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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돼가는 철새도래지 을숙도

지구상에 서식하는 오리과 조류는 1백50종인데, 이들중 $\frac{1}{4}$이상이 을숙도 주변에서 관찰된다.


3m가 넘는 큰 키의 가지런한 갈대숲 위로 진귀한 철새들이 난무하는 하구의 모래섬, 이곳이 바로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동양 제일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하구 을숙도(乙淑島)다.
 

크기라야 면적이 불과 3.6㎢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을숙도는 우리나라에서 갈대숲이 가장 무성한 곳인 데다가, 동양 제일의 철새도래지가 말해주듯이 계절마다 수많은 각종 철새들이 찾아드는 철새들의 고장으로서, 우리들의 혼탁된 마음을 순화시켜줌은 물론 가장 가까이에서 자연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값진 자연학습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을숙도가 하구둑건설을 비롯한 낙동강 하구 일대의 개발로 말미암아 지난날의 풍요한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어 이에 대한 보존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을숙도는 철새의 보고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계절에 따라 을숙도에 찾아드는 철새는 총 1백35종에 5천 내지 1만마리 정도로 겨울과 여름에 찾아드는 겨울새와 여름새 그리고 봄과 가을철에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를 왕래하면서 잠깐 들리는 나그네새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매년 10월 하순부터 다음 해 3월 상순경까지 서식하는 겨울새가 종과 개체수에서 가장 많으며, 그 중에서도 오리과에 속하는 새들이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오리과 조류는 1백50종으로 이들중 4분의1이 넘는 38종이 을숙도를 중심으로 하는 낙동강하구 일대에서 관찰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청둥오리를 비롯하여 황오리 흑부리오리 청머리오리 큰고니 흑고니 붉은가슴흰죽지 댕기흰죽지 검은머리흰죽지 비오리 등으로, 이들은 유라시아대륙의 북부, 북미 또는 북극권 주변에서 번식하여 살다가 겨울기간의 혹한을 피하여 이곳으로 남하, 월동하게 되고 봄이면 다시 번식지로 되돌아가게 된다.
 

오리과 외에도 아비과(아비회색머리아비 큰회색머리아비), 농병아리과(귀뿔농병아리 검은목농병아리 뿔농병아리), 가마우지과(가마우지 쇠가마우지), 도요과(민물도요 꺅도요), 매과(개구리매 잿빛개구리매), 수리과(흰꼬리수리 흰쭉지수리), 할미새과(검은 할미새), 종다리과(발종다리 큰종다리), 멧새과(쇠검은머리쑥새 검은머리쑥새 쇠붉은뺨멧새)등과 재두루미 황새와 같은 희귀한 새들도 서식하고 있다.
 

해마다 4월경부터 9월경 사이에 을숙도에 서식하는 여름새는 백로과(왜가리 황로검은댕기해오라기 덤불해오라기 중백로 중대백로 쇠백로)를 비롯하여 뜸부기과(뜸부기 쇠물닭), 물떼새과(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 물총새과(물총새), 휘파람새과(개개비 쇠개개비)등이 있으며, 이들은 이곳에서 번식하여 살다가 겨울의 추위를 피하여 가을에 중국남부 대만 말레이반도 인도차이나반도 필리핀 뉴기니아 등지로 날아간다. 시베리아를 비롯한 한대지방의 번식지와 인도차이나반도 및 뉴기니아의 열대 내지는 아열대지방의 월동지 사이를 이동하는중에 을숙도일대에 잠깐 쉬어가는 나그네새는 매년 4~5월경 번식지로 북상할 때와,9~10월경 월동지로 남하할 때 찾아들며, 이들 조류는 대부분 도요과(중부리도요 아마도요 흑꼬리도요 학도요붉은발도요 삑삑도요 외에 10여종)와 물떼새과(검은머리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흰물떼새 왕눈물떼새)에 속한다.
 

이와같이 을숙도는 크지 않은 모래섬이지만 각종의 수많은 철새가 계절에 따라 찾아드는 철새들의 낙원이자 보고라 할 수 있다.
 

낙동강삼각주와 을숙도


왜 철새의 낙원이 됐을까


을숙도와 그 주변이 철새들의 낙원으로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이곳이 각종 철새들의 서식지로서 적합한 자연환경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새들의 먹이인 식물을 비롯하여 게와 패류 그리고 지렁이와 같은 무척추동물자원이 풍부하다는 데 있다.
 

을숙도는, 뒤에 설명하는 바와 같이, 낙동강하구에 발달한 모래섬으로 주변에는 넓은 간사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간조때에는 수면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만조때에는 낙동강 상류에서 운반되어 온 무기영양소가 풍부한 물에 잠겨, 비옥한 토지로 변한다. 을숙도에 갈대가 왕성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이 을숙도를 이루고있는 토양에 무기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기영양소가 풍부한 토양에서 왕성하게 성장하는 갈대는 철새의 보금자리와 피난처가 될 뿐만 아니라 먹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기영양소가 풍부한 간사지에는 부착조류(附着藻類)의 증식이 왕성하게 일어나며 이것은 간사지의 게나 조개의 먹이가 된다. 을숙도와 그 주변 간사지에 지렁이와 같은 무척추동물의 생산량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러한 부착조류와 부니물(腐泥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을숙도와 그 주변 간사지는 상류에서 풍부한 무기영양소가 흘러드는 곳으로, 이것을 영양소로 하는 갈대와 부착조류가 번성케 되며, 이를 먹이로 하는 게나 조개 그리고 여러 종의 무척추동물(지렁이) 등이 번식, 각종 철새의 먹이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곳은 계절마다 각종 철새들을 찾아오게 하는 최고의 자연조건을 갖춘 장소라 할 수 있다.

