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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18번째로 남극에 과학기지를 건설한 한국. 현지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백색의 사막, 인류최후의 대륙으로 불리우고 있는 남극에 우리나라 연구기지가 세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6일 공사를 시작한 세종기지(The King Sejong Station)는 2월5일 공사를 마치게 된다.
 

까마득한 태고부터 쌓여온 수천m 깊이의 눈과 지상 최악의 기상조건으로 탐험가의 모험이나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던 남극에 우리도 연구자의 일원으로 접근한 것이다. 우리의 세종기지는 광활한 남극대륙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1820년 영국의 '브린드 필드'에 의해 발견된 남극대륙은 극한상황을 이길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고갈되어 가는 자원의 확보를 위해 세계각국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17개국에서 44개의 상설과학기지를 운영하면서 각자 남극의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에 남극과학기지가 완공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18번째로 남극에 과학기지를 갖게 되며 앞으로 남극문제를 다루는 남극대륙협의당사국이 될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기지, 킹조지섬에 설치
 

킹조지섬의 필데스만 연안의 부지에 역사적인 기지건설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남극대륙은 미국과 멕시코를 합친 1천2백48만㎢ 크기의 원형대륙으로 우리 기지가 들어선 곳은 이 대륙의 꼬리처럼 남미대륙으로 향해 뻗어난 남극반도의 끝에 위치한 킹조지섬의 필데스만 연안. 정확하게는 필데스만으로 튀어나온 '바톤'반도의 남쪽해안(남위 62도 13분 25초, 서경 58도 45분 10초)의 20여만평의 야산지역이다.
 

산이라야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없고 형형색색의 이끼만이 드문드문 난 황량한 자갈밭이다. 기지 뒷쪽엔 2백55m 높이의 '노웰'산이 한 여름인데도 반쯤 눈을 이고 가파르게 솟아 있고 앞쪽으로는 필데스만의 갈색빛 바다가 아직도 녹지 않은 집채같은 얼음덩이를 안고 있다.
 

우리 기지 이웃에는 왼쪽에 아르헨티나 기지와 그 너머에 폴란드기지가 있고 오른쪽에는 우루과이기지 소련기지 칠레기지 중공기지가 가깝게 붙어 있다. 중공 칠레 소련기지들은 우리 기지에서 필데스만을 오른편으로 비스듬히 건너다 보인다. 뱃길로 10km 거리, 육지로는 수백길의 눈이 발길을 막는다.
 

킹조지섬에 있는 7개의 다른 나라 기지와 마찬가지로 우리 기지도 여름에는 눈이 녹는 지역. 얕은 곳에는 잔설이 있지만 대부분의 땅은 눈이 녹은 자갈밭이며 돌사이로 눈녹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른다. 한국기지 건설단들도 이 눈녹은 개울물을 정화,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눈이 녹는 곳은 킹조지섬 일대이기 때문에 이곳에 많은 기지들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가 거의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여름철에 눈녹는 땅을 차지함으로써 앞으로 킹조지섬에는 더 이상의 기지후보지가 없다는 것이 킹조지섬의 대부격인 칠레기지장 '후안 바스티아스 실바'사령관의 분석이다.
 

기지주변엔 펭귄들이 상륙해 한가하게 노닐었고 물개들도 물에 뜬 얼음위에 누워 죽은듯 쉬고 있다. 어떤 놈은 기지의 잔설에까지 기어나와 낮잠을 즐기고 있다가 당황한듯 무거운 몸을 뒤척여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이러한 한가한 남극동물들의 행태는 우리 기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아르헨티나 중공기지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물개는 바다에서 2백여m 떨어진 눈밭에까지 기어와 한가로이 쉬었다. 또 소련기지에서는 펭귄들이 소풍이라도 하듯 기지에서 한가히 노닐었다.
 

그러나 날씨의 변덕이 심하여 어느새 햇빛이 비치는가 하면, 그것도 잠시에 끝나고 얕은 먹구름에 초속 15m의 강풍이 눈보라를 몰아오곤 했다. 변덕스런 날씨가 바로 이곳 날씨의 특징이기도 하다.

 

남극과학기지촌의 이모저모
 

우리 기지의 규모는 거주동 64평, 연구동 81평, 하계연구동 42평, 발전 및 식품저장고 1백21평, 장비지원동 49평, 지자기관측동 및 지진파동 각 5평 등 모두 4백20평이다.
 

