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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개의 염기서열을 밝혀낸다

생명의 「맨하탄 프로젝트」인간게놈 연구

이 계획이 성공하면 불치로 알려졌던 유전병의 치료에 새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사람의 염색체^사람은 유전정보를 지닌 3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 사진은 형광물질을 이용해 촬영한 것이다.


게놈연구(genome project)란 생명과학에 관한 한 금세기 최대의 야심에 찬 국제적인 계획이다. 이는 핵폭탄을 만들어 냈던 맨하탄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나 아폴로의 탐색과제와 비교될 만한, 아니 그보다 중요할지도 모르는 연구다. 이 연구의 목적은 인체의 게놈의 지도를 작성하고 염색체가 지니고 있는 화학암호를 완전히 풀어내는데 있다.

인체게놈은 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정보는 한 인간의 1백조에 달하는 세포속에 축적되어 있으며 DNA분자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각 세포속의 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는데 이 염색체의 일부인 DNA에는 30만~1백만개에 달히는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의 집합체 가 곧 '게놈'이다.

이 DNA를 풀어 서로 묶는다면 그 길이는 1.5m를 넘을 것이나 넓이는 1cm의 20조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1953년에 왓슨과 크릭에 의해 알려진 DNA 구조는 이중 나선형이다. 이는 비틀린 사다리 같은 구조로 당과 인기가 곁가지와 내부단을 이루고 있다. 각 단은 염기쌍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질소를 포함한 염기가 서로 쌍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네 염기중 아데닌(adenine, A)과 티민(thymine, T)이 쌍을 이루고, 시토신(cytosine, C)과 구아닌(guanine, G)이 쌍을 이룬다.

이 염기의 DNA상 배열순서에 따라 유전자의 특징이 결정된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A는 T만을, C는 G만을 끌어 당긴 다는 사실이다. 세포분열후 각 세포가 똑같은 DNA를 포함하려면 DNA는 모체세포로부터 복제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DNA 쌍쇄는 분리되며 각단의 중심부가 지퍼처럼 열린다. 이때 양쪽에 있는 각 염기는 세포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염기증에서 자신과 짝을 이룰 수 있는 염기만을 끌어 당긴다. 즉 한쪽 단쇄에 붙어 있는 T 염기는 언제나 자유로운 A 염기만을 선택, 원래의 DNA분자와 똑같은 쌍쇄를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염기로 이루어진 DNA

이 각각의 염기들은 유전정보를 엮어내는 중요한 기본단위가 된다. 3개의 염기가 모여 나타내는 단어들을 우리는 코돈(codon)이라고 부른다. 이 코돈에 상응하는 아미노산들이 모여 단백질을 형성하는 것이다.

인체의 전유전자를 이루고 있는 염기의 배열을 밝히고 그 배열이 내포하고 있는 중요성을 밝혀내는 것이 현재 추진중인 인류게놈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이러한 일은 세포 자신들에게는 매우 쉬운 일일 것이나 인간에게는 실로 가공할 만한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DNA 한조각이 ACGGTA-GAT 라고 하자. 놀랍게도 이 짧은 조각은 20종류의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암호다(읽혀지는 틀에 따라 다른 아미노산을 끌어 들일 수 있다. 예로 ACG, GTA, GAT로 읽을 수 있으나 --A, CGG, TAG, AT-, 로 읽힐 수도 있고 또한 -AC, GGT, AGA, T--로 읽힐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미노산들은 단백질을 형성한다. 예를들면 단세포 미생물인 대장균의 DNA도 4백50만이 넘는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는 현미경으로 겨우 볼 수 있는 효모의 DNA도 4백50만 이상의 염기로 구성된다.

인간의 DNA는 30억이 넘는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30억개의 염기순서를 전부 밝혀 문서화한다면 A C G T 네가지 알파벳을 30억개 정도 쭉 나열한 것이 된다. 이를 서울시 전화번호부와 같은 책자로 출판한다고 하면 그 책자의 분량은 엄청날 것이다. 한권에 1천쪽, 한쪽에 50줄, 한줄에 1백개를 적는다고 할 때 한사람의 생명의 청사진인 총 염기서열만을 기술하는데도 무려 6백권이 필요하다.


