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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깐센은 왜 2등이 되었나?

세계의 탄환열차들

일본의 철도는 정확함과 스피드로 유명했다. '특히 신깐센(新幹線)' 은 일본 공업기술의 정수를 모아 제작된 것으로서 '꿈의 초특급'의 대명사로 통용 되기도 했다.


프랑스 국철자료에 따른 마찰계수의 그래프^일본의 신깐센에서는 최소치를 기준으로 운행시스템이 만들어졌지만 프랑스에서는 상당히 큰 값을 기준으로 한 것같다.
 

일본철도 No1 무너져

그러나 적자에 허덕이던 국철(国鉄)이 분할돼 민영화될 계획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영광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오랫동안 누려오던 '스피드 넘버 원'의 자리를 프랑스의 TGV(Train á Grande Vitesse)에 물려 주고 이제 다시 독일의 ICE(Intercity Experimental)에게도 추월당하기에 이르렀다.

TGV가 시험차량이라고는 하나 일본의 신깐센을 훨씬 앞지르는 시속 3백80km의 최고속도를 내어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은 지난 81년의 일이다.

같은 해 가을부터 파리ㅡ리용 간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현재 세계 최고속도인 시속 2백70km로 여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일본의 도까이도(東海道) 신깐센의 시속 2백10km, 도후꾸ㅡ조에쯔(上越) 신깐센의 2백40km를 훨씬 능가하는 속도다.

그 뿐만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부터 남서방향으로 TGVㅡ아뜨랑디끄 노선을 건설중인데 오는 90년까지 3백km 상업 운전을 목표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작년 철도개통 1백5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ICE를 완성시켜 공개시 운전에서 3백17km를 기록하였다.

우선은 2백50km로 운행하지만 90년대 초에는 완성 예정인 전용선을 사용하여 어쨌든 3백km운전이 목표라고 한다. 인접국인 프랑스에 대한 대항의식 때문에 어느정도 낙후된 철도기술을 회복시키려고 열심이다.

그 외에도 영국의 HST(High Speed Train)등 유럽에서는 2백km의 상업운전을 하고 있는 특급이 적지 않다.

그래서 신깐센은 '평범함 특급'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무엇인가

이렇게 일본이 유럽의 여러나라에 뒤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상세한 이유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기술수준의 차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기술력이 아니라 철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차, 사물을 대할 때 생각하는 방법의 차이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전(前) 철도 기술연구소장이며 현재 도쿄 이과대학 교수로 있는 '마루야마 히로시'(丸山弘志)씨는 지적한다.

이 차이가 아주 극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마찰계수를 취하는 방법에서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철도는 철제 레일위를 철제 차륜이 회전함으로써 주행한다. 이때 레일과 차륜 사이의 동적마찰력 (철도용어로는 점착력, 粘着力)이 차륜의 회전을 차체의 전진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한편 차체가 달릴 때에는 여러가지 저항력도 생기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공기마찰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커지고 시속 2백km에서는 전 저항력의 약50%, 3백km에서는 70%정도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속도가 빨라지면 저항이 증대함에도 불구하고 마찰력 쪽은 역으로 작아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느 스피드를 넘어서면 제아무리 차륜을 빨리 회전시켜도 차륜은 공전(空轉)하게 되고 따라서 차체의 추진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마치 매끈하끈한 바닥 위를 걸어갈 때 천천히 걸으면 확실히 나아갈 수 있어도 속도를 내어 달리면 미끄러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최고속도의 이론적인 한계점은 속도에 따른 추진력(이것은 마찰계수에 비례하여 서서히 감소한다)과 역으로 증대하는 주행저항이 교차하는 점이 된다.

"일본의 신깐센이 계획되던 무렵 그 한계점은 시속 3백km 정도라고 생각되었읍니다. 그래서 운행 최고속도를 2백50km로 설정하였지만 실제로는 재정적 이유도 있고 해서 2백10km가 되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이 한게점의 원인이 되었던 마찰계수는 실제보다도훨씬 낮았던 모양입니다"

마루야마시는 이렇게 말한다.

오른쪽 그래프는 프랑스 쪽의 자료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그래프의 최저치에 가까운 숫자를 채용하고 있다. TGV에 관한 자료는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마찰계수를 그래프의 어느 점에서 도출해 내었는지는 명확치 않다. 그러나 최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봐서 일본보다 훨씬 큰 수치를 채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일본에서는 마찰계수를 낮게 잡았을까?

"당시 삼하도(三河島)사고 등이 일어난 직후라서 국철은 안전에 안전을 거듭하여 계획할 수 밖에 없었읍니다. 또 그 이후 국철을 둘러싼 환경도 '좁은 일본, 꼭 그렇게 급하게 가야하나'라는 유명한 표어로 대표되다 시피 기술개발의 역점은 스프드보다 안전과 환경보전 이라는 측면에 주어졌읍니다"

이렇게 '마루야마'씨는 회고한다.

