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태평양 바다속에서 광물을 캔다

심해저광물탐사단의 탐사보고

수심 수천 m의 깊은 바다속에 무한정 매장돼 있는 망간각과 망간단괴. 해양연구소 조사단의 심해저광물탐사에 대한 생생한 체험담을 듣는다.
 

섬 전체가 아름다운 산호로 덮여있는 마샬군도의 마주로섬


1989 9월 6일 오전 9시 하와이 호놀룰루 2부두에 있던 심해저 조사선 파넬라호는 아열대의 더운 열기를 뒤로하며 서서히 부두를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 조사선에는 한·미 공동 심해저 광물자원 제1차 탐사를 위해 승선한 한국 해양연구소 연구원 8명과 미국지질조사소 연구원 12명이 앞으로 28일간 태평양상에서 일어날 일들을 머리속에 그리며 제각기 뱃전에 기대어 멀어져가는 호놀룰루항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표면의 절반, 심해저

지구 표면적의 71%는 해양이 차지하고 있으며 해양의 81%는 심해지역이다. 다시 말해서 지구 표면적의 반이상이 심해지역인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8,848m 의 히말라야 최고봉은 1950년대에 정복되었으며, 달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지 벌써 20년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심해저면에는 아직도 인간의 발자국이 미치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심해저는 수심이 3천m 보다 깊고 수압이 3백기압 이상이며 햇빛 또한 도달하지 못해 생물이 살아가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으로 단지 심해어라고 하는 기형적인 물고기 몇 종만이 서식하고 있다. 해양은 지구상의 마지막 자원의 보고라고 한다. 이러한 자원 보고를 개척하기 위한 한국 해양과학자들의 출항이 시작된 것이다.

수심 5천m 이하의 심해저에 부존되어 있는 광물자원의 개발은 21세기 중반으로 예측되는 육상금속 광물자원의 고갈에 대처하고 미래산업에 필수 원자재인 금속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60년대 초부터 미국을 위시한 서방선진국들이 중심이 되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지에서 연구 조사돼왔다. 빠르면 금세기 말부터는 상업적 생산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심해저 광물자원 중 가장 유망한 망간단괴를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 일본 소련 등의 국가들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87년 태평양 공해상에 망간단괴 개발광구를 설정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서방 8개국도 이미 독자적으로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광구를 확보했다. 이들이 확보한 광구는 각국이 7.5만㎢의 크기로, 망간단괴가 밀집분포하는 지역인 하와이 동남부 공해상 클라리온-클리퍼톤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부터 탈피하고, 최근의 세계적인 기술 및 자원전쟁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적 희소금속을 장기적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편으로 심해저 광물개발에 착수했다. 또 수심 5천m 이상 수압 5백기압이라는 극한환경하에서 이루어지는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기술의 자립으로 세계 5위권의 해양개발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태평양 공해상에서 남한 면적 크기에 해당하는 7.5만㎢의 개발광구를 개척한다는 것은 단순히 광구확보라는 의의 뿐만 아니라 경제적 영토권의 확보이며, 또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이 된다. 미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에게 세계를 향한 개척정신과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세대의 선물이라 하겠다.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지난 1년 남짓한 준비기간을 돌이켜 보았다. 심해저 탐사선이 없는 한국의 독자적인 탐사활동에는 실로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88년 9월 필자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스시코 부근에 위치한 미국지질조사소 태평양 분소에서 연구하고 있을때 한국으로부터 전문을 받았다. 한구과 미국의 공동 심해저 탐사를 모색하라는 내용이었다. 미국에서는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필자는 심해저 광물자원 형성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미국의 심해저 광물자원개발 연구 책임자인 하인 박사와는 절친한 사이인지라, 한국과의 공동연구를 제의했으며 양국의 관심사를 검토한 후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한국에 통보하였다.

협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 해양연구소는 1천 2백t급 심해저 전용 탐사선을 91년까지 확보할 계획으로 현재 건조 중에 있어서, 89년부터 미국 조사선을 활용하여 공동조사를 수행하고, 91년이후에는 한국조사선을 이용하여 공동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89년은 마샬군도 지역 해저산에 분포하는 망간각을 30일간 조사하고 또한 하와이 동남부지역 약 5만㎢ 지역에서 30일간 망간단괴를 조사하도록 합의했다.

