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기던 사람을 벌떡 일어서게 하고 난장이의 키를 정상으로 되찾게 해 주었으나…
호르몬이란 용어는 그리스어의 hormao서 유래한다. hormao란 생체의 여러 반응이나 삶의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자극'을 가져다 주는 물질을 뜻한다.
이렇듯 호르몬의 존재는 이미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알려져 왔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은 사람의 몸안에는 계속 흐르고(순환되고) 있는 체액(體液)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이 생물의 여러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은 근 2천년 동안 실험적인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에 거의 햇빛을 보지 못했다. 체액설에 근거를 둔 여러가지 질병들이 수없이 지적되고는 있었으나 이것들을 과학적으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내시를 만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호르몬의 존재를 제일 먼저 인식하게 한 것은 생식선의 이상에서 오는 갖가지 증세였다.
서양에서는 궁형(宮刑)이라는 체벌을 가한 적이 있었다. 남성 죄인들을 거세시킨 것이다. 이 거세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여러 가지 결핍증세가 오래 전부터 알려지고 있었다. 대개의 경우 키가 커지고 이마는 좁아지며 둔부가 여성처럼 비대해졌다. 또 가슴팍이 여성화되고 음성도 가늘어졌으며 생식 능력도 소실됐다.
동양에서도 거세당한 남성들이 있었다. 소위 환관(내시)이다. 이들 역시 여러가지 생리적인 이상을 보였다.
필자는 1955년에 현재의 일산지역에 이주해서 살고 있던 환관을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는 이 땅의 마지막 환관이었다. 그도 앞에 열거한 여러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궁형을 받은 사람이나 환관들이 보여주는 특이한 증상들이 신체의 특정부분을 거세(적출)함으로써 일어나는 병적인 것임을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과학적으로 해명된 것은 1849년 독일의 학자 베루소르드에 의해서였다. 베루소르드를 가리켜 내분비학의 시조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서 나타났던 숱한 호르몬관련 질환중에는 난장이(小人症)가 되는 병도 있다. 이 질병은 현재 갑상선호르몬이나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성장호르몬의 부족 또는 결손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인증을 치료하는데 성장호르몬이 필수적이고 유일한 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성장호르몬은 임상에서 널리 실용돼 수많은 사람들의 인간적인 비극을 풀어주고 있다. 그러나 호르몬에는 아주 까다로운 종특이성(種特異性)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을 할 때는 많은 어려움에 부딪친다.
호르몬을 그 성상에 따라 크게 나누면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스테로이드핵(核)을 가진 호르몬(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이 있는데, 이 호르몬들은 지용성(脂溶性)이고 종특이성을 갖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다시 말해 설령 동물에서 유래한 것을 인체에 적용한다 할지라도 아무런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효과에도 차이가 없다.
둘째로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로 구성돼 있는 호르몬이 있다. 그런데 이들중 분자량이 큰 단백질 구조를 가진 호르몬은 종특이성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항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면역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응용을 할 때 큰 어려움이 따른다.
앞서 언급한 소인증치료제인 성장호르몬 역시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2만1천7백) 종특이성을 지니고 있는 호르몬중 하나다. 이런 까닭에 사람의 소인증 치료에는 영장류의 성장호르몬만이 유효하다. 이 제한성은 소인증치료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언젠가는 극복하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은 일들을 이미 숱하게 진행되고 있다.
「3두체제」로 유지되고
인체내에서의 호르몬의 분비는 피드백컨트롤시스템(feed back control system)에 의해 차질없이 조절되고 있다. 이 조절은 자율적이고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시간에 따라, 연령에 따라 분비가 적절히 조절되는 것이다.
이 조절체계는 호르몬 생산장기, 뇌하수체, 시상하부 등 '삼두마차'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호르몬을 직접 생산하는 장기(target gland)에 특정한 호르몬을 슬슬 만들기 시작하라고 지시하는 자극호르몬이 있다. 이 자극호르몬은 뇌하수체 전엽에 집결돼 있다.
자극호르몬은 독자적으로 자극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상하부(視床下部)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방출인자의 지시를 받게 돼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삼자간의 연계가 잘 되면 분비에는 아무 이상이 없게 된다.