결국 스피드를 결정했던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철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가치관이었던 것이다.

'수퍼 히까리'

그런데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81년에 TGV가 3백80km라는, 한계라고 생각되었던 스피드를 크게 상회하는 기록을 내게 되었다. 당시 스피드 향상이란 문제를 접어두고 있었던 일본의 철도기술진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주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일본의 신깐센이 상업운전을 하기 전에 3백31km라는 기록을 낸 적이 있었다. 이 때 집전장치인 '팬터그래
프'(pantograph)가 파괴되고 노선도 진동이 심해 두번 다시 달리지 못할 상태가 되었지만, 어쨌든 3백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는 자신을 프랑스의 철도기술진은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그 후의 TGV개발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TGV를 계기로 일본에서도 새삼스레 스피드를 재고하기 시작 하였다.

이미 3백km가 한계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졌다. 열차스피드의 극대치를 오늘날 시속 4백km 정도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으로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프랑스나 독일의 기술진들은 4백km조차 늦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은 화창한 (즉 레일이 젖어 있지 않은)날이면 5백km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TGV가 자극제가 되어 신깐센도 시속 3백km운전을 목표로 하는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차츰 '수퍼 히까리'구상이 정리되는 단계이다.

이 '수퍼 히까리'를 살펴 보면 고속철도의 필수요건을 잘 알 수 있다.

3백km의 속도에서는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공기저항이 매우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이 저항을 가능한 한 작게 만드는 것이 요구된다.

여기에 가장 효과가 았는 것은 차체의 단면적을 작게 하는 것이다. 실제 TGV나 ICE는 좌석이 4열로서 일본의 신깐센에 비해 상당히 오밀조밀하다. TGV 에서는 차폭이 50cm, 높이가 33cm 더 작다.

'수퍼 히까리'에는 승객수의 문제도 있어서 이 정도까지 작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높이를 현재의 차체보다 40cm낮춘 3.4m로 하는 것이 고려되고 있다.

또한 차체의 경량화가 고속화에 필수적 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수퍼 히까리'는 한 차당 중량(차체중량)을 현재의 16t에서 14t으로 감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의 신깐센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알루미늄 합금의 구조재가 검토되고 있다.

차체의 소형화와 동시에 보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방법으로 차체를 유선형으로 한다든지, 현재 2량당 1대 장비되어 있는 '팬터그래프'를 열차당 1~2대로 하는 것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팬터그래프'에 커버를 씌워 공기에서 난류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한다고 한다.

달갑지 않은 현상ㅡ사행동(蛇行動)

그렇지만 제아무리 고속화가 실현되어도 안정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상업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고속 주행상의 안정성은 자동차에서도 자주 문제가 되고 있지만 철도에서는 '사행동(蛇行動)'이라 불리우는 귀찮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은 이를테면 아무리 완벽하게 정비되어 있어도 어느 속도를 넣어서면 갑자기 차체가 진동을 시작하고 그것이 증대되어 안정성이 파괴되는 현상이다.

철도차륜은 커브를 유연하게 돌도록 레일에 접한 부분이 바깥쪽으로 오므라진 원추형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선주행시 사행동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열차에 숙명적인 현상인 것이다.

"사행동에는 차체사행동과 대차(台車)사행동이 있읍니다.

차체사행동은 스프링이나 범퍼를 적절히 사용하면 완전히 방지될 수 있지만 대차사행동은 어떻게 할 수 없읍니다. 일단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면 계속 그현상이 격심해질 뿐만 아니라 승차감을 해치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탈선하는 경우도 있읍니다.

'스키야마 다케시'(杉山武史)씨의 설명이다.

대차사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힘으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이드 베어러'등의 부품을 사용하여 최고 속도 보다 빠른 속도에서도 사행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재 새롭게 경제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무(無) 볼수터(bolster)대차라는 새로운 대차이다. 무볼스터에 대한 생각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적당한 공기스프링의 개발에서 일본이 선수를 쳤다. 이미 5년 전부터 도쿄의 지하철에서 사용되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것은 신깐센에도 응용하겠다는 것이다.

"신깐센에 쓰일 것도 통상의 무보올스터대차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다만 고속이기 때문에 사행동의 방지에는 더욱 대책이 필요하고 도처에 완충기를 달아 사행동의 원인이 되는 진동을 가능한 한 억제 합니다"

스미토모 금속의 니시무라 세이이찌(西村誠一)씨의 말이다.

그 밖에 차량의 차축의 속을 비게 하는등 세세한 개선을 거듭하며 감량에 애쓰고 있다.