국내사정은 심해저 탐사활동 및 조사지역에 대한 사전연구가 부족하여 준비해야할 일이 많았으므로 미국과 공동 심해저 탐사계획을 확정한 즉시 귀국했다.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이 국가적 차원에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과학기술처와 해양연구소의 적극적인 배려하에 연구비가 책정되었다. 심해저 연구는 해양연구중에서도 특수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연구를 전담하기 위한 사업단이 해양연구소내에 구생되었다.

한국의 연근해에서 수년간의 조사한 경험에 따르면 해양이라는 조건은 같다. 그러나 심해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극한환경에서 견디어내는 장비를 사용해야 하며, 채취된 시료는 크게 광물자원 퇴적물 해수로 조사선 내에서 가능한한 빠른 시간내에 체계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탐사요원은 이러한 시료분석에 잘 훈련되어 있어야 하며 최소한 미국 연구원들에게 흠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이 심해저 조사경험이 없는 반면 미국 연구원들은 일년에도 몇 차례 이와 같은 심해지역에서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베테랑들이었다. 우리 연구원들은 조사활동 6개월 전부터 해양조사에 필요한 사항을 숙지하고 현장에서 일어날 상황을 가정한 반복연습을 계속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연구방법 지침서'를 만들었고 이 지침서에 따라 교육했다. 미혼자들은 시간을 이끼기 위해 해양연구소 기숙사로 숙소를 옮겼다. 계획에 따라 준비는 잘 진행되었다. 마지막 준비는 장기항해에 필요한 음식준비였다. 김치 젓갈류 김 라면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무리했다. 특히 김치는 하와이에서 솜씨좋은 교포 할머니께 부탁해 신선한 것을 준비했다.

미국여성들과 호흡을 맞추고

조사선상에서 멀어져 가는 하와이를 구경하던 연구원들은 하나 둘씩 선실로 들어갔다. 점차 조사선은 가벼운 파도에 춤을 추듯 흔들리기 시작했고 아열대의 뜨거운 햇살이 시원한 실험실로 자리를 옮기게 했다. 우리 연구원들은 조사선에 처음 승선했을 때 미국측 연구원 중 절반이 여자임을 알고 매우 당황했다. 험하디 험한 태평양 한가운데서 여자가 해양조사를 하기위해 한달씩 머문다는 것은 우리 실정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이들 맹렬여성들의 옷차림은 여기가 수영장인지 아니면 해양조사선인지를 분간하기 어렵게 했다. 이러한 의상이 평상복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조사가 한참 진행된 후의 일이다. 조사 목적지는 하와이에서 약 3천㎞ 떨어진 마샬군도로 6일간 항해해야 한다. 긴 항해시간은 한국과 미국 연구원들의 손발을 맞추고 사이를 가깝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9월7일 새벽, 모처럼 선상에서의 잠자리가 깊은 잠을 들게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하와이로, 그리고 어제 하루종일의 항해에도 아직 지칠 때가 아닌가 보다. 과연 이번 조사가 성공적일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을 설치게 하는 원인중의 하나였다. 하와이에서 멀어질수록 파도가 거셀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조사선은 잔잔한 바다위를 달리고 있었다. 태평양의 아침 바다가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무딘 필체로 이렇게 좋은 바다를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연구실과 실험실을 지키며 밤샘한 연구원들은 눈가에 졸음이 가득하다. 미국 여성연구원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장난기 섞인 어조에 위트와 유머를 잊지 않는 저들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이에 비해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하는 우리 연구원들은 얼굴이 굳어 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카린(Karin) 해저산 부근에서 시료채취증설기(드레지)를 내려 망간각올 채취하고, 채취된 시료분석에 관한 예행연습을 했다. 해저산에서 망간각 채취는 한국으로서는 처음이었다. 우리 연구원들은 모두 초긴장이 되어 작업과정과 시료처리과정을 가슴속 그리고 머리속 깊이 새겨 두었다. 앞으로 20여일간 해야할 일이 이러한 것의 연속이니까. 신기에 가깝다. 어떻게 수심 2천m 아래 해저산 사면에서 망간 덩어리를 채취하는가. 처음 경험한 우리 연구원들의 각오는 새롭기만 하다. 미국 연구원들과 서먹서먹하기는 여전하다. 지금까지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 했을 뿐이다.