그외 부대시설로 3m 깊이의 부두시설 담수설비 소각설비 저유시설 통신시설 냉동 및 냉장시설 등. 통신 및 소각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기자재를 사용했으며 건물들은 모두 조립식으로 한국에서 모든 부품 자재들을 제작했고 현지에서는 조립만 한 것이다. 눈보라를 피하기 위해 건물은 지상에서 1.5m 높이의 고상식(高床式)으로 했고 지붕은 완만한 경사의 평면으로 했다. 고드름을 없애기 위해 처마를 없앤 형태의 독특한 건물이다.
 

특히 소각시설은 모든 오물과 폐기물들을 완전히 소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우리 기지만이 갖춘 장점. 소각연기까지 고려될 정도로 각국 기지들은 환경보존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남극기지 방문자들은 칠레공군수송기를 이용하는데 날씨 때문에 비행계획이 바꿔지기 일쑤다. '휴고'란 칠레공군수송장교는 "언제 남극에 간다거나 남극에서 나간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귀뜸한다. 그만큼 이곳의 기상변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특히 남극대륙과 남미대륙 사이에 있는 드레이크해협은 세계적인 악천후지역으로 남극비행이나 항해의 중요한 장애지역. 남빙양의 찬물과 대서양 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부딪치면서 심한 기후변화와 함께 풍랑을 일으키고 유빙(流氷)까지 겹쳐 선박의 항해가 어려운 곳이다.
 

제주도보다 약간 작은 킹조지섬에서도 가장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칠레기지가 있는 곳. 칠레공군의 7가족이 '별들의 마을'을 이뤄 살고 있다. 은행 우체국 학교 모텔도 있다. 모텔은 침대 2개만 있는 간단한 시설인데도 숙박비는 2백달러로 칠레에서 가장 비싼 숙박시설이다. 킹조지섬의 모든 우편물은 칠레우체국을 통해 수집되고 배달된다. 칠레기지와 소련기지의 경계는 없는듯 한데 붙어 있다.
 

어느 기지를 가도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친절함이 이곳 기지사람들의 장점. 아르헨티나기지에선 따뜻한 커피대접을 받았고 중공기지에서는 수륙양용 차량을 급히 내어 취재진들의 늦은 귀가길을 도와주었다. 소련기지장 '마르티아노프'는 킹조지섬기지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통신시설을 일일이 안내하면서 자신들의 빙하연구가 부근 항해선박 및 인접국들의 기상예보에 크게 기여함을 자랑했다.

 

기지부변의 풍경


눈, 얼음, 바람의 대륙
 

남극대륙의 생태적 특성은 단순함을 특징으로 한다. 영하 수십도에다 겨울의 긴 밤, 대지를 온통 덮은 흰눈속에서 살아 날 생물이 적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생명은 질긴 것. 8백여종의 식물 1백30여종의 육상동물이 살고 있다. 물론 식물의 대부분은 지의류(地衣類)이고 동물가운데 45종은 새종류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새만 3백85종인 것에 비하면 넓은 남극대륙에 얼마나 생물이 적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남극의 이러한 단조로운 생태적인 특징은 추운 날씨와 강한 바람, 많은 눈, 건조한 기후 때문.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눈의 평균 두께는 2천1백60m이며 최고는 4천8백m. 만약 이 남극의 눈이 모두 녹는다면 해면은 약 50m가 높아져 지구상의 대부분 해안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남극을 덮고 있는 얼음의 총 부피는 2천4백만㎦으로 이것은 세계의 눈 및 얼음의 90%를 차지한다. 이러한 막대한 양의 눈얼음은 남극대륙의 3분의1을 바다밑으로 가라앉게 만든다.
 

평균기온은 내륙이 섭씨 영하 40~70도. 최저기온은 1960년 8월24일 소련의 보스토크기지에서 관측된 섭씨 영하 88.3도다. 물론 킹조지섬에는 1,2월 평균기온이 섭씨 0도가 되고 눈이 녹아 대지가 드러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여름철에 대지를 볼 수 있는 곳은 전체대륙의 0.5%에 불과하다.
 

