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PP는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의 퍼즐 이야기를 통해 신기한 퍼즐과 그 속에 숨은 수학을 즐겨보세요!
안녕하세요, KPP의 ‘한동규’입니다. 오늘은 퍼즐 조각을 이동해 모든 조각을 순서대로 배치하는
‘15 퍼즐’을 소개하려고 해요. 15 퍼즐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만큼 다양한 변형 퍼즐이 있고, 수학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지금부터 재밌는 15 퍼즐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어느 날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퍼즐 페이지에 익명의 회원이 흥미로운 사진과 글을 올렸습니다. 사진에는 육각형 틀 안에 1부터 17까지의 숫자가 각각 적힌 원들이 1번과 2번 원의 위치만 뒤바뀐 채 순서대로 배열돼 있었죠.
이 회원은 “10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놀다 만든 퍼즐”이라며, 원들을 움직여 1번과 2번 원을 원래 위치로 옮기는 게 이 퍼즐의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15 퍼즐 역시 사각형 틀 안에 있는 1부터 15까지 수가 적힌 조각을 수들이 크기 순서대로 배열되도록 맞추는 퍼즐입니다. 따라서 이 퍼즐은 15 퍼즐의 변형인 셈이죠.
두 퍼즐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15 퍼즐에는 빈 공간이 하나지만, 육각형 퍼즐에서는 빈 공간이 하나면 양쪽 원이 가로막아 원을 움직일 수 없어 빈 공간이 2개라는 겁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저는 15 퍼즐과 달리 육각형 퍼즐은 ‘풀 수 있는 퍼즐’이면 좋겠다고 기대했습니다. 특정한 두 조각의 자리만 바뀐 15 퍼즐을 맞출 수 없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었거든요. 하지만 회원들과 논의해본 결과, 육각형 퍼즐도 ‘순열의 홀짝성’ 때문에 맞추는 게 불가능한 퍼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순열의 홀짝성은 뭐고, 15 퍼즐과 어떤 관련이 있냐고요? 쉽게 말하면 어떤 배열을 원래 순서대로 배열할 때, 두 조각의 위치를 바꾸는 횟수가 짝수일 때만 퍼즐을 맞출 수 있다는 겁니다. 이때 횟수는 조각을 ‘움직이는’ 횟수가 아니라, 단순히 바꾸는 횟수를 말합니다. 특정 두 조각의 위치만 바뀐 15 퍼즐은 한 번(홀수)만 바꾸면 되니맞출 수 없는 거지요.
퍼즐러에게 불가능은 없다
퍼즐러들은 조각 2개의 위치만 바꾼 15 퍼즐처럼 종종 ‘불가능한 것’에 관심을 보입니다. 맞추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이 퍼즐의 재미 요소 중 하나거든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퍼즐러들은 15 퍼즐을 살짝 변형해서 조각 2개의 위치만 바꿔도 풀 수 있는 퍼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드 슈트 스위트’나 ‘잃어버린 모퉁이’를 만든 우크라이나의 퍼즐 디자이너 세르히 그라바추크가 있죠.
15 퍼즐에 관한 글을 작성하던 중 우연히 KPP의 ‘이충명’ 님이 15퍼즐의 새로운 변형 퍼즐 ‘잎사귀 15’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퍼즐은 15 퍼즐과 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실물 퍼즐로 출시되면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