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위교수는 탄소 질소 스트론튬의 동위원소 비율로 상아의 원산지를 판정해냈다.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 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한 과학자가 밀렵된 상아를 구별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제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버드대학 인류학과 니콜라스 마위 교수는 탄소 질소 스트론튬(Sr)의 동위원소를 이용, 코끼리가 포획된 지역을 알아내는 방법을 발견했다.
2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상아무역은 최근 남획으로 인해 코끼리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자 자연보호론자들의 반대로 큰 제한을 받고 있다. 86년 워싱턴조약에 의해 각국별로 상아수출의 할당량이 정해진 것. 그러나 이 할당량은 아프리카 각국들의 부패한 관료들에 의해 무시되기가 일쑤였다. 수출되는 상아마다 번호가 매겨지는데 중복해서 같은 번호 매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 이로인해 89년 10월 워싱턴 조약 체결국회의에서는 상아무역을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국가들도 적지않다. 아프리카 남부지역의 보츠와나 남아공화국 짐바브웨 잠비아 등은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일정량의 코끼리포획은 불가피 하다고 주장한다. 코끼리개체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만 다른 야생동물과 균형을 맞출 수 있고 다른 야생동물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통해 외국관광객을 유치 해야만 원주민들이 밀렵꾼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고, 이들을 오히려 자연보호 감시원으로 할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코끼리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절멸위기에 놓인 국가들은 전면적인 상아무역금지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7월 케냐의 모이 대통령은 3백만달러어치의 상아를 불에 태워버림으로써 불법적인 상아무역에 일대 경종을 울렸다. 짐바브웨의 한 각료는 이 사건을 '상아가격 2배이상을 스폰서로 부터 보장받고 벌인 쇼'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이로인해 상아논쟁은 극에 달했었다.
아직 표본이 불충분
마위 교수가 제안한 상아구별방법은 상아속에 포함된 탄소나 질소, 스트론튬의 동위원소량을 비교함으로써 그 상아의 산출지역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 비교적 코끼리수가 많은 남부아프리카지역에는 '합법적인' 포획이 대부분이고 그 이외의 지역은 불법 포획일 가능성이 많다.
가령 탄소의 경우 자연계에 ${}^{12}$C(질량이 12인 탄소원자)는 ${}^{13}$C보다 1백배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식물들의 광합성 결과 이 비율은 약간씩 변화한다. 열대우림(삼림)지역과 사바나(초원) 지역은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 식물들을 섭취한 코끼리의 상아에도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약간씩 다른 것이다. 케냐지역의 δ${}^{13}$C와 ${}^{12}$C 비율기준치로 부터의 차이)는 -21.7인데 잠비아지역은 -18.2이다.
마위교수는 같은 방식으로 질소와 스트론튬에서도 동위원소 비율이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방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실험된 상아의 수가 아직 충분하지 않으므로 더 많은 표본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상아의 성분검사에는 2백mg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탄소 질소 스트론튬 세가지 동위원소를 측정하는데는 아직 3백50달러나 비용이 드는 점도 해결해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