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의 모든 것

피부는 알레르기현상의 집적회로

살갗에 무엇이 돋아나고 가려워서 괴로워 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피부가 가려워지고 무엇이 돋아나면 흔히 '알레르기가 생겼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피부에 가려운 것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일부 특수한 체질에서 나타나는 면역 이상현상을 알레르기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들이 포함된다.

현대의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알레르기'를 비롯한 여러 용어들을 좀더 정확하게 알고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먼저 알레르기라는 의학용어를 자세히 설명하고 난 뒤에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를 소개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5~10%가 알레르기 체질

우리 몸에는 면역기능이라고 부르는 신체 방어기능이 있다. 바로 이 기능을 통해 몸 밖에서 들어오는 각종 세균 독극물 등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 일이 용이하지 않다. 그들의 면역기능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좀 특수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 몸에 별로 해롭지 않은 물질에 대해서도 방어기능을 발휘, 신체에 여러가지 괴로운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컨대 달걀 노른자를 먹기만 하면 예외없이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달걀을 못먹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탈이 없이 먹는 달걀 노른자에 대해서도 면역기능을 발휘, 마치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온 것처럼 방어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면역담당 '기지'는 달걀이 이로운 영양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달걀에 대항하는 '방어군'(軍)을 출동시키지 않는다.

이같은 특수한 면역기능을 우리는 '알레르기'라고 부르며 이런 특수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어 '알레르기 체질' 또는 '특이체질'이라고 부른다. 알레르기 체질은 드문 편이어서 인구의 5~10%가 알레르기 체질을 갖고 있을 뿐이다.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 일어나는 알레르기 현상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달걀 우유 고등어 새우 등 음식 물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생기는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 또 집먼지나 집먼지진드기(집먼지에 기생하는 작은 진드기)를 호흡하면 재채기를 심하게 하는 집먼지 알레르기도 있다. 그밖에도 어떤 특별한 꽃가루가 흡입되면 기침을 심하게 하는 꽃가루 알레르기, 특별한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피부에 발진이 돋거나 물집이 생기는 약물 알레르기, 옻나무를 만진 뒤 또는 쇠붙이가 닿은 부위에 생기는 알레르기 피부염 등도 있다.

이처럼 많은 원인에 의해 여러 형태의 알레르기 현상이 나타나므로 의학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알레르기를 모두 이해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알레르기라는 말을 남용하고 있으며 혼돈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지금부터 대표적인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을 소개해 보겠다.

●- 두드러기

두드러기는 의료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피부가 넓적넓적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그 주위가 빨갛게 변하고 심하게 가려운 증세를 보인다. 또 매우 빠른 속도로 주위로 퍼져 나간다. 여러가지 크기 와 모양을 보이면서 자주 변화하고 때로는 서로 합쳐져서 이상한 지도같은 모양을 이루기도 한다.

이 두드러기는 신체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대개 온몸에 고루 나타나 피부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 때로는 눈꺼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앞이 안보이기도 하고 목안이나 기관지가 부풀어 올라 숨쉬기가 곤란해지는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는 두드러기가 생기면 흔히 '식중독' 또는 음식을 잘못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상한 음식을 먹어서 식중독을 일으키면 몸에 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라면 고열 설사 구토 등 다른 식중독 증세가 함께 나타날 것이다. 또 함께 음식을 먹은 사람들 모두에게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야 정상이다.

실제로 두드러기는 식중독보다 알레르기에 의해 더 많이 발생한다.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원인이 밝혀져 있다. 예를 들면 달걀 우유 고등어 새우 딸기 복숭아 등 음식물, 이스트 방부제 식용색소 등 식품첨가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등 약물,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감염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꽃가루 집먼지 곰광이 등의 흡입, 햇빛 한랭 압박 등의 물리적 자극, 정신적 긴장 등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원인이 있다.

따라서 두드러기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두드러기가 발생할 때마다 주의깊게 살펴 본다면 그 원인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다. 또한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 등 적당한 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면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다.

대개의 두드러기, 특히 알레르기에 의한 두드러기는 급성으로 나타난다. 원인이 되는 음식을 먹거나 호흡하게 되면 즉시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타나고 가렵게 되는데 이 증세는 24시간 이내에 자연히 사라진다. 따라서 이런 급성 두드러기의 치료는 두 단계로 나누어 실시한다. 급성기에는 일단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고 여유가 생기면 원인물질을 찾아 나선다. 원인물질을 올바로 알아내고 이를 철저하게 피하는 것만이 확실한 예방법이 된다.

때로는 이런 두드러기가 수개월~수년동안 매일같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른바 만성 두드러기다.

그중 재미있는 것은 '피부묘기증'이라는 병이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의 피부를 손톱으로 긁어보면 긁은 자리를 따라서 두드러기가 줄처럼 생겨나고 이 상태가 수시간씩 지속된다.

등에다 손톱으로 글자를 써보면 두드러기가 글자모양을 따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성 두드러기는 그 원인을 찾기가 매우 힘들고 치료 또한 어렵다. 전문의사의 도움을 받아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만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 묘기증 환자의 피부를 살짝 긁어보면 꽤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는다.


●- 약물 알레르기

가끔 환자가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난 뒤 특별한 이상 없이 주사 부작용으로 사망 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런 일의 대부분은 특이체질 환자들에게 일어난다. 다시 말해 약물 알레르기 현상에 의한 사망인 것이다.

이 약물 알레르기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페니실린 알레르기다. 페니실린은 의료계에 엄청난 기여를 하는 약이고 실제로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약 10만명 중 한사람은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있다. 이 특이체질의 사람이 페니실린 주사를 맞으면 쇼크가 일어나고 의식을 잃는다. 때로는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페니실린 이외에도 여러 약물들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특이체질의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은 후에 피부에 발진이 생기거나 물집이 잡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약물 알레르기가 나타나면 그 약이나 주사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다른 약으로 대체해야만 한다.

