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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계속할 연구직 선호,  전체 대학생의 30%를 차지하는 이공계출신, 그 중에서 기업들의 스카웃표적이 되는 노른자위 「이공계엘리트」들의 진로는?

지난 2월 16일 거행된 과학기술원 졸업식에는 20대의 여자박사가 3명 탄생해 많은 관심을 쏟았다. 과학기술원이 이제까지 배출한 여자박사가 모두 8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3명이나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은 남성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과학기술분야에 여성들이 맹렬하게 벽을 허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분자화학을 전공한 김윤희씨는 만25세 11개월만에 박사학위를 획득해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박사의 영예를 안았다. 부산대 사대 화학과를 졸업한후 과학기술원에 진학, 1년만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최단기 코스인 3년만에 박사과정까지 해낸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의 메카'라 불리는 과학기술원에는 매년 수많은 이공계 석사 박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에 졸업하는 석사 5백9명 박사 1백14명을 비롯, 지난 75년이래 석사 5천8백20명 박사 8백32명을 배출했다.

대학원중심 대학으로 점차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서울대도 자연대 공대를 합쳐서 올해 박사 1천1백55명 석사 6백95명 박사 77명을 탄생시켰다. 또 '과학기술영재교육'을 표방했던 과기대도 올해 첫졸업생 3백95명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전국에서 매년 4만여명의 이공계 대학생들이 각자의 진로를 찾아 대학문을 나선다.

풍요속의 빈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앞길이 탄탄하게 보장돼 있는 것은 아니다. 유례없는 취업전쟁을 치렀던 지난해, 전반적인 취업난속에서도 기업들은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수출경기의 부진과 인건비상승으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였지만 대신 '양(量)보다 질(質)'을 추구해 명문대 인기학과 출신들에 대한 스카웃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해당대학 출신들로 팀을 짜 며칠씩 휴가를 주며 후배들이 입사하도록 권유하게 하는가 하면, 공채시 사전에 30~40%의 인원을 미리 확정해 우수인력들에게 시험부담을 덜어주는 사전채용방식도 거의 보편화 됐다.

지난해 새롭게 등장한 방식은 '인턴사원제'. 병원의 인턴제도를 모방한 것으로 3학년 겨울방학이나 4학년 여름방학을 이용, 1~2개월 정도 그 회사에 미리 근무하게 하는 방식이다. 주로 전자 전산 관련학과 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는 지난해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부담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장차 취업할 직장의 분위기도 익힌다는 장점이 있고 기업측에서는 그 학생의 자질과 성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

기업들이 서울대나 과학기술원 대학원생들을 끌어오기 위해 특정 연구과제에 연구비를 지원해주고 졸업후 그 연구를 계속하도록 보장하는 조건으로 입사시키는 전형적인 입도선매(立稻先賣)방식도 성행하고 있을 정도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기술개발경쟁에 살아남으려면 한 명이라도 우수한 인력을 모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기업들은 흔히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말로 이러한 현상을 표현한다.

기업뿐만 아니다. 이공계분야에서 서울대와 과학기술원이 모든 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최근 포항공대가 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대학원들도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올해부터 과학기술원이 석사과정 신입생을 대덕캠퍼스에서 뽑아 서울-대덕-포항을 잇는 삼두경쟁체제는 지역적 양상마저 띨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누구인가

대학문을 나서면서 여기저기서 손짓받는 이들 이공계엘리트는 어떤 사람들인가.

사람에 따라 견해가 약간씩 다르지만 대개 우리나라에서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본격 양성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들어서부터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70년대말 중화학공업위주의 경제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80년대 내내 첨단산업의 육성이 강조됐고, 이에따라 기술개발에 필요한 과학기술두뇌의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과학기술원이 79년부터 본격적으로 박사 인력을 배출하기 시작했고 서울대가 대학원중심 대학으로 전환하면서 석·박사과정이 비대해진 것도 이때부터다. 또 전자통신연구소 기계연구소 등이 과학기술원으로부터 분가해 나와 대덕연구단지에 테크노폴리스(기술도시)를 형성했으며, 생산에 급급하던 기업들도 하나둘씩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70년대까지 우수 과학기술인력이 기업에 취직할 경우 대부분 생산현장에 투입됐다. 억척스레 생산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고속승진을 거듭하면서 현재 기업 사장단의 다수를 점하는 이공계출신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해 갔다.

