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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소피아 안티폴리스

과학과 문화의 멋진 조화

지중해 연안에 자리잡은 소피아 안티폴리스는 유럽 전역에 첨단기술을 공급하는 국제 연구단지다.


소피아 안티폴리스 전경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산록까지 자동차로 2시간 거리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휴양지의 하나인 지중해까지는 불과 15분. 이 두 곳을 같은 계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프랑스 동남부의 연안 칸과 니스 사이에 위치한 '소피아 안티폴리스'라는 연구단지다. 이곳의 연평균 기온은 최고 30℃, 최저 0℃로 아열대의 지중해성 기후다.

사시사철 꽃이 피는 이곳은 유사이래 그리스 로마 등의 문명의 발자취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이며, 화가 음악가 문인 등 예술가들이 활동하던 무대로 그들의 유품이 곳곳에 보존되어 있다. 인근의 휴양문화도시 칸과 니스까지는 자동차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으며 니스에는 국제공항이 있어 모든 서유럽의 큰 도시까지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에 연결된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고속열차 TGV(평균시속 2백40km)도 이곳에 인접한 앙티브를 지난다.

지혜의 도시

20년전에 소나무 숲으로 덮여 있던 구릉지대인 이곳이 '지혜의 도시'라는 뜻의 소피아 안티폴리스로 발전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1968년 당시 프랑스의 명문대학 에콜 데 미네(Ecole des Mines)의 이사장이었던 라피트(Laffitte) 현 상원의원이 거의 무모한 발상이라고 할만큼 의욕적으로 밀어붙여 이 연구단지가 성립됐다.

발족당시부터 이 연구단지는 중앙정부나 주정부의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시작되었으며, 프랑스 연구기관만이 아닌 각국의 연구기관을 유치하여 국제연구단지로 발돋움 했다. 또한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생산시설도 단지내의 엄격한 제한조건을 만족시키면 입주시켰다. 단지의 제한조건은 예를 들면 무공해산업이어야 하며 건물의 높이는 3층 이상은 허용되지 않으며, 건물의 형태가 경관을 해치지 말아야 하고 건물의 색상도 갈색으로부터 백색에 이르는 몇가지 색으로 제한하고 있다.

당초에 민간주도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후방지원 시설도 대부분 민간에서 운영된다. 그 후 이곳이 활기를 띠고 경제성과 고용력이 증대되어 단지확장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주정부가 개입하여 전반적 발전계획 토지배치 간접시설의 지원에 참여하고 있다.

소피아 안티폴리스단지내의 입주기관은 1989년 현재 약 1백50개이며 그 중 1백여개는 연구 개발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전자 및 전자계측분야가 30%, 생명공학 및 제약분야가 20%, 화학 및 화공이 15%, 기계계열이 15%, 에너지관련분야가 10%, 그밖의 학교 훈련기관 은행 등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출발당시부터 국제연구단지로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의 10여개기관을 비롯하여 영국 스위스 독일 일본 등에서 입주하여 연구실적을 생산체제로 연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곧 연구결과의 실용화가 곧바로 추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1986년에는 한국동력자원연구소도 이곳에 해외지소를 설치하여 에너지 및 자원분야의 연구협력에 노력하고 있다.

소피아 안티폴리스단지가 성공한 주요한 요인중의 하나는 후방지원시설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과 문화의 조화라는 슬로건을 걸고 출발했기 때문에 인접한 휴양지와 쾌적한 주거시설이 연구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여러나라 연구원들의 자녀를 위한 국제 초 중 고등학교의 운영, 음악회 미술전시회를 여는 크고 작은 공회당, 테니스코트 실내수영장 4백m 트랙경기장 골프장 등 충분한 문화시설를 갖추었다. 반면 각 입주기관의 건물외형은 초라하며 최대한 대지를 활용하려고 대부분의 건물이 도로에 인접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피아 안티폴리스단지에 입주한 대표적인 연구기관을 살펴보자.

에너지 컴퓨터 화학분야에 강세

프랑스 과학기술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CNRS(국립과학연구원)는 산하에 2만5천명을 고용하여, 1천2백여개의 개별연구소를 보유하고 자연과학 공학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일부를 연구하고 있다. 1976년 CNRS의 소피아 안티폴리스 지소는 고고학 연구부터 개시되었고, 이들은 프랑스 아프리카 중동의 인류학 사회학 언어학 등을 연구한다. 1981년 주택연구소(CSTB)와 에너지 수집 및 저장을 연구하는 에너지 연구소가 추가되었으며 1982년에는 태양열 연구를 위한 고체물리학연구소가 추가로 창설되었다. 이 연구소는 니스대학과 협력으로 공동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디지털(Digital)사는 널리 알려진 컴퓨터 회사인데 1980년 이곳 소피아 안티폴리스에 유럽기술센터를 설립 하였다. 투자비용은 6억5천만 달러, 고용인원은 3백40명으로 이중 1백명이 외국인인데 18개 나라 출신으로 구성됐다. 이는 유럽 각국에 연결된 1만대의 컴퓨터를 돌리기 위해 각국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 전역 1백36개 도시에는 4천명 이상의 현지 기술자가 배치되어 애로점을 해결해 주고 있다. 디지털사는 유럽 전역에 첨단 기술을 팔고 있다.

다국적 보건위생기업인 서얼(Searle)사는 프랑스 외에도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에 연구 개발부를 갖고 있다. 이곳의 1백60명 직원은 화학물질의 안전과 약품의 개발을 목표로 독극물연구 위생화학 병리학 등을 연구하여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적정량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실리콘 기술의 선두주자인 다우코닝, 유럽의 자동화 기계분야를 이끌고 있는 텔레메카니크, 거대 화학회사인 롬앤드 하스사와 다우케미컬 등이 진출하고 있다.

이외에 프랑스 국영연구소나 공공기관들이 지소나 연구소를 설치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명문 에콜 데 미네는 대학원 과정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 통신분야에는 고급 또는 실무교육과정을 분야별로 진행하고 있다.

단지내에는 두군데의 아담한 호텔이 운영되고 있는데 성수기에는 바캉스 온 사람들까지 붐빈다. 단기 출장자를 위한 임대 사무실에서는 비서까지 대여해주어 자기 사무실처럼 쓸 수 있다.

소피아 안티폴리스는 외형이 거창하지는 않으나 실속 있게 발전하는 첨단 과학단지다. 앞으로 EC가 통합된다면 유럽권과 지중해 너머 북아프리카권까지 활동을 확장할 계획이다. 소피아 안티폴리스는 오늘의 연구를 미래의 기업으로 연결시키는 실제적이며, 과학이 문화와 조화되는 과학연구단지라 할 수 있다.
 

다우케미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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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당훈 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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