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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엔 너무 약한 「제5의 힘」

초기의 주장자들도 입장 바꿔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제5의 힘」을 추적해 온 지난 4년간의 실험결과는 이 힘이 당초의 예상보다 훨씬 미약해 무시해도 될 만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중력의 비밀, 즉 제 5의 힘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었던 과학자들이 심각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초의 주장 이후 4년간의 실험을 통해 설령 자신들이 가정한대로 중력에 반작용하는 제 5의 힘이 존재한다해도 그 힘의 정도는 예상보다 훨씬 약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만약 제 5의 힘에 관해 내기를 걸라고 한다면, 나는 '그런 힘은 없다'는 쪽에 걸겠다." 지난 86년 최초로 제 5의 힘이 존재한다고 주장해 물리학계에 대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퍼듀대학의 이프라임피슈바하(Ephraim Fischbach) 박사의 말이다. 그간 제 5의 힘의 존재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계속해온 워싱턴 대학의 에릭 아델버거(Eric Adelberger) 박사 역시 제 5의힘이 있다해도 그 영향력은 당초 피슈바하 박사가 예견했던 것의 1만분의 1정도에 불과해 자연계의 극히 일부분에만 영향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도 제 5의 힘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백기를 들지 않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감질나게나마 이 힘을 설명할만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고, 비록 제 5의 힘이 자연계의 네가지 힘으로 익히 알려진 중력 전자기력 핵력 약력처럼 교실에서 강의될 수는 없다해도, 지금까지의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은 몇가지 중요현상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의심의 대지가 없다는 것이다.

에트봐스 증명의 모순 발견

제 5의 힘에 대한 탐구는 피슈바하 박사팀이 헝가리 과학자 에트봐스(R. Von Eötvös)가 1920년대에 행한 중력법칙 증명실험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분석해내면서 시작됐다. 에트봐스의 고전적 실험이란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했던 낙체실험을 근대물리학의 방법으로 증명해보임으로써 중력은 질량에만 관계한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그러나 피슈바하 박사는 에트봐스의 실험을 분석한 결과 물질의 성질이 다르면 중력도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중력이 질량에 비례한다는 것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중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자연계의 힘이 있으며, 이 힘은 질량이나 전하가 아닌 물질의 화학적 구성과 관계된다는 것이 당시 피슈바하 박사의 주장이었다.

이후 몇몇 과학자들은 이 힘이 초기 우주에서 물질의 합성을 이끌어 내 은하나 성단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우주생성의 비밀을 제 5의 힘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피슈바하 박사의 첫 발표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이 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워싱턴 대학의 보인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텅스텐으로 만든 전선에 원형고리를 매달아 화강암 절벽 가까이에 매달았다. 그 원형고리는 2등분해서 같은 질량의 베릴륨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이었다. 만약 중력만이 이 고리에 영항을 미친다면 고리는 양쪽 모두 절벽에 끌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험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알루미늄반원은 화강암 절벽 쪽으로 약간 꼬인 반면 베릴륨반원은 회전하면서 절벽에서 멀어지려 했다. 이 결과를 두고 보인튼은 중력에 반대하는 힘이 알루미늄보다 베릴륨에 더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제 5의 힘의 1차 승리.

그러나 구리와 베릴륨을 이용한 유사한 실험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브 박사와 아델버거 박사는 반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엔 제 5의 힘의 1패.

이후 브룩하벤 국립연구소의 피터 티버거 박사의 실험을 제외하고는 계속 제 5의 힘에 부정적인 실험결과가 나왔다. 티버거 박사는 구리로 만든 구(球)를 뉴저지주에 있는 팔리사드 절벽 가까이의 물탱크안에 떠 있게끔 설치했다. 그는 만약 제 5의 힘이 영향을 미친다면 구에 미치는 절벽의 중력이 물에 미치는 중력과 다를 것이므로 구는 물속에서 수평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추론했다. 실험결과는 예견한 대로였다. 그는 이 결과를 "물질의 구성성분에 의존하는 척력이 물보다 구리에 더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림1)원형고리를 이용한 보인튼의 실험^똑같은 질량의 알루미늄과 벨릴륨이었지만 알루미늄 반원쪽만이 절벽에 끌렸다.

상반되는 실험결과

그러나 몇 가지 성공사례로 제 5의 힘의 존재를 주장하기는 역부족이어서 이 힘의 존재를 지지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 공군의 과학자들처럼 애당초 실험을 통해 제 5의 힘을 확인했던 사람들조차 실험 이후에 발견된 오류를 이유로 원래의 주장을 철회하는 실정이다.

제 5의힘을 확인하기 위한 최근의 실험은 몬타나 주립대학의 케네스 노르트벳(Kenneth Nordtvedt) 박사가 세운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이 가설은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를 이용해 제 5의 힘을 확인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달과 지구처럼 서로 다른 두 물체는 보다 무거운 태양에 당겨질 때 같은 가속도로 운동한다는 원리를 이용해 태양 중력장 내의 달과 지구의 가속도를 비교하는 것이다. 만약 달과 지구의 궤도운동이 등가원리와 차이가 있다면 이는 중력과는 다른 어떤 힘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달 표면에 설치된 정밀반사경으로 달과 지구의 운동을 관찰한 결과 등가원리를 부정할 어떠한 변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노르트벳 박사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이런 실험은 달과 지구 태양처럼 먼 거리에 있는 대상들을 비교할 때만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중력보다 훨씬 약하게 작용하는 반(反)중력의 존재 여부를 이 실험의 결과로 가름하기는 설득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어쨌든 제 5의 힘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설령 그것이 존재한다해도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극히 일부분에 미치는 약한 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반대 입장의 사람들은 그 의견이 결코 마지막 답안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그 누구도 아직 에트봐스의 모순을 시원스레 설명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의 실험결과들이 제 5의 힘을 명백히 부정했다 할지라도 이 모순의 근원을 탐구해 자연계의 힘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이미 백기를 든 피슈바하 박사의 지적이다.
(그림2)물탱크를 이용한 티버거의 실험^절벽 가까이 물탱크를 놓았을 때 구리공은 절벽과는 수직이 되는 수평방향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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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존 월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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