선상생활 3일째 한·미 연구원들의 친선을 다지기 위한 선상 파티가 있었다. 선상에다 점심상을 차리고 한편에는 바베큐를 해가며 서먹서먹한 관계를 풀어 갔다. 기념촬영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한사람이 자리에서 국가별훌라 댄스 콘테스트를 하자고 제의했다. 한국과 미국 연구원, 영국인 선원, 폴란드인 요리사, 마샬군도 외무부 차관보 등 총 5개국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 연구원의 훌라춤이 돋보였다. 하와이에 도착한 직후 한국 연구원 전원은 폴리네시안 민속촌을 방문하여 훌라춤을 익혀두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서먹서먹하던 관계는 없어지고 모두가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특히 미국 여성 연구원과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9월9일 새벽, 잠자리가 심하게 흔들려 깨어보니 어제까지 잔잔하던 바다에 파도가 일고 있었다. 해양조사에서 신체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배멀미다. 해양과학자는 해양조사중 필요한 연구자료 및 시료를 얻기 위해 직접 승선하는 것으로 선상에서 생활하는 선원과는 다르다. 배멀미는 개인의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배멀미를 느끼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고 의욕을 잃어버리고 만다. 태평양에서는 보통의 파고가 3~4m나 된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작은 조사선을 이용하여 해양조사를 하는 경우 이만한 파도를 만나면 조사를 포기하고 육지로 귀항해야 한다. 그러나 태평양에서는 피할 곳이 없다. 그저 계속되는 항해만 있을 뿐인다. 점차 연구원들은 식욕을 잃었다. 처음엔 조사선에서 제공하는 양식에 의존하던 식사에서 김치를 찾고 그리고 급기야 식탁위에서는 고추장통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연구원과 선원들이 고추장을 맞보고 혀를 내두르며 '독한 한국인'을 연발한다.

태평양 중심부의 동서 최대 길이는 약1만㎞이다. 조사목적지까지는 태평양 중심부를 따라 약 3천㎞를 횡단하는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 7일동안 우리가 보기에는 심한 파도가 쳐도 선원들은 보기드문 잔잔한 바다라고 하루에도 몇번씩 되풀이 하곤 했다. 그리고 우리에겐 행운을 가져온 연구원들이라고 말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아주 가벼운 해황인 것 같았다. 조사지점에 도착하기 전까지 한·미 연구원들은 앞으로 조사할 내용 및 방법에 대해 계속 토의했다.

심해저에는 어떤 광물이 있는가

심해저에는 앞으로 인류가 개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금속 및 비금속 광물자원이 무진장 매장되어 있다. 이중 가장 가까운 장래에 개발이 가능한 광물자원은 망간단괴와 망간각이다. 이들 두 종류의 광물자원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것이지만 단지 분포지역과 산출양상이 서로 다르다. 망간단괴는 직경이 3~-10㎝의 감자모양을 하고 있는 덩어리로서 망간(25%) 철(15%) 니켈(1.4%) 구리(1.2%) 코발트(0.3%) 이외에도 약 40여종의 유용금속이 함유되어 있다.

망간단괴는 주로 수심 4천~6천m의 심해저면에 평균 5~10㎏/㎡ 분포돼 있다. 태평양 심해지역에만 망간단괴는 5백40억t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망간단괴를 통해 인류 전체가 1만2천년 사용할 수 있는 금속을 뽑아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왜 이런 깊은 해저면에 망간단괴가 생성되는가 하는 점이다. 바닷물속에는 수많은 종류의 화학성분이 녹아 있다. 금속성분인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이 해수중에 녹아 있으며, 이러한 금속들은 일정한 온도와 압력하에서 침전하게 된다. 또한 해저면에 쌓여있는 퇴적물속에 용해되어 있던 이들 4대 금속은 해저면으로 이동하여 해저표면에서 침전된다. 다시 말해서 해수 및 퇴적물내의 금속원소가 침전하여 망간단괴가 형성되는 것이다. 아직 풀지 못한 숙제는 망간단괴는 1백만년에 1-10㎜씩 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심해저면에 퇴적물이 쌓이는 속도는 망간단괴의 성장속도보다 1천배 정도 빠르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망간단괴가 퇴적물속에 묻혀있지 않고 심해저면에 노출되어 있을까. 수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고자 연구를 하였으나 아직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망간단괴내에 포함된 니켈 구리 망간 코발트와 같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금속자원은 우리나라 중공업에서 필수적인 것이지만 현재 거의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앞으로 약 10년후면 이들 4대 금속에 대한 수입이 매년 20억달러 (1조 4천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심해저에 무진장으로 매장된 자원을 우리 손으로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 금속은 우리나라 산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1차 산업의 원료다. 항공기 특수강 제강 제련 제철 전자부품 조선 등 소위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것이다. 또 다른 개발의 이유는 점차 이들 금속자원의 수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육상에서 캐내는 양이 감소해 나라마다 수출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는 기술전쟁이라고 한다. 기술전쟁에서 이기려면 이러한 기본적인 원료가 원만히 공급되어야 한다.