복제된 DNA^세포분열시 DNA가 복제됨으로써 유전정보가 전달된다.


10만개중 1천5백개만이 자리가 정해져

과거 30년동안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인간이 갖고 있다고 예상되는 10만 유전자중 약 4천5백50개가 밝혀졌다. 그나마 1천5백개만이 염색체지도 상의 정확한 자리가 알려져 있다. 유전자 서열해독에 있어서의 난점은 염기의 배열을 알아내는 일과 그 배열의 중요성을 찾아내는 일이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1만~15만 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거 30년 동안 불과 몇개의 유전자 서열만이 완전히 해독됐다.

더 복잡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크(junk) DNA라고 불리는 유전자 사이사이에 늘어서 있는 아무 뜻도 없는 염기배열이다. 과거에 이런 DNA들은 필요 없는 DNA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좀 더 많은 정보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중 일부가 세포분열시 필요한 명령을 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학자들이 해야 할 과제중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은 염기의 순서를 해독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 게놈전체 염기를 동정하고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도는 세계에 사는 인구 한사람 한사람과 악수를 하는 것같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설령 그러한 일을 해낸다고 해도 그 후에도 할 일은 산적해 있다. 서열만으로는 DNA의 모든 정보파악이 불가능하므로 생명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활용, 뜻이 있는 형태들의 상관관계를 찾아야 한다. 만약 손으로 이 염기서열을 결정한다면 이 일을 마치는데 몇 백년도 모자랄 것이다. 이 과정을  자동화시키면 이 과업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정확성도 증가될 것이다.

현재 개발된 자동기계는 하루에 1만6천개의 염기쌍을 해독해 낸다. 이 수준이라면 아직 미흡하다. 적어도 하루에 10만 염기쌍 해독은 가능해야 이론적으로 이 과업에 착수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순조롭게 해 내려면 더 빠르고 비용이 싼 기계를 발명해야 한다. 또한 찾아낸 염기순서를 정밀검사 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벌써 굴지의 첨단 기술회사가 이 작업에 참여, 3년내에 10만 염기를 하루에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인가. 1988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에너지부 과학자들은 특별한 주사현미경을 써서 찍은 DNA 쌍쇄를 1백만배 확대한 사진을 내놓았다. 직접 염기쌍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이 명확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새로운 방법과 기술개발 노력은 멀지 않아 등장할 혁명적인 염기서열 결정기기나 기술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이러한 염기서열 결정과 그 의미 부여 외에도 어떤 유전자가 어느 염색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이 염색체지도 작성이라고 부르는 작업이다. 지난 몇년 동안 과학자들은 모든 염색체지도를 대강 작성했다. 그들이 즐겨 쓴 방법은 이렇다. 집안 대대로 유전되는 병의 유형을 분석한 뒤 그 유전병을 갖고 있는 사람의 DNA를 추출, 그 병에 관계되는 유전자를 포함한 여러 유전자들의 그럴 듯한 위치를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지금까지 자리가 알려진 유전자는 제7염색체의 중간에 위치하는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제5염색체의 긴 가지 중심에 위치하는 흔치 않은 결장암, 제21염색체의 긴 가지에 위하는 알즈하이머(Alzheimer)병 유전자 등이다.

유전자 치료법의 발전을 도와

이러한 전세계적인 거대 연구의 결과는 과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게놈계획의 성공이 가져다줄 여러 혜택중 우리에게 가장 놀라운 것은 수도 없이 많은 불치의 유전병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보라빛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발병전 치유방법 이 새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질병의 치료방법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의 의사는 이미 발병한 사람을 치료하는데만 전념하고 있으나 미래에는 발병유전자의 존재유무를 읽은 뒤 미리 원인을 없애 주는 예방의학자가 될 것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완전히 파악, 적절한 삶의 태도, 적당한 식단, 환경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새로운 단백질의 발견이 줄을 이을 것이다. 더구나 새 단백질이 생명체의 유지에 관여하는 역할을 소상히 알게 되면 그 단백질은 인터페론이나 인터루킨처럼 질병치료에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새로운 기술들은 유전적 질병 뿐아니라 흔한 질병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고혈압 알레르기 당뇨병 심장병 정신질환 등도 유전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도 치유 가능하다. 게놈이 완전히 해독되면 유전자치료법(gene therapy)은 한층 더 발달될 수 있다. 이 유전자 치료법을 활용하면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치환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게놈연구결과가 인류에게 좋은 점만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뜻하지 않았던 커다란 문제점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작은 유전자를 변환하고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질병을 퇴치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의 천부의 능력을 더 높일 수 있으며 운명까지도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인간 자의로 변환시키는 일은 많은 법적 도덕적 철학적 종교적 문제를 수반한다. 즉 '누가 조물주의 역할인 인간창조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또한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 행한 여러 조사결과 때문에 탄생 자체를 거부당할 수도 있다. 성별이 파악되고 정신박약아 불구 불치병에 걸릴 것으로 미리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유산이 성행할 것이며 부모들은 완전한 아이를 얻으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생명보험 및 의료보험회사들은 보험가입자에게 그들의 유전자 탐색보고서를 요구,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자료로 삼거나 아예 가입거부를 할 수도 있다.

