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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3D 프린터와 아두이노 보드로 화성에서 살아남기

또다른 ‘마션’


만약 당신이 2015년 11월 현재 화성에 고립된 우주과학자라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오픈소스) 과학 및 공학 지식만 이용해도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서호주 탐사를 했던 탐험가로부터 묘안을 들어보자.


나는 화성필드탐험전문가다. 지구에 있을 때는 우주생물학자들을 도와 지질 탐사를 했다. 가끔이지만 공룡학자와도 탐험했다. 이런 경험 덕분에 3년 전 화성유인탐사 프로젝트의 우주인으로 선발됐고, 8개월간의 우주비행을 끝낸 뒤 화성에 도착했다.

우주인으로 선발되기 전에는 지구상의 극한 환경에 사는 미생물을 연구했다. 지구에서 화성과 가장 비슷한 지형인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서 지구 초기 미생물의 흔적을 찾아 다녔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의 그랜드 프리스매틱 간헐천에서는 호열성 미생물을 분석했다. 또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남극 보니 호수에서 수중탐사 로봇을 이용한 미생물 조사를 했다. 모두 우주로 직접 가기 위한 사전 탐사였다.

이때만 해도 하루빨리 화성으로 직접 날아가 화성 토양을 채집해서 분석하고 싶었다.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보내주는 분석 데이터가 있었지만 감질맛만 났다. 드디어 화성에 오는 소원을 이뤘지만 불의의 사고로 8000만km 떨어진 붉은 행성에 혼자 남겨졌다. 구조대가 올 확률은 제로다. 그동안 지구에서 쌓았던 경험과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가져온 오픈소스(공개) 지식만으로 화성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화성의 환경은 정말 극단적이다. 대기의 95%가 이산화탄소이며 산소량은 절망적이다. 시도 때도 없이 화성 지표면을 휩쓰는 먼지 폭풍이 화성의 일반적인 날씨다. 게다가 화성 대기에는 수증기가 거의 없어 모래 폭풍이 지구보다 오래 지속된다. 즉 우주복 없이는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주거모듈 안에 여분의 우주복이 있지만, 다른 대원의 것으로 크기가 달라 착용하기 어렵다. 화성에서 첫 번째 작업이 옷을 만드는 일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행히 낙담할 수준은 아니다. 오픈소스 우주복 개발 프로젝트인 엑소스킨(EXOSKN)을 활용해 우주복을 제작할 생각이다.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스테파니 포가 시작한 프로젝트로, 미래의 우주탐험가들이 조작하기 쉬운 우주복을 만드는 게 목표다. 저가의 재료로 제작이 가능하고 헬멧에서 증강현실 기능이 지원돼 선외활동 시 필요한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주복 외피는 지구에 있을 때 직접 제작해 본 경험이 있어 한결 만들기가 수월했다. 화성으로 올 때 NASA의 화성우주복 초기 모델인 NDX-1의 설계 파일을 가져왔다. 헬멧과 장갑을 우주복 외피와 연결하는 장치는 남겨진 우주복에서 떼어내 붙이면 된다.

2010년 화성 우주복(NDX-1)의 사용성 테스트를 서호주의 눌라진 지역에서 진행했을 때 참가한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고 또 힘들었던 훈련은 선외활동이었다. 우주복을 입을 때는 흥분됐지만, 막상 입고 보니 우주복 내부에 있는 산소공급장치에서 나오는 매캐한 산소 냄새를 맡는 게 고역이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우주복을 입고 사막 노두에 있는 암석을 수집해 라벨링을 한 뒤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수km씩 걸어서 실험실로 복귀했다. 당시의 훈련 경험이 앞으로의 화성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금 전 모듈 밖으로 나가 소량의 화성 토양을 수집했다. 우주복을 입고 지름 3μm의 먼지로 이뤄진 화성 표면의 모래밭을 디딜 때 문득 서호주 사막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호주 사막에서는 지금 이 순간을 고대하며 상상했는데, 뭔가 아이러니하다.

오픈소스 : EXOSKN | www.exoskn.com
 


화성으로 올 때 두 대의 선외활동용 우주탐사차량을 가져왔지만, 모래폭풍이 불 때 전부 파손됐다. 먼 지역까지 탐사를 하려면 탐사차량이 꼭 필요하다. 다행히 주거모듈 안에는 3D 프린터와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된 아두이노 보드(입출력이 가능한 전자장치를 개발하는 플랫폼)가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누구나 비상상황을 대비해 기초적인 전자공학 기술을 배운다. 우주인 훈련 마지막 단계로 나는 유타사막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이용해 소형위성인 큐브샛과 큐리오시티 탐사로봇을 만들었다. 이 경험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탐사로봇의 부품을 제작하고 아두이노 보드에 연결한 다음, 소프트웨어를 제어하면 그럴듯한 소형 탐사로봇을 만들 수 있다. 우주복에 달린 고해상도 카메라를 떼어내 로봇에 부착시키면 원격에서도 화성 지형을 관측할 수 있다.

