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작은 대륙」이라고 불리는 피카소, 달리, 미로의 나라는 2년 후를 손꼽아 기다린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고 마드리는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스페인을 태양과 정열의 나라, 투우와 플라멩코의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정의는 스페인을 나타내기에 너무도 부족하다.

스페인을 말하는 데 있어 '다양하다'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한 표현이 될 것이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톨레도시. 이곳은 전략적 요충지로 이민족의 침입이 있을 때마다 정복을 당했다.
 

공용어의 부활

지리적으로도 스페인은 '작은 대륙'이라 불릴 정도다. 커다란 산맥이 이베리아반도의 곳곳을 가로막기 때문에 기후와 자연조건도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그리고 문화적 특성 역시 다양하다. 습기가 많고 녹지대인 북부 스페인, 공기가 희박하고 평지가 대부분인 중부 스페인, 비옥하고 일조량이 많은 지중해연안 스페인은 저마다 두드러진 특색을 갖고 있다. 그리고 덥고 건조하지만 회칠을 해놓은 집들 위에 쏟아지는 햇살이 찬란한 안달루시아 지방, 선인들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발레아레스제도와 대서양의 환상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화산군도 카나리아제도 등이 스페인의 현란함을 보여주고 있다.

1492년 스페인반도가 통일되기 전까지는 이런 지리적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각각 독립된 왕국을 유지해 왔다. 통일된 국가를 형성한지 5백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여러 개의 나라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문화적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심지어는 프랑코시대에 탄압을 받았던 몇몇 자치지역의 언어가 민주화가 된 후 부활되기도 했다. 원래 카스티야(Castilla)지방의 언어였던 스페인어와 함께 공용어로 인정돼 함께 쓰이고 있는 것이다.

또 스페인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시켜 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 때문에 유사이래로 수많은 열강의 침입을 받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외침 덕분(?)에 여러나라의 문화가 스페인 내부에 융합되면서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문화가 한 나라에 공존하게 되었다. 이것이 스페인 문화를 다양하게 한 배경이다.

스페인에는 그리스인 페니키아인 유태인 로마인 아랍인 그리고 크리스트교인 유럽인 등이 거쳐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들이 남긴 문화가 오늘날 스페인을 문화의 보고로 만들었다.

북쪽의 녹지대인 칸타브리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기시대의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있다. 또 세고비아에는 아직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로마의 수도가 있다. 그리고 엑스트레마두라 지방의 메리다시에는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코르도바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교사원이 있다.

7세기부터 1492년 카톨릭왕들에 의해 재정복될 때까지 스페인을 지배한 아랍인들이 남긴 최대·최고의 문화유적이 바로 그 유명한 그라나다의 알암브라(Alhambra)궁전이다. 이외에도 스페인 각지에는 옛성과 성당, 그리고 궁전들이 고색창연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17,18세기 스페인의 황금시대에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들은 그 웅장함과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펠리페 2세가 세운 엘 에스코리알(El Escorial)궁전과 18세기에 건설된 마드리드에 있는 왕궁을 꼽는다.

「엘 그레코」를 사로잡아

스페인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를 들라면 많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톨레도(Toledo)를 떠올릴 것이다. 이 시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기독교 이슬람교 유태교 등 스페인을 거쳐간 이민족의 문화를 혼합,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은 유명한 화가 엘 그레코(El Greco)를 사로잡아 평생을 붙잡아 둔 곳인데 엘 그레코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이 남아 있다.

엘 그레코란 스페인어로 그리스인이란 뜻이다. 화가 엘 그레코도 원래 그리스인이었다. 그는 스페인에 들렀다 톨레도에 반해 영구히 정착하게 되었다.

스페인하면 태양과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인 스페인은 아름다운 해변과 지중해의 작열하는 태양을 밑천으로 관광대국이 되었다. 따사로운 햇빛을 그리워하는 유럽인들이 바캉스 시즌이면 떼를 지어 몰려 온다. 스페인의 해변에는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이름이 붙여져 있다.

북쪽으로부터 사나운 해변, 황금해변, 아싸아르해변, 발렌시아해변, 백색해변, 뜨거운 해변, 태양의 해변, 빛의 해변 등이 줄지어 내려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해변이 그라나다에서 말라가에 이르는 태양의 해변이다. 이 해변은 지중해의 열기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정열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고통이 숨어 있는 플라멩코

플라멩코와 투우도 스페인을 상징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플라멩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열과 화려함의 이면에 고통과 박해가 숨어 있는 예술이다. 인도북부의 유랑 집시들이 15세기말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지방에 정착하면서 플라멩코의 역사는 시작됐다. 집시들은 이미 퍼져 있던 아랍과 유태음악에 자신들의 음악을 접목시켰다. 지배 세력인 기독교인들의 박해와 천대를 견디면서 그들 나름의 고유한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플라멩코인 것이다.

