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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우주로 은하의 역사를 들여다 보다

여러분은 밤하늘에서 은하수를 본 적이 있나요? 맑은 여름날 밤, 어두운 곳에 가면 수천억 개의 별이 희뿌옇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퍼져있는 은하수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별은 태양과 같은 은하에 속해 있습니다. 바로 우리은하입니다. 우리은하는 납작한 원반에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팔이 있고, 중심에 막대를 가진 모습입니다.


이렇게 우리은하의 모양과 별의 분포가 잘 알려져 있는데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하 주변에 위치한 위성은하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점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우리은하의 탄생 과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은하의 역사를 찾는 방법


우리은하의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그중 하나가 우주의 초기 조건을 설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 우주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주배경복사(CMB)에서 얻은 밀도 차이를 이용하거나 주변 관측정보를 활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둘 가운데 더 널리 이용되는 방법은 우주배경복사를 쓰는 방법입니다.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면 과거 물질이 어떻게 분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급팽창 시기 이후 어떤 부분에는 물질이 많이 몰렸고, 어떤 부분은 물질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렇게 위치에 따른 밀도차를 시각화하면 우주 공간에 자글자글한 무늬가 나타납니다.


밀도 차이를 규모 별로 분류하고, 그 규모를 가지는 형태가 얼마나 많은지 표현한 자료를 ‘파워스펙트럼’이라고 합니다. 이를 활용하면 무작위적인 가상 우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뒤 이를 현재까지 진화시키고, 만들어진 가상 우주 가운데 현재의 우리은하와 가장 비슷한 은하를 찾아냅니다. ‘우리은하와 질량이 비슷한지’ ‘우리은하 옆에 안드로메다은하가 존재하듯 크기가 비슷한 두 은하가 함께 있는지’ ‘처녀자리은하단과 비슷한 질량의 은하단이 근처에 있는지’ 등의 조건을 고려해 후보군을 찾습니다. 필자가 속한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근우주론 연구실에서도 가상 우주 속에서 우리은하와 비슷한 질량을 가지는 은하들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상 우주를 만드는 두 번째 방법은 현재 우리은하 주변에서 관측된 물질분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세페이드형 변광성, Ia형 초신성 등 다양한 천체를 통해 측정한 주변 은하들의 3차원 위치 정보로 가상 우주의 초기 조건을 만들죠. 이렇게 만든 초기 가상 우주를 현재까지 진화시켰을 때 우리가 관측한 정보가 모두 재현되면 과거 물질분포를 정확히 예측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이 방법을 이용하는 헤스티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은하 역사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확대 또 확대, 가상 우주를 들여다 보다


가상 우주의 초기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논문에서는 우리은하 주변 은하의 3차원 위치 정보를 담은 코스믹플로우(Cosmic


Flow)-2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은하로부터 약 8억 광년 거리 이내의 은하 8000개 이상의 정보가 들어있죠. 이 관측정보를 토대로 가상 우주 안에서 큰 규모의 밀도 차이인 물질 요동(density fluctuation)을 예측합니다.


논문에서는 초기 조건이 서로 다른 1000여 개의 가상 우주를 현재까지 진화시켰습니다. 우주를 유한한 개수의 암흑물질 입자로 표현하고, 각 입자 사이의 중력을 계산해 입자들의 위치와 속도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여기서 ‘유한한 개수의 입자’에 대한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대한 우주를 시뮬레이션하는 경우, 컴퓨터의 한계상 태양, 지구까지 하나하나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시뮬레이션을 자세하게 계산한다면 인간의 모든 생을 이 연구에 바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논문에서는 수천억 개의 별로 이뤄진 우리은하를 단 수천 개의 입자로 단순화해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저해상도 시뮬레이션’라는 표현을 씁니다. 별이 생기고 죽는 과정도 생략하고, 중력만 계산했습니다. 


이렇게 현재 시점까지 시뮬레이션을 완료한 뒤에는 질량과 주변 은하들의 공간분포 측면에서 우리은하와 비슷한 은하를 만든 가상 우주를 찾습니다. 이 논문에서 시뮬레이션한 1000개의 가상 우주 중 13개의 우주만이 우리은하의 질량과 주변 은하 분포를 비슷하게 재현해냈습니다.


이제 13개 우주로 진짜 연구를 시작합니다. 중력 외의 추가 계산이 필요한 가스 입자를 시뮬레이션에 추가했습니다. 가스 입자는 유체역학 계산을 통해 밀도, 압력, 온도 정보를 서로 주고받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그 속에서 별이 탄생합니다. 가스 입자가 별 입자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시뮬레이션에서 ‘별’이라는 입자 하나는 실제로는 태양의 수십만 배의 질량을 가집니다. 수많은 별이 하나의 입자로 표현된 것이죠. 그 별들이 진화해서 죽는 과정은 수식으로 계산돼 입자 하나의 정보에 업데이트됩니다. 


이렇게 13개의 가상 우주를 현재까지 진화시키고, 우리은하를 가장 비슷하게 재현한 우주 3개를 골라냈습니다. 그리고 표현할 입자의 개수를 늘려 해상도를 더 높였습니다. 마치 카메라 줌을 당기듯 말이죠. 그래도 입자 하나는 태양의 수만 배 수준입니다.

 

미래를 보여주는 은하 관측


이 논문에서 재현한 은하는 우리은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드로메다은하도 가상 우주에서 함께 재현했습니다. 우리은하 주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존재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은하와 비슷한 은하를 만든 가상 우주를 찾을 때, 안드로메다은하의 정보도 함께 만족하는 경우를 선별했습니다.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로부터 떨어진 거리,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를 향해 다가오는 속도, 두 은하 사이의 질량비가 기준에 사용됐습니다. 위치, 속도, 질량 측면에서 가상의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관측된 정보를 잘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현된 가상 우주의 수가 아직 적어서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 주변 상황을 완벽히 동일하게 만든 우주는 없었습니다. 특히 마젤란은하나 메시에 33번 은하(M33)와 비슷한 질량의 위성은하 또는 은하를 만든 우주는 드물었습니다. 이는 중력 외에 유체역학적 부분에서 다양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우리은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가장 많은 수의 가상 은하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연구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은하 주변 환경까지 정확하게 재현한 가상 우주는 찾지 못했습니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를 더 정교하게 이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주로 쏘아 올려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칠레에 지어지고 있는 거대마젤란망원경 등은 우리은하 주변의 물질분포를 더 자세히 예측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언젠가 더 멀리 있어 더욱 오래된 우주의 과거를 보여주는 은하를 관측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미래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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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안성호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 에디터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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