혈액속에서 돌고 있는 호르몬의 양은 무척 적다. 나노그램(1${0}^{-9}$g)~피코그램(1${0}^{-12}$g) 단위에 불과한 양으로 온갖 생리작용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주 낮은 농도이기 때문에 호르몬은 비록 화학전달물질(chemical mediator)이라고는 하나 화학적인 검출법으로는 찾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생체내의 호르몬수용체들은 대단히 예민할 뿐 아니라 고도의 선택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극미량의 호르몬을 발견해 낸다.
예를 들면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성선기관에 대해 매우 높은 선택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생면부지'의 성선기관에 기막히게 잘 찾아간다.
남성에게도 여성호르몬이 있기는 하나 남성은 여성호르몬에 대한 감수성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또 설령 감수성이 있다(여성호르몬을 잘 식별해 낸다) 하더라도 남성에게는 여성호르몬의 작용을 불활성화하는 특수한 체계가 있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이 별 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이와 같은 체계에 결합이 있는 남성이라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01년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리되고 그 화학구조가 밝혀짐에 따라 그리스 이래의 체액작용설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중세를 거쳐오는 동안 신비의 베일속에 싸여있던 체액이 그 정체를 드러내기에 이른 것이다.
1904년 독일의 슈톨즈는 부신수질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합성해 냄으로써 체내 활성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개가를 올렸다. 말하자면 합성화학의 새 시대를 연 것이다.
필요로 하는 호르몬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공급된다 하더라도 그 양이 생체요구량에 미치지 못할 때는 호르몬의 결핍증 또는 부족증이 유발된다.
예컨대 소인증, 여성의 불임증, 바세도씨병(1840년 바세도가 발견), 애디슨씨병(1855년 애디슨이 발견), 수종다리증세(지금도 우리나라 산간지역에 환자가 있다) 등이 특정 호르몬의 결핍이나 과잉에 의한 질환이다.
여성의 불임증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대개는 여성호르몬의 부족이나 부조화가 원인이 돼 나타난다.
또 바세도씨병은 갑상선호르몬의 분비과다로 인해, 애디슨씨병은 부신피질호르몬의 부족으로, 수종다리증세는 갑상선호르몬의 부족 때문에 생긴다. 그리고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β)세포에서 유래하는 인슐린의 분비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호르몬을 생산하는 장기에 탈이 나도 그 여파는 심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여성의 난소에 위축증세가 있을 때에는 여성호르몬의 부족이 초래돼 성선발육부전(不全) 갱년기장애 불임 등의 질환이 뒤따르게 된다. 또 남성 고환의 선위축은 환관과 비슷해지는 증세로 조로(早老)증세 등을 일으킨다. 또 부신피질의 위축은 청동병을, 췌장의 베타세포의 위축은 당뇨병을 얻게 한다.
한편 갑상선의 비대는 바세도씨병을, 위축은 소인증 점액수종증을 유발시킨다. 또 뇌하수체의 성장호르몬 과다분비는 거인증을, 부족이나 결핍은 뇌하수체성 소인증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리고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카싱증후군을 앓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과량의 수분과 나트륨이 체내에 남아있게 돼 몸이 붓고 고혈압이 생긴다. 심지어 당뇨까지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뇌하수체 후엽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부족되면 여성이 분만할 때 자궁의 수축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만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같은 후엽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이 부족될 때는 항(抗)이뇨효과가 소실돼 요붕증(오줌소태증)이 유발된다. 이런 경우 생명을 보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때 치료제로 쓰이는 것이 바로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이다.
또 부신피질호르몬은 류머티즘에 극적인 약효를 보이고 숱한 피부질환과 천식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오래 복용하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까지도 유발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 또 면역을 억제하는 등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심해지면 생명까지도 위협하게 된다.
체중조질시 유의해야
항간에는 체중을 조절한다고 해서 갑상선호르몬을 과다투여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들은 티록신(thyroxine, 갑상선호르몬의 일종)이 호르몬인 동시에 극약에 속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약학에서 말하는 극약이란 용량을 잘못 썼을 때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약을 말한다.