따라서 플라멩코는 집시들의 고통이 발산되는 것인만큼 보는 이들에게 정열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플라멩코 가수나 무용수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 오늘날의 플라멩코 공연장에서 가수나 무용수들이 미소를 머금고 노래 부르거나 춤추는 것은 다분히 상업화된 모습니다. 진정한 플라멩코는 결코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투우의 형태는 18세기 말에 정착된 것이다. 하지만 투우의 기원은 이보다 훨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스페인의 귀족들은 그들의 용맹성을 보이기 위해 말을 타고 투우(투우경기에 쓰이는 특수한 소. 이 소는 보통소와 다르다. 움직이는 그 어느 것에도 즉각적인 공격성을 보이는데 이런 야생적인 기질을 보존하기 위해 자연상태에서 특별히 기른다.)와 싸웠다. 실제로 왕실의 모든 공식행사에 투우가 필수적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18세기말 이전의 투우는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투우경기는 세사람의 투우사가 각각 두 마리의 소와 싸우는 경기다. 장엄한 입장식에 이어 엄격한 규율에 따라 진행되는 투우경기는 위원장의 흰 손수건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시작은 물론이고 끝날 때까지의 흰 손수건은 모든 관중의 주목을 받는다. 훌륭한 경기를 치른 투우사에게 주는 상도 위원장의 흰 손수건에 의해 그 향방이 결정된다. 흰 손수건을 흔들면 투우사는 소의 귀(경기내용에 따라 한개 또는 두개)나 꼬리를(꼬리를 받는 것은 투우사의 가장 큰 영광) 부상으로 받게 된다. 경기를 멋지게 치른 투우사는 경기장을 한바퀴 도는 영광을 갖게 되는데 이때 관중들은 투우사에게 자신들의 소지품이나 미리 준비해온 물건들을 던져준다. 어떤 여성들은 브래지어까지 던지는 경우도 있다.
 

투우사가 물레타(붉은 천)를 가지고 소와 겨루고 있다. 마드리드의 라스벤타스 투우장
 

연중 2백여 축제가 열려

스페인은 축제의 나라다. 일년 내내 전국 각지에서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스페인 국민의 대부분이 카톨릭신자이기 때문에 모든 축제는 종교와 깊은 관계가 있다. 전국적으로 함께 치러지는 축제는 크리스마스와 성주간 축제다. 특히 성주간축제, 즉 세마나 산타(Semana Santa)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축제다.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는 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유의상을 입고 각 종파의 대형 상징조각물을 화려한 가마에 태워 시가지를 행진하는 프로세시온이다.

각 지방에서도 고유의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3월에 열리는 발렌시아지방의 라스 파야스(Las Fallas)를 꼽는다. 일년내내 정성들여 만든 종이인형을 3월19일에 최우수품 한개만 남기고 모두 태워버리는 축제다.

4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비야(Sevilla)의 4월축제, 곧 페리아 데아브릴(Feria de Abril)이 열린다. 이때는 남녀노소할 것없이 고유의상을 차려 입고 춤과 노래로 즐겁게 보낸다. 4월축제 기간에는 이 축제에 참가하려는 관광객들로 인해 세비야는 그야말로 초만원을 이룬다.

5월에는 안달루시아지방의 엘 로씨오 기념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기간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말이나 이륜마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우엘바 지방 도냐나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엘 로씨오의 성녀(聖女) 은둔지를 찾아 순례길에 나서는 것이다. 실로 이 행렬은 장관을 이룬다.

또 7월에 팜플로나(Pamplona)에서 열리는 산 페르민축제도 유명하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즉 거리에 황소들을 풀어놓아 젊은이들이 황소들과 맞서 싸우는 광경은 놀랍기 그지없다. 때때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기도 하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마다 이 축제가 열리는 것을 보면 스페인 사람들의 다혈질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전국각지에서 2백가지가 넘는 축제가 연중 열리고 있다.
 

늪지를 날아가는 플라밍고떼(도냐나 국립공원)
 

만국박람회가 열릴 예정

요즈음 스페인이 우리에게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올림픽경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1992년은 콜롬부스가 미 대륙을 발견한지 5백년이 되는 해이므로 스페인에서는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만한 행사는 세비야에서 개최되는 만국박람회다. 또 수도인 마드리드가 1992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는 것을 기념해 펼쳐질 다양한 문화행사도 관심거리다.

올림픽이 열리는 바르셀로나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딕지구가 유명하다. 그리고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가 세운 성가족성당과 그의 기발한 건축물들이 볼거리다. 또 20세기 세계 3대 화가인 피카소 달리 미로를 배출한 바르셀로나에는 피카소 미술관 미로 박물관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콜롬부스 동상과 그가 타고 갔던 산타 마리아(Santa Maria)호의 복제품이 해안에 정박해 있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조인자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미술사학
  • 서어서문·스페인중남미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