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대 제3기말이후 다섯차례에 걸친 화산폭발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는 세계적인 화산동굴지대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도의 동굴과 지형'이란 주제로 제6회 전국고교교사 자연생태계학습탐사가 지난 1월30일부터 5일간 진행됐다. '과학동아'와 '동아문화센터'가 공동주최하고 '쌍용'그룹이 후원한 이번 탐사에는 문교부 추천교사 12명 등 19명이 참가, 제주도의 화산동굴과 해안지형 및 기생화산을 조사했다.
이번 탐사는 현장교사들이 제주도의 화산동굴과 화산지형을 실제 눈으로 익혀 생생한 자연학습의 기회를 갖는데 목적을 두었다.
제주에 도착한 첫날은 자연사박물관을 견학하고 제주도의 생성과정과 지질 식생 동물 민속 등 예비지식을 갖췄다. 저녁에는 화산동굴에 관한 비디오를 통해 탐사에 대해 예습하고 일정을 토론했다.
탐사일정은 이틀동안 제주도를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주요 탐사지역을 조사하고 그 다음날은 백록담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기동력을 위해 중형버스를 빌려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된 둘째날. 총연장 8천9백28m로 세계 네번째라는 만장굴은 웅장한 맛은 있었으나 석회동굴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세계 제일이라는 용암석주(길이 7.6m)를 비롯, 용암석순과 용암선반 등이 관찰됐다. 그런데 용암석주에는 허연 석회질과 푸른 양치식물이 자라는 등 일반에 공개하는 데 따른 훼손이 나타나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동굴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때는 온도 습도 조명 등 3박자를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는 지도교수의 설명이었다.
이어 수중폭발한 성산일출봉의 분화구와 육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육계도 석호를 관찰했다. 성산포를 비롯, 그 후에 탐사한 서귀포일대의 해안지형에는 해식애 주상절리 해식동굴 등이 부지기수로 눈에 띄어 제주도가 자연학습의 '산교육장'이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했다.
제주도에는 기생화산이 3백60여개 존재한다. 산굼부리는 이 가운데 분화구가 가장 깨끗하게 보존된 대표적인 기생화산이다. 탐사단이 산굼부리에 올랐을 때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깊이를 알수없는 산굼부리 분화구에는 '식생의 프리즘'이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고 있었다.
셋째날의 첫탐사는 천지연폭포 근처의 서귀포 패류화석층. 이곳은 다섯 단계에 걸쳐 형성됐다는 화산선 제주도에서 두번째 화산분출의 결과인 서귀포층에 속한다. 서귀포층이 형성될 때 제주도는 매우 불안정하여 상하운동을 여러번 되풀이했다고 한다. 암석에 촘촘히 박혀있는 조개화석은 관광객들이 하나씩 뽑아가서 보기 흉한 곳도 많았다.
이어 산방산 용머리층의 차별침식을 관찰하고 송악산 이중분화구에 올랐다. 멀리 우리나라의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가 보이는 송악산은 최근 미군 레이더기지 건설문제로 도민들의 반대운동이 거셌던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이중분화구는 언뜻 보기에 그럴듯했지만 학계에는 아직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분화구 근처에서 화산활동의 결과물인 화산재와 화산쇄설물을 놓고 교사들은 그 성분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제주도말로 '누룩돌'이라 부르는 화산역암과 물에 뜬다는 부석, 무겁지만 수석애호가들의 관심을 끈다는 화산탄 등이 골고루 발견됐다.
북제주군 한림읍에 소재한 협재동굴지대는 용암동굴내에 석회동굴의 2차 생성물이 자라고 있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 동굴 표면을 덮고 있는 조개모래가 용해된 석회질 물방울이 천장으로 스며내려 종유석과 석순을 계속 성장시키는 특수한 동굴이다. 협재동굴지대는 협재굴 쌍룡굴 황금굴 등 수많은 짧은 동굴들의 집합체로 총연장 1만7천m에 달한다. 그러나 개인이 동굴지대를 관광지로 개발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는 교사들의 지적이었다.
넷째날은 한라산 백록담을 향해 완전무장을 하고 출발했다. 며칠전부터 전국적으로 폭설이 쏟아졌고 전날까지만 해도 한라산등반이 금지됐던 터라 걱정했지만 날씨가 풀려 가까스로 등반허락을 얻었다. 정상정복이 불가능해 중간에서 되돌아 온다는 조건이었지만. 어리목에서 출발해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에서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오르기 두시간, 시야는 흐리고 소홀한 장비로 인해 낙오자까지 발생하자 1천6백m 지점인 만세동산에서 하는 수 없이 후퇴했다. 그렇지만 온세상이 눈으로 덮인 가운데 눈꽃만이 만발한 한라산의 설경에는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은 남은 시간을 이용해 제주시 사라봉일대의 해안퇴적층을 관찰했다. 이 곳에서 퇴적층에서 보기힘든 화강암을 발견,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은 못내린채 추후에 각자 더 연구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신양리의 퇴적층, 서귀포 강적천 일대의 융기지형, 한경면 고산리의 해안퇴적층 등을 관찰했다.
마지막날은 '과학동아' 좌담을 통해 그동안 보고 느낀 것을 토론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탐사에는 지구과학을 맡고있는 교사 12명을 비롯, 어느때보다도 많은 인원인 19명이 참가했고 제주도 현지에서 손인석교사 신유영 장학사 배두안 동굴학회이사 등이 합류해 탐사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짜여져 몇군데 집중적으로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과 현장학습에 치우쳐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