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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일장이론과 쿼크 연구에 몰두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 물리학자들의 공동연구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중순 중국내 조선인 자치주인 연길에서는 조그만 국제학술행사가 열렸다. '연변 현대물리학 국제회의'라 이름붙여진 이 학술행사에는 남북한 물리학자를 비롯, 중국내 한인물리학자, 재미 한인물리학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 학술행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강경식 박사(54). 세계 입자물리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론 물리학자로 미국 아이비(Ivy, 미국 북동부 지역의 8개 명문대학) 중의 하나인 브라운 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중인 강박사는 연변 국제회의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한반도 밖에 있는 유일한 한인 종합대학교인 연변대학을 외부세계와 학술적으로 접촉시킴으로써 자체 발전은 물론 장래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전세계에 산재해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물리학자들이 서로 연구업적을 소개함으로써 상호 유대를 강화하고 민족적 긍지를 향상시켰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부가적으로 최근 국제 사회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북한 물리학자들이 5명이나 참가해 남북한 물리학자들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튼 것도 나름대로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북한에서는 과학원 물리연구소의 여철기 허영환 조병래 등 5명의 학자가 참가했는데, 이들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제목은 그런대로 국제적인 조류에 맞추어져 있지만 내용은 그다지 주목할만한 것이 없었다는게 강박사의 설명이다.

3년전 중국과학원 초청으로 북경대학을 방문했을 때 일부러 연변대학에 들러 그들의 뒤처진(?) 연구 상황을 둘러봤던 것이 이번 행사를 만들게된 동기였다. 작년 천안문 사태로 한때는 학술회의가 무산될 피기에 처했고, 경비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동료 김정욱박사(존스 홉킨스대학)의 헌신적인 노력과 몇몇 재미 사업가의 도움으로 성공리에 학술회의를 끝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2년마다 행사를 더욱 확대해 개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입자물리학계의 석학 강경식 박사
 

대통일장이론에 관심

59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후 인디애너 대학 장학생으로 유학 길에 오른 그는 3년만에 소립자이론으로 학위를 땄다. 미시간대학 연구원(post doc.)으로 잠깐 있은 후 64년 9월부터 현재까지 25년 동안 브라운대학에서 교육 및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소립자들의 작용과 붕괴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강박사는 최근에는 대통일장 이론 및 쿼크 입자에 관심을 갖고 연구중이다. 현대 입자물리학의 발전추세에 따라 자신의 연구분야를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는 셈.

"최근 야심찬 이론 물리학자들의 최대의 관심은 초끈이론(super string theory)에 쏠리고 있습니다. 초끈이론은 중력 전자기력 핵력 약력 등 모든 힘을 하나의 장(field)에서 통일적으로 설명하려는 대통일장 이론의 하나의 모델인데, 현재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수학이 존재하지 않아 벽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세계 물리학계의 최신 동향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50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학문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왜 이러한 골치 아픈 이론이 필요한가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1860년대 맥스웰은 그때까지 전혀 다른 현상으로 여겨졌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해석했습니다. 결국 전기와 자기는 서로 바뀔 수 있는 동일한 현상의 다른 표현임이 밝혀진 것이지요. 이로 인해 현대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전기통신혁명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전기현상을 자기현상으로 바꾸어 원격통신을 하기 때문입니다. 맥스웰이론은 최초의 통일장이론인 셈이지요.

만약 초끈 이론이 성립된다면 쿼크 렙톤 등 미시세계에서부터 천체 우주에 이르기까지를 하나의 장으로 통일시켜 우주통신에 중력파를 활용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유학 1세대

강박사는 유학 1세대다. 그를 굳이 1세대라 부르는 이유는 강박사 밑에서 공부한 2세대들이 현재 한국의 물리학계에 기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표준연구소장 이충희 박사, 서울대 김진의 교수, 고려대 박만장 교수, 한국과학기술원의 고인규 교수, 연세대 장수경 교수 등은 모두 강박사의 명성을 듣고 브라운대로 유학가서 공부한 그의 제자들이다.

25년 동안 한국계 물리학과 학생 40여명을 지도한 강박사는 제자들과의 공동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김진의 교수와 20여편의 논문을 공동 발표했고 고인규 교수와는 현재도 공동연구를 진행 중. 요즘 유학오는 학생들은 강박사 제자들 한테서 배운 학생들이다. 이른바3세대.

다른 나라와 비교, 한국 유학생들의 수준을 묻자 "요즘은 과학기술분야에만 1천명씩 몰려오기 때문에 수준도 다양하다"며 "시험 성적은 매우 좋으나 생각만큼 창의성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한국의 입시제도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것이 강박사의 생각.

현재 미국 물리학계에서 활약중인 30대 중반의 한인학자 중 4~5명은 주목할만 하다고 강박사는 말한다. 콜럼비아대학의 이기영, 코넬대학의 안창림, 플로리다 대학의 이수종 신상진, 펜실베이니어대학의 나호성박사 등이 그들이다.

"국내 물리학계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나가는 것 같습니다.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진들도 많이 확보돼 있으므로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할 때라 생각합니다. 국제적 프로젝트로 미국 텍사스에 건설 예정인 초전도거대가속기(SSC) 계획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요. 이 가속기가 완공되는 2000년 이후에는 여기에 못끼는 나라는 물리학 연구에서 영원히 낙오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75년부터 고국에 드나들면서 프로젝트 자문 및 공동연구 학위강좌 등을 꾸준히 수행해 나름대로 국내 물리학계에 이바지 해온 강박사는 한인 재미과학기술자협회장 시절에는(82~83년) 한국의 중소기업을 위해 기술자문을 체계적으로 알선해 주는 창구역할도 했었다. "미국의 한인 과학기술자 중에는 자기 분야에서 명성을 가진 사람이 적어도 5백명 이상이다"고 설명하면서 "국내 과학기술계로 봐서는 커다란 인적자원인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국내에 자리잡을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겠다"고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현재 서울대 이론물리센터의 고문직을 맡고 있는 그는 우수한 포스트닥을 대량으로 확보해 연구활동을 하면서 세계 각국에 일류 교수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와 같은 이론과학연구소의 탄생이 국내에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래야만 국내 대학 교수진도 한층 우수 해질 수 있다는 것. 아마 이와 같은 이론과학 연구소가 국내에 탄생될 여건이 형성되면 강박사는 망설이지 않고 역할을 자청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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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사진

    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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