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유인우주계획인 국제우주정거장이 2단계에 진입했다. 전세계 16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이 계획에는 2백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이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계획의 전모를 살펴보자.
미국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오래됐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므로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물론 그 사이에 러시아는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각종 실험을 했고 지금도 운용하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탐험을 끝난 후인 1973년 미국은 달로켓인 새턴V의 3단 로켓 추진제 통을 실험실로 개조해 간이 우주정거장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스카이랩이다. 스카이랩은 1년 정도 운용됐다. 러시아는 1973년경부터 1985년까지 살류트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경험을 쌓은 뒤, 1986년 미르 우주정거장을 발사해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1984년 1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계획에 자극을 받은 듯 연두교서에서 “미국은 10년 이내에 국제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 등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국제우주정거장 ‘프리덤’(Freedom) 계획이 세워졌다. 그러나 수백조원에 달하는 예산 때문에 프리덤 계획은 취소됐다. 이후 전체 규모를 몇번씩 축소한 끝에 결국 러시아까지 참여시킨 국제우주정거장 ‘알파’ 계획이 1993년 12월 최종적으로 수립됐다. 레이건 대통령이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던 국제우주정거장이 10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것이다.
우주에서 조립되는 알파
알파 계획은 1994년부터 2002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1단계는 1994년부터 1997년 11월까지로 국제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지금까지는 우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의 미르를 이용해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과, 미국의 우주왕복선과 미르를 도킹시키는 일을 주로 해왔다. 뿐만 아니라 2단계에 발사해 우주에서 조립할 우주정거장 부분품을 제작해 왔다.
러시아 우주비행사인 세르게이 크리칼레프가 미국의 우주왕복선을 타고 미르에 올라간 일, 미국 우주비행사가 미르에서 장기간 생활한 것 등은 양국의 협력을 잘 나타낸다. 이 사이에 7차례에 걸쳐 미르와 미국 우주왕복선이 도킹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에서 가장 힘든 기술은 지구에서 제작한 우주정거장 부분품을 우주로 옮겨 조립하는 것이다.
2단계는 1997년 11월부터 1999년 2월까지를 말한다. 이때부터 실제로 우주에서 우주정거장이 조립된다. 미국의 우주왕복선과 러시아의 우주로켓이 각각 3회에 걸쳐 발사되고, 3명의 승무원이 머물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를 갖춘 우주정거장이 만들어진다. 2단계가 끝난 후 드러낼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은 지금의 미르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에서 제작하고 있는 첫번째 발사 모듈인 FGB(화물선 기능의 모듈)의 제작과 발사준비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원래보다 8개월 연기된 1998년 6월경에나 첫 모듈이 발사될 것 같다.
FGB는 1995년 8월 미국의 보잉사가 러시아의 모스코바에 있는 크루니체프우주센터에 19억달러에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전체 무게는 20t, 지름은 3-4m, 길이 15m의 원통형 구조물이다. 여기에는 스스로 자세를 조정할 수 있는 자세제어시스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 그리고 우주선이 도킹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의 초기 몸체가 포함돼 있다.
FGB가 발사되고, 이후 4회에 걸쳐 발사된 다른 구조물이 조립되면 1999년 1월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3명의 승무원이 최초의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게 된다. 이로써 2단계의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은 끝난다.
1997년 5월 21일 미국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는 1999년 1월 국제우주정거장 알파에서 처음으로 근무할 3명의 승무원을 선발했다. 사령관은 미국의 빌 세퍼드가 맡게 됐다. 또 소유즈사령관 유리 기젠코, 비행기술자 세르게이 크리칼레프 등 2명의 러시아인이 선발됐다. 이들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발표돼 국제우주정거장 알파(ISSA)의 건설이 더욱 현실로 다가오는 기분이다.
3단계는 1999년 2월부터 2002년 6월까지로 우주정거장의 기본 골격에 해당하는 미국의 실험모듈, 승무원 거주모듈, 일본의 실험모듈, 그리고 유럽우주기구(ESA)의 실험모듈이 가동된다. 길이 34m, 폭 12m의 직사각형 태양전지판 8매는 1백10kW의 전력을 공급한다.
2-3단계에서 미국은 33회의 우주왕복선을, 러시아는 12회의 우주로켓을 발사해 지구에서 제작한 우주정거장 부품을 4백35km 상공의 지구궤도로 운반한다. 우주로 옮겨진 우주정거장의 부품들이 조립되면 우주정거장의 크기는 가로 1백8.4m, 세로 74.1m, 전체무게는 4백20t에 이른다. 이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우주에 만든 최대의 구조물로 수명은 30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알파에는 6명의 승무원이 탑승할 예정이다. 미국 우주비행사가 2명, 러시아 2명, 유럽우주기구에서 1명 그리고 일본에서 1명 등이다.
알파 계획에는 모두 2백22조원이 투자된다. 이중 2백17조원은 미국에서, 2조5천억원은 일본이, 2조2천억원은 유럽우주기구가 맡는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3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중력과 진공상태라는 우주의 특수사정에 따른 것이다. 지금 각종 컴퓨터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우주에서 만들면 지상에서보다 몇십배에서 몇백배 성능이 우수한 것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 가볍고 단단한 신물질이나, 암과 에이즈와 같은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정거장이 21세기의 과학발전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하겠다. 물론 우주정거장에서 대형 우주선을 조립해 달이나 행성으로 보내는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미항공우주국(NASA)과 협의해 21세기 초에는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시기지만, 이 분야의 기초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