기업체에 적성이 맞지않는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해외유학을 선택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고학을 하며 어렵게 박사학위를 딴 이들은 절반가량이 귀국해 각 대학과 연구소에서 80년대 첨단산업 육성정책에 기술적인 뒷받침을 담당했다.

네갈래 갈림길

80년대들어 양상은 돌변했다. 컴퓨터 반도체 통신 신소재 유전공학 등 첨단학문들이 화려하게 등장했고 대학원 정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고급두뇌의 양성도 양적 질적으로 팽창을 거듭했다.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연구소가 잇따라 신설되면서 거친 생산현장보다 연구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연구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러한 배경에는 재벌기업들이 어느정도 안정적인 체제를 갖춤에 따라 인사적체가 심해져 생산직에 가더라도 이전처럼 능력에 의한 고속승진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박사학위를 갖고서도 대학에 일자리를 찾기 힘든 현상이 일반화 됐다. 이에따라 유학을 가더라도 국내에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유학길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생산현장과 유학을 놓고 고민하지만 그 고민의 대상에는 대학원과 연구소라는 또다른 선택이 추가됐다. 네갈래 갈림길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공계대학을 졸업한 전문가 집단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0%에 육박한다. 목소리는 낮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무시못할 비중을 가진 계층으로 성장한 것이다. 연구실에서 기계나 실험도구와 씨름하거나 산업현당에서 생산기술을 연마하는데 정력을 바치는 이들은 흔히 사회적 변화에 둔감해, 집권세력에 '안정희구세력'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저임금에 혹사당하면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지탱시킨 노동자들과 함께 이들이 오늘의 경제성장을 있게한 쌍두마차의 한 주역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 중에는 최근 생산직의 노동운동을 직접 맞대하면서 존재의 갈등을 느끼거나, 연구소에 노조를 결성해 과학기술자의 사회운동을 주장하는 그룹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원진학은 필수

이공계엘리트들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자.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졸업생의 과반수(자연대는 52%, 공대는 60%)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다(표1). 대학당국에 따르면 이러한 수치는 아직 공식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 졸업생의 대학원 진학률은 76년에 26%에 불과하던 것이 80년에 42%, 86년에 54% 등으로 80년대 들어 꾸준히 높아졌다(표2). 이는 서울대가 대학원중심 대학으로 전환하면서 석·박사과정 정원을 대폭 늘렸고 학생들도 대학원진학을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표1)서울대 이공계 졸업생 진로현황(89년 졸업자)


또 80년대 이후 교수요원 석사장교 등 병역특례제도가 많아져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률이 높아졌다고 한다. 실제 (표2)에서 나타난 것을 보아도 서울대생들의 군입대 비율은 매년 낮아졌다.
 

(표2)서울대 이공계 졸얿생 연도별 진로추이
 

한편 취업률은 평균 30%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 그 이하로 떨어져 기업들의 '서울대생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나게 한다. 유학을 선택하는 비율은 학부출신보다 대학원출신이 훨씬 높아 대부분 대학원을 국내에서 마치고 유학길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매년 3월에 집계되므로 실제 유학가는 숫자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구소로의 진로선택도 80년대초에 비해 학부출신은 훨씬 줄어들었고 대학원 졸업후 선택하는 경향이 늘었다. 이는 연구소측에서 병역특례문제가 걸린 연구직에 실제 어느정도 데려다 쓸 수 있는 대학원출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기타 명문대학들의 사정은 어떤가.