갑상선물질은 기초대사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체중의 감소를 초래할 수는 있지만 용량을 잘못 쓰거나 계속 장기투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생명마저 잃을 수가 있는 것이다.
당뇨병치료에 쓰이는 인슐린도 극약에 속한다. 이 호르몬의 과량섭취는 혼수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고 여러 치명적인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한편 인슐린의 효과에 맞먹는 여러가지 합성항당뇨약이 최근 개발돼 임상에 응용되고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요당(尿糖)검사를 해가면서 투약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무턱대고 복용하다가 식물인간이 돼 버린 사람도 있었다(실제로 일본에서 있었던 일).
호르몬제제의 하나인 경구피임제도 여성에게 암을 일으킨 전과가 있다. 또 최근에는 혈전증의 발생에도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쨌든 호르몬의 부족이나 결핍 증세를 치료할 때는 정밀한 임상화학실험을 거친 뒤에 정확하게 투약하는 것이 불의의 약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호르몬치료를 하 때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점은 부작용을 피하게 해주는 대책의 수립이다. 동시에 사용량과 사용시기를 정할 때도 정확한 임상화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호르몬의 부족이 예측된다고 해서 거리낌없이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새 '혹'이 될 수도 있다.
호르몬의 발견에서부터 시작해 의약품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제약화한 전과정에 걸쳐 기라성같은 숱한 과학적 천재들이 등장, 멋진 드라마를 연속으로 펼쳐 보였다.
1940년대 초기에 켄달교수는 부신에 들어 있는 생명유지에 기여하는 물질의 탐색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는 프데난드도이지, 라이히슈타인, 빈터스타이너 등 여러 교수들에 의해 몇 종류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리돼 소위 스테로이드화학의 '황금의 10년'을 이미 누렸던 뒤였다.
그 황금시절에 부신피질호르몬도 분리되긴 했으나 그것의 생물활성에 대해서는 크게 파헤쳐진 내용이 없었다.
이런 시기에 켄달교수는 피질물질의 정체, 즉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물질의 활성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당(糖)대사에 관여한다는 것 외에는 뾰족이 알아낸 것이 없었다.
그러나 1949년 마요클리닉연구소의 헨치는 이 물질들이 신경성 류머티즘 환자에게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신경성류머티즘으로 벌벌 기던 환자들이 이 약을 먹고서 다시 뛰어노는 모습을 묘사한 당시의 기록들은 지금 봐도 감동적이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치료에 필요한 코티손이나 하이드로코티손의 절대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엄첨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모두들 전전긍긍했으나 아무리 궁리해도 묘수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동물의 부신에서 필요한 양만큼의 호르몬을 추출해 낸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침내 인공적으로 생산해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대두되었다. 1949년에는 하이드로코티손 1g이 2백달러나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불과 1년 후인 1950년에는 1천kg을 합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격도 1g에 35달러로 떨어졌다.
하이드로코티손의 합성은 1940년부터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해 마커라는 천재가 식물에서 얻어지는 디오스코레아사포닌(dioscorea saponin)을 분해 스테로이드호르몬 합성의 길을 터놓았던 것이다.
스테로이드화학자들은 이 방법을 '마커의 디오스게닌 분해법'이라고 이름지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1951년에 이르자 하이드로코티손의 값은 1g당 10달러 떨어졌다. 그로부터 인류는 이 호르몬을 무한정 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하이드로코티손을 포함한 일체의 스테로이드호르몬이 마커의 방법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동물의 호르몬이 식물성분에서 얻어진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한편의 드라마 같이 느껴진다.
지금까지도 소인증치료에 쓰이는 유일한 약으로 남아있는 영장류의 성장호르몬이 분리된 것은 1949년이었다. 그 주역은 피슈만박사.
이때부터 1980년 초까가 왜소증치료에 사람의 뇌하수체성 성장호르몬을 사용했다. 그런데 생산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치료에 장애가 따랐다.
다행히 1979년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 대장균에서 성장호르몬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의 성장호르몬보다 메틸오닐기가 하나 더 붙어 있는 합성 성장호르몬의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1986년 이후)는 사람 성장호르몬의 구조와 똑같은 것이 유전공학기법에 의해 합성되고 있다. 이들은 소마토노름(Somatonorm) 프로트로핀(Protropin)등의 이름으로 시판되고 있는데 아직 가격이 고가라는 점이 흠이다.
