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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가볍고 튼튼하려면

탄소나노튜브 갑옷 입어야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트 주먹….”

일본 애니메이션 ‘마징가Z’주제가를 가만히 들어보면 마징가Z를 무쇠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쇠’는 철에 탄소를 2% 이상 섞어 만든 합금이다. 주로 솥이나 화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인데 고온으로 녹이기 쉬워 주조에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전투용 거대로봇을 무쇠로 만드는 일이 적절한 선택일까?

애니메이션 속의 태권V가 마징가Z처럼 무쇠로 만들어졌다면 문제가 생긴다. 키가 1.7m인 사람이 태권V 크기인 56m로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키는 33배가 늘어나지만 무게는 세제곱인 3만5937배가 늘어난다. 무쇠 갑옷의 무게를 사람의 몸무게와 비슷하게 맞췄다고 해도 태권V의 몸무게는 2500톤이 훨씬 넘는다. 이쯤 되면 태권V는 걷기조차 쉽지 않은 고철로봇이 되고 만다.

무쇠 말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게 좋을까. 태권V가 필살기 공격인 이단옆차기를 할 정도로 강성이 뛰어나려면 적어도 티타늄이나 철합금과 유사한 성분을 가진 소재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이들 합금 역시 밀도가 4~7g/cm3(보통 물의 밀도는 1g/cm3다)이기 때문에 태권V의 전체 무게를 추정해볼 때 적어도 1400톤이 나간다. 어떻게 하면 태권V를 더 가볍고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탄소나노튜브 구조 탄소원자가 공유결합해 지름 1~40nm의 흑연면을 만들고 수㎛ 길이의 튜브 모양을 이룬다.


꿈의 소재 ‘탄소나노튜브’

태권V 몸체의 강도는 높이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밀도가 높고 강한 기존의 재료에 밀도가 낮고 강한 나노 신소재를 적절히 혼합한 나노복합재료를 만들어야 한다. 나노복합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소재를 강화재로 사용해야 하는데, 주목받고 있는 소재가 바로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다.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의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발견한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나노미터(1nm=10-9m) 크기인 관(tube) 모양의 소재로, 현재까지 개발된 소재 중에서 단연 우수하다. 밀도는 1~2g/cm3로 낮아 알루미늄합금(밀도 2~3g/cm3)보다 가볍고, 강도는 철합금보다 30~50배 높다. 게다가 열 전도도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최고 수준이고 전기 전도도 역시 금속 이상으로 매우 높다.

티타늄(Ti)합금과 탄소나노튜브를 혼합해 나노복합재료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탄소나노튜브가 30% 정도 첨가될 경우 티타늄합금보다 강도는 15~20배 향상되고 무게는 약 20% 감소된다. 따라서 탄소나노튜브가 균일하게 분산된 티타늄 나노복합재료를 태권V의 몸 전체와 골격의 기본 소재로 사용할 경우 시스템 전체의 무게는 줄어들고 강도는 높아진다.

물론 아직까지 티타늄 나노복합재료처럼 티타늄 내에 탄소나노튜브를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방법이 개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05년 KAIST 신소재공학과의 홍순형 교수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를 구리(Cu)에 분산시켜 탄소나노튜브/구리 나노복합재료를 만들어 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1% 첨가할 경우 기존 구리의 강도를 3배나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위에 따라 다른 태권V 소재^태권V는 몸체 각 부분의 용도에 따라 다른 소재로 제작하는 게 좋다. 몸통과 기본 골격은 탄소나노튜브/티타늄 나노복합재료를 사용하고, 팔은 텅스텐 합금, 다리는 텅스텐 카바이드/코발트 소재를 사용하는게 적합하다. 골격 제작 뒤에는 특수 기능의 도료로 도색하고 코팅한다.


부위별로 다른 소재 사용

탄소나노튜브/티타늄 나노복합재료를 이용해 시스템 전체 무게를 줄이고 강성을 높이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태권V의 몸은 항공기나 선박처럼 단순한 게 아니라 부위에 따라 움직임이 다르고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 다리, 복부, 가슴처럼 부위에 따라 각각 다른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다리나 팔은 단순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움직임에 따라 순간순간 가해지는 운동부하가 달라진다. 따라서 전체적인 소재는 탄소나노튜브/티타늄 나노복합재료를 사용할 수 있지만 다리, 관절, 팔에 사용하는 소재는 움직임에 맞는 맞춤형 재료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태권V 다리는 서고 걷는 모든 운동의 기본축이며 중요한 공격무기다. 또 발차기는 적에게 충격을 줄뿐만 아니라 태권V 자신도 큰 충격을 받는다. 따라서 높은 강성을 갖고 내마모성이 우수하며 충격에 부서지지 않도록 인성을 높인 텅스텐 카바이드/코발트 소재를 나노소재로 만들어야 한다.