오픈소스 매뉴얼 ‘오픈큐리오시티’를 보니, 소형 드릴과 샘플분석 장치도 제작할 수 있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화성탐사로봇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샘플 수집과 분석이 불가능하면 로봇은 화성 표면을 달리는 자동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모든 일을 탐사로봇이 대신하면 나는 화성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다. 2013년 큐리오시티의 토양분석장치인 SAM을 개발한 하버드대의 우주생물학자 로저 서먼 박사와 서호주를 함께 탐사했을 때 들은 말이 생각났다.

“탐사로봇이 우주생물학자들의 직업을 빼앗을 수도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연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경쟁자가 많을 때 해당되는 말이다.

지금, 화성에 우주생물학자는 나 혼자다. 곧 만들어질 소형 탐사로봇은 내 첫 번째 동료가 될 것이고 그와 함께 게일 크레이터를 탐사할 것이다.


오픈소스 : Open Curiosity |
github.com/luismartinnuez/OpenCuriosity


화성탐사의 목적은 액체상태의 물을 찾는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가 살아가려면 물이 필수다. 우물을 찾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2000년대 초반, 화성 탐사위성 ‘마스익스프레스’의 지하 레이더 탐사를 통해 화성의 남극지역에서 얼음의 흔적이 발견됐다. 하지만 다량의 액체 상태 물이 발견된 적은 없다. 과학자들은 얼음층 밑에 액체 상태의 물이 저장된 층이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나는 물을 찾을 두 번째 동료를 만들기로 했다. 이름은 오픈 로브(Open Rov)다. 이 역시 모든 기술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소형잠수정을 개발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원 개발자는 NASA 에임즈 연구소에 근무하던 에릭 스택폴 연구원이다. 그는 NASA에서 경험을 쌓은 뒤, NASA를 그만두고 북부 캘리포니아 연안에 묻힌 보물을 찾기 위한 잠수정을 개발했다.

공개된 매뉴얼을 살펴보니, 탐사로봇처럼 아두이노보드를 사용했고 동체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제작했다. 세 개의 추진장치가 장착돼 수중에서 드론처럼 자유롭게 유영이 가능했다. 기지에 있는 물품을 살펴보니 여분의 LED 램프가 있었다. 그걸 잠수정 앞에 부착하고 동료들이 남기고 간 우주복에 달린 카메라를 떼어내 수중촬영용 카메라로 썼다.

지구에 있을 때, NASA와 ESA는 2020년을 목표로 유로파 탐사를 위해 소형 자동차 크기의 ‘봇(Bot)’이라는 무인잠수정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언젠가는 무인잠수정 로봇이 유로파 얼음 속 바다를 탐사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내가 외계행성의 대수층을 탐사한 첫 번째 인류가 될 것이다.

오픈소스 : Open Rov | www.openrov.com

오픈큐리오시티의 정보를 이용해 3D프린터와 아누이노 보드로 만든 탐사로봇()과 오픈로브의 잠수정(). 스페이스워드 바운드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모하비 사막을 탐사하는 모습().


사실 우주생물학연구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는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밝혀내는 탐사다.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이 시작됐는지 이해하면, 다른 곳에서 생명이 탄생할 가능성도 알 수 있다.

이런 연구와 탐사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NASA에서 전담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의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NASA 에임즈연구소에서 만든 스페이스워드 바운드(SpaceWard Bound)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외계지적생명체 탐사 연구를 주도하는 미국 SETI 연구소, 호주화성협회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이 프로그램은 우주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과학자, 교사, 학생이 극한 환경에 사는 미생물을 직접 조사한다. 뉴질랜드의 타우포 화산지대, 아프리카 나미비아 같이 화성의 화산활동과 유사한 지질현상이 나타나는 곳에서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2013년 서호주로 탐사를 갔을 때 호주화성협회 책임자인 조나난 클라크 박사와 만난 적이 있다. “스페이스워드 바운드 프로그램의 목표는 미래 세대의 우주탐험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 취지에 공감했다.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우주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크고 신비로운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이곳에서 지구의 미래 세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루빨리 지구와 교신할 방법을 알아내, 나의 화성탐사 뉴스를 전하는 거다. 그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오픈소스 : Spacewardbound project |
http://spacewardbound.astrobiology.k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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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문경수 탐험가
  • 에디터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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