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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되는 약화의 상정, 탈리도마이드

면역억제제로 탁월한 약효 보여

1만2천여명의 사지기형아를 양산했던 악명높은 약이 장기 이식수술을 할 때 꼭 필요한 약으로…
 

탈리도 마이드 기형아. 손·발이 기형적으로 짧다.
 

약화(薬禍)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약이 있다. 악명 높은 탈리도마이드다. 50년대 초에 진정제로 널리 복용됐던 이 약은 그 무렵에 태어난 1만2천여명의 유럽의 신생아들을 사지기형아로 만들고 말았다. 양다리가 아예 없거나 극도로 짧아진 아이들을 양산한 것이다.

그로부터 30여년, 사건직후 세계의 모든 약국에서 철거됐던 탈리도마이드가 최근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비록 신생아의 기형은 일으킬 망정 일부 병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를 배경으로.

연구자들은 이 약이 나병환자에게 각별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년동안 미국국립나병센터는 이미 사멸한 나병균(菌)에 지나치게 예민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나환자들에게 탈리도마이드를 투약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24시간만에 95%의 환자가 면역원에 둔감해지는 면역억제반응을 보였다. 뜻하지 않게 '마법의 약'이라는 찬사를 받은 탈리도마이드는 실제로 지난 25년 동안 나병의 합병증으로 오는 면역체계의 이상을 치료하는데 쓰이고 있다.

사이클로 스포린보다 우수해

그런가하면 골수이식수술을 할 때에도 유용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장기나 조직을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대숙주성이식편병(對宿主性移植片病, graftversushost disease)이라 일컬어지는 이식거부반응은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결심을 크게 위축시킬 정도다.

지난 87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보겔상교수(종양학)팀은 만성적인 대숙주성이식편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중 일반적인 치료에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을 선발, 탈리도마이드를 투여해 보았다. 이 환자들은 몸에 큰 무리를 주는 이식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불임이 된 상태였으므로, 기형아 출산의 고민은 덜 수 있었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1백명의 환자중 55~60명에게 탁효를 발휘한 것이다. 게다가 부작용도 적었다. 조금 졸립고 손·발가락이 욱신거리고 가벼운 변비를 나타낸 게 전부였다.

이런 다양한 약리효과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탈리도마이드에 찍힌 '낙인'은 여전히 뿌리 깊다. 환자나 제약회사는 물론이고 과학자들에게도 철저하게 기피당하고 있는 것이다. 30년전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절명의 극한상황이 아니면 탈리도마이드를 결코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제약회사들도 몸서리를 친다. 미국내에서 탈리도마이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가 단 한곳 뿐이라는 사실은 그 약에 대한 '배척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완전한 약이 아니라 화학품 상태로 공급되므로 연구자들이 다시 정제해 써야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게 싫으면 눈을 중남미로 돌려야 한다. 중남미에서는 탈리도마이드의 가공할 '부작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아직 그 약을 생산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탈리도마이드의 주공급원은 브라질.

현재 이 약은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면역질환이나 암을 전공하는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한동안 잊혀져 있다가 1983년부터 존스홉킨스의 게리 고든, 보겔상 등에 의해 다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집중적인 연구를 위한 지원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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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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