이 거대한 게놈연구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에 대한 국제적 연구단체는 1988년 9월 스위스에서 결성된 HUGO(인류게놈기구)다. 여기에는 17개국을 대표한 42명의 과학자들이 창설 당시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한마디로 염색체 지도를 작성하는 'UN'이다. HUGO는 곧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사무소를 설치,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교환 역할분배 연구전략설정 등의 업무를 관정할 예정이다.

새로운 생체활성물질을 찾이내고

미국과 일본의 연구기관에서는 이 연구를 1~2년 전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 단일 연구사업에 양국은 대략 3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으며 15년을 완성기간으로 잡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에서 특별전담연구기관을 설립, 칸토(Cantor) 박사를 중심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EC, 영국 MRC(Medical Research Council), EMBL(European Molecular Biology Laboratory)을 중심으로 유럽국가가 공동으로 연구방향과 연구재원 확보노력을 기하고 있다. 관련 국자들이 함께 전산화와 실험기술 정보교환 그리고 실험재료 공급을 떠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럽의회는 유럽공동체협의회가 제안한 인간 유전자계획(Human Genome Project)을 승인하고 1990년부터 3년동안 1천5백만 ECU예산을 배정했다. 특히 프랑스는 유전병과 유전물질에 대한 자료를 보관, 분양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인체 유전자연구를 국가 연구 과제로 설정, 장기계획을 세우고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체의 제21염색체에 연구초점을 맞추고 있는 일본의 인체유전자 연구는 마츠바라 박사와 이화학연구소의 소에다 박사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지원에 대한 방법을 모색중에 있다. 국내 연구자의 모임인 한국인체유전자연구회가 금년 4월 13일에 결성되었다. 이 단체는 국내의 게놈연구의 전략, 방향제시, 연구자의 연구발표 등을 통해 연구증진과 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KIST 유전공학센터에서는 한·일공동연구 추진과 국내연구방향의 사전조사 사업계획을 추진중에 있다. 이러한 국내의 움직임들을 통해 볼 때 학자들의 연구 분위기가 조성되고 국가적인 관심이 합해지면 멀지 않아 우리도 세계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게놈연구 수행에 따른 수많은 연구결과와 연구부산물 그리고 인류에 주는 혜택들을 알아 보자. 첫째로 인간은 인류 역사 이래 처음으로 가장 궁금했던 인간 자화상을 볼 수 있게 되고, 그가 지니고 있는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가 대폭 넓어질 것이다. 둘째로 이 게놈의 유전정보를 잘만 활용하면 생체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신(新) 생체활성물질을 찾을 수 있다. 이로써 보건 산업 농업혁신 환경정화 등에 새로운 방향과 방법이 제시될 것이다. 셋째로 새로운 과학기자재의 개발, 새로운 생명과학 연구방법의 추구, 연구정보의 국제적 전산화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로 이 생체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과학기술을 배우고 활용하는 생체모방기술이 새로 전개될 전망이다.

아무튼 인류게놈연구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이에 대한 이해와 후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현재의 여건에서 볼 때 생물자원을 영속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또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경제산물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그렇 다. 따라서 인류게놈연구와 생명과학연구 그 자체가 21세기를 향한 우리의 내실 있는 준비이고 자세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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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영 연구원
  • 이대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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