망간각은 수심 8백~2천5백m 지역의 해저산 사면의 암반에 두께 3~5㎝로 덮여있다. 제주도보다 더 큰 해저산 표면 전체가 망간각으로 덮여져 있으며, 이러한 해저산은 현재 약 6천6백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간각은 망간단괴와 달리 약 1%의 코발트를 함유하고 있어 자원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또한 망간각은 백금과 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망간각의 형성원인은 망간단괴와 동일하나 퇴적물로 부터 금속원소를 공급받지 않고 단지 해수에 녹아있던 금속원소의 침전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 다르다. 현재 심해저 면에서 날마다 막대한 양의 망간단괴 및 망간각이 형성되고 있다.

9월 11일까지 조사선 부근을 항해하는 배 한척 만나지 못하고 섬은 물론 비행기조차 보지 못한 채 망망대해를 항해했다.
드디어 7일째 되는 날 새벽, 목적지인 마샬군도 해저산에 도착했다. 이미 오랜 항해를 하면서 수차례 토의한 결과 연구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해야할 일을 차례차례 수행했다. 우선 조사대상 해저산의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지구물리 탐사를 해저산의 남북 동서방향으로 해봤다.

망간각을 채취하는 순간

해저산은 심해저면에 산이 돌출한 것으로 대양에서는 해저산들로 이루어진 해저산맥도 여러 곳 있다. 조사 대상인 해저산은 전부 15개였으며 일반적으로 해저산의 기저부는 수심 4천~5천m, 해저산의 정상부는 수심 8백~1천5백m가 된다. 따라서 해저산은 심해저면에서 20°의 급경사로 2천5백~4천m 솟아있는 산들이다. 해저산은 오래전에 해저에서 화산이 분출한 결과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날의 제주도 혹은 울릉도 그리고 미국의 하와이와 같은 섬들이 해저면에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해저산 사면은 주로 화산암의 암반이 노출되어 해수와 접하고 있고 평평한 지역인 정상부는 두꺼운 퇴적물로 덮여 있다. 해저산은 각각 분출한 시기가 다르며 따라서 해저산 사면에 분포하는 광물자원의 양도 다르다. 오래된 해저산에는 광물자원이 많이 있으며, 나이가 어린 해저산에는 우리가 찾는 광물자원이 적게 분포한다. 해저산의 나이는 해저산에서 채취된 암석을 분석하여 측정하게 된다.

조사방법은 해저산의 이러한 일반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정밀수심조사, 퇴적층후조사, 퇴적층 하부에 있는 기반암 조사, 또한 조사지역내 자력 및 중력을 동시에 조사하는 지구물리탐사를 수행한 후 시료를 채취하는 순서로 계획됐다.

수심조사는 10노트 이하의 저속으로 항해를 계속하면서 조사선에서 연속적으로 일정한 주파수를 갖는 음파(소리)를 해저면에 보내고, 해저면에 도달직후 반사되는 음파의 속도와 소요시간을 측정하여 정밀수심을 파악한다. 퇴적층후조사는 보통 3.5KHz의 주파수를 갖는 음파를 사용해 해저면에서 약 50m 투과후 반사되는 음파를 분석하는 것으로 해저면에서 50m 하부까지 퇴적층이 있을 경우 퇴적층의 두께, 퇴적층이 쌓인 구조 등이 정밀하게 파악된다.

이러한 지구물리 조사장비를 이용해 해저산의 지형, 지층구조, 암반 부분, 퇴적물이 쌓인 지역 그리고 퇴적층의 두께 등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또한 해저산 주위에 자력치와 중력치를 알기 위해 자력계 중력계를 각각 조사선에 설치 조사한다. 이와 같은 지구물리조사 결과는 간단히 그림으로 표시되므로 해양지질학자들은 곧바로 분석이 가능하다. 지구물리조사가 끝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시료 채취장소를 설정한다. 모든 기록을 종합하여 암반부분과 퇴적층이 덮여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또한 해저산의 경사도를 측정하여 광물자원이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선정한 후 시료채취기를 조사선에서 수심 2천~3천m의 해저산까지 내려서 시료채취를 시도한다.