아직은「그림의 떡」 키를 크게하는 성장호르몬
되도록 나이가 어릴때 이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최소한「땅달보」는 면할 수 있다.
키는 두개골 척추골과 다리의 성장의 결과다. 그중 척추골과 다리의 성장이 키의 성장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골단(骨端)에 있는 성장판에서 연골이 형성된후 뼈가 생성돼 키가 자라게 되는 것이다.
성장은 출생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 주기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출생시부터 2세까지는 매우 빨리 성장하는 시기로 제1발육 급진기라한다. 1세까지는 자그마치 24cm, 1세부터 2세까지는 11cm나 자라는 것이다. 2세부터 사춘기까지는 서서히 성장한다.
성장에도 다섯 가지 유형 있어
그러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15~16세까지 다시 급성장 하는데 이 시기를 제2발육급진기라 한다. 그후에는 성장속도가 급격히 감소되는데 골막융합이 이뤄지면 마침내 성장이 멈추게 된다. 2세부터 5세까지는 매년 6cm 정도 자라며 사춘기까지의 연성장속도는 5cm정도 된다. 그러므로 연성장속도가 4cm 이하인 경우, 비정상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사춘기는 보통 여자는 12세, 남자는 14세때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11~12세 전후에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유방이 발육되고 키가 급격히 자라게 되며 초경이 나타난다. 초경이 있은 후 불규칙적인 월경을 1년 정도 지속하고 동시에 성장이 지연되는 것 같이 보이다가 곧 성장이 멈추게 된다. 남자는 14세 전후에는 고환비대와 함께 음성변화가 나타나면서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키도 급격히 자라게 된다. 그러나 16~18살 이후에는 골막융합으로 인해 성장이 멈추게 된다.
실제로 국민학교 5~6학년 때는 여학생의 키가 더 커서 남학생을 동생같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으나 중3이나 고등학교에 가서는 남학생이 키가 훨씬 큰 것을 느낄 수 있다. 키는 골막융합이 언제 일어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골막융합은 곧 성장이 멈추어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키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상당히 많다. 우선 인종 민족 가계에 따라 차이가 나며 사회·경제적 여건, 영양상태, 심리상태에 따라서도 다르다. 호르몬 중에서는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인슐린이 성장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 또 비타민 D와 칼시토닌은 뼈의 발육과 석회화에 관여하며 성호르몬은 사춘기의 급성장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조부모의 키가 작으면…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키가 작다고 하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키가 아주 작은 경우에는 눈으로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그 민족의 표준치와 비교해 3백분율 이하인 사람(1백명중 세번째로 작음) 또는 2 표준 편차 이하인 사람을 키가 작다고 한다.
왜소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가족성 왜소증과 체질성 성장지연이다. 가족성 왜소증은 부모나 조부모가 키가 작은 경우에 나타나는데 형제들도 비교적 작은 키를 갖고 있다. 사춘기의 시작도 정상적이고 사춘기에 급성장을 보이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키가 작다. 이들을 검사해 보면 성장호르몬을 비롯해 모든 생리학적 수치가 정상이다.
한편 체질성 성장지연이란 성장호르몬의 분비나 작용에 장애가 없이 왜소증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출생할 때의 몸무게와 키는 정상이나 생후 3~6개월부터 성장속도가 감소돼 왜소해진다. 비록 키는 매년 4cm 이상 자라고 있으나 학급에서 키가 늘 앞에서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다. 사춘기는 정상연령에 비해 1~2년 늦게 시작되는데 이때 급성장을 보여 거의 정상키가 된다. 이 증상은 늦게 자란 경력이 있는 가족, 특히 아버지를 둔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언젠가 늦게라도 자라겠지하며 기다리다가 골막융합으로 성장이 멈춰 버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다. 이런 사람이 상당히 많으므로 키가 현저히 작은 사람은 성장호르몬을 비롯해 각종 검사를 받아 상태를 확인하고 주기적인 관찰을 해야 한다.
