 성장했고, 지난 한 해 온라인 광고수익도 전년대비 58.5%나 늘어났다는 것.

이런 분석은 종이로 만든 기존 신문 매체 산업의 대변화를 예고한다. 물론 인터넷이 종이매체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물망에 올라있다. 뉴욕타임스의 아서 설즈버거 회장은 “활자매체였던 뉴욕타임스가 불과 2~3년만에 미국내 14위의 인터넷기업으로 거듭났다”면서 “인터넷 블로그와 이동통신기술이 중심인 매체 환경이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최근의 상황을 요약한다.

그는 “신문의 형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뉴스를 종이에 인쇄하건 안 하건 관계없으며 뉴스의 품질이 유지되는 한 독자가 원하는 매체를 이용해 얼마든지 뉴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신문 제작 방식도 점차 인터넷 환경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블로거(개인매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시민 참여형 기자제도는 거의 정착 단계에 와있다.

멕시코 레포르마 그룹 알레한드로 훈코 데 라 베가 회장은 뉴스 생산 과정에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모델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독자들이 신문 제작에 참여하는 편집위원회를 운영해 독자의 신뢰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2위에서 전국 1위 신문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수년전부터 오마이뉴스와 뉴스포털을 중심으로 이런 분위가 정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개인 블로거들의 활동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동남아시아를 휩쓴 지진해일(쓰나미) 당시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 노트북 컴퓨터로 무장한 시민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들이 몇몇 사이트에 올린 사진은 당시의 참상을 신속하게 세계 곳곳으로 타전했다.

취재 수단이자 보도 채널인 ‘휴대전화’

최근 들어 신문은 개인 보급률이 높은 휴대전화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문 구독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세대는 바로 10~20대 젊은층. 이런 이유로 이들 세대가 애용하는 모바일 기기는 신문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쪽에서는 독자 제보나 반응을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받아 보거나, 휴대전화를 통해 설문조사를 하는 등 독자들과 상호 작용하는데 모바일 기술만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5월 29일 총회 개막에 앞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신문과 모바일의 만남이 주요 화두였다.

주제 발표에 나선 각국 언론인들은 신문과 모바일이 ‘윈-윈’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구체적 사례들로 보여줬다. 그 가운데 아사히신문은 모범적인 사례에 속한다. 아사히신문은 40~50대 중장년층에겐 종이 신문, 인터넷에 익숙한 20대 후반~30대에게는 인터넷 뉴스포털 마케팅을 구사한다. 휴대전화에 익숙한 10대~20대초반 젊은이들에겐 이들 세대에 맞는 맞춤형 모바일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시 하코시마 아사히신문 회장은 “신문이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현재보다 영향력이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노르웨이 유력 일간지 VG도 자사의 ‘모바일 기술 활용기’를 발표했다. 이 신문사는 관공서처럼 단축번호 ‘2200’를 운영해 독자로부터 실시간 기사를 제보 받고, 홈페이지에 직접 사진을 올릴 수 있게 해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크게 확충했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강타했을 때 신문에 쓴 사진의 대다수가 동남아 현지에서 관광객들이 휴대전화로 찍어 보낸 것이었다. VG 논설주간 토리 페더슨은 “예전엔 대형 참사 취재를 위해 헬기와 취재장비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지만 이젠 카메라폰을 가진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일찍부터 감지한 일본은 일찌감치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자이신문은 올해부터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신문을 강화한다는 ‘Paper with IT’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를 강화해 신문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IT를 활용하겠다는 뜻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모일간지가 유비쿼터스 미디어랩을 세워 미래 신문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신문을 읽는 개념인 T-페이퍼, 리모콘을 조작해 기사와 사진을 마음대로 저장할 수 있다.


‘뉴스+테크놀로지=뉴스올로지’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을 비롯해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연구원장이 초청 연사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두 IT전문가의 참석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첨단 기술에 대한 신문 업계의 관심 수준을 그대로 웅변한다. 뉴스와 첨단 기술의 융합이 그만큼 가속력을 얻었다는 뜻이다. 두 전문가는 디지털 산업의 전망과 기술이 미디어에 미칠 변화상을 소개했다.

황 사장은 총회 주최 디지털 라운드 테이블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몸에 입는 컴퓨터, 모바일 기술이 앞으로 미디어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신문은 미래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로운 기술이 오히려 신문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임 원장 역시 “미디어 환경이 ‘양방향’ ‘온라인’ ‘미디어 융합’ 추세로 가고 있으며 나노기술과 지능형 컴퓨터, 차세대 인터넷이 완성되는 다음 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형신문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각국 연구기관에서는 신문을 대신할 새로운 매체들이 한창 연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T-페이퍼와 M-페이퍼가 비교적 가까운 시일 안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T페이퍼는 각 가정에 보급된 TV를 통해 신문을 볼 수 있는 미디어로 화면을 통해 관심이 있는 기사는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고, 스크랩도 할 수 있다. 종이신문과는 달리 동영상을 신문 기사에 담을 수 있어 훨씬 생동감 있는 기사를 볼 수 있다.

휴대전화나 PDA 등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통신단말기로 멀티미디어 뉴스를 보는 M-페이퍼 역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차량이나 항공기, 선박 등 어떤 교통수단에서도 뉴스를 받아 볼 수 있는 미디어장치다. 이미 일본 아사히신문을 비롯해 필리핀데일리지, 호주 페어익스는 독자를 대상으로 일부 모바일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상반기 시작된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지상파DMB, 와이브로는 이 같은 모바일 신문의 실현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흔히 전자종이로 불리는 E-페이퍼는 휴대하기 간편한 크기와 두께의 디스플레이에 통신 기능을 붙여 어디서든 최신 뉴스를 볼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일반 신문 종이와 달리 여러번 재생할 수 있고 한번에 많은 분량의 신문을 담아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개개인의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구미에 맞는 정보만 골라 전해주는 지능형신문도 한창 연구 중이다. 이처럼 인터넷과 모바일이 불러온 변화의 바람은 전통 신문에 대한 인식을 뒤흔들고 있다.

짐 치점 세계신문협회 전략고문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독자들의 관심사가 천차만별이므로 신문은 다양한 방식을 이용해 콘텐츠 제공자에서 컨텍스트(상황) 파악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적인 변화와 함께 신문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신문 이렇게 바뀐다

디지털 기술은 취재부터 제작, 매체 형태까지 신문의 모든 면을 뒤바꿔 놨다. 앞으로는 독자가 직접 카메라폰이나 블로그로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신문은 전문적인 분석을 내놓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매체도 인터넷과 휴대전화, 전자종이, 텔레비전 등으로 점차 다변화하고 있다.


신문 이렇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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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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