해양지질학에서 시료채취작업은 직접적인 조사방법이다. 그러니까 지구물리 조사에서 파악된 간접적인 정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제까지 준비한 연구결과는 시료채취작업에서 결정되어진다. 다시 말해서 광물자원이 보존되어 있는가는 시료채취기가 조사선상에 올라오는 순간 결정되는 것이다.

시료채취는 오랜 경험과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조사선의 크레인으로 시료채취기인 드레지(dredge)를 해저산 사면까지 내려서 약 1㎞ 이상의 해저면을 끌고 다니며 해저산 사면에 분포된 망간각을 뜯어내는 것이다. 드레지 전면부는 두꺼운 철로 된 지름 1.5m의 원통형이고 후면부는 철망으로 조밀하게 엮은 원추형의 철제바구니로 전체길이는 2m이다. 해저산의 사면은 약20°의 경사를 가질 뿐만 아니라 표면은 심한 요철상태이므로 2~3㎞ 떨어진 조사선 상에서 드레지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해저면에 돌출된 암반에 드레지가 걸리면 암반을 뜯어내지만 암반을 뜯어내지 못하고 암반사이에 끼게 되면 드레지를 암반으로부터 빼내야 하는 어려움도 여러 번 있었다. 망간각 채취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4시간 정도이며 어떤 경우에는 8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시료채취 여부는 크레인과 해저면의 드레지를 연결하는 줄(steel wire)의 장력으로 판단한다. 드레지가 퇴적층을 지날 때는 평균 2t 정도의 장력을 갖는 반면에 해저면에 돌출한 암편을 채취하는 순간에는 3~4t의 장력이 발생하므로 시료채취 유무가 판별된다.

시료채취가 끝나고 드레지를 선상에 끌어 올리는 시간은 긴장이 한껏 고조되었다. 크레인에 달려 해수면에 얼굴을 내민 드레지가 조사선에 내려지고 연구원들은 드레지 내부를 검사했다. 순간 안도의 표정과 함께 망간각 채취 성공을 동료연구원들에게 알렸다. 오랜 시간 깊고 깊은 심해저면에서 일어난 일을 상상하며 궁금했던 사실들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들이었다. 한국과 미국 연구원들은 자기들이 한 일에 만족해 하며 서로에게 찬사를 보내고 곧 다음 작업에 몰두했다. 이러한 시료채취작업은 조사가 끝난 10월 3일까지 계속되었다. 목표한 15개의 해저산에서 지구물리탐사 및 망간각 채취를 밤낮없이 계속했다. 어떤 경우는 시료가 채취되지 않아 3~4회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시료 채취기인 드레지가 큰 암반에 걸려 회수하지 못하고 영원히 해저면에 남겨 놓기도 하였다.

마샬군도 해저산에서 채취된 망간각은 모두 3t 정도였다. 미국측 탐사팀장인 하인박사는 이렇게 성공적인 심해저 탐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탐사전 목표량의 80%를 수행하면 성공적인 탐사로 평가하나, 이번 탐사결과는 계획보다 많은 시료채취와 더많은 지점에서 조사를 완료할 수 있었으며 탐사활동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기상여건 또한 심한 파도 없이 매우 좋은 날씨의 연속으로 최상이라고 했다.

카메라 작업 결과, 조사된 해저산에는 90% 정도가 두꺼운 (평균 두께 10~15㎝) 망간각으로 덮여져 있고 나머지 10%는 석회질 퇴적층으로 얇게 덮여 있었다. 이 퇴적층 아래에도 망간각의 존재가 확실하다. 같은 지역에서 시료채취기로 채취된 망간각의 평균 두께를 측정한 결과, 10-15㎝로 카메라 작업결과와 일치했다. 평균 3~5m 두께의 망간각이 분포하면 개발가능성이 있다고 심해저 광업 기술자들이 평가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조사지역은 망간각 자원의 개발가치가 충분한 자원의 보고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심해저 자원개발에 있어 지금까지 문제된 경제성이 있는가, 혹은 광물자원의 분포가 연속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이 심해저에 막대한 양으로 매장되어 있으며, 우리의 손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해양자원 개발에 크나큰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10월2일. 희망과 실망 그리고 흥분이 뒤섞여 낮과 밤을 잊으며 생활했던 28일간의 조사는 이날 끝났다. 다음날 아침 조사선이 마샬군도의 수도인 마주로항에 도착함으로써 태평양 도전의 서막이 내린 것이다. 마주로항에는 1차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팀과 교대하여 곧바로 2차 탐사를 수행해야 할 한국측 탐사단 10명이 도착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반가움, 그리고 약 한달만에 육지에 발을 딛는 설레임에 잠을 이루지 못하며 선상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달간의 선상생활에서 우의가 돈독해진 양국 연구원들은 작별을 아쉬워하며 또한 성공적인 탐사를 축하하며 춤과 노래로 밤을 새웠고 내년에도 오늘과 같은 성공적인 공동탐사를 수행할 것을 약속했다.
 