 

을숙도에서 재배된 파가 갈대숲 사이의 수로를 통해 육지로 반출된다.


을숙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을숙도는 낙동강하구에 자리잡은 하나의 하중도(河中島)로 한강의 여의도, 뚝섬과 같은 형태를 가진 섬이다. 그러나 여의도와 뚝섬이 한강의 일시적 홍수 때 다량의 토사의 퇴적에 의해 형성된 자연제방을 모체로 하여 성장해온 하중도라면 을숙도는 낙동강하구에 운반, 퇴적된 토사가 연안에 작용하는 연안류에 의해 형성된 사주 및 사취를 핵으로 하여 발달된 모래섬으로 이는 낙동강삼각주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을숙도는 현재 낙동강삼각주를 이루고 있는 죽도 대저도 덕도 맥도 명호도와 같은 모래섬의 일종으로서 그 형성과정을 이해하는데는 낙동강삼각주의 발달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본래 삼각주란 하천의 하구부근에 토사의 퇴적에 의해 형성된 퇴적면으로서 모양이 그리스의 문자 △(delta)에 닮았다 하여 붙여진 하구의 충적지이다. 하천의 유수가 하구에 이르면 유속이 갑자기 감소, 분류(分流)하게 되며 이때 운반해온 토사는 하천의 분류방향에 따라 퇴적되면서 자연제방이 형성된다.
 

퇴적이 진전됨에 따라 하구 부근의 분류는 더욱 세분화되고 그 결과 자연제방은 물론 연안류에 의한 사취의 발달이 현저하게 돼 새의 발모양과 같은 조지상(鳥趾狀)의 퇴적지형이 출현하여 최초의 삼각주가 형성된다. 미시시피강 하구에 발달한 삼각주가 그 좋은 예로서, 토지는 저습하고 미로와 같은 수로가 발달하여 수향(水鄕)의 경관을 이룬다.
 

퇴적이 더욱 진전되면 자연제방 및 사취사이는 큰 모래섬으로 등장되며 전방의 예리한 부분은 강한 연안류에 의해 침식, 삼각주의 해안선은 활모양을 갖게 된다. 이것이 원호상(円弧狀)삼각주로 나일강 하구에 발달한 나일강삼각주가 그 좋은 예다.
 

그런데, 삼각주의 전면에 있어서 연안류에 의한 침식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면 삼각주 말단은 잠식, 퇴적작용이 왕성한 하구부근만이 바다쪽으로 돌출하여 해안선은 뾰족한 첨각상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모양의 삼각주는 첨각상(尖角狀)삼각주로 이탈리아의 로마시내를 관통하는 티베르강 하구의 삼각주가 대표적인 예에 해당된다.
 

한편, 연안류와 조류가 복잡하게 작용하는 만(灣)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하구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모양의 삼각주가 형성되지 않고 하구 전면에 발달한 사주 및 사취가 형성되어서 보다 큰 모래섬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여러개의 모래섬이 지형적으로 제한된 내만에서 성장하고 이들 모래섬 사이에 수로가 발달한 삼각주를 만입(灣入)삼각주라 하며, 죽도 대저도 맥도 명호도 등 큰 모래섬으로 구성된 낙동강삼각주가 좋은 예이다.
 

현재, 낙동강하구 전면에 발달한 대마등 샛등 진우도 장자도와 같은 사주 및 사취는 낙동강삼각주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을숙도는 낙동강하구 전면에 차례로 발달한 연안사주 및 사취가 합성된 하나의 모래섬으로, 낙동강삼각주의 전진발달에 의해서 현재는 하중도의 모양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토사의 퇴적이 계속된다면 전면에 발달한 사주인 샛등 나무기싯등과 연결, 합성되면서 명호도 맥도와 같은 보다 큰 육지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낙동강삼각주와 을숙도


한편, 을숙도는 50m 이상의 대단히 두터운 충적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상부에 미세한 입자의 모래층이, 그 아래에는 실트질 점토층, 하부모래층, 모래와 자갈이 혼재하는 사력층, 자갈층 순으로 분포, 을숙도가 어떤 환경으로 형성되어 왔는가를 잘 말해주는 좋은 증거가  된다.
 