강한 바람도 남극을 더욱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지난 1912년 3월19일 남극점을 정복한 영국의 '스코트'가 식량과 연료가 많은 완톤기지에서 불과 18km 떨어진 곳에서 조난된 것도 바람이 심해 텐트에서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극에서 기록된 최대풍속은 초속 92.5m. 특히 남극에서 부는 바람을 '카타배틱'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차고 무거운 공기가 내륙고원지대에서 해안으로 부는 것. 돌발적으로 생기며 지역에 국한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따뜻하다는 킹조지섬에서도 하루에 몇번씩 눈보라를 동반한 돌풍을 만나곤 했다.
 

남극이 북극보다 더 추운 것은 남극에는 높은 산이 있고 열원(熱源)이 될 수 있는 바다에서 멀기 때문이다. 남극에는 높이가 5천1백40m나 되는 '빈슨메시프'산이 있는가 하면 대륙의 평균고도도 2천3백5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륙이다. 대륙의 내지는 바다에서 2천8백80여km나 떨어져 바다의 잠열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또 북극은 그 밑으로는 잠수함이 다니는 순수한 얼음덩어리지만 남극은 육지로 돼 있어 잠열을 쉽게 잃기도 한다. 한 겨울인 6월21일에는 햇빛이 남위 23.5도 이상에만 닿는다. 그 이하는 계속 밤이다. 이 밤은 겨울 6개월동안 계속된다. 이론적으로 남극점에서는 겨울 6개월이 밤이지만 1개월은 여명이 계속된다.
 

남극대륙이 세계 육수(陸水)의 90%이상을 보유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란 것은 역설적이다. 그래서 남극대륙을 백색의 사막이라고 한다. 이곳의 연평균 강우량은 50mm 미만이다. 공기중의 수증기 농도는 10%도 안되고 수증기층이 없기 때문에 방사열이 쉽게 달아나 남극대륙을 더욱 차갑게 한다. 눈보라의 거의 대부분은 대지를 덮고 있는 눈이 바람에 날리는 것. 이 눈은 북반구에서 보는 눈보다 염분이 훨씬 많다.

 

적은 종류, 많은 개체수의 생태특성
 

이러한 환경적인 특성 때문에 몇가지 특수한 생물이 남극의 생태계를 특징지운다. 대표적인 생물은 펭귄 물개 고래 크릴 및 몇 종류의 새 등. 종류는 적지만 개체수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남극의 신사라고 하는 펭귄은 7종류 1억2천여마리가 남극대륙 곳곳에 살고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것은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황제펭귄은 몸 무게가 45kg나 되고 키는 1m나 된다. 아델리섬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아델리펭귄은 강한 귀소성을 갖고 있는데 3천km 떨어진 곳에서도 집을 찾아온다.
 

아델리섬은 중공기지 바로 앞에 있는데 썰물이면 육지가 해면으로 드러나 킹조지섬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 섬 전체가 이 펭귄의 서식지. 봄이 오면 높은 곳의 눈이 먼저 녹는 산꼭대기에서 자갈을 모아 만든 보금자리에 알을 낳은 펭귄이 가장 먼저 알을 부화시킨다. 아델리섬은 한국과학기지에서도 직선 바닷길로 10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킹조지섬 일대의 여러 섬들에도 물개 바다표범의 집단 서식지가 군데군데 있다.
 

남극의 생물상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새우의 종류인 크릴. 4m길이의 오징어를 비롯 1백20여종의 남극 어류 가운데 크릴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폭이 수십m, 길이가 수백m의 무리를 지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체수도 많아 거의 무한한 수산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크릴이 많다는 것은 새우의 먹이가 되는 프랑크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풍부한 먹이사슬이 종류는 적지만 개체수를 많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남빙양의 바닷물빛은 갈색빛이다. 유기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한때 남빙양 포경선들의 기지였다면 우리 기지의 주변에도 큼직한 고래뼈들이 아직도 눈에 띄었다.

 

석유, 철, 크릴, 물개의 보고
 

세계 각국이 남극대륙에 크게 관심을 갖는 것은 남극대륙이 잠재적 자원의 보고란 점 때문이다. 이 대륙은 철 구리 등 20여종의 광물과 5백억배럴 이상의 석유 및 크릴 등 수산자원의 보고로 알려지고 있다. 수자원과 관광자원으로서도 남극대륙의 가치는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1826년 한 포경선이 털 물개를 쫓다 우연히 발견한 이 대륙은 옛부터 그만큼 풍부한 수산자원을 가졌고 최근에는 자원고갈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세계 각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느 나라에 의해서도 남극자원에 대한 정확한 매장량이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추정량이거나 정확한 자료는 극비에 부쳐지고 있는 상태다.
 