망간단괴^직경 3~10cm의 감자모양 덩어리.망간 철 구리 니켈 등 40여종의 유용금속을 포함.수심 4천~6천m 해저표면에 5~10kg/㎡밀도로 분포돼있다.


망간단괴를 찾아

제2차 탐사활동은 한국 연구원 10명(팀장 석봉출 박사)과 미국 연구원 11명이 참가하여, 망간단괴가 밀집분포하는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톤 지역 약 5만㎢를 대상으로 10월 5일부터 28일까지 수행하였다. 망간단괴 조사지역은 수심 4천8백~5천2백m로 다소 평탄한 지역인 심해저 평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지역이다. 망간단괴는 지형 및 해저면 퇴적물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조사지역에 대한 개괄적인 지구물리 탐사를 우선 수행했다. 조사지역 선정은 지금까지 조사연구된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여 망간단괴 부존이 유망시되고 또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 지역으로 선정했다. 따라서 현장조사를 통하여 망간단괴 분포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이 조사의 주요 목적이었다.

조사방법은 조사지역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약 60㎞ 간격으로 망간단괴를 채취하는 것으로 다양한 시료채취를 사용했다. 박스코어라는 20×30×60㎝의 상자로 1천m 이상의 해저면에 분포하는 망간단괴와 퇴적물을 자연상태 그대로 채취하는 것이다. 이 시료채취기는 망간단괴 분포밀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또한 퇴적물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박스코어에서 채취된 망간단괴의 양은 앞으로의 개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박스코어가 선상에 올라오면 망간단괴는 물론 채취된 퇴적물도 하나 버리지 않고 분석한다. 퇴적물의 종류, 광물조성, 퇴적물에 함유되어 있는 해수의 화학성분 그리고 퇴적물의 공학적 성질을 측정한 후 특수한 상자에 보관 저장하여 한국으로 운반했다.

시료채취기는 자유낙하식 채취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조사선에서 이 시료채취기를 투하하면 하중의 힘으로 수심 5천m 해저면까지 자유낙하하여 2천5백㎠에 해당하는 면적에 분포하는 망간단괴를 채취한 후 무게추를 버리고 스스로 해수면으로 떠오른다. 자유낙하식 시료채취기는 망간단괴를 채취한 정확한 지점을 알 수는 없지만 박스코어를 이용하여 망간단괴를 채취할 때 동시에 3~4개의 자유낙하식 채취기를 투하하여, 보다 넓은 지역에서 망간단괴 분포경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이용된 것이다. 조사 기간 중 전부 19지점에서 박스코어 및 자유낙하식 채취기를 이용하여 약 5백㎏의 망간단괴를 채취하였다. 또한 심해저 TV카메라를 이용해 망간단괴 분포상황을 정밀하게 녹화했으며, 드레지를 이용해, 망간단괴를 채취하기도 했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망간단괴의 분포 밀도가 5㎏/㎡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 조사결과 망간단괴의 다양한 분포경향이 파악됐다. 조사지역의 2/3에 해당하는 중부 및 남부 지역에서는 15~20㎏/㎡의 망간단괴 분포밀도를 갖고 있으며 일부지역은 28㎏/㎡의 망간단괴 분포밀도가 확인되어 연구원을 흥분시켰다.

망간단괴의 본격적 탐사는 83년에 이어 두번째인 한국으로서 이와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비록 선진국에 비해 20년 늦게 심해저 광물자원개발 연구를 시작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무한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강정극 책임연구원

🎓️ 진로 추천

  • 해양학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