한양대의 지난해 졸업자 진로현황을 보면(연·고대 등도 이와 비슷) 취업률은 80%선을 훨씬 상회하지만 연구직보다 기업체로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더구나 기업체내에서도 서울대 출신이 부설 연구소나 설계직에 집중되는데 비해 한양대 인하대출신들은 생산현장에서 오랜 전통과 선배인맥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군입대 비율에 있어서도 서울대와 다른 대학들 간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서울대생은 불가피한 사정이 생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학중 입대하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 반해 다른 대학의 경우 절반이상이 군대생활을 마치고 복학해 졸업한다.
 

(표3)한양대 이공개 졸업생 진로현황(89년 졸업자)


과학기술원 졸업생들은 대학이나 연구소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학기술원 남수우 학생처장은 "석사졸업생의 경우 정부에서는 연구소 진출을 20%이내로 억제하라고 하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연구소를 원하고 있어 조정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원 졸업생은 대개 9월부터 추천의뢰가 들어오는데 취업예정자의 10배 가까이 구인 요청이 들어와 과학기술원생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80년대초만 하더라도 과학기술원에서 석사과정만 마치면 웬만한 대학이 전임강사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석사학위를 갖고서는 대학의 시간강사자리조차 찾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표4)에서 잘 드러난다. 석사 졸업생의 교육기관 진출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석·박사 졸업생을 통틀어 산업체로서의 취업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기업체에서는 석사 졸업생들을 데려가면서 몇년이내에 기업부담으로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곳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표4)과학기술원 졸업생 진로추이


과기대의 설움

한편 이번 3월부터 대덕캠퍼스에서 수업을 받게되는 과학기술원 신입생(석사과정)들의 출신학교별 분포를 보면(표5)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볼 수 있다.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기술원 신입생의 70% 가까이를 점하던 서울대출신이 급격히 퇴조하고 금년에 첫 졸업생을 낸 과기대 출신이 1백16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한양대 연대 고대 출신들의 진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표5) 올해 과학기술원 입학생 출신학교 분포


이는 과학기술원의 대덕이전으로 서울출신 우수학생들의 지원이 줄어들었고 서울대의 경우 자체 석·박사 과정이 크게 늘어나 굳이 과학기술원을 가지 않으려는 경향도 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지난해말 병역법이 개정돼 과학기술원 졸업생의 병역특례가 사실상 없어진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 첫졸업생을 배출하는 과기대는 설립당시와는 달리 많은 설움(?)을 겪었다. 원래 과기대는 과학기술 영재교육을 목표로 세워져, 이번에 졸업한 과기대생들이 입학할 당시에는 졸업과 동시에 본인이 희망하면 자동적으로 과학기술원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과기대 설립을 주도했던 최순달씨가 전두환 전(前)대통령과 고교선후배 사이인 막강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러한 구상을 입안했을 때 과학기술원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6공화국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초 과기대가 첫 조기졸업생을 배출할 무렵 과학기술원 교수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과기대생들의 무시험전형은 곧바로 과학기술원의 질저하로 나타나기 때문에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당시 1백72명에 달했던 조기졸업자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채 방황했고, 지난해말 과학기술원 입시에서 1백57명이 대거 낙방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과기대 졸업생은 현재까지 45% 가량이 과학기술원을 포함 각 대학원에 진학했고 31%가 산업체에, 나머지는 유학과 연구소로 진로를 결정했다. 과학기술원 입시에 탈락한 사람중 일부는 포항공대 대학원으로 흡수됐다고 한다.
 

(표 6)과기대 졸업생 진로현황


병역문제가 관건

지난해말 국회는 이공계출신자들의 병역특례를 대폭 축소 시킨 병억법 개정안을 다른 법률속에 묻어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이 개정법에 의하면 과학기술원 졸업생의 병역특례제도와 소위 '석사장교'(대학원 졸업후 일정 시험을 거쳐 6개월간만 복무하는 제도)가 폐지되는 한편 민간기업체의 병역특례(흔희 방위산업체특례)도 점차 축소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역법의 개정은 이공계 대학생들 진로선택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어느 대학생은 "석사과정을 마친 후에 3년동안 입대해야 한다면 차라리 지금 갔다오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과학기술원의 조장희교수(전기전자과)는 "한참 연구에 몰두할 시기에 군대문제로 부득이 연구를 중단한다면 이공계 학문을 연마하는데는 치명적"이라며 석사과정후 더이상 입영이 연기되지 않아 '20대 박사'의 배출도 어렵게 됐다고 지적한다.