남극대륙에서 가장 유망한 자원은 석유. 지난 75년 미국 지질조사국의 발표에 의하면 남극대륙에서의 추정매장량은 약 5백억배럴로 잡고 있다. 이 추정량은 중동의 석유매장량과 거의 맞먹는 규모. 미국의 이러한 발표에 뒤이어 76년부터 노르웨이 서독 소련 일본 프랑스 등이 서남극의 웨델해와 로스해 등에서 석유탐사를 염두에 둔 지구물리학적 조사를 수행했다.
 

철은 남극에서 가장 중요한 금속자원으로 이것은 동남극쪽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을 분석됐다. 광체 두께가 70~4백m로 함량이 25~40%인 2개의 철광맥이 얼음아래로 각각 1백20, 1백80km 계속되는 것이 밝혀졌다. 또 구리 몰디브덴 등은 남극반도 및 그 주변지역 40여곳에서 확인됐다. 칠레의 안데스산맥에서 세계 구리 산출량의 30%가량이 산출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지맥의 남극반도에도 구리의 산출량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남극대륙 중에서도 자원이 부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남극대륙이 이동하기전에 연접해있던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남아프리카 등의 자원부존지역과 일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광물자원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자원은 수산자원. 그중에도 새우의 일종인 크릴은 5~7.5억t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통 무리의 크기가 40~60m를 이루며 최대기록은 6백m. 크릴은 풍부한 단백질원으로 현재13개국이 크릴잡이를 하고 있으며 특히 소련 및 일본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78년부터 크릴잡이에 나섰다.
 

그외 중요한 수산자원으로는 86년부터 포획이 금지된 고래와 78년부터 수렵이 금지된 물개도 중요한 잠재적 자원이다. 18, 19세기에 전성기를 일뤘던 물개는 털(털가죽물개) 지방(코끼리물개)의 중요한 자원으로 포획이 늘자 19세기 중엽엔 멸종의 위기를 맞았다. 현재는 남극물개보존에 관한 협약에 의해 지난 78년부터 수렵이 금지돼 있다. 20세기초부터 번창한 고래잡이도 46년에 구성된 국제포경위원회의 제안에 의해 86년부터 수렵이 금지돼 있다.
 

자원에 관한 이러한 고전적인 관념외에 남극의 무한한 얼음은 수자원으로,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환경 및 그속에서 살고 있는 펭귄 등 이색동식물과 장엄한 얼음의 절경 등은 새로운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을 만하다. 남극을 덮고 있는 2천4백만㎦의 눈 얼음은 세계 수자원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갈돼 가는 지구 수자원의 잠재적 보고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관광자원으로써 남극대륙의 가치는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데 이미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는 관광단을 모집해 제한적인 관광을 실시하고 있다. 해면의 수백길 낭떠러지의 얼음 절벽, 끝없는 소설원(小雪原), 펭귄 물개 등의 집단서식지, 혹독한 자연환경 등이 일상에 지친 지구인을 유혹하고 있다.

 

18개국, 64개 과학기지에서 연구중
 

각국기지를 알려주는 이정표


남극대륙에서 맨처음 상주기지를 설치한 나라는 칠레. 1947년 칠레가 상주기지를 설치한 이후 과학적 탐사 영토확보 및 군사적 목적을 위해 많은 나라들이 잇따라 기지를 설치했다.
 

현재 가장 많은 기지를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남극대륙에 1개의 하계기지를 포함, 모두 6개의 기지를 갖고 있다. 소련도 4개의 여름기지를 포함 6개의 기지를 갖고 있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이 갖고 있는 기지는 지난 56년에 남극점에 건설한 '아문젠 스코트'기지를 비롯해 남극대륙에서 병참기지 구실을 하는 맥머드기지가 있다. 이 기지에는 건물만 1백50여동이 있다. 미국의 4개 상설기지에 근무하는 과학자 수는 1백80여명이며 연간 운영경비는 1억2천만달러(84년기준). 맥머드기지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킨 적이 있었으나 남극의 비핵화조약에 따라 75년에 원전이 철거됐다.
 