또 환자는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약의 이름을 정확히 알아두었다가 약을 먹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이 사실을 반드시 의사에게 말해 주어야만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역시 특이체질을 가진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병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이무런 해가 없으나 일단 어떤 물질에 감작(感作, 항원과 항체가 특이적으로 결합함)된 예민한 사람에게 접촉되면 이 피부염이 발생되는 것이다.

가장 흔한 예가 옻나무 피부염이다.

이 질환을 우리는 보통 '옻이 올랐다'라고 말한다. 옻나무의 잎이나 줄기에 있는 '우루시올'이라고 하는 화학물질에 예민한 사람(전문용어로는 '감작된 사람'이라고 함)이 옻나무를 만지면 1~2일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오르면서 가렵고 따끔거리는데 심하면 물집이 생기고 터져서 진물이 흐르게 된다. 이 피부염은 접촉된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몸에 좋다는 이유로 가끔 '옻닭'(닭의 뱃속에 옻나무 껍질을 넣고 삶는다)을 해 먹는다. 옻나무에 예민한 사람이 이 옻닭을 먹으면 전신 피부에 심한 알레르기 피부염이 발생,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알레르기 체질의 사람은 절대로 옻닭을 먹어서는 안된다. 옻나무 이외에도 은행나무 호도나무 등도 비슷한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금속에 의한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목걸이나 팔찌 등 금속 장식품의 주변 피부 또는 시계줄 자리에 가려움증과 함께 염증이 생기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특히 니켈이나 크롬같은 금속에 예민하다. 이 원소들이 포함된 쇠붙이가 피부에 닿으면 반드시 피부염을 일으키므로 니켈 크롬소재로 만든 금속장식품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이밖에도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것은 허다하다. 예를 들면 머큐로크롬 같은 소독약, 반창고나 파스, 머리염색약, 화장품, 비누 등이 있다. 드물게는 고무나 가죽(운동화 구두 운동기구 등)도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키고 있다.

이 질환에 잘 대처하려면 원인물질을 찾아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많은 알레르기 물질들을 검사할 수 있는 '첩포시험'이라는 기술이 개발돼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시계의 금속 성분 때문에 생긴 접촉피부염, 피부는 특히 니켈이나 크롬같은 금속에 예민하다.


●- 아토피피부염

전체 피부가 거칠고 메마른 어린이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특히 눈주위, 목, 팔꿈치 안쪽, 무릎 안쪽의 피부가 거칠고 두껍게 보인다. 때로는 피부가 갈라지고 껍질이 하얗게 일어나기도 한다.

아주 어린 어린이가 이런 피부염을 보이면 나이든 노인들은 이를 흔히 '태열'이라고 부르고, 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저절로 좋아진다고 말해 준다. 이 태열이 바로 아토피 피부염이다. 이것은 아토피라고 하는 특이체질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아이에게 잘 생긴다. 아토피 체질의 아이들은 아토피 피부염은 물론이고 알레르기성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두드러기 등도 잘 일으킨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을 때로는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피부염은 지금까지 설명해 온 알레르기 피부질환과는 사뭇 다른 특성을 갖는다. 말하자면 외부적인 원인과는 무관하고 전적으로 선천적인 체질에 의한 피부 자체의 질환인 것이다.

이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은 몹시 가려워 하고 쉴사이 없이 피부를 긁어 댄다. 때문에 목 팔꿈치 무릎 엉덩이 등과 같이 피부가 접히는 곳의 피부가 거칠고 두꺼워진다. 또 피부가 갈라지고 보기에도 흉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전문의사의 적절하고도 장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평소에도 피부염이 악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피부가 거칠고 더러워 보인다고 해서 목욕을 너무 자주 시키면 피부의 기름기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피부염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목욕은 되도록 가벼운 샤워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비누질을 여러 번 한다든가 때를 심하게 민다든가 오랫동안 물속에 들어가 있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또 아이가 성장해서 자연히 벗어날 때까지 피부염이 악화되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태열^아토피부염을 가진 어린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알레르기성 두드러기에 걸릴 가능성이 많다.


잘못된 통념들

요컨대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의 치료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물질을 제대로 규명하고 이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 첩경이다. 우리는 가끔 "당신은 알레르기 체질이니 평소에 주의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이렇게 막연해서는 효과적인 예방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되도록 어떤 음식, 어떤 과일, 어떤 약, 어떤 식물이라고 명확한 대상을 밝혀야만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다.

또 "알레르기 환자들은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막연한 말이다. 타고난 특이체질, 즉 알레르기 체질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최근의 엄청난 의학발전으로 그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탈감작요법'이라는 치료법을 통해 실제로 일부에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며칠간의 간단한 치료로 체질개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알레르기성 피부염 뿐 아니라 각종 피부병이 생기면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을 피부병에 나쁜 음식으로 간주, 먹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처사다. 물론 피부병 중에는 음식물에 의한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있을 수 있지 만, 그렇다고 모든 피부병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된다.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지도 않고 중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고기와 생선을 못먹게 하는 일은 타당하지 못한 것이다. 병으로부터 빨리 회복되려면 오히려 이런 단백질을 더 섭취해야 할 때가 많다.

이제부터 독자들은 좀더 과학적인 용어를, 좀더 정확하게 시용하기를 바란다. 적어도 알레르기에 관한 한은. 또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도 좀더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서 효율적으로 질병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199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강형재 전문의

🎓️ 진로 추천

  • 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