개정된 병역법은 이번에 과학기술원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학과별 편차 심하다

같은 이공계출신이라도 전공에 따라 진로선택의 폭은 천차만별이다.

서울대 박사과정의 경우 컴퓨터 신소재 반도체 등 첨단과학일수록 전임강사자리를 구하기가 쉽고 기초과학이나 다른 공학분야의 경우 일자리를 찾지못한 선배들이 밀려있어 논문 쓸 기회조차 얻기가 쉽지 않다. 자연대에서는 비교적 취업이 어려운 생물 지질 해양계통의 학과가 자연히 대학원 진학률도 높은 편이다.

현재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으로부터 잘 팔리는 전공은 전자 전산 재료 제어등 속칭 'ㅈ'자가 붙은 학과. 과학기술원이나 서울대 뿐만아니라 웬만한 대학의 이런 학과 졸업생을 모셔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 60년대는 화공, 70년대는 기계, 80년대는 전자공학이 각각 인기학과의 톱을 달려왔는데 최근에는 '첨단'분야에 속하는 전공이면 모두 인기학과군(郡)에 들어 어느 분야가 가장 유망하다고 잘라말하기 힘들다는 것.

지난해에는 기업들이 석유화학분야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함에 따라 오랜만에 화학 화공계통의 졸업생들이 우대를 받았다.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하기에는 아직 사회전반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 자연대를 졸업한 54명 가운데 대학원진학을 제외한 순수취업자는 17명에 불과했고 공대에서도 23명 졸업에 4명이 취업했을 뿐이다.

올해 과학기술원 최연소박사가 된 김윤희씨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형식적이나마 남녀 차별이 거의 없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설사 취업을 하더라도 호봉상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과학기술원을 졸업한 3명의 여자박사 가운데 1명은 보사부 공무원으로 진로가 결정됐지만, 2명은 당분간 시간강사를 하며 대학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과학기술원 여자박사 1호로 기록된 김태남씨도 최근 금호공대에 자리잡기까지 4년동안 불안정한 세월을 보냈다.

이공계 엘리트의 고민

서울대 김광표군(화학 4)은 "분위기에 휩쓸려 대학원에 진학하지만 평생 학문을 하겠다는 생각보다 2년간 진로결정을 유보한다는 막연한 생각"이라며 대학원에서 세부적인 전공을 선택한 후에 '학문이냐 취직이냐'를 결정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학원이나 과학기술원에 진학한 후 전공에 적응하지 못해 갈등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대학원과정은 학부와는 달리 공부해야할 분량이 많고 연구프로젝트에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는 중도탈락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는 것.

또 대학원과정은 교수에의 의존도가 높아서 지도교수의 말한마디에 따라 그 학생의 진로가 결정될 만큼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대학원생들은 이를 흔히 중세 길드의 '직인(職人)과 도제(徒弟)' 관계에 비유한다. 어느 대학원생은 자기 공부보다 교수가 맡아 온 연구프로젝트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겨 자신이 '기능공이나 심부름꾼이 아닐까' 착각하는 때가 있을 정도라고 고백한다.

서울대 자연대대학원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송대권군(물리)의 고민은 요즈음 이공계엘리트들의 일반적인 수준을 잘 대변해 준다.
"주위에서 기업보다는 연구소를, 기업이라도 학문을 계속할 수 있는 연구직을 희망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연구직에 종사하는 선배들을 볼 때 10년후의 내모습을 그려볼 만큼 뚜렷한 비전이 없는 것같아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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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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