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디스크(CD)의 음질에 TV의 영상을 지닌 컴퓨터. 이것은 멀티미디어(multi-media)가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70년대말 '애플신화'를 창조한 퍼스널컴퓨터(퍼스컴)가 80년대에는 멀티미디어의 꿈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멀티미디어란 무엇인가. 아직 개념에 대한 정의조차도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혹자는 컴퓨터의 기능을 이용해 초보단계의 영상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든가 또는 오디오나 VTR을 원격조정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일치하는 대목은 컴퓨터가 문자 수치 그래픽 정보외에 음향이나 영상정보도 매끄럽게 처리하는 단계를 멀티미디어라고 정의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통신망을 통해 이 정보들은 공간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
멀티미디어는 어디에 이용될 것인가. 우선적으로 유망한 분야는 기업의 자료분석 사원교육 직업훈련에 적합하리라는 예상이다. 88년 미국기업들이 교육연수에 쏟은 비용은 4백억달러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이 교육용 필름 및 비디오 테이프제작에 소요됐다고 한다. 멀티미디어는 이러한 부문들을 흡수할 것이다. 멀티미디어는 자료에서 맛볼 수 없는 현장감과 TV에서 불충분한 다량의 정보처리력 및 기존 퍼스컴에서 느낄 수 없는 '사용의 편리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둘째 멀티미디어는 통신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전화팩시밀리 등 기존 매체보다 시청각기능이 탁월하기 때문에 그만큼 매력적인 통신매체로 각광받게 되리라는 것.
셋째 멀티미디어는 오디오와 비디오기능을 겸한다는 측면에서 가전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컴퓨터 보급률이 20%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멀티미디어가 컴퓨터와 가전시장을 동시에 발전시킬 기폭제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과제는 아직도 산적해 있다. 1백MIPS(초당 1억 명령어처리)의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에, 초당 1백 M비트의 전송속도를 구사하는 하드웨어기술이 요구된다. 기존 1시간짜리 음향 콤팩트디스크에 영상을 수록하면 30초짜리에 불과해지기 때문에 보다 압축적인 데이터저장기술도 필요하다. 가격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CD롬과 고성능 그래픽기능을 갖춘 매킨토시나 IBM 기종의 가격이 1만달러를 호가하고 있는데 이런 가격수준이라면 제아무리 혁신적인 기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멀티미디어를 실현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메이커들의 개발경쟁은 뜨겁기만 하다. 현재 실용단계에 있는 제품들은 멀티미디어라고 부르기엔 다소부족한감이 있지만 CD와퍼스컴을 결합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있다.
선두주자로는 매킨토시를 앞세운 애플사가 가장 유력하다. 매킨토시는 컬러그래픽기능과 음향재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좁스'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있는 넥스트사 역시 워크스테이션에 하이파이 사운드를 합성할 수 있는 광자기 디스크를 탑재해 이 방면에 잠재력이 크다.
일본업체로는 후지쓰 NEC 소니등이 미국에는못미치지만 멀티미디어를 향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멀티미디어는 특성상 컴퓨터 오디오기술의 총체적 결합이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일본 메이커들은 유리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기술통합능력이나 소프트웨어면에서 미국이 다져놓은 우위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뒤집히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