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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제 어디서나 건강검진하는 바이오센서

방대한 생명 콘텐츠의 정보화 구현

21세기 생물학은 실험과학에서 정보과학으로 변모하고 있다. DNA 서열, RNA 발현,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상호작용 등을 ‘하나씩’ 규명했던 것이 이전 생물학의 연구작업이었다. 반면 현재는 유전체, 단백질체 등 전체 유전자 ‘집합’ 또는 전체 단백질 ‘집합’의 기능과 특성을 규명한다. 이는 곧 실험실을 근간으로 하는 순수과학에서 정보과학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정보는 DNA 서열의 전체 지도에서부터 RNA 발현, 단백질 상호작용, 분자형태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생물학 연구는 특정가설을 세우거나 대량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IT의 방법론과의 결합을 요구한다. 결국 이 과정은 BT와 IT가 긴밀하게 연관돼야 가능하다.


랩온어칩


생물정보학에서 시작

BT와 IT 간 학제연구(BIT)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공·처리하는 분야인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에서 시작됐다. 이를 토대로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광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저장·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약, 식품, 농업, 환경 등에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예를 들어 생물정보소프트웨어, 생물정보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한다.

생물정보학을 시작으로 BIT는 점점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유용물질과 각종 서비스를 생산·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한다. BIT에 포함되는 BT는 생물체가 지닌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유용물질을 생산하는 기술, 신약개발과 관련된 초고속대량 탐색방법,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랩온어칩(lap-on-a-chip) 기술에 필요한 분석·진단기술과 새로운 기능의 확보, 그리고 바이오센서, 인공장기 등 의공학과 관련된 분야가 있다. IT에서 BIT에 제공할 수 있는 분야로는 정보를 생성·도출·가공·전송·저장하는 기술,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원격성과 현장성, 그리고 미세가공기술을 이용한 시스템 구현 분야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기술이 융합하면 어떤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구체적인 BIT 기술을 통해 확인해보자.

BIT에 속하는 기술로는 실시간 분자영상화기술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생체 내 분자나 세포의 생물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하는 첨단기술로, 미 매사츠세츠공과대에서 발간하는 ‘테크놀러지 리뷰 2003’(Technology Review 2003)에 세계를 변화시킬 10대 신기술로 선정됐다. 이는 질병의 발생에 따른 분자수준의 변화를 의료적 시술 없이 디지털 영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질병의 진단·예방·치료에 응용하려고 한다. 이 기술이 개발되려면 생체 내 생물학적 정보(BT)를 디지털신호로 처리하고 증폭시켜는 IT 기술이 결합해야 한다.

BIT의 또다른 예로는 시스템 생물학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생명현상을 통합적인 시스템 관점으로 바라본다. 이제까지는 ‘하나의 유전자-하나의 단백질-한가지 기능’이라는 일차적인 생체반응 경로가 연구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각종 유전자, 단백질들이 동시에 작용하는 유기적인 시스템을 이룬다는 관점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생체분자의 상호작용을 거시적인 네트워크 수준에서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제어와 회로설계, 시스템 모델 변경 시뮬레이션 등 IT 전문가가 반드시 요구된다.

이와 함께 BIT의 기술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이오센서다. 물리·화학적 생체정보(BT)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측정하는(IT) 센서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조사할 수 있다. 한편 BIT는 생체에서 계측된 정보를 처리·분석해 생체의 운동량과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지능형 건강관리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연결

이와 같은 BIT 기술은 곧바로 의료, 보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의 개척과 맞물린다. 또한 고부가가치 바이오정보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의약과 농업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등 기초생물학을 비롯한 미래 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BIT는 차세대 유망산업 중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꼽힌다. 2001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BIT는 반도체산업의 자본회전율(1.3)보다 약 6배(8.0) 이상 높은 두뇌 집약산업이며 BT 연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시켜 생물산업의 10배 성장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의료보건과 관련된 BT 연구의 대폭적인 수요증가로 융합기술의 시장규모는 연평균 30% 이상 성장해 2010년에는 6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BIT는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고 관련 기술의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 수준은 아직 초기 성장단계다.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융합기술의 경제적 기회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선두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기술의 산업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압도적인 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립보건원(NIH)은 총 연구개발 예산의 21.5%인 1백78억달러를 BT에 할당했고, BT가 NT나 IT 등 다른 기술을 응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기업이 바이오산업 진출

무엇보다도 BIT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기업이다. 특히 세계적인 전자기업 상당수가 바이오산업으로 진출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휴렛패커드 사는 1994년 바이오산업에 진출해 칼리퍼 테크놀러지(Caliper Technologies) 사와 함께 랩온어칩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BT 관련 업계인 어피메트릭스(Affimetrix) 사, 로제타(Rosetta) 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DNA칩, DNA 스캐너, 랩온어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휴렛패커드 사는 의료 부문에서 약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히타치 사는 1999년 BT에 진입해 퍼킨 엘머(Perkin Elmer) 사와 유전자분석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생명과학 사업부를 설립해 생물정보학 사업과 DNA칩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IBM은 생물정보학을 기반으로 BIT를 꾀하고 있으며 히타치와 마찬가지로 생명과학 사업부를 신설해 매년 1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생물학전용 초고속 슈퍼컴퓨터인 블루진(blue gene)과 단백질 분석에 관련된 바이오-딕셔너리(Bio-dictionary)를 개발중이다. 이처럼 여러 전자기업의 바이오산업 진출은 곧 BIT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IT가 경제 성장의 핵심적인 동력 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세계 최고수준의 IT 기반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해 BT와 IT의 융합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 향후 수년이 BT와 IT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BIT의 원천기술 개발 등 기술역량을 조기에 확보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200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한미영 유전자진단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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