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통신을 결합해 서울의 도로망을 제어하는 관제센터. 교통행정 최일선의 24시를 살펴본다.
때아닌 폭우로 서울시내 곳곳이 물에 잠겼던 지난 9월. 출퇴근길의 서울시민치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교통정보방송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시시각각 서울 전역의 교통 흐름도를 파악, 정체지역의 현황과 원인을 알려주는 교통정보의 유익성이 비상사태를 맞아 더욱 돋보인 시기였다.
평상시에도 매일 교통전쟁을 치러야하는 서울시민에게 나침반이 될만한 교통정보를 만들어 전하는 곳은 바로 시경교통관제센터. 71년 교통정보센터로 문을 연 이곳은 올해 새로 지은 시경찰국 건물에 입주하면서 시설도 대폭 강화했다.
흔히 교통관제센터의 역할을 정보방송에 한정해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관제센터의 핵심적인 역할은 전자신호기등을 이용해 수도권 전체의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 있다. 물론 제어원칙을 세우는 데는 각종 교통관제시설을 통해 입수한 막대한 양의 자료가 근거가 된다.
차량감지기로 소통량파악
교통관제센터는 80년 5월 기존의 명칭을 바꿈과 동시에 기술적인 면도 일신해 서울의 도로망에 컴퓨터와 통신을 결합한 전자신호체제를 도입했다. 즉 도로의 교통상황이 탐지되면 전화선을 통해 중앙 컴퓨터에 연결하고 이것을 분석 종합한 결과로 교통을 통제하는 중앙관리시스템이 확립된 것.
관제센터의 컴퓨터 여섯대에 숨가쁘게 입력되는 정보는 크게 네 가지형태다. 우선 가장 방대한 양의 정보는 시내 주요도로와 교차로마다 깔려있는 1천7백여개의 차량감지기(vehicle detector)가 보내는 것. 도로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각형의 틀이 바로 차량 감지기표시로 이 틀 속에는 고주파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 감겨있다. 차가 그 위를 지나가면 주파수가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차량의 속도와 대수까지 감지해낸다. 감지기가 파악한 교통상황은 전화선을 타고 이동, 곧바로 관제센터의 대형스크린에 적녹황의 3색으로 나타난다. 녹색은 주행속도 30km/시 이상, 황색은 15~30km/시이며 적색은 15km/시 이하로 교통정체를 표시한다. 그러나 감지기만으로 정체의 원인이나 방향을 밝혀내기는 어렵다. 이것을 보완하는 장비가 바로 CCTV(폐쇄회로TV). 서울시내 주요교차로 18곳에 설치된 이 폐쇄회로텔레비전은 3백50도로 회전하면서 반경 1km이내의 교통상황을 비춰줘 정체의 원인과 차량소통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현재로선 CCTV가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전해주는 장비지만 개당 설치비가 적지 않아 추가설치가 더딘 실정이다.
교통경찰, 각 방송국이 선정한 통신원들, 시민들이 주는 제보도 기동성 있는 종합정보다. 최근에는 카폰의 보급대수가 늘어나 시민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 헬리콥터나 비행선을 이용해 하늘에서 교통상황을 한 눈에 파악,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중앙컴퓨터에서 종합 분석돼 교통관제센터의 상황판에 표시된다. CCTV 모니터, 신호방향 및 혼잡도가 표시된 대형도로지도, 신호기상태점검도 뿐만 아니라 영등포로, 봉은사 길 등 서울시내에서 가장 정체가 심한 9개 주요도로의 주행속도와 차량대수가 상황판에 나타나게 된다. 각 방송국에서 파견된 리포터들은 현장의 전화제보와 이 상황판을 토대로 교통정보를 시민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관제센터에서도 현장에 인접한 교통경찰초소나 교통경찰에게 전화와 무전기로 적절한 지시를 보낸다.
차량증가 못 따라잡아
한편 관제센터에서는 현재의 전자신호체제를 이용, 원활한 교통순환을 유도한다. '전자연동제'라 불리는 현행의 제도는 이동중인 차량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끊김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중앙컴퓨터에 입력된 자료를 근거로 연동(連動)값을 산출, 각 신호기의 주기를 조절한다. 그러나 현행의 연동제는 동서나 남북 중 한 방향만을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쌍방향이 얽히는 실제 교차로에서 주기조절의 효과를 보기는 쉽지않다. 게다가 일방통행로가 보편화된 외국과는 달리 좌회전 허용등의 제도가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고 '차만 가지면 어떤 골목이든 갈 수 있다'는 운전자의 그릇된 의식때문에 곳곳에서 연동의 흐름이 끊기기 마련이다.
"4~5년전의 교통량 정도로 지금의 관제시스템을 가동했다면 서울시내 전체가 시원스레 소통됐을 것"이라는 관제센터요원 이수남씨의 고충에서 드러나듯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차량과 한정된 도로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교통관제센터의 신속한 정보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