로켓팔은 상대에게 충격을 줘야하기 때문에 무조건 가볍게 만들기보다는 단단하면서도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가야 한다. 로켓팔의 발사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로켓팔의 무게를 늘리는 것이 충격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M1A1 전차나 한국형 K1A1 전차의 장갑 관통탄에 주로 사용하는 텅스텐 중합금 소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통 부분은 주로 적의 공격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방탄복 소재로 사용하는 가벼운 세라믹 소재와 금속 소재를 겹쳐 쌓은 적층복합재료를 사용하는 게 좋다. 적어도 현재 러시아의 T80U 전차와 M1A1 전차에 사용하고 있는 복합장갑판(현재 이들은 철합금 두께 560mm까지 관통하는 대전차포탄을 막을 수 있다)을 능가하는 재료를 사용해야 태권V 내부에 숨겨진 조종석과 동력원인 핵융합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태권V 나노복합재료 합성 공정^탄소나노튜브/티타늄 나노복합재료는 티타늄에 탄소나노튜브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만든다. 일반 합금보다 시스템 전체의 무게를 감소시키면서 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레이더 감시를 피하는 갑옷

탄소나노튜브/티타늄 나노복합재료를 비롯한 여러 소재를 갖고 태권V의 몸체를 완성했으면 이제 도색을 할 차례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태권V는 짙은 남색과 흰색이 적절히 어우러져 전투로봇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런 도색으로 태권V에 단순히 색깔만 입히는 게 아니라 적의 레이더를 피해 몸을 숨길 수 있는 스텔스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태권V는 근접전에 적합한 전투로봇이다. 원거리에 사용할 무기는 눈과 가슴에서 나가는 광자력 빔밖에 없기 때문에 적이 원거리에서 공격해 올 때는 도망다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거리에서 목표까지 도달할 동안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려면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먼저 레이더 반사 단면적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태권V의 형태를 바꿔야 한다. 미국의 B-2 폭격기나 F-22 전투기의 경우에도 스텔스 기능을 갖추기 위해 몸체 각 부분이 특정 방향을 향하도록 각을 지게 만듦으로서 적의 레이더를 맞았을 때 레이더가 적을 향해 반사되지 않고 포착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반사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태권V의 몸체도 모서리가 없는 둥근 형태보다는 각진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런 구조적인 문제도 전파흡수재료가 우수해지면 해결될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전파를 흡수하는 재료를 선택해 태권V 몸에 코팅해야 한다. 코팅하는 재료로는 탄소나노튜브를 고무나 에폭시 같은 고분자 물질에 혼합한 소재가 적합하다. 저항값을 적절히 증가시켜 전자파를 흡수하도록 만들 수 있다.

만약 탄소나노튜브/고분자 나노복합재료를 태권V 몸에 코팅할 경우, 원거리에서 태권V가 이동하는 것을 감지하기 어려워 활동영역을 그만큼 넓힐 수 있고, 근접전으로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다.

적의 레이더망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폭격기. 16톤의 무게를 싣고 1만1667km를 날 수 있다.


신소재 기술은 산업의 핵심

마징가Z 주제곡에 등장하는 무쇠는 단순히 탄소가 함유된 철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장 튼튼한 재료’를 뜻하는 은유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 신소재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무쇠는 강철이 될 수도 있고 나노복합재료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의 무엇이 될 수도 있다.

엄청난 무게를 견뎌야 하는 문제는 물론 표면 부식, 외부 레이더로부터 엄폐 등 외장 소재부터 조종실의 디스플레이, 중앙처리장치의 방열 소재, 나노 전자기 배선 재료의 내장 소재에 이르기까지 소재의 선택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휴대폰의 콘텐츠를 사용하면서 놀라움을 느낀다. 하지만 휴대폰을 만든 소재, 내부의 전자부품 소재, 액정 소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입는 옷처럼 재료를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기술은 기계나 전자공학과처럼 한눈에 드러나는 기술이 아니지만 우리 생활에서부터 최첨단 반도체와 국방기술에 이르는 모든 곳을 지배하는 중요한 분야이다. 따라서 신소재 기술은 한 나라의 산업과 국방기술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나라 기술력의 척도가 된다.

200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김원섭 기자
  • 김경태 박사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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