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질이란 무엇이며 인공합성 섬유질 식품의 허와 실은 무엇일까?
섬유질의 효능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인공합성 섬유질이 함유된 식품이 많이 나돌고 있다. 음료수 한병, 또는 아이스크림 한개로 감자 여섯개나 귤 열개를 먹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섬유질식품. 과연 섬유질이란 무엇이며 업계에서 내세우는 것만큼 섬유질식품은 현대생활에서 필수적인 것일까.
섬유질이란 신선한 야채 과일 등에 함유된 것으로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않는 성분이다. 영양학적인 가치가 없다하여 그 존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섬유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부터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을 하던 영국인 의사 버키트(Burkitt)와 트로웰(Trowel)은 아프리카 흑인에게는 유럽인에 비해 장질환과 성인병이 적다는 점에 착안, 섬유질 식품의 섭취량과 성인병 발병률이 반비례한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육식위주 식사를 하는 유럽인은 하루 배변량이 1백 g, 소화관 통과시간이 80시간인데 비해 채식 위주인 아프리카인은 하루 배변량이 5백 g, 장내 통과시간이 36시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먹을 수 있는 섬유질'(dietary fiber)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현재 섬유질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에 이어 제6의 영양소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섬유질의 효능은 다양하다. 우선 섬유질은 소화가 되지 않는 물질이므로 장의 운동을 활발히 하여 변비를 막고 장내에 쌓인 노폐물 배설을 돕는다. 또 섬유질은 당분을 흡수했다가 몸에 필요할 때만 내놓기 때문에 혈당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 당뇨병 식이요법에 좋다. 비만증과 동맥경화,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효과도 있다. 또 담즙산의 배설을 도와 담즙산의 원료인 콜레스테롤 사용량을 늘려주기도 한다.
야채 과일 곡류에 풍부
섬유질은 하루에 어느 정도의 양을 섭취하면 좋을까. 섬유질은 직접적인 영양소가 아니기 때문에 영양학적인 목표 섭취량은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적인 영양학자들이 제각기 구구한 의견을 밝힌 가운데 미국 위스터 연구소 소장이자 생화학자인 크리체프스키(D.Kritchevsky)박사의 견해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섭취열량에 근거해 섬유질 필요량을 산출한 과학적 방식때문이다. 그는 섭취열량 1천㎉마다 12g의 섬유질 섭취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일반인의 하루 섭취열량이 2천5백~3천㎉라면 하루 약 30g이상의 섬유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김치 등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섬유질 섭취량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도시인들의 경우 바쁜 직장생활, 경제적 여유에 따른 포식시대를 맞아 영양분의 과다섭취, 가공식품 선호로 섬유질섭취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인공적으로 식이성 섬유질을 첨가해 소비자가 손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든 각종 상품들이다.
국내에서도 작년 6월 현대약품이 섬유질이 함유된 음료 '미에로 화이바'를 생산한 이래 동아식품의 '화이브 미니' 해태유업의 '미스 화이바'가 시판에 들어갔다. 이밖에 일화 롯데 칠성 해태음료에서 섬유질 음료를 생산할 예정이고 국내유수의 제과업체들이 섬유질이 포함된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껌 컵라면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가장 시장 전망이 밝은 분야로 섬유질 음료를 꼽는다. 섬유질음료시장이 주목받는 이유중에는 일본과 구미 선진국의 전례에서 고무받은 바도 크다. 일본의 경우 지난 88년 오쓰카(大塚)제약이 폴리덱스트린계의 '화이브미니'를 생산, 발매 초년도에 판매고 2백억엔(약1천억원)을 기록하는 선풍을 일으켰다. 또 구미에서도 갖가지 식품에 섬유질을 혼합하여 다이어트용 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남용시 부작용 우려돼
섬유질은 자연상태의 식물성 식품에 다당류인 셀룰로오스와 고분자화합물인 리그닌(木質素)이란 형태로 함유돼 있다. 합성물로는 미국 화이자사가 개발한 폴리덱스트로스가 대표적인 것. 이것이 국내 업계에서 발매하는 섬유질 식품 대부분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폴리덱스트로스는 포도당 솔비톨 구연산을 89:10:1의 비율로 섞어 고온고압하에서 중합시켜 만든 합성 다당류.
이 원료를 사용, 음료를 생산하고 있는 동아식품 개발과 김성우씨는 "폴리덱스트로스는 분자구조나 인체내에서의 작용이 천연식이성 섬유질과 다를바 없어 미국 FDA(식품의약국), FAO(세계식량기구),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안정성을 인가받은 제품이며 국내에서도 지난 89년 보사부가 식품첨가물 허가를 내 주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인공합성 섬유식품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식이성 섬유질을 주소재로 한 각종 제품들이 식품인지 약품인지 구분 못하게 선전·판매됨으로써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지적이다. '미에로화이바' '화이브미니'등을 시판하고 있는 제조업체측에서는 섬유음료가 약품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약병과 유사한 포장에 약국에서도 판매되는 점 등은 소비자가 섬유질음료를 약품처럼 오인할 소지가 된다.
본래 식이성 섬유질은 영양분의 소화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섬유질의 흡착성은 인체내에서 무기질과 비타민을 흡수해 배설시킨다. 그러므로 소화기능이 약한 노약자나 임산부의 경우 체내대사의 균형을 깨뜨리거나 심하면 영양실조에 걸릴 우려가 있다. 또한 섬유질 식품과 함께 섭취하게 되는 여타 식품첨가물 인공색소 등의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 큰 문제는 손쉬운 방법으로 건강을 얻으려는 그릇된 심리에 얄팍한 상혼이 편승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 실제로 국내에서 시판되는 섬유질 식품만 해도 그 안정성과 효용성은 일본이나 미국에서 추출한 데이터와 임상실험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부서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섬유음료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보사부에서 등록허가를 내주고, 제과업체에서 발매하는 식이성 섬유 함유 식품은 시·군·구 단위에서 각기 제품제조허가를 내주는 현재의 구조로는 불량 섬유식품의 양산을 막을 수 없다. 앞으로 계속 증가할 기능성 식품들의 성분과 효용의 철저한 확인과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대 생화학과 교수이자 한국영양학회 회장인 채범석교수는 "섬유질을 합성식품에서 취하는 것은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을 고른 음식물 섭취에서 얻지 못하고 합성비타민제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밝힌다. 애초에 섬유질결핍 현상이 가공식품선호에서 온 것임을 상기한다면 이는 현대식생활의 아이러니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건강은 싱싱한 천연식품의 균형있는 섭취에서 찾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