이미 국철에서는 이같은 새로운 대차를 실험제작하여 작년 가을 도후꾸 신깐센에서 시속2백70km의 고속주행 테스트 결과 대체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도까이도 신깐센은 구제불능

이렇게 일본에서도 시속 3백km운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착실히 준비를 하고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일본의 대동맥이자 최고의 철도로 군림했던 도까이도 신깐센에서는 기껏해야 2백60km가 한계인 듯하다.

그것은 선로에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선로기술 자문회사의 '타나하시 히로시'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래 도까이도 신깐센의 선로는 시속 2백10km를 전제로 하여 놓여졌읍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면 커브의 최소반경은 2천5백m 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속2백60km를 염두에 두었던 다른 지역 신깐센이라면 이것이 4천m나 됩니다. 이제와서도 도까이도 선을 도후꾸 선같이 하는것은 부지나 자금 거기에다 현재 운행중인점을 고려해 본다면 실현 불가능합니다".

즉 2백10km를 크게 넘는 스피드로 도까이도 선로의 커브를 돌려고 하면 원심력 때문에 승차감이 극히 나빠진다. 그래서 승차감을 고려한 운행속도는 2백30km가 한계란 할 수 있다.

원심력에 대응하기 위해 커브의 반경을 크게 할 수 없으므로 경사(cant)를 크게 하든지 또는 기계적으로 차체를 경사지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경사'란 것은 커브 바깥 쪽의 레일을 안쪽 보다 높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최대 18cm인 이 차이를 더 크게 하는 것은 열차가 거기에 도착했을 때나 또는 측풍을 받았을 때의 안전을 고려하면 곤란한 문제가 된다.

다른 방식 즉 차체를 기계적으로 경사지게 하는 방식은 진자식(振子式)이라고 한다. 이것은 재래선에서 시험되어 20~30km의 속도향상이 이루어 졌다. 신깐센이라면 센티미터 단위로 선로가 알려져 있으므로 속도 커브반경 차체중량 측풍등의 데이타를 컴퓨터에 넣어 상당히 효과적으로 차체의 경사를 얻을 수 있지만 고장시의 안정성 등으로 해서 역시 한계가 있다.

"또 도까이도 신깐센의 선로는 자갈을 깐 갈바닥 위에 콘크리트 침목으로 고정시킨 레일이 놓여 있읍니다. 도후꾸 신깐센의 슬라브 궤도와 달리 고장이 발생할 때 마다 매우 조심스런 보수가 필요하기때문에, 2백10km로 달리는 현재도 대단한 것인데 2백60km 이상의 고속으로 달린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도까이도 신깐센 슬라브 궤도로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장기간의 운휴가 필요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 가지 방편으로 자갈을 제거하고 그 아래의 지반 위에 슬라브를 부설할 수 있지만 이것도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되었읍니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철도를 놓지 않는 한 3백km 주행은 불가능합니다"

'다나하시'씨의 말이다. 그는 이어 "일본은 지반이 무르익기 때문에 직접 그 위에 자갈을 깔아 레일을 놓은 동해도 신간선에서는 그 정도의 정밀도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유럽이라면 지반이 좋기 때문에 쉽지요"라고 말한다.

레일의 오차 허용량은 2백40km로 주행 할 때 상하로 5~7mm이다. 이것은 10m의 측정구간에서 그 중앙부가 양단과 어느정도 어긋나 있는지를 말한다. 시속 3백km라면 이것을 2~3mm로 억제해야 한다.

사행동의 원인이 되는 레일 좌우의 어긋남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여 시속 3백km의 경우 1백m 구간에서 어긋남이 있어서는 안된다.

확실히 일본의 지반은 무르고 유럽은 단단하다. 지중해 연안부를 제외한 서유럽의 대지는 1억년 내지 2억년 전의 중생대에 퇴적된 암반이 침식되어 생긴평원이다.

이에 반해 일본열도는 대부분이 겨우 1백 만년 전에 퇴적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굳어져 있지 않다. 대체로 1만년전에는 해저였다고 한다.
따라서 토지만 놓고 보더라도 일본은 고속철도에 불리한 여건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자연환경 외에 철도를 둘러싼 사회환경도 장래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인구밀집지대를 달리는 일본에서는 소음이나 진동의 방지도 기술개발의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이점에서도 TGV나 ICE는 인구가 적은 농촌지대를 달린다는 잇점을 지니고 있다.
여러가지 핸디캡을 안고 있는 일본의 철도기술진이 이것을 해결하여 프랑스와 독일에 빼앗긴 '꿈의 초특급'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기 까지는 얼마마한 시간이 걸릴지 흥미롭다.

198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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