최대인원을 수용하고 있는 기지는 소련의 모로조지나야기지로 상주인원은 1백20명. 킹조지섬에 있는 소련의 베링하우젠기지는 치과의사까지 있는 상주인원이 30명에 가까운 큰 기지다. 동독은 이 소련기지의 방 두칸짜리 건물을 빌어 2명의 과학자가 있는 초미니기지. 국기게양대에는 소련기지밑에 동독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일본은 옹골섬에 월동대원 약 30명을 수용하는 쇼와(昭和)기지를 두고 있다. 또 내륙에는 미즈호기지와 간이관측소(아스카관측소)를 두고 내륙의 빙설과 지구과학을 중심으로 관측을 수행하고 있으며 로킷발사대까지 갖춰놓고 있다. 일본은 전천후 쇄빙선 시레세호(1만1천6백t)를 보유하고 있어 전천후 탐사활동이 가능하다.
 

킹조지섬에는 가장 많은 기지가 몰려 있다. 아르헨티나 소련 칠레 폴란드 중공 우루과이 브라질기지 등 7개가 있고 우리나라 기지까지 들어서면 모두 8개가 된다. 소련에 붙어 있는 동독기지까지 합치면 모두 9개가 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칠레의 마쉬기지는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준군사기지.

 

각국의 과학연구내용
 

지난 84년에 건설한 중공의 장성기지는 당초에 6백㎡이던 것이 최근에는 1천5백㎡로. 넓어지고 있다. 2명의 부부과학자를 포함 20여명의 과학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특히 같은 동양국가라는 연대감에서 한국의 남극기지건설을 크게 환영했다. 폴란드기지는 우리나라 기지에서 약 10km 떨어져 있고 다른 기지와는 전연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주요 과학연구활동은 생물학 측지학 및 지도제작, 인체생리 및 의학, 지질학 빙하학 기상학 고체지구물리 고층대기물리학 등. 남극대륙은 혹독한 기상조건에 따른 생태적인 특성과 지구물리의 다양한 환경 및 유사이래 보존되고 있는 환경 등이 모두 연구대상이 된다. 북반구의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을 이곳에서 측정할 수 있고 대륙이동설을 남극의 지질과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질을 비교함으로써 확인하고 있다.
 

각국의 연구결과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특히 자원화가 가능한 연구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순수한 학문적인 결과물은 서로 공유하고 있다. 남극대륙의 자연 및 생태에 대한 지금까지의 결과도 이들 각국의 연구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흥미있는 연구과제 가운데는 일본의 눈 위에 사는 이끼연구와 동독의 펭귄연구 등이다. 또 소련의 베링하우젠기지는 악천후로 유명한 드레이크해협의 기상연구 및 이곳의 유빙의 지도를 만들어 항해선박 및 이웃국가들에 알려주는 것.
 

또 미국은 남극대륙의 해저 및 지층에 있는 꽃가루를 분석, 남극대륙이 한때 수목이 무성했던 대륙임을 밝히고 있다. 폴란드는 빙하의 운동을, 영국은 수천m 얼음밑에 있는 대기를 분석, 원시대기성분을 규명하려 하고 있다. 남극상공에 오존층이 없어진다는 것도 영국기지에서의 연구산물. 물론 유전을 찾기 위한 연구가 각국의 최대의 관심거리다.
 

남극의 연구와 함께 남극의 자연보호도 남극에 기지를 갖고 있는 국가들의 중요한 과제다. 물개 및 고래의 포획이 금지돼 있으며 20개의 특별보호구역이 지정돼 멸종되기 쉬운 남극고유의 포유동물 새 및 식물화석 등을 보호하고 있다. 개를 풀어 놓아서는 안되며 새와 물개의 부화시기엔 사람이 걸어다니면서 이들을 교란시켜서도 안되게 돼있다.
 

또 과학적 특별관심지역 21개소도 지정돼 있다. 특별보호구역은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반면 과학적 특별관심지역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적 특별관심지역에서는 고도 5백m 이하의 비행과 폭발물 사용 및 경계선 3백m 이내에서의 화기사용 등이 금지돼 있다.
 

남극은 과학적 연구협조와 영토의 확보란 이율배반의 두 개념이 혼재하고 있다. 이 속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어떤 새로운 연구과제를 택할 것이며, 결국 이들 연구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것인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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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최인진 차장
  • 이용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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