기반암 위에 분포하는 최하부의 자갈층은 기저역층(基底轢層)으로서, 직경 50~250㎜의 둥근 자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두께는2~12m로 을숙도 중앙에서 두텁고 외곽으로 갈수록 엷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 자갈층은 삼각주의 상부지역과 말달의 최하부층에서도 연속적으로 퇴적되어 있다. 자갈의 굵기와 모양, 퇴적상으로 보아 기저역층은 일반적으로 하천 중류의 하상에 퇴적된 자갈층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을숙도가 처음부터 낙동강 하구부근에서 미세한 토사의 퇴적에 의해 형성된 모래섬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을숙도의 모체는 낙동강 중류의 하상이었던 것으로 믿어진다. 기저역층 위에 분포하는 사력층은 굵은 모래와 세립질의 자갈이 혼재하는 지층으로 그 두께는 1~8m. 흔히 일반하천의 중류와 하류 사이의 하상에서 볼 수 있는 지층이다.
 

하부사층은 일반하천의 하류쪽 중류에서 관찰되는 굵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하부사층 위의 실트질 점토층은 그 두께가 5~20m로, 여기에는 현재 연안과 내만에서 서식하는 굴 바지락 등 조개껍질의 파편들이 혼입되어 있다. 상부사층은 실트질의 미세한 모래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트질 점토층에서와 마찬가지로 조개껍질의 파편들이 존재한다.
 

이상의 특징들로 보아, 을숙도를 구성하고 있는 충적층은 하부사층을 기점으로 그 상부는 연안 내지는 내만의 기수역에 해당되는 퇴적층이고, 하부사층을 포함한 하부지층은 하천의 영역에 의해 형성된 퇴적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을숙도는 하천영역에서 해안영역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형성되어 온 모래섬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최하부의 자갈층은 기저역층으로서 을숙도 뿐 아니라 낙동강하구의 부산만과 광양만 등 한반도 연안과 일본 등지에서도 충적층 하부에 분포하고 있으며 그 퇴적시기는 대체로 제4기의 최종빙기(빌름빙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종빙기의 최성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만5천년을 전후한 시대로 지구는 기온의 급강하로 대륙빙하가 형성되고, 이로 말미암아 바닷물은 상대적으로 줄어, 한반도주변에서는 수심이 무려 1백10m까지 내려간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최종빙기시대에는 현재 수심80m 밖에 되지않는 황해는 물론 대한해협도 대마도부근의 좁다란 수로를 제외하고는 육지화돼 중국대륙과 한반도 일본을 육지로 왕래할 수 있는 자연의 대변모가 있었다. 이때 낙동강은 그유로가 대마도부근까지 연장되는 긴 강이었고, 을숙도를 포함한 지금의 김해평야는 낙동강 중류의 내륙분지로, 하상에는 입자가 큰 자갈이 퇴적된 것이다.
 

후빙기에 바닷물이 접어들면서 서서히 불어나기 시작하자 낙동강하구는 한반도 육지쪽으로 후퇴, 기저역층 위에 하부사층이 퇴적되었으나 지금의 낙동강하구일대는 바닷물에 잠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후빙기의 해수면 상승이 최고도에 이르자 김해일대는 해수의 침입으로 내륙의 분지에서 만(灣)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때 미세한 입자의 실트질 점토가 퇴적, 굴 바지락 등 내만의 연체동물이 서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해일대의 구릉 사면에 산재하는 패총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후빙기의 최성기 이후 해수면의 안정으로 낙동강의 하구는 지금의 물금부근에 위치, 퇴적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하구 전면에 발달하는 사구와 사취가 합성되고 그 결과 죽도 덕도 대저도 맥도 명호도로 이어지는 만입삼각주로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을숙도는 낙동강삼각주와 운명을 같이 하면서 형성된 것이라볼 수 있다. 그러나 을숙도가 언제부터 육지의 모래섬으로 등장했는지 그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중종 25년 (1530) 에 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김해도호부편에 낙동강삼각주를 구성하는 죽도 대저도 맥도 명호도 등은 서술되어 있는 반면 을숙도에 관해서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을숙도는 최소한 1530년 이후에 인간이 거주하는 섬으로 등장된 것으로 보이며, 그 이전까지는 수중의 모래섬 내지는 인간이 출입하기에 곤란한 저습지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파괴돼가는 천혜의 자연환경


그런데,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을숙도는 이 섬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하구둑 건설과 그 주변의 임해공업단지 조성으로 인해 이곳으로 흘러드는 영양염류가 감소하고 오염물질이 증가,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고 철새의 서식조건이 악화되어 철새도래지로서의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언젠가는 철새의 자취를 영원히 찾아볼 수 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하구둑 건설을 비롯한 경제개발로 상실하게 될 철새도래지에 대한 우려는 을숙도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희귀한 새들 때문만은 아니다. 새들이 서식하는 장소는 공해로 오염돼있지 않은 곳이기에 바로 이러한 자연이야말로 우리들에게 영원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따라서 을숙도가 한낱 아름다운 갈대숲이라든가 희귀한 새들이 서식하는 철새도래지의 존재보다도 혼탁된 우리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나아가 인간생존에 관련된 절대필요한 보편적인 자연구조와 생태계의 기능을 지닌 고귀한 원시적인 자연이라는 점에 눈돌릴 필요가 있다.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하구둑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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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오건환 교수
  • 사진

    전민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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