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각료회의가 개최됐다. 회의 중 공개된 ‘회원국의 환경상태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증가율이 30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1980- 1998년 사이에 총 1백44%가 늘어났는데 2위를 차지한 포르투갈의 증가율 1백17%보다도 27%나 높았다. 또 같은 기간 동안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율도 우리나라가 마찬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총 2백25%가 증가했는데 2위인 포르투갈의 1백9%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제사회에서 환경문제가 점점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중요한 환경상태 지표에서 문제를 보인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로 회의에 참석했던 김명자 환경부장관은 이번 발표에 대해 “환경과 무역을 연계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처하려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함으로써 오염 배출량을 줄이는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난처해진 우리나라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CO₂
그런데 왜 중요한 환경상태 지표로 CO₂ 배출량을 사용할까. 대기 중의 CO₂는 온실의 벽처럼 작용해 지구의 열을 가두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따라서 CO₂와 같은 기체를 온실가스라 부른다. 온실가스에는 메탄(CH₄), 염화플루오르화탄소(CFC), 아산화질소(N₂O), 수증기(H₂O) 등도 있지만 양이 적기 때문에 온실효과에 대한 기여도는 CO₂가 가장 크다.
산업화 이후 CO₂의 양이 늘어나면서 온실효과가 점차 강해져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이 현상이 바로 환경분야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다. 근래에 자주 발생하는 기상이변이나, 빙하가 녹아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 육지가 메마르는 사막화 현상 등이 모두 지구온난화로 인한 결과들이다. 현재 온난화는 전지구적인 환경문제로 세계 곳곳에서 그 심각한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온난화의 주범이 바로 CO₂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CO₂ 배출량을 주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CO₂ 배출량 증가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CO₂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많이 배출된다.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저장돼 있던 탄소(C)가 산소(O₂)와 결합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결국 CO₂ 배출량 증가량 1위는 우리나라가 화석연료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번 발표에서 1위를 차지한 또다른 지표, 즉 에너지 사용량 증가율 1위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 사회 전체구조의 모습과 관련돼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CO₂를 배출하는 공장 자체가 증가했다.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서 자동차가 증가하고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량도 증가했다. 이들은 모두 CO2의 주요 발생원이다.
미국이 기후변화협약 탈퇴한 이유
한편 지난 3월말 미국 부시대통령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교토의정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란 1997년 12월 CO₂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으로 5.2% 줄인다는 선진국 사이의 약속이었다. 미국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선진국들이 준비한 노력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전세계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하고 CO₂ 배출량이 선진국 전체의 48%에 이르는 미국이 빠진 교토의정서가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곧바로 전세계 대다수의 국가들은 강력하게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비난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탈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사실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이행하기는 무리다. CO₂를 배출하는 산업체의 문을 닫지 않고서는 그만큼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교토의정서가 제조업에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 경제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은 탈퇴하면서 개발도상국이 빠진 선진국만 대상인 교토의정서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지난 1997년 미국은 상원에서 개발도상국이 빠진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해 95대 0으로 완벽히 반대했던 적도 있다. 사실 미국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할 것은 미리 예견된 일이었기도 하다. 국제 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듯 현재 미국은 나름대로의 온난화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강국이 추진하는 온난화 대비 전략에 우리나라가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에 회원국의 환경상태지표를 발표한 OECD는 지난 4월 6일 ‘환경전망’이란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이 탈퇴한 직후 나온 이 보고서는 CO₂ 배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조치가 없을 경우 2020년까지 현재보다 3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CO₂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환경세 도입 등 체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크 월러 헌터 OECD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OECD가 미국과 의견일치를 보이는 부분이다. 개발도상국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행보가 주목된다.
절대량은 선진국이 여전히 앞서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선진국들로 구성됐던 OECD는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터키, 그리스, 멕시코 등 비선진국까지 회원국으로 가입시켜 현재 3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OECD에 가입된 나라의 경제 수준이 비슷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산업화가 진행돼 CO₂를 많이 배출하고 있던 선진국의 경우, CO₂ 배출량의 증가율이 적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하면서 CO₂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 기술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많이 진행돼 왔다. 그래서 CO₂ 배출량이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출량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양에서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번 발표에서 CO₂ 배출량이 증가한 상위 그룹에 속한 우리나라, 포르투갈, 터키, 그리스, 뉴질랜드 등이 오히려 배출량이 줄어든 미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캐나다 등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체는 적다는 얘기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협상에 나설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CO₂ 배출량 증가율 1위라는 오명을 차지한 주요 원인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개발이 환경의 보전보다 항상 먼저 생각돼 왔다. 대규모 공업단지를 앞장서 만들면서도 녹지를 조성하는데 인색했다는 얘기다.
CO₂ 배출량을 줄이는 해결책으로 대체에너지 연구와 산업 각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중요하다. 온실가스 발생이 적은 청정기술이나 온실가스 주요 흡수원인 산림 등의 자연자원 관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생활 방식을 바꿔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