왜소증을 일으키는 내분비장애는 갑상선기능저하증 성장호르몬결핍증 쿠싱증후군 당뇨병 등이다. 그중 성장호르몬이 결핍돼 왜소증이 초래되는 경우는 전 왜소증의 7%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또 만성질환 골격질환 유전질환 원시왜소증 등도 왜소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대개 발작적으로 분비된다. 따라서 이 호르몬의 결핍이 있는지를 진단하는 일은 여러모로 까다롭다. 단순히 아무 때나 피를 뽑아 실시한 검사는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성장호르몬이 최대한 많이 분비되는 조건하에서 측정해야 한다. 대체로 잠든지 60분 후나, 심한 운동 뒤에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므로 이때 인슐린을 투여, 저(低)혈당 상태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엘도파 아르기닌 글루카곤 클로니딘 같은 약물을 투여한 뒤 혈중 성장호르몬을 1~2시간 연속적으로 측정한다. 이때 약물투여검사는 두가지 이상 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의 혈중농도가 10ng/ml 이하인 경우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된다. 성장호르몬외에 갑상선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성호르몬 등이 함께 결핍될 수 있으므로 검사를 통해 이들의 결핍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대개 1~2일간 입원한 뒤 집중적으로 검사를 받게 된다. 성장호르몬의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의 키가 표준치의 3백분율(1백명 중 3번째) 이하인 사람, 둘째 현재의 키는 정상범위에 들어 있으나 연성장속도가 4cm 이하인 사람(사춘기 연령 이전까지), 셋째 부모의 키에 비해 훨씬 작은 사람 등이다.
값이 비싼 게 흠
이번에는 왜소증의 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그 원인이 만성질환일 경우 그 원인을 치료해주면 금방 성장이 재개되지만 염색체 질환이나 태아발육부전 골격질환 등은 치료되기 힘들다.
최근에는 유전공학의 발달로 성장호르몬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성장호르몬 결핍증에 적절히 대처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가족성 왜소증, 체질성 성장지연, 유전성 왜소증, 골격질환, 원시 왜소증으로 인해 키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사람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 성장효과를 얻고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된 경우, 당연히 성장호르몬을 투여해야 한다. 과거에는 성장호르몬을 체중 kg당 0.1 유니트씩 주 3회 투여했으나 최근에는 같은 양을 주 7회(매일) 주사한다. 예를 들면 체중이 40kg인 학생인 경우 4유니트씩 매일 투여해야 한다. 대개 이 4유니트가 한 병에 포장돼 있으므로 1개월에 30병 정도 소요되는 셈이다. 한 병 가격이 약 8만원이므로 1개월에 자그마치 2백40만원이 든다. 성장호르몬은 이처럼 엄청나게 값이 비싼 것이 흠이다. 사춘기 연령에서는 이보다 2~4배 투여해 급성장을 유도한다. 주사는 아침보다 저녁에, 근육보다 피하에 놓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됐다 하더라도 이미 나이가 많아 골막이 닫혔을 경우에는 성장호르몬의 투여가 성장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또 여자 14세, 남자 15세가 지난 경우엔 효과가 비교적 적다. 요컨대 나이가 어릴수록, 장기간 투여할수록 성장기대효과는 크다.
통계적으로 살펴 보면, 투여 시작 첫 해에 7~9cm, 둘째 해에 6~7cm, 셋째 해에 5~5.5cm, 넷째 해에 4.5~5cm, 다섯째 해에 4~4.5cm가 커진다. 이 수치를 통해서도 나이가 먹을수록 점차 성장효과가 감소됨을 알 수 있다.
성장호르몬 자체가 고가의 약이기 때문에 장기간 투여하면 많은 경비가 듦은 물론이다. 외국에서는 보험으로 부분 또는 전액이 지불되고 있어 성장호르몬 투여에 어려움이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서도 보험이 실시돼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인한 왜소증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
성장호르몬 이외의 다른 치료법으로는 성장호르몬 유리인자(GRF) 성장인자(IGF)가 있으나 아직 연구단계다. 또 옥산드로론 제제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로 동화작용 그리고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하지만 골막융합이 촉진돼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되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주기적인